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승리(4)
국군 1군단 저격대대 서한국 상사의 맞은편 그러니까 초나라 강소성 해문시 삼양진 외곽에서 공군의 폭격을 지켜보면서 투덜거리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대한민국 해병대 1여단 1대대
1중대 1소대장 표정혁이었다.
“아파치의 공격에 이어서 120mm 자주박격포와 K-9 자주포, K-239 천무 다연장로켓의 포격에 이어서 공군 아새끼들이 벙커버스터 공격까지 하더니만 이제는 또 뭐냐? 뭐
투하하는 거냐고?”
“······.”
폭격하는 전투기들이 어찌 그 물음에 대답하겠는가.
그래도 표정혁은 계속 물었는데,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부소대장 박학수 중사가 끼어들어 이렇게 말했다.
“GBU-15와 GBU-24 등 벙커버스터와 MK-82, MK-83 일반폭탄이겠죠. 그래야 벙커버스터는 지하에 숨은 놈들을 날려버리고, 여타 일반폭탄은 이미 무너진 건물 잔해에
숨은 놈들을 날려 버릴 것이 아닙니까.”
“제기랄. 아무튼 그렇겠죠.”
“예, 그러니 마음 놓으시고, 커피나 한잔 드십시오. 저 폭격이 끝나면 또 진격해야 할 것이니 말입니다,”
“무슨 커피?”
“소대장님이 좋아하는 커피믹스입니다.”
“그렇다면.”
부소대장 박학수 중사가 타주는 종이컵을 받아 든 표정혁은 공군의 폭격 때문에 뒤로 물러나 잠시 자리를 잡고 쉬는 반쯤 무너진 상가 건물에서 컵에 든 커피를 홀짝이면서도 전투기들의
폭격을 쳐다봤다.
“소대장님, 저 폭격이 끝나고 우리가 다시 진격하면, 이 강소성 전투는 끝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그렇겠죠. 그런데 과연 저 폭격으로 민병이나 초나라 놈들이 싹 정리가 될까요?”
“그렇지는 않겠죠. 분명 살아남는 놈들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다시 진격해야죠.”
“짱깨들이 쪽발이들보다 질기기는 질긴 인간들이라는 것을 이번에도 절실히 느끼니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 많은 놈들이 살아남아 있다가 우리가 진격하면 덤비겠죠. 분명히.”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산서성 인민군들 소식은 좀 들었습니까?”
“부소대장이 아는 것 이상은 없습니다.”
“그럼 황하에 저격여단이 공중강습한 이후의 소식은 모른다는 말씀입니까?”
“예, 그 이후 소식은 들은 것이 없으나 저격여단 애들이 황하에 갔으니 그쪽 전투도 곧 끝나지 않을까요. 인민군 애들이 우리보다 더 화끈하게 싸우니까요.”
“인민군이 우리 해병대보다 화끈하게 싸운다는 말 중대장님이나 대대장님이 들으면, 또 한소리 하겠습니다.”
“사실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우리밖에 없는데, 부소대장이 고자질하지 않으면 어찌 중대장님이나 대대장님이 알겠습니까.”
표정혁이 이렇게 말한 다음 진짜 중대장 노진수가 대한민국 해병대보다 인민군들이 더 화끈하게 싸운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또 뭐라고 할 것 같아서 그 생각을 얼른 지우고는 전투기들의
폭격을 한동안 지켜봤다.
“제가 아니라 애들이 고자질할 수도 있습니다.”
“애들이요?”
“예, 중대장님이 와서 애들 잡고, 소대장님이 자기 욕 안 했느냐고 물으면 태반이 안 했다고는 할 것 같은데, 얼렁뚱땅 인민군이 우리 해병대보다 잘 싸운다는 이야기는 했다고 할지도
모르니···.”
“설마요.”
“소대장님이 말 많다는 것을 이용해서 중대장님이 적절히 유도 신문하면 넘어갈 애들 있을 겁니다.”
“그럴 애들은 절대 없다고 믿고. 야! 다들 푹 쉬어. 그래야 다시 싸우지. 그리고 중대장님이나 대대장님이 와서 뭐라고 물으면 내 말은 절대 하지 마라. 다들 알았냐!”
한쪽에서 쉬고 있는 소대원들에게 이렇게까지 말한 표정혁은 그래도 입맛이 쓴지 인상을 잠시 찌푸렸다.
그런 다음 자기는 말이 많은 것이 아니라 꼭 해야 할 말을 참지 않고 하는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에 열중했다.
그때 또 자기 합리화에 열중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었다.
1차 한중전쟁에서는 남북한을 돕고, 참전까지 해서 티베트를 수중에 넣었다.
한일전쟁에서는 오키나와 할양을 바라면서 주일미군을 오키나와, 괌, 하와이 등으로 철수해서 남북한과 고구려가 일본을 침공하도록 사실상 묵인하고 방조했다.
그러나 그 선택은 현시점에서는 정책적 실패 또는 정치적 실패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왜냐하면, 일본이라는 호구를 영원히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티베트와 동남아해(남중국해) 그리고 중국을 완전히 주저앉혔고, 2차 한중전쟁이 벌어지는 지금은 영원히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더 주저앉히고 있었으니 그것으로 호구 일본에서
잃어버린 것을 점진적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예상과는 달리 일본이 잠시간의 군정 통치가 아닌 남북한과 고구려의 완전한 식민지 지배하에 놓여 버렸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위구르처럼 5년간의 군정 통치 이후 자치권을 주는 것으로 한일전쟁을 마무리 지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한 것이다.
그것으로 일본을 잃어버린 손해는 더 오래갈 것이고, 아니 어쩌면 영원히 그 손해를 만회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중국을 완전히 주저앉힌 것은 좋았으나 그 자리를 남북한과 고구려가 차지할 것 같았고, 티베트와 동남아해에서의 이익은 아직 가시적으로 실현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고구려가 초나라에 제안한 항복 조건은 정말 지금 초나라가 사용하는 간체자를 버리고 고구려와 남북한이 사용하는 전통 한자 정체자 사용, 한국어를 공용어로 지정하는 것, 그리고 자체
통화발행권 박탈, 고구려군과 남북한군이 현재 장악한 영토에 대한 주권 포기뿐입니까?”
대통령 바이든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자 오늘 즉 백악관에 모여 2차 한중전쟁에 관한 논의하던 국방부 장관 오스틴이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대답한 것은 대통령 바이든이 아니라 국무장관 버핏이었다.
“고구려 부위원장 김명남과 조금 전 통화했는데, 현재 고구려가 제시한 항복 조건은 그것이 다입니다만, 어디 그것뿐이겠소.”
“그것만 해도 무시무시한데, 그럼 그것 말고도 뭐가 더 있다는 겁니까?”
“적어도 일본처럼 군정 통치를 가장한 직접적인 통치가 있지 않겠소.”
“그럼 일본에 이어서 초나라도 군정 통치를 가장한 식민 통치를 한다는 말이오?”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오.”
“그들 한·중·일 3국은 무슨 원수가 그렇게 졌기에 전쟁도 모자라서 이제는 이 21세기에 식민 통치까지 한다는 말이오.”
“아직 그들 한·중·일 3국의 역사도 공부하지 않았소. 그러고서 무슨 그들에게 맞는 국방정책을 펼친다고···.”
국무장관 버핏과 국방부 장관 오스틴의 이야기를 듣던 국토안보부 장관 알렉한드로가 끼어들었다.
그때까지 대통령 바이든은 뭔가를 생각하느라 아무 말이 없었고, 백악관 안보 보좌관 에이브람스와 비서실장 클레인은 둘의 대화만 유심히 듣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백악관 참모들은 한·중·일 3국의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한 상태였는데, 그것은 바이든이 지시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야지만 한·중·일 3국에 대한 올바른 정책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이유였으나 그 정책적 판단이 자꾸만 어긋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일본을 군정 통치 형식을 빌린 식민 통치하는 것까지야 나도 그동안의 한일관계를 비추어보면 조금 이해가 되는데, 초나라까지 그런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소. 과거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제법 가깝게 지냈고, 북한과 중국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으니까. 지금이야 1차 전쟁으로 서로 원수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식민 통치까지야.”
“도대체 한중관계에 관한 공부는 한 것이오. 그리고 1차 전쟁으로 서로 원수가 되어 2차 전쟁까지 하는 마당에 식민 통치 못 할 것은 또 무엇이오.”
국토안보부 장관 알렉한드로가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하자 버핏이 이렇게 비아냥거렸다.
그러자 알렉한드로가 불끈해서 입을 열려는 순간 바이든이 생각을 정리했는지 이렇게 먼저 말했다.
“모두 한·중·일 3국에 대해서 더 공부해야겠군.”
“그것이···.”
“우리는 애초에 한국이 일본을 잠시 군정 통치 길게는 약 5년간만 군정 통치한 이후 자치권을 주어 예전처럼 국가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줄 줄 알았지. 그리고 그러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지만, 현시점에서 그것이 우리의 오판이었음은 다들 알 것이야.”
그동안 자기가 내린 결정에 대한 자기 합리화에 열을 올리고, 또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 한동안 골몰하는 것 같았던 바이든이 이렇게 실책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비서실장 클레인이
가장 놀랐다.
그건 안보 보좌관 에이브람스도 마찬가지여서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아,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우리가 결정한 일 모두가 실패했다는 것은 아니야. 중국을 초나라로 만들고, 완전히 주저앉혔으니까 그건 성공한 것이고, 티베트도 손에 넣는 등등 가시적인
상과도 있었으니까.”
“하나 남북한과 고구려가 초나라까지 완전히 손에 넣고 식민 통치하면 장기적으로 우리의 이익이 침해될 것이고, 혹 그들이 예전 중국의 위상을 차지하고 우리의···.”
“그럴 가능성은 있지. 하나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더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해. 즉 일본을 잃어버려 우리가 입을 피해를 초나라에서 만회해야 한다는 말이야. 그것이 안 되면
남북한과 고구려에서 그 손해를 배상받아야지. 그래야 우리가 한일전쟁을 전쟁을 묵인하고, 방조한 것에 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지. 또한 그래야지만, 저 떠들기 좋아하는 워싱턴의
호사가들이 한일전쟁에 관한 우리의 결정을 정책적 실패 또는 정치적 실패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 아닌가.”
“그럼 고구려와 초나라의 항복 협상에 우리가 개입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개입해야지. 그래서 우리의 국익을 우선으로 취해야지.”
“하면 고구려 부위원장 김명남과 다시 통화부터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해. 그럼 나는 민재인 위원장과 이세연 한국 대통령과 통화를 할 테니까. 그리고 알렉한드로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한·중·일 3국의 올바른 역사 공부부터 좀 해. 그래야
남북한과 고구려 왜 그렇게 일본과 초나라를 식민 통치까지 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것 아닌가. 그래야 앞으로 제대로 된 정책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니까.”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자기가 내린 결정에 대한 자기 합리화에 열을 올리다가 또 실책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다가 결국에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이렇게 말하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진심으로 하는 행동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회의가 끝나려는 찰나 국토안보부 장관 알렉한드로가 이렇게 물었다.
“올바른 역사 공부라면 한국의 처지에서 바라보는 역사를 말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북한의 처지에서 바라보는 역사를 말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고구려의 처지에서 바라보는 역사입니까?”
“그걸 지금 몰라서 묻는 건가.”
“남북한과 고구려가 같은 시각으로만은 역사를 바라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왜?”
“각자의 생각은 항상 다른 법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들 나라가 지금은 일치단결해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모든 것이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모르기는 몰라도 항복 협상에도
이견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지만 말입니다.”
“CIA보다 더 많은 정보를 취급한다는 장관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다니. 이거 아주 실망인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관의 말처럼 각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 이 안에 있는 우리도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이야기하지만, 서로의 생각이 다르듯이. 그러나 그건 일반화일 뿐이야. 저들 남북한과 고구려가
초나라에 가지는 생각은 그런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거든. 그래서 내가 올바른 역사 공부를 하라고 한 것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고구려를 아나. 지금의 고구려 말고 그 예전 그러니까 기원전에 건국되어 서기 668년 중국 당나라에 멸망한. 그리고 그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까지 서기 926년 멸망한 이후 남북한
그러니까 한민족은 현 고구려 요동도를 영원히 잃어버렸지. 그러나 그들 한민족의 마음속에는 언젠가는 그 요동을 되찾아야 한다는 열망이 지난 1,000여 년이 넘는 시간 속에 언제나
있었어. 그런데 천신만고 끝에 그런 기회가 온 거야. 그리고 그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박에 요동을 수복하고, 요서를 지나 북경까지 진격해서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항복을
받고 1차 전쟁을 중단했지. 하나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어. 왜일 것 같은가. 이유는 바로 지난 역사적 교훈에서 배운 것이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2차 전쟁을 일으켰고, 이제는
초나라 산서와 강소성을 장악하고, 그곳의 모든 초나라인을 1차 전쟁에서처럼 몰아내고 있네. 그래야 그 땅이 영원히 한민족의 땅이 될 것이고, 그것이 역사에서 배운 교훈이니까. 만약
그들이 지금까지 장악한 옛 중국의 영토에서 중국인들을 쫓아내지 않고, 그대로 통치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