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승리(3)
2차 한중전쟁 개전 초 초나라 육군은 산서성에서 그야말로 결사 항전을 선택했고 민병들도 이에 가세했으며, 초나라 공군 일부는 이들을 지원했다.
그러나 막강한 북한 인민군에 밀리자 결사 항전은 말 그대로 결사항전일 뿐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고, 그렇게 결사 항전을 선택한 이들은 거의 모두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하지만, 이 초나라 육군 1여 1영 3연(連)의 연장(連長) 이위강과 가진동 상등병처럼 작전상 후퇴 즉 패퇴하는 이들도 많았다.
“언젠가 우리가 위대한 중화를 꽃피울 기회가 다시 오겠죠.”
“그렇겠지.”
“그럴 것입니다. 반드시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 내십시오. 연장.”
이위강과 가진동이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며 북한 인민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저격여단이 장악한 초나라 산서성 운성시 평륙현 반남촌 황하대교가 아닌 그보다 더 서쪽 그러니까 북한 인민군이
없는 삼문협 황하공철양용대교로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들의 꿈과 그들의 희망은 거기서 끝나고 말았으니 바로 북한 인민군 항공작전사령부 예하의 AH-1 청룡 공격헬기 18대가 그들의 상공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북한 인민군 초나라 원정군 사령관 박수일이 부른 인민군 항공작전사령부의 AH-1 청룡 공격헬기는 18대였고, AH-2 적룡 공격헬기도 18대였다.
그중에서 이 청룡 공격헬기 18대는 저격여단을 근접항공지원 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그들을 피해 서진하는 초나라군과 민병들을 공격하려고 나타났다.
“피하십시오.”
“어디로···. 아니, 피하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 가진동.”
“그래도 피하십시오.”
가진동 상등병이 연장 이위강에게 이렇게 말하는 그 순간 AH-1 청룡 공격헬기가 발사한 30mm 기관포가 그들 주위를 초토화하기 시작했다.
이어서는 로켓까지 우두둑 떨어져 내리면서 그들과 또 그들과 같이 삼문협 황하공철양용대교로 향하던 민병 등이 우수수 죽어 나갔다.
그래도 청룡 공격헬기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이어서는 천검 대전차 미사일까지 무차별로 발사해 민병 등이 탄 차량을 모두 구워버렸다.
“연장!”
“······.”
30mm 기관포 사격과 이어진 로켓 공격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이위강이 곁에서 터진 천검 대전차 미사일 폭발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지 못하자 가진동이 그를 애타게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아니, 더는 대답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하나 그 가진동도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다.
“큭!”
한소리 답답한 신음과 함께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 가진동의 머리 위로 청룡 공격헬기가 날아가면서 30mm 기관포를 연사하고 있었으니 그도 그 기관포 중 1발을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그렇게 북한 인민군 초나라 원정군에 패퇴해 황하 건너 도망치려던 초나라 육군 1여 1영 3연(連)의 연장(連長) 이위강과 상등병 가진동은 황하를 건너지도 못하고 둘 다 사살당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후퇴한 초나라군과 민병 등도 청룡 공격헬기 18대의 공격에 태반이 사살당해 삼문협 황하공철양용대교로 멀쩡하게 이동하는 이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었다.
그때 이들 청룡 공격헬기와는 달리 북한 특수전사령부 예하 저격여단을 근접항공지원하는 AH-2 적룡 공격헬기들은 고구려군 2기갑군단 4여단을 도와 황하대교를 건너려고 후퇴한
초나라군과 민병에게 불벼락을 안기기 시작했다.
그럼으로써 한숨을 돌린 저격여단은 정찰여단과 21기계화보병사단의 지원군이 올 때까지 어느 정도 기다릴 여유가 생겼다.
***
국군 1군단 저격대대 서한국 상사와 박인철 중사는 여전히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 통주구 동사진 인근에서 싸우고 있었는데, 서한국 상사 그가 1차 한중전쟁과 한일전쟁 그리고 이 2차
한중전쟁에서 저격한 적군은 총 220명이나 됐다.
얼마 전까지 205명을 저격했다고 잠시 쉬자고 했던 서한국 상사는 그 이후 계속 나타나는 민병 등을 제거하면서 기어이 220명이나 저격했다.
“명중, 드디어 220명입니다. 서 상사님.”
“표적이나 찾아. 짱깨들 제법 많다.”
“오케이.”
“적은?”
“방금 저격한 놈 우측으로 50m, 담장 뒤에 숨어서 RPG-7만 내놓고 있는 놈. 확인?”
“확인.”
“그럼 쏘십시오. 저놈이 221번째입니다.”
서한국 상사의 저격소총이 그렇게 다시 한번 불을 뿜었으면서 담장 뒤에 숨어서 RPG-7 즉 69식 화전통만 내놓고 있던 민병의 머리가 날아갔다.
그리고 그 저격으로 221번째 저격에 성공한 서한국 상사는 자리를 옮겨가면서 차곡차곡 기록을 세우고 있었으니 이 전쟁이 끝나기 전에 얼마나 기록을 더 세울지는 몰랐다.
하나 이들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국군 1군단 1기갑사단과 5기계화보병사단 등의 여타 부대가 싸우고 있었고, 상해 앞바다 장흥도 등에 상륙한 대한민국 해병대와 남북한과 고구려
합동 해군 소속 해병대도 싸우고 있었다.
그러니 그렇게 많은 전과를 올리기 전에 이 강소성에서의 전투는 한국군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컸다.
“명중. 그리고 방금 죽은 놈 뒤쪽 약 100m, 빨간 벽돌 이층집 옥상에 소총 든 또 한 놈 있습니다. 확인하십시오.”
“확인했음.”
“그럼 쏘십시오.”
222번째 저격을 그렇게 성공한 서한국 상사가 박인철 중사에게 다시 표적을 획득하려고 할 때 저격대대장 이여환이 대대 전체의 이동을 명령했다.
그 바람에 더 저격 기록을 세우지 못한 서한국은 대대장 이여환이 지정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그렇게 이동하다가 다시 2명을 더 저격했으니 초나라군이 아닌 어중이떠중이에 전쟁 이전에는 총이라고는 한번도 잡아보지 못한 민병들은 그저 그의 저격 기록만 세워주는 단지
표적일 뿐이었다.
“충성!”
“그래, 고생했다. 따뜻한 커피와 컵라면에 전투식량도 있으니 우선 좀 먹고, 일단 한숨 돌려. 군단장님이 우리 대대에 특별히 보냈다고 하니까.”
“예, 대대장님.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전투에서 빠져도 되는 것입니까?”
“곧 공군이 대규모 폭격을 한다. 그러니 우리만이 아니라 근처의 다른 부대도 안전지대로 물러났다. 하니 잠시라도 쉬어. 며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싸웠잖아.”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충성.”
서한국이 대대장 이여환에게 인사하고 돌아서는 그 즉시 박인철 중사가 잽싸게 종이컵에 담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대대장님이 뭐라고 했습니까?”
“공군이 폭격한다고, 우리에게 잠시 쉬란다. 그런데 이 커피는 어디서 난 거야?”
“저기 커피차 안 보이십니까?”
“커피차. 전쟁터에 무슨 커피차야.”
“복지단 애들이 끌고 왔죠. 물어보니 군단장님께서 특별히 보냈답니다. 우리 대대를 위해서. 혹시 서 상사님 때문이 아닐까요.”
대대장 이여환이 대대를 위해서 군단장 이철영이 특별히 보냈다는 말은 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는데 박인철 중사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건네자 모르는 척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고, 라면은?”
“커피부터 드시면, 라면 대령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닙니까? 서 상사님에게 점수 따려고 군단장님이 커피차 보낸 것 말입니다.”
“말똥 세 개도 아닌 별이 세 개다. 그런 양반이 뭐가 아쉬워서 나에게 점수 따냐. 그러니 그런 헛소리 하지 말고, 이왕 쉬는 김에 푹 쉬게 좋은 자리부터 잡고, 라면 먹자.”
“서 상사님 뒤에는 고구려의 최고 실세 강수진 수석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군단장님도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죠.”
“헛소리하지 말고, 자리 안 잡아? 인민군 여군 소개 안 해준다.”
박인철 중사가 그 말에 화들짝 놀라 얼른 쉴 수 있는 자리를 보러 뛰어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서한국은 자신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뒤에는 언제나 강수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아마도 군단장 이철영도 그것 때문에 이 전쟁터 한복판이자 자기가 속한 저격대대에 커피차를 보냈을 것이다.
이 전쟁이 끝나고 다시 강수진을 만나거나 아니 그전에 분명히 다시 열릴 승전축하연회에서 민은정 소장, 자신과 함께 만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고작 상사 계급장을 달고 무슨 승전축하연에 참석할 수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강수진은 분명 자신을 참가시킬 것이다.
그럼 그때 강수진은 분명히 자신에 대해서 군단장 이철영에게 무엇인가를 물을 것이다.
그래서 군단장 이철영이 커피차를 다른 부대도 아닌 자신이 속한 저격대대에 특별히 보냈으리라는 것이 서한국의 생각이었다.
어떻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박인철 중사가 고른 자리에서 라면까지 먹고, 잠시 눕는 그 순간 요란한 굉음과 함께 한국 공군의 F-1 삼족오 전투기들이 줄줄이 그의 머리 위를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 뒤에 그의 귀는 물론 저격대대원 모두의 귀에 엄청난 폭발음이 들린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 바람에 누웠던 저격대대원 태반은 일어나 폭음이 들려오는 곳을 쳐다봤지만, 서한국과 박인철은 그래도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이 달콤한 휴식이 끝나는 순간 또 잠도 못 자고 전장에 투입될 것을 뻔히 알았기 때문이다.
“2대대 폭탄 투하!”
“투하!”
한국 공군 제3전투기사단 1여단 2대대장 주정훈의 명령에 1대대에 이어서 2대대의 F-1 삼족오 전투기 20대가 줄줄이 달고 온 MK-82 500파운드 일반폭탄을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 통주구 동사진 일대에 투하했다.
1대대 20대의 F-1 삼족오 전투기에 이어서 2대대 그리고 3대대, 4대대, 5대대 총 100대의 전투기가 그렇게 MK-82 500파운드 일반폭탄을 무차별로 투하하고 나니
이번에는 이 한국 공군 3전투기사단 소속 F-35A 전투기 70대가 나타나서는 다시 폭격을 퍼부었다.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 통주구 동사진 일대가 그렇게 초토화되는 순간 그 인근의 이갑진, 삼여진 등도 초토화되기 시작했으니 이 공격에는 한국 공군 5전투기사단의 F-1 삼족오 전투기
100대와 F-35A 전투기 70대가 투입됐다.
그리고 6전투기사단의 F-1 삼족오 100대와 F-16 70대, F-15K 20대는 남통시 숭천구(崇川區) 일대를 맹폭격했다.
그렇게 남통시 통주구와 숭천구 일대의 미점령지에 대한 맹폭격이 끝나자 그나마 남아있던 건물도 모조리 무너져 제대로 남아난 것이 없을 지경이었다.
“저 폭격을 받고도 살아남은 초나라군과 민병 놈들이 있겠죠? 그래서 우리가 다시 진격하면 기어 나와서 총을 쏘겠죠?”
“그래, 그리고 인간은 그리 쉽게 죽지 않아. 특히 저들과 같이 비뚤어진 애국심과 이념 등으로 똘똘 뭉친 자들은 더욱더.”
“우리가 보기엔 중화사상에 찌든 비뚤어진 애국심일지라도 저 짱깨들 입장에서는 진정한 애국심이겠죠. 어떻든 그래도 살아남은 놈이 있어야 서 상사님의 저격 기록이 더 올라갈 것이니
그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합니까.”
“지금까지 몇 명인데?”
“224명입니다. 그러니 6명은 더 저격해야 230명 채웁니다.”
“그게 가능할까?”
“가능하게 만들어야죠.”
박인철 중사가 이렇게 대답하는 순간 다시 굉음과 함께 이번에는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들이 줄줄이 나타나는 것이 서한국 상사의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