소설리스트

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3화 (3/251)

< 첫 번째 사냥 의뢰(2) >

내가 미쳤나? 그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수명’ 항목의 시간은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되는데?”

미친 사람처럼 허공에 대고 질문을 하자 반투명한 홀로그램이 뒤집히며 대답이 돌아왔다.

<당신이 여태 해오던 것처럼 사냥입니다.>

<주인공 사냥.>

<사냥에 성공할 경우 대가로 당신에게 수명을 지급합니다.>

<또한, 당신은 당신이 사냥한 주인공의 재능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허 참. 주인공이 대체 뭔데?”

<당신의 세계에서는 익숙한 단어지 않습니까?>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 등의 매체에서 등장하는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절대로 패배하지 않으며, 그 어떤 위기가 닥쳐도 반드시 일어설 수 있고, 온 세상의 축복이란 축복은 혼자서 독차지하는 듯 보정을 받는 이들.>

“미친. 그런 놈들은 현실에서도 이미 많이 봤어. 내가 죽이라고?”

당장 TV만 틀어봐도 저런 놈들 널렸다. 살면서 실패를 한 번도 못 겪어 본 놈들. 내 직업을 예시로 들자면, 정점에 위치한 SS랭크의 헌터가 그렇지 않을까?

“내가 SS랭크의 헌터를 어떻게 상대하냐고······.”

<당신의 세계에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수많은 세계, 수많은 차원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허.”

심장이 두근댄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묘하게 흥분되었다.

“······좋아. 일은 언제 시작하면 되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어. 내 상태가 처참한 건 너도 알겠지?”

내 몸은 격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조금만 뛰어도 심장이 발작을 일으키는 병신같은 몸.

<그 문제는 당신의 수명을 사용하여 해결이 가능합니다.>

<수명 ‘10일’을 사용하여 심장의 질병을 단 하루,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습니다.>

“······시발.”

손이 떨린다. 10일을 사용하면 남은 시간은 21시간.

열흘을 그냥 더 살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삶을 위해 도박할 것인가?

볼 것도 없다.

“그래. 한다고. 해!”

[수명 10일을 사용하여 심장의 통증이 일시적으로 억제됩니다.]

직후, 가슴을 무언가가 지지는 느낌이 들더니 푸른색의 둥그런 마크가 명치에 새져겼다. 이윽고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편안함이 밀려 들어온다.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마치 현역 시절로 돌아간 듯 상쾌한 기분이었다.

“······좋아. 대신, 그 전에 준비 좀 하자. 물건은 챙겨갈 수 있겠지?”

<20kg 이하의 물건을 소지할 수 있습니다.>

“20kg? 씁, 짜기도 해라.”

무능력자의 헌터가 과연 최전선에서 어떻게 활동했을까.

바로 최첨단의 무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에테르로 코팅이 된 경갑옷과 그 위에 한 겹 더 걸치는 에테르 코팅 코트. 양 허리에는 네 자루의 에테르 탄환 권총과 여덟 개의 탄창, 그리고 등 뒤에 한 자루의 스나이퍼 라이플. 거기에 기타 폭발류를 챙기자, 간신히 중량 한도에서 멈출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헌터의 주무기인 에테르 블레이드를 들어서 사출 버튼을 누르자 새하얀 금속의 도신이 촤르륵 튀어나오더니 120cm가량의 길이가 되었다. 거기에 에너지를 활성화하자 푸른색의 레이저가 도신에 깃든다.

지이잉!!

“후우.”

오랜만에 잡아보는 에테르 블레이드의 푸른 빛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몬스터의 심장에서 추출해낸 에너지, 에테르를 이용해 헌터는 몬스터를 죽인다.

그리고 지금 그 에너지로 이제는 사람을 죽이러 간다.

‘고작 이 정도의 장비로 싸워야 한다니.’

군장을 착용하고 다니면서 언제나 든든한 장비와 함께했던 나였기에 턱없이 부족한 장비의 상태를 보고서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검을 만지는 감촉이 낯설다. 마지막으로 싸웠던 게 벌써 반년 전. 호랑이는 사냥하는 법을 잊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하다못해 블래스터 캐논이라도 챙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다. 일단은 챙길 수 있는 최상의 장비로 만족하는 수밖에.

“준비됐어.”

[33레벨의 주인공 ‘길리텐더’의 세계, 에라존 제국으로 이동합니다.]

[10···9···8]

카운트 다운을 보면서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상대방은 주인공이다. 무려 세계의 축복을 받는 존재.

그러나 이 ‘의뢰인’도 생각은 있는 것인지 내 수준으로 사냥할 수 있는 주인공과 매칭 시켜준다고 했으니 믿을 수밖에.

[2···1···0]

‘이동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메세지와 함께, 마치 벼락이 치는 듯한 소음이 귓가를 강타하였고.

다음 순간.

세상이 무너져 내리더니.

[당신은 ‘에라존 토너먼트’의 도전자가 되었습니다.]

···와아아아아!!!

온 사방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뭐, 뭐야?”

잽싸게 전투 자세를 취한 나는 뒤로 살짝 물러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웬 콜로세움 같은 넓은 공간. 수만의 관중들이 나를, 아니 이 장소를 내려보고 있었다.

“오호라. 이번 상대는 등장이 조금 과격한데? 막 벼락도 내려치고. 어떻게 한 거야?”

정면을 바라보자, 웬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미소년이 방긋방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키는 나보다 작은 것처럼 보였지만 잔근육이 제대로 불어있어서 전혀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 뜨는···. 뭐야 저게. 해시 태그?

#검_하나로_세계_최강

#먼치킨 #사이다 #인생2회차 #재능만렙

그것을 떨떠름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상대방이 영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화려한 등장치고는 영 반응이 별론데? 이름은?”

“허, 참. 내가 뭘 더 반응해줘? 유서담이다.”

“드디어 대답을 하는군. 알고는 있겠지만, 나는 길리텐더다.”

직후 어디에선가 누군가의 해설이 울려퍼졌다.

-아! 이번 도전자는 정말 화려하게 등장했군요!

-뉴페이스! 오늘 처음 등장한 도전자, 그 이름은 유! 서! 담!

-과연 그가 30연승의 신화를 이룩하고 있는 챔피언 길리텐더를 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이번에도 길리텐더의 가뿐한 승리가 될 것인가!

길리텐더는 씨익 웃으며 내게 검을 겨누었다.

“무슨 수를 써도 상관없다. 약을 먹여도, 독을 써도, 가족으로 협박을 해도, 신분으로 찍어 눌러도 좋다. 어떻게든 내게서 이겨봐라.”

이윽고, 가볍게 발을 박차며 내게 접근한 그는 그리 말했다.

“할 수 있다면 말이지.”

“······!!”

지이잉!! 다급히 에테르 실드를 활성화하자, 매서운 충격과 함께 순식간에 배터리의 20%가 뜯겨져 나갔다. 어지간한 중형종 괴수에게 밟혀도 거의 타격이 없는 에테르 갑옷인데, 고작 칼질 한 번에 이 꼴이 되다니!

에테르 블레이드를 꺼내 150cm정도 되는 신에 푸른색의 에너지를 코팅하여 급히 휘두르자 놈이 세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뭐지? 오러실드? 네 손에 그건 오러 블레이드인가?”

호기롭게 웃던 방금까지와는 다르게 길리텐더는 묘하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쩐지 내상을 입은 듯한 충격에 나는 자세를 고쳐잡으며 말했다.

“에테르 블레이드다, 이 새끼야!”

놈은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자세를 낮췄으나, 이내 내 달리기를 보더니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이거, 뭐야? 전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기술을 쓰면서, 보법이 형편없군.”

“······!”

쩌엉!!

공기의 마찰력 따위는 가볍게 찢어버리며 휘둘러지는 에테르 블레이드였지만, 이미 놈은 옆으로 이동하여 내 옆구리를 걷어차고 있었다.

“컥!”

바닥을 두세 번이나 구르고 나서야 간신히 몸을 일으킨 나는 그제야 육탄전으로는 놈에게 상대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저놈, 장비를 아무것도 착용하고 있지 않아서 몰랐지만 저 수준이면 거의 A랭크 급의 육체 강화 컨트롤이었다.

쉭!

“윽!”

분명 눈앞에 서있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길리텐더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런 신묘한 보법은 난생 처음 본다. 인간이 가진 시야의 사각을 이용할 줄 아는 그 보법을 보며 당황했지만 나도 나 나름대로 베테랑이다.

그것도, 조건이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강자를 모조리 찢어 죽이고 살아남은 베테랑!

다급히 발밑에 수류탄 하나를 굴리고서 앞으로 구르자, 예상대로 내 뒤로 돌아서 검을 찌르려던 놈이 허공에 칼질을 했다.

삐삐삑, 콰앙!!

“컥!”

에테르 수류탄이 터진 즉시 나는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들어 놈에게 발사하였다. 한 발 한 발이 피 같은 돈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지금은 아낄 때가 아니었다.

퉁퉁퉁퉁!

자세가 불완전한 와중에도 철검을 들어 총알을 모조리 튕겨내는 기염을 토한 길리텐더는 또다시 내게 붙으려고 했지만 이미 그가 달려오던 바닥에는 스파크 필드를 설치한 뒤였다.

파지지직!!

“젠, 장. 마법사였나!”

코끼리조차 단번에 기절시키는 스파크였거늘, 놈은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기합을 내질렀다.

“흐읍!”

그러자, 기적처럼.

[주인공 ‘길리텐더’에게 스킬 ‘뇌전 저항(F)’이 부여됩니다.]

스킬 하나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게 아니겠는가?

‘시발! 저게 말이 돼?’

스킬, 즉 초능력은 내가 평생을 노력해도 얻지 못한 것이었는데.

그러나 딴 생각을 할 틈은 없었다. 놈이 재차 내게 달려들었기 때문. 그러나 나는 이제 길리텐더를 상대하는 법을 깨달았다.

접근전은 소용이 없으므로 에테르 블레이드를 회수한 뒤 저격총을 꺼냈다. 연사 라이플을 가져오지 못한 건 한이었지만 당장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만 했다.

숨을 참고서, 횡으로 크게 질주하는 놈에게 겨눈다. 치타를 가볍게 웃도는 미친듯한 질주속도였지만 나는 음속으로 달리는 괴수도 사냥해본 경력이 있다.

타앙!!

“커헉!”

저격 한 발이 놈의 복부에 명중한···것처럼 보였으나 이번에도 철검으로 튕겨냈다. 젠장, 저 철검은 대체 재질이 뭐야? 하지만 놈도 가볍게 튕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몸을 비틀거리고 있었다. 젠장, 에테르 저격총은 다 좋은데 재장전까지 시간이 긴 게 흠이다.

아니, 지금보니 길리텐더의 철검에도 무언가 아우라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마 내 에테르 블레이드와 비슷한 무언가로 추정되는데, 뭔가가 다르다. 그래도 ‘기(氣)’는 지구의 초능력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익숙했다.

다음 장전까지의 시간은 없었기에 라이플에서 15cm가량의 에너지 소드를 사출해 바로 오른쪽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때마침 내게 달려든 길리텐더의 철검과 맞부딪힌 뒤, 서로가 뒤로 물러났다.

퉁!!

“이건······.”

자신의 검에 흠집이 가자, 길리텐더는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부릅떴다.

“대체 그건 뭐지? 마력은 그런 흉흉한 기운을 내뿜지 않아.”

“알 거 없다.”

“이상하군. 마법도 아닌 이상한 기술을 쓰고. 넌 대체 어디서 나온 놈이냐!”

“널 죽이러 왔다.”

말씨름을 할 필요는 없다. 그 사이에도 놈은 스텝을 밟으며 지그재그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고, 나 또한 상대할 준비를 해야한다.

잠깐의 틈이라도 주게 되면 길리텐더는 내 사각을 잡는다. 몇 번의 부딪침 끝에 남은 에테르 잔량은 60%. 최소 세 번 이상의 타격을 더 허용하게 되면, 진짜로 죽는다.

뒤로 크게크게 뛰며, 발바닥이 닿은 곳에 소형 지뢰가 설치되었다. 길리텐더 또한 저것이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충 위험하단 사실을 눈치채고서 그것을 밟지 않고 크게 돌아왔지만, 정면으로 오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권총을 잽싸게 꺼내 마치 휘두르듯이 몇 발 갈겼지만, 저 미친놈은 총알을 피하거나 튕겨내버렸다. 그래, 피하는 건 그럴 수 있다. 지구의 초능력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날아오는 총알을 일일이 쳐내는 신묘한 묘기는 A랭크의 초능력자도 하기 힘들단 말이다.

분명 놈이 가진 힘의 출력은 A랭크는커녕 간신히 D랭크에서 C가 될까말까 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 컨트롤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 무언가, 단순한 틀에서 벗어난 아주 특이한 검의 형태가 저놈에게는 존재했다.

쿠쿵!

다시 한번의 격돌. 에테르 실드를 최대로 활성화한 뒤 재빠르게 꺼낸 블레이드로 목을 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철검에 단단히 틀어막혔다. 배터리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면서 길리텐더의 비릿한 미소를 목격한다.

“흐흐, 뭐. 상관없어. 결국은 너도 내게 죽는다. 꽤 재미있는 놈이 왔는데 그래.”

퉁! 에너지 블레이드를 순간적으로 강하게 사출하여 놈을 떼어놨지만 고작해야 한 발자국의 거리.

그 짧은 틈을 다시 파고든 길리텐더가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그래, 그건 정말 춤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검의 끝이 떨어질 듯 하다가 다시 올라가고, 찔러 들어오는 듯하다가 베어낸다.

‘미친···!’

살면서 저런 건 처음 본다. 그 어떤 헌터도 저런 기술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저것이 바로 진짜 검술. 현대인은 알지 못하는.

[배터리 잔량: 7%]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죽겠다는 생각에 손목시계의 에테르 실드를 급히 활성화하였다.

쨍그랑!

“큭!”

반지름 30cm정도의 둥그런 에너지 형태의 방패가 단번에 깨졌지만 검을 한 번 정도는 막아내었다. 그 사이 놈의 가슴에 접착형 폭탄 하나를 부착하여 발을 힘껏 걷어찼다.

툭!

“······뭐?”

밀어내서 폭파시킬 요령이었건만, 놈은 내 연약한 발차기 따위로는 밀려나지 않는다는 듯 더욱 가까이 붙었고.

“네 잔꾀에 넘어가라!”

콰쾅!!

결국, 에너지 폭발에 같이 휩쓸리고 말았···던 것처럼 보였으나.

내 에테르 주파수는 이미 모두 맞춰놓았기에, 나의 장비는 내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커헉!”

헛기침을 하며 길리텐더는 입가에서 주륵, 피를 흘렸다. 내 방어력이 더욱 약한 것을 노리고 내 공격을 역이용하려고 생각한 모양이었지만, 머리가 조금 좋은 괴수의 수준만 돼도 그 정도는 한다. 한두 번 당해본 것도 아니고 그 정도의 대비도 해놓지 않았을까?

“젠장!”

길리텐더는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한번 달려들었고, 그 순간 나는 버튼을 꾹 눌렀다.

화르륵!!

직후, 길리텐더의 발밑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거대한 불기둥! 순수 에테르로 만들어진 그 불덩어리는 평범한 불보다도 더욱 화력이 거셌다.

“개자식아, 불은 못 버티겠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뒤로 한발자국씩 물러난다. 저 불덩어리는 어지간한 강체를 소유한 초능력자도 버틸 수 없다. 내가 가진 장비 중에서도 가장 비싼 장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주인공이었고.

나는 그 의미를 그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주인공 ‘길리텐더’가 극한의 화염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발현하였습니다.]

[주인공 ‘길리텐더’가 스킬 ‘화염 저항(D)’을 획득합니다!]

불길이 걷히며, 길리텐더가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여기저기 그을린 흔적은 있지만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허···대단한데···.”

“하하, 몰랐는데. 나는 불덩어리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모양이군. 이제 뭘 더 해볼 생각-”

그러나, 나는 이미 스무 발자국이나 뒤로 떨어진 상태였고.

“불내성이라.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다 쳐.”

바닥에 엎드리며, 격발기를 꾹 누른다.

“근데 E-17 크레모아에는 내성이 없겠지?”

“···뭐?”

짧은 폭발음 직후.

콰쾅······!!

전방의 모든 것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잠깐의 침묵 이후.

와아아아아!!!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 이럴 수가! 이게 무슨 일인가요! 30연승의 신화! 절대무적의 사나이! 길리텐더를 꺾고 새로운 챔피언이 등극하였습니다! 과연 그는 제국의 선택을 받을 것인······.

그런 소음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그저, 눈앞에 떠오르는 메세지에 홀려버렸으니까.

[33레벨의 주인공을 사냥하였습니다.]

[레벨이 2단계 상승합니다.]

[목표를 달성하여 원래의 세계로 귀환합니다.]

세상의 소음이 잦아들고, 다시금 내 원룸 자취방으로 이동된 나는 털썩 드러누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메세지는 꾸준히 출력되었다.

[수명이 330일 지급됩니다.]

[당신의 수명: 330일 15시간 21분]

[해당 주인공의 재능과 스킬을 랜덤으로 한 개 흡수할 수 있습니다.]

[흡수하시겠습니까?]

어쩐지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나는 그저 본능에 의존하여 입을 열었다.

“몰라, 알아서 해······.”

그러자 무언가 룰렛이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떠오르는 메세지.

[길리텐더의 재능 ‘검술 A+’를 흡수하였습니다!]

< 첫 번째 사냥 의뢰(2)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