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승리(1)
대한민국 해병대 1여단 1대대 1중대 1소대장 표정혁과 부소대장 박학수 중사가 이런 대화를 한 그 얼마 후 K-9 자주포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굉음이 그들 두 사람의 귀로
파고들었다.
그 바람에 놀란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그 폭발음의 주역인 K-239 천무 다연장로켓의 239mm 유도 로켓이 연달아 날아와서는 일대를 그야말로 날려버렸다.
이 천무 다연장로켓의 239mm 유도 로켓은 중량 340kg, 탄두 중량 90kg, 표준사거리 80km이며, 발사관수는 12발, 단일 고폭탄두는 관통 탄두로 60cm 이상의
콘크리트로 방어된 벙커나 건물 등을 파괴할 수 있었다.
그랬으니 엉성한 벙커나 건물 지하에 숨어 있던 초나라 민병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하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에는 로켓이죠. 천무 다연장?”
“그런 것 같습니다.”
“자식들. 이제야 제법 마음에 들게 포격하네.”
“그렇네요. 저기에 삼족오 전투기들만 나타나서 벙커버스터 투하해주면 금상첨화인데 말입니다.”
“곧 나타나겠죠.”
120mm 자주 박격포와 K-9 자주포, K-239 천무 다연장로켓의 포격을 받은 해문시는 처참한 몰골이었다.
이 포격전에 이미 여러 차례 공습도 받고, 포격도 받았지만, 그때보다는 이렇게 집중적으로 포격을 받은 이번이 피해가 더 컸으니 시내에 남은 멀쩡한 건물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고층 건물들과 이곳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의 공장은 그런대로 남았고, 주요 문화유적 등도 그런대로 남아있었지만, 여타 시설은 모조리 파괴당했다.
“쐐애액!”
그런데 그때 표정혁만이 아니라 박학수 중사의 귀에도 이런 제트 엔진 소리가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들이 그 소리의 정체를 파악해 환하게 미소를 지을 때 그들의 귀로는 연달아 폭음이 들렸으니 그건 바로 한국 공군이 사용하는 벙커버스터 GBU-15로 이 폭탄은 강화
콘크리트 1.8m를 관통했다.
그러나 GBU-15만이 아니라 GBU-24와 강화 콘크리트 6m를 관통하는 GBU-28까지 줄줄이 달고 온 F-1 삼족오 전투기들이 또 한차례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의 현급시이자
이제 남은 거의 마지막 초나라 민병과 초나라군의 방어지역을 초토화하기 시작했다.
***
북한 인민군 특전사령부 예하 저격여단장 양철승은 초나라 운성시(원청시, 運城市) 평륙현(핑루현,平陸懸) 황하 강변에 포진한 부하들을 바라보며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다.
황하 건너 초나라 황하 공원 등은 이미 AH-1 청룡과 AH-2 적룡 공격헬기 그리고 F-1 삼족오 전투기들이 공습을 가했지만, 그래도 초나라군 일부와 민병들이 제법 포진해 간간이
이쪽으로 총격과 포격을 가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60mm 박격포가 쉼 없이 불을 뿜었고, 부하들의 저격소총도 연달아 불을 뿜었다.
하나 그것만으로는 황하 건너편에 포진한 적들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없었는데, 거기에 더해서 본진 즉 초나라 원정군에 쫓겨 내려오는 초나라군과 민병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랬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앞뒤로 적에게 공격받을 것만 같았다.
물론 부하들은 인민군 최고의 전투력을 지닌 저격여단이었다.
그래도 수적으로 현저히 불리하면 곤란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았다.
“정찰여단 아새끼들은 아직 멀었네?”
“곧 온다고 했습네다만, 아직은 소식이 없습네다. 여단장 동지.”
“다시 한번 더 연락해 보라.”
부관이 정찰여단과 다시 통신을 연결하는 것을 보면서 양철승은 다시 한번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장철기 특무상사와 모철영 상사는 강 건너 황하 공원을 매의 눈으로 노려보며 고개를 드는 초나라군과 민병을 여전히 일발필중으로 저격하고 있었다.
“정찰여단 아새끼들이 빨리 오지 않아 여단장 동지의 심기가 아주 불편해 보입네다.”
“안 그렇겠네. 앞뒤로 적들에게 포위된 꼴이면, 우리 저격여단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는 것은 물론 골치도 좀 아플 거네까.”
“그렇다고 해도 패잔병들이 우리 어쩌지는 못할 겁네다.”
“물론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 쪽에서 희생자가 나오면 그거이 그거야.”
장철기 특무상사가 이 말을 하는 순간 누군가 적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 적은 황하 건너의 적이 아니라 자신들의 뒤에서 오는 적 즉 초나라 원정군에 밀려서 내려오는 적이었다.
“다들 침착하게 대응하라우!”
저격여단장 양철승이 뒤에서 나타난 적에 침착하게 대응하라고 이렇게 명령하지 않아도 저격여단원들은 그 즉시 각자가 미리 구축해놓은 참호 등의 방어진지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픽업트럭과 사륜구동 차량 등 수십 대의 차량부터 나타났는데, 그 위에는 12.7mm 77식 중기창(77式重机槍)이라 불리는 54식 중기관총, 02식
14.5mm 단관고사기창이라는 14.5mm 대구경기관총과 04식 자동류탄발사기 등도 장착되어 있었다.
“민병들입네다.”
“확인. 그리고 저 선두에서 오는 픽업트럭 위에 설치된 유탄발사기 잡은 놈부터 저격하갔어.”
“예, 쏘십시오.”
약 3,000여 명의 북한 인민군 최정예 저격여단원들은 평륙현(핑루현) 황하 강변에 넓게 포진해 있었기에 초나라 민병들 특히 패잔병들이 이들 저격여단을 뚫고 황하를 건너 도망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이 저격여단이 장악한 황하를 가로질러 삼문협시로 들어가는 황하의 황하대교에는 강구지뢰(BBM-82)와 ATM-72, ALM-82 대전차지뢰 그리고 국군이 사용하는
KM-18A1 수평세열지향성지뢰 즉 클레이모어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니 저런 픽업트럭과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라 장갑차라도 마음대로 황하를 건너 도망칠 수는 없었다.
“탕!”
한 발의 총성과 함께 가장 앞에서 달려오던 04식 자동류탄발사기를 장착한 픽업트럭의 유탄발사기 사수가 픽 옆으로 쓰러졌으니 장철기 특무상사는 또 한 명의 초나라 민병을 저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이 총성을 신호로 여기저기서 총성이 연달아 울리는 것으로 초나라 민병과 북한 최정예 저격여단의 교전이 시작됐다.
“슝!”
7호 발사관 즉 RPG-7 수십 발이 발사된 것도 그때였다.
인민군은 예나 지금이나 일반 보병부터 경보병, 저격여단 할 것 없이 모든 제대에서 이 7호 발사관을 애용했기에 초나라 민병들의 차량을 공격하는데, 이것보다 더 좋은 병기는 없었다.
“숙여!”
장철기 특무상사가 이 급박한 명령을 발한 것은 RPG-7 수십 발이 발사된 그때였다.
그러자 모철영 상사가 그 즉시 머리를 숙였고, 요란한 총성과 함께 그의 머리 위로 수십 발의 기관총탄이 날아가는 것이 느껴졌으니 그건 민병들이 쏘는 02식 14.5mm
단관고사기창이라는 14.5mm 대구경기관총이었다.
이 기관총의 최대 유효 사정거리는 약 2km, 최대발사속도는 분당 약 600발이었기에 북한 인민군 저격여단에 충분한 위협이 되고도 남았다.
그러나 이들 기관총을 실은 픽업트럭과 사륜구동차들은 곧장 RPG-7에 맞아 줄줄이 터져나갔다.
그리고 유탄발사기 사수와 그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병들은 저격여단원들의 저격에 하나둘 저세상으로 직행하는 가운데 북한 초나라 원정군 본진에 쫓겨 내려오는 초나라 민병과 초나라군은
점점 더 늘어났다.
그런데 그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해 S75 후평고속(候平高速) 도로와 G209 도로 등 북쪽 운성시에서 내려오는 도로마다 초나라 민병 등이 가득했으나 초나라 원정군 본진에서는
아직 그들을 공습하지 못하고 있었다.
“탕!”
그런 가운데 장철기 특무상사의 저격소총이 다시 한번 불을 뿜었으니 바로 자신들을 향해 02식 14.5mm 단관고사기창 즉 14.5mm 대구경기관총을 발사한 그 사수가 목표였다.
여타 픽업트럭과 사륜구동 차량은 RPG-7에 터져나갔어도 그 차량만은 용하게 살아남았기에 기어이 그의 저격소총이 다시 불을 뿜었고, 여지없이 그 사수는 총탄에 맞아 쓰러졌다.
그러자 운전사가 급히 차량을 꺾었으나 또 한 번의 총성에 운전사마저 장철기 특무상사의 이어진 총탄에 쓰러지는 순간 RPG-7 한 발이 그 트럭을 그대로 강타했다.
그것으로 황하대교를 건너 초나라 하남성 삼문협시로 가려던 민병들을 태운 일단의 픽업트럭과 사륜구동 차량은 저지되었으나 그건 말 그대로 일단일 뿐이었고, 곧이어서 다시 수백 대의
차량이 저격여단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까지 왔네? 아니, 민병 놈들이 저렇게 떼거리로 도망치는데, 왜 지금까지 저놈들을 폭격하는 놈이 없네? 왜 없네?”
초나라 원정군 사령관이자 북한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이 참모장 진성준 소장에게 이렇게 열을 내면서 물은 것도 이때였다.
이미 저격여단장 양철승에게 상황을 보고 받은 것은 물론 항공지원 요청까지 받았고, 한국 공군의 정찰기 등에서도 상황을 들은 이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나라 민병들도 머리를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는 인간들이 아니었기에 남북한의 정찰자산이 나타날 기미만 보여도 모조리 숨어서 최대한 이를 피했다.
여전히 초나라 산서성 운성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도시가 잘 보전되어 있었기에 몸을 숨길 곳은 수없이 많았고, 하다못해 정찰 무인기가 나타나면 숲속에라도 몸을 숨겼기에 민병을
모조리 찾아 공습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래도 남북한군 특히 이곳 산서성을 맡은 인민군은 잘 싸우고 있었으나 현재 저격여단이 처한 상황은 그 잘 싸우는 범주에서 약간 벗어난 것은 맞았기에 박수일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었다.
“전-1 삼족오 대대가 곧 놈들을 구워 버릴 것입네다. 사령관 동지.”
“언제? 언제 말이네?”
“10분이면, 저격여단이 있는 운성시 평륙현 상공에 도착합네다.”
“10분?”
“그렇습네다. 거기다가 한국 공군의 A-1 흑룡 무인공격기 10대도 15분 후면 평륙현 상공으로 진입해 저격여단을 지원할 수 있습네다.”
“정찰여단은?”
“정찰여단은 21기계화보병사단과 무인공격기 그리고 F-1 삼족오 전투기는 물론 한국군 항공작전사령부의 아파치 공격헬기에 더해서 사령관님께서 부른 항공작전사령부의 AH-1 청룡과
AH-2 적룡 공격헬기의 공중 지원을 받아 지금 저격여단이 있는 평륙현으로 최선을 다해 가고 있고, 21기계화보병사단도 이들을 지원하고 있습네다.”
“그럼 나는 방방 뛰지 말고, 그냥 죽치고 있으라는 말이네?”
“제가 언제 사령관 동지께 그런 말을 했다고 그러십네까.”
“지금 참모장이 하는 말이 그런 것 아니네. 저격여단 애들은 항공지원까지 요청하는데, 그 애들을 도우러 가는 정찰여단은 21기계화보병사단의 도움까지 받아 가면서도 아직 평륙현
초입까지 가지 못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