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1)
북한 인민군 1군단 저격대대의 이영기 특무상사와 방유종 상사는 지난 1차 한중전쟁에서 서한국 상사와 인연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덕분에 북한 인민군에서 고구려군으로의 이동도 목전에 두고 있었고, 오늘 이 결혼식에도 서한국의 부탁에 민은정 중장이 나에게 허락을 얻어 둘 다 참석시켰다.
“곧 시작할 모양입네다.”
“그런 것 같네. 그런데 여기 한국 국방부 컨벤션이라는데 시설이 좋다.”
“여기가 아니라 더 좋은 호텔에서 할 수도 있었는데, 총비서 동지와 한국 대통령 그리고 민재인 위원장님이 참석하는 바람에 이곳으로 정한 것으로 압네다. 그래서 휴대전화 통화도 안
되도록 전파방해(jamming)까지 한 것 아닙네까.”
“총비서 동지의 안전을 위해서는 당연히 휴대전화와 여타 통신은 전파방해를 해야겠지.”
“당연히 그래야죠. 한데 이 결혼식 끝나고 어디부터 관광해야 합네까?”
“당연히 강남이지. 강남 스타일 모르네?”
“하면 강남 가서 우리가 배운 것과는 달리 한국이 얼마나 잘 사는지 보시고는 또 어딜 가고 싶습네까?”
“그다음에는 경복궁 가자우. 그리고 공화국에 없는 곳에도 가 보고, 공화국에 없는 음식도 먹어보고, 한국에서 제일 높다는 롯데월드타워에 가서 서울 야경도 보자.”
“좋습네다. 주머니가 두둑하니 꿀릴 것도 없습네다.”
“그렇지. 총비서 동지께서 휴가비 하라면서 민은정 중장님을 통해서 우리 각자에게 한국 돈으로 2천만 원을 주지 않았네. 그런데 이 돈 진짜 우리가 마음껏 사용해도 되는 거네? 나는
도무지 겁도 나고, 아니 너무나 영광스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인데 말이야.”
“그건 저도 그렇습네다. 그래도 민은정 중장님이 돈 주면서 서울에서 다 쓰고 즐겁게 놀다가 오라고 하지 않았습네까. 그러니 그렇게 하면 되지 않갔습네까. 또한, 아직 일부지만 이제
공화국 인민들도 서울은 물론 제주도 등 한국 관광도 허용해주고, 한국 국민은 개성,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에 이어서 평양까지 관광한 다음 마음껏 고구려로 이동할 수 있지
않습네까. 그러니 우리도 마음 편히 서울 관광하고 가시죠.”
“그래도 되겠지?”
“물론입네다. 그리고 이번에 복귀하면 또 언제 서울 와 보갔습네까. 그러니 재미있게 놀다 가시죠.”
북한 인민군 1군단 저격대대의 이영기 특무상사와 방유종 상사가 서한국 결혼식에 참석해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 찰나 그들의 옆에서는 북한 인민군 초나라 원정군 사령관이었던 박수일과
인민군 1군단장 등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또 그 옆에는 국군 1군단장 이철영 중장과 2군단장 강인철 중장 등 한국군이 있었고, 고구려군도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이 결혼식과 피로연이 끝나면 남북한과 고구려군은 합동군 창설을 위해서 다시 머리를 맞대야 했기에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 아니라 최초의 남북한 현역 군인의 결혼이라는 역사적인 사건
때문에 참석한 것이라고 해야만 했다.
그랬기에 장성들만이 아니라 남북한과 고구려의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인민무력부상과 총참모장, 고구려군 총사령관 등도 각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고, 민재인 고구려위원회 위원장과
이세연 대한민국 대통령도 자리를 잡고 축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민은정이 사회자 자리로 이동해서는 이렇게 안내 방송을 했다.
“곧이어 신랑 대한민국 육군 서한국 상사와 신부 북한 인민군 하수정 상사의 아름다운 결혼식을 거행하겠으니 내빈 여러분께서는 지정된 좌석에 착석해 주시고, 보안상 휴대전화 등의
통신기기는 전파방해로 사용할 수 없으니 이점도 널리 이해 부탁합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사회를 맡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호위사령부 민은정 중장입니다. 원래 사회는 신랑 서한국
상사의 친구 중 누군가가 맡아야 하나 신랑과 신부의 간곡한 부탁으로 제가 오늘 사회를 맡게 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신랑과 신부를 제가 소개해줘서 오늘 이 결혼까지
이르렀으나 아직도 두 사람에게 술도 한잔 얻어 마시지 못했습니다. 시쳇말로 중매를 잘 서면 술이 석 잔, 잘 못 서면 뺨이 석 대라는 말도 있고, 한국에서는 중매하여 혼인하게 되면
양복도 한 벌 맞춰 준다는데, 저는 아직 술도 석 잔 얻어 마시지 못했습니다. 신랑과 신부는 이 방송이 들리면, 반드시 사회자에게 술이라도 석 잔 주기 바랍니다.”
“하하하!”
“호호호!”
민은정 중장이 이 말을 하자마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이 방송을 들은 신랑 서한국은 얼굴이 빨개졌고, 신부 하수정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내빈 여러분, 이제 결혼식을 시작하겠으니 모두 지정된 좌석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식순에 따라서 지금부터 신랑 대한민국 육군 상사 서한국 군과 신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육군 상사 하수정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뜨거운 환영의 박수 부탁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례는 내빈 여러분도 어느 정도 짐작하시겠지만, 바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총비서이자
국무위원장이자 무력총사령관이신 김정은 동지이십니다. 이 북남 현역 군인 간의 최초의 역사적인 결혼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직접 주례까지 맡아 주십니다. 다시 한번 열렬한 박수
부탁합니다.”
쑥스럽게 소개까지 받고 난생처음 그러나 사촌 동생의 결혼식 주례를 하려고 단상으로 나아가서 앞에 서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나왔다.
신랑과 신부의 가족과 친척, 친구 등을 제외하면 남북한과 고구려의 실세들이 한가득 참석한 참 이상한 결혼식이었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니 나도 만면에 웃음이 지어졌다.
“그럼 식순에 따라서 양가 부모님의 화촉점화가 있겠습니다만, 그전에 대한민국 이세연 대통령님 역시 이 북남 간 최초의 현역 군인 결혼인 이 결혼을 빛내주시기 위해 곧이어 축사해
주실 예정이며, 고구려위원회 민재인 위원장님도 축사로 이 결혼을 빛내주실 것입니다. 이처럼 삼국의 최고 지도자께서 다 참석하신 이 결혼으로 장차 북남의 처녀와 총각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많이 결혼하기를 바라면서 화촉점화를 하겠습니다. 화촉점화!”
화촉점화에 이어서 신랑 입장이 있었는데, 그 전에 민은정이 신랑에게 뜬금없이 이렇게 물었다.
“신랑은 사회자의 말이 들립니까?”
“예!”
“그럼 신부 하수정 만세삼창을 힘차게 외치고 입장하겠습니다. 현역 군인이니 이 홀에 다 울리도록 힘차게 신부 하수정 만세삼창 실시!”
“실시! 하수정 만세! 하수정 만세! 하수정 만세!”
“목소리가 작습니다. 다시 한 번 더 하수정 만세!”
“하수정 만세! 하수정 만만세!”
“신랑 입장!”
민은정의 장난에도 서한국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씩씩하게 입장해 내 앞에 섰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 내가 김정은으로 환생인지 뭔지 하기 전에 철부지 같던 사촌 동생이 이제 어엿한 군인이 되어 장가도 간다는 생각이 들어 서한국을 한 번 더 유심히 쳐다봤다.
이어서는 저쪽 그러니까 신랑의 부모님 즉 내 외삼촌과 외숙모 등과 함께 앉아 있는 여동생 수진도 한번 쳐다봤다.
“씩씩한 신랑이 입장했습니다. 그럼 이제 이 결혼식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내빈 여러분께서는 뜨거운 환영과 축하의 박수 부탁합니다. 신부 입장!”
신부 하수정이 음악에 맞춰 입장하자 내빈들이 모두 열렬하게 손뼉을 쳤는데, 나도 그에 동조해 손뼉을 치면서 보니 신랑 서한국이 왜 저렇게 싱글벙글하는지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미인 친구 민은정 곁에 또 미인 친구라고 할 만큼 하수정은 예뻤으니 서한국이 보자마자 반했고, 이렇게 일사천리라고 할 만큼 결혼도 빨리하는 것이리라.
“신부의 미모에 반한 신랑이 신부를 맞이하러 가지도 않습니다. 내빈 여러분 신랑에게 격려의 박수 한번 부탁합니다.”
“하하하!”
민은정의 농담에 얼굴이 빨개진 신랑 서한국이 재빨리 걸어가서 장인께 큰절하고는 신부 하수정을 인도해 내 앞에 섰다.
“그럼 식순에 따라 신랑 신부 맞절이 있겠습니다. 신랑 신부 맞절!”
신랑 신부 맞절에 이어서 혼인 서약, 성혼 성언문 낭독 다음이 주례사였다.
“흠. 흠. 태어나서 주례를 그것도 공화국이 아니라 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하려니 긴장이 되는군요. 그전에 신랑 서한국 상사는 신부 하수정 상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고,
시쳇말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게 해주겠습니까?”
“예!”
“그 약속 안 지키면 저기 앉아 있는 인민군 총참모장에게 저격여단 보내서 신랑을 암살해버리라고 명령할 겁니다. 그러니 그 약속 반드시 지키세요. 그리고 신부 하수정 상사는 신랑
서한국 상사를 사랑하고, 아끼고, 존경하면서 역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잘 살겠습니까?”
“예, 총비서 동지!”
“그럼 이것으로 주례사를 마칩니다. 좋은 말 덕담은 이세연 대통령과 민재인 위원장께서 아주 많이 해줄 것으로 믿으면서 이만! 아, 마지막으로 신혼여행 경비는 내가 줄 테니까 잘
놀다가 건강하게 돌아와서 북남의 현역 군인들이 더 많이 이어질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아주기를 바랍니다. 두 사람 알아들었죠?”
“예!”
“그럼 둘이 잘 살고 아들딸 구별 말고 열 명만 낳기를 바라면서 이만 주례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주례사도 아닌 이상한 주례사를 하고 나서 잠시 마련된 좌석으로 이동하자 이세연 대한민국 대통령이 나와서 축사 즉 덕담했다.
그리고 민재인 고구려위원회 위원장의 덕담까지 이어지고 나자 축가 제창이 있었는데, 다른 이들이 아닌 국군 1군단 군악대였다.
그렇게 축사, 축가에 이어 신랑 신부 행진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국군 1군단 저격대대가 대대장 이여환의 지휘 아래 도열해 또 한바탕 신랑의 혼을 빼놓았다.
“이것으로 신랑 서한국 상사와 신부 하수정 상사의 결혼식을 모두 마치고, 옆 홀에서 피로연이 있을 것이니 내빈께서는 그대로 피로연장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신랑과
신부의 부모님과 친지, 친구 등은 사진 촬영이 있으니 잠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총비서 동지와 이세연 대통령님, 민재인 위원장님이 가장 먼저 신랑 신부와 기념 촬영을 하겠으니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결혼식은 그렇게 대청 마무리가 됐다.
그리고 피로연 장소에서는 신랑과 신부의 가족 친지, 친구만이 아니라 남북한과 고구려의 주요 인사들이 함께 진심으로 이번 결혼을 축하했다.
그래야 이후 진행될 남북한과 고구려의 통합이 더 원활해질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에 말이다.
그런데 민재인 위원장이 그 피로연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저격여단을 보내서 신랑을 암살한다니 그게 주례사요? 내 태어나서 그런 주례사 처음 듣소.”
“흠흠!”
“그건 그렇고 진짜 신혼여행 경비 다 줄 것이오?”
“예, 다 줄 겁니다. 그러니 축의금 적게 냈으면 좀 있다 신랑에게 더 주시기나 하십시오. 그리고 신혼집이 북경에 있으니 잘 좀 보살펴주시고요.”
“내가 아니라도 강수진 수석이 잘 돌봐 줄 것 같은데.”
“그럼 강수진 수석도 잘 좀 돌봐주고요. 아니면 진짜 저격여단 보낼 겁니다.”
“하하하! 알았소. 알았어. 그리고 이 피로연 끝나자마자 고구려와 남북한군 통합에 관해 의논토록 합시다. 진작에 해야 할 일이니 빨리빨리 매듭을 지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