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승리(8)
초나라의 항복 의식이 모두 끝나고 고구려와 남북한군도 어느 정도 정비가 된 다음 드디어 군정 사령관 서진성이 초나라 군정 사령부가 차려진 상해로 떠나기에 앞서서 고구려위원회 민재인
위원장이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초나라 군정 사령관 서진성이 인상을 구기면서 이렇게 대꾸했다.
“위원장님이 저를 끝까지 부려 먹으시려고 기어이 군정 사령관 자리를 맡겼다는 것 저도 잘 압니다.”
“부려 먹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나는 단지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도 하고, 고구려 국방국장도 하면서 쌓은 사령관의 능력을 높이 사서 그 자리에 내정한 것뿐인데. 그러니 그런 오해는
하지 마시오.”
“오해할 겁니다. 영원히.”
“하하하!”
“위원장님, 지금 웃을 때가 아닙니다. 저는 군정 사령관 하는 내내 휴가도 못 가고, 쉬지도 못하고, 짱깨하고 씨름해야 합니다. 그러니 웃을 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럼 군정 사령부에서 일하는 초나라 애들부터 확실하게 잡아 놓고 시작하시오. 그럼 사령관이 휴가 가도 사령부는 잘 돌아갈 것이 아니요.”
“짱깨들이 제 말대로 바로바로 움직이겠습니까?”
“그렇게 만들면 되지. 사령관은 군인 출신 아니요. 그러니 그렇게 만드시오. 마치 소위 계급장 달고 소대장으로 첫 부임 받았다고 생각하고 말이오.”
“소위 때로 돌아가서 소대원들 군기 잡는다고 생각하고, 짱깨들 조지면···.”
서진성 고구려 국방국장 이제는 초나라 군정 사령관이 이 말을 하면서 희미하게 웃자 민재인 위원장도 희미하게 마주 웃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서진성은 초나라 군정 사령부가 있는 상해로 떠났다.
그 상해에는 고구려와 남북한의 특전사령부 예하 1개 여단 총 3개 여단이 이미 군정 사령부를 차리고 있었고, 상해 인근의 강소성에는 대한민국 해병대가 자리 잡고 있으면서 군정
사령부를 지원하고 있었다.
남경에는 대한민국 특전사령부가 있었고, 인민군 1군단은 산서성에 주둔하고 있었기에 그들 역시 언제든지 군정 사령부를 지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구려군은 산서성과 하남성, 강소성 등에 나누어 배치되어 있었기에 역시 얼마든지 군정 사령부를 지원할 수 있었다.
또한, 고구려와 남북한에서 가려 뽑은 군정 사령부에서 일할 요원들에 지금 전범으로 군사재판을 받는 초나라의 전 주석 이극강과 부주석 등모량을 뺀 나머지 초나라 정부 요인들도
있었다.
이 조처는 원활하게 초나라를 군정 통치할 목적으로 그들을 그대로 기용한 것으로 그 때문에 전 초나라 외교부장 조옥성과 공안부장 조극지 등도 계속 자리를 지키면서 군정 사령부에서
일하게 됐다.
위구르 군정 사령부, 왜 군정 사령부에 이은 초나라 군정 사령부까지 그렇게 본격 활동에 들어갔으나 초나라 사정은 좋지 못했다.
거의 모든 공장이란 공장은 파괴된 것은 물론 피난민들 때문에 주택난부터 식량난에 치안까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산발적으로 시위와 폭동도 그치지 않았다.
하나 곧 공안 특히 무장 공안에 의해 그 시위와 폭동은 가차 없이 진압되었고, 고구려와 남북한에서 지원한 식량을 풀어서 식량 부족분을 충당했다.
그런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초나라에 고구려와 남북한을 이식하는 작업이 진행되었으니 가장 먼저 한국어가 확고하게 공용어로 지정된 것이었다.
거기다가 원화가 통용화폐로 자리를 잡고, 모든 결제 수단에 원화가 사용되자 미국이 또다시 딴죽을 걸고 나왔지만, 고구려는 역시 한마디로 미국의 요구를 일축해 버렸다.
그 바람에 이제 위구르, 초나라, 왜, 고구려와 남북한, 홍콩과 마카오 등과 무엇이든 거래하려면 무조건 원화로 결제해야만 했고, 그럴수록 원화는 달러화의 지위를 위협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런 가운데 서울에 있는 대한민국 국방부 컨벤션에서 아주 역사적인 결혼식이 열렸다.
그리고 그 결혼식에 나는 주례로 참석했고, 그 바람에 대한민국 이세연 대통령도 축사를 위해 참석했으며, 민재인 위원장도 역시 축사를 위해 참석하는 바람에 국방부 컨벤션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김 총비서는 이혼했다면서 무슨 주례를 한다고 서울까지 와서는···.”
“예, 이혼했습니다. 했고요. 그래서 뭐 주례 못하라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이세연 대통령님 대한민국에 그런 법 있습니까?”
“없습니다. 없으니 두 분은 그만 싸우십시오. 이 좋은 결혼식에 축사하러 와서 싸우시면 그건 추태입니다. 추태!”
“흠!”
“그런데 김 총비서님은 정말로 이혼했습니까? 하면 그분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예, 정말 이혼했습니다. 했어요. 그리고 전 아내와 딸들과 동생 김여성 가족과 일가친척은 모두 스위스로 망명했고, 곧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 대통령님이 잘 좀 살펴주십시오.”
“정말 그렇다면 제가 스위스 대사에게 전화라도 하겠습니다. 또한, 스위스 정부에도 특별히 그분들을 보살펴달라고 부탁도 하겠습니다.”
이세연 대통령의 이 말을 들은 민재인 위원장도 끼어들었다.
“그런 일이라면, 우리 고구려도 그냥 있을 수는 없으니 그 사람들과 김 총비서 애들은 더 걱정하지 마시오. 하면, 이제 김 총비서는 민은정 중장과 재혼하는 거요? 그렇다면 그
주례는 내가 맡아 주겠소. 하하하!”
눈치 없는 이세연 대통령이 그 말에 놀라서 눈이 동그래져서는 이렇게 물었다.
“정말 민은정 중장과 재혼하십니까?”
“민재인 위원장이 나를 놀리려고 농담한 것이니 오해하지 마시고, 우리 총참모장 이하 박수일 사령관 등이 이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다 왔으니 이번 기회에 우리 삼국의 해군부터 아예
합동 해군으로 재편성합시다. 그런 다음에는 공군도 합동 공군으로 하고, 그 이후에는 육군까지 합동군으로 나아갑시다. 어떻습니까?”
“우리 고구려는 찬성이오. 그리고 그 합동군 창설 비용과 기존 군 재편 비용, 새로운 무기 도입 비용 등 때문에 안 받아도 되는 전쟁배상금을 초나라에 각 200조 원 합쳐서
600조 원을 책정하여 받아내려고 하는 것이니까 말이오.”
“고구려와 북한이 찬성하면 우리 대한민국도 찬성입니다. 그리고 합동 해군부터 창설하자는 제안도 좋은 것 같으니 이 결혼식이 끝나면 각국의 주요 군 인사들이 모여서 토의토록
하시죠.”
“그럼 그렇게 하시죠.”
결혼식을 기다리면서 민재인 위원장, 이세연 대통령과 내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찰나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서한국 상사는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수진이 기어이 이렇게 말하고 나왔다.
“그렇게 좋냐? 아예 입이 귀에 걸리겠다.”
“당연하지. 그러니 수진이 너도 부러우면 그 서민재 대위와 결혼해라. 누가 안 말린다.”
“헛소리하지 마라.”
“뭐가 문제냐?”
“시끄럽다.”
수진이 막 이렇게 말하는 순간 신랑대기실로 대한민국 육군 정복을 입은 일단의 무리가 들어섰는데, 그중에는 박인철 중사도 있었다.
그런 그가 수진을 보고는 놀라서 이렇게 거수경례부터 하고는 말했다.
“충성! 대한민국 육군 중사 박인철입니다. 한일전쟁과 2차 한중전쟁에서 서한국 상사님의 파트너로 참전했습니다. 그 덕분에 강 수석님 이야기 제법 들었는데, 오늘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예. 저도 반가워요. 그리고 전투하랴. 한국이 쟤 장단 맞춰 주랴. 잔심부름해주랴. 고생이 정말 많았겠어요. 쟤가 보통 까다로운 애가 아니라 정말 고생했을 것 같아요.”
“아, 아닙니다.”
“아니기는 제가 다 알아요. 정말 고생하셨어요.”
“야! 내가 뭘 어떻게 했다고.”
“너는 안 봐도 훤하다. 그리고 대대장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죠?”
“저보다는 서 상사와 여기 박 중사가 고생했죠. 그리고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주신 강수진 수석님과 남북한과 고구려의 군 관계자들이 더 고생했죠.”
저격대대장 이여환의 이 말을 들은 서한국이 발끈하고 나왔다.
“아니, 대대장님. 최전방에서 싸운 우리가 고생했지. 뒤에서 논 강수진이 무슨 고생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혹 또 강수진이 협박이라도 했습니까?”
“협박이라니 그런 것 없었네. 그리고 강수진 수석님이 협박이나 할 그런 사람인가.”
“헐! 이제 대대장님도 제 편이 아니라 강수진 편을 드시네요.”
“대대장님, 이해하세요. 쟤가 저런 애니까. 그런데 오늘은 장가를 간다니 참.”
“뭐라고?”
수진의 말의 서한국이 다시 발끈하는 바람에 신랑대기실에 있던 모두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서한국이 박인철 중사를 꼭 집어 이렇게 말했다.
“야, 박 중사. 너는 내 편을 들어야 할 것 아냐. 전장을 함께 누빈 파트너가 강수진 편을 들면 되겠어. 그리고 신부대기실에는 다녀왔어?”
“아직 안 갔다 왔습니다.”
“그럼 신부대기실부터 가라. 가서, 우리 수정 씨 친구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 있으면 찍어. 하면 내가 피로연에서 바로 소개팅해준다. 그러니 빨리 가라. 가. 늦으면 늦을수록
다른 놈이 찍을 확률이 높다. 알아.”
“아, 예, 알겠습니다.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박인철 중사가 그 말에 황급히 신랑대기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먼저 들어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민은정 중장이었다.
그렇게 그녀를 처음 보게 된 박인철 중사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한동안 멍하니 그녀만을 바라보고 서 있다가 이렇게 나왔다.
“충성! 대한민국 육군 중사 박인철입니다. 한일전쟁과 2차 한중전쟁에서 서한국 상사님의 파트너로 참전했습니다. 그 덕분에 민은정 중장님 이야기 제법 들었는데, 오늘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이 아니라 가문의 영광입니다. 영광입니다.”
수진을 처음 볼 때와 거의 비슷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박인철 중사에게 민은정이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한국 동생의 전우를 만나게 되어 저도 영광이에요. 그런데 어디 가시려고?”
“아, 아닙니다.”
그걸 본 서한국이 또 나섰다.
“박 중사. 그냥 가라 가. 민은정 중장님은 수정 씨 친구분 중에서 열외니까.”
“······.”
박인철 중사가 이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빨개지는 찰나 민은정이 서한국에게 이렇게 물었다.
“동생, 사회에 더 추가할 것 있어?”
“없습니다. 그러니 민은정 중장님 마음대로 하세요.”
“그런데 내가 아니라 동생 친구나 동료가 사회 보아야 하는 것 아냐?”
“원래는 그렇지만, 항상 예외라는 것도 있고 이 결혼이 또 보통 결혼도 아니니까 그냥 민은정 중장님이 봐주세요. 우리를 소개해준 사람도 민 중장님이고, 민 중장님은 수정 씨
친구이자 어떻게 보면 또 제 친구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친구가 아니라 누나지. 호호호!”
“그게 또 그런가요. 하하하!”
서한국과 하수정의 결혼식 사회는 이처럼 민은정이 맡기로 되어 있었다.
서한국의 말처럼 이 결혼은 그냥 보통의 결혼이 아니라 남북한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결혼식으로 주례까지 나 즉 김정은이 맡았고, 이세연 대한민국 대통령과 민재인 고구려위원회 위원장이
또 축사까지 하기로 한 결혼식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남북한 현역 군인 최초의 짝이 결혼하는 것이니 어디 보통의 결혼식이겠는가.
그리고 이 결혼식을 계기로 남북한의 수많은 처녀와 총각들이 이처럼 결혼할지도 몰랐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