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 협상(12)
서한국 상사와 박인철 중사가 그렇게 다시 전투 태세에 돌입하는 순간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의 현급시인 해문시 포장진(包??)에서는 국군 1군단
5기계화보병사단 기갑수색대대 1중대 진필호 상사와 명태성 중사가 여전히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짱깨들 징글징글하다. 진짜. 명 중사는 안 그래?”
“짱깨들이 쪽발이보다 징글징글하다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우리의 전공이 착착 쌓이고 있지 않습니까.”
“전공 더 안 쌓아도 이미 충분하니까 그만 좀 쉬고 싶다.”
“하긴 저도 좀 피곤합니다.”
“그런데 해병대 놈들은 왜 코빼기도 안 보여. 지도상으로는 바로 코앞에 있는데 말이야.”
“곧 나타나겠죠.”
이들이 싸우고 있는 남통시의 현급시인 해문시였다.
이곳에서 대한민국 해병대가 상해 앞바다 숭명도 등에 상륙해 북진을 시작한 역시 그 남통시의 현급시인 계동시까지는 약 45km 정도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거리 안에서 초나라군과 민병들이 죽으라고 발악적인 저항을 계속하고 있었기에 그들을 모두 처리하지 않고는 무작정 진격해서 북에서 내려오는 국군 1군단과 남에서 북상하는
대한민국 해병대가 당장 만날 수는 없었다.
“곧 나타날 것이 아니라 정말 나타나서 우리의 짐을 좀 덜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려서 시원하게 오줌이나 한판 싸지.”
“소변 마려우십니까?”
“아니.”
“그럼 왜?”
“영역 표시하려고.”
“크크크. 그래서 일본 왕궁에서도 시원하게 갈긴 것입니까?”
“그래. 그러니 해병대 애들 나타나자마자 다 같이 내려서 시원하게 한판 갈기자. 여기도 이제 우리나라 땅이라고.”
“좋습니다. 정 일병도 좋지?”
“예, 저도 좋습니다.”
전차 조종수 정종운 일병이 이렇게 대답하는 순간 진필호 상사의 전차장용 12.7mm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그 바람에 명태성 중사의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 않았고, 기어이 그가 주포도 발사했으니 다시 초나라 민병들과의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정 일병, 저 도로 끝으로 진격해.”
“저 도로 끝으로 말입니까?”
“그래, 밀어붙여! 우리가 왜 대한민국 아니 이 동북아 최강의 기갑인지 짱깨들에게 똑똑히 보여준다.”
진필호 상사의 명령에 정종운 일병이 자신들이 있던 곳에서 정면에 보이는 도로 끝으로 흑표전차를 그대로 전진시켰다.
그러자 무너진 건물 더미, 다 허물어진 주택과 상가, 교묘하게 위장한 각종 참호에서 초나라 민병들 수백 명이 무더기로 나타나서 공격을 퍼부었다.
하나 이 국군 1군단 5기계화보병사단 기갑수색대대는 진필호 상사의 말처럼, 대한민국 최강이자 동북아 최강인지는 몰라도 지난 한중전쟁과 한일전쟁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역전의
용사들인 것은 맞았다.
그랬으니 초나라 민병 수백이 아니라 수천이 덤볐어도 상대가 될동말동했다.
그렇게 국군 1군단 5기계화보병사단 기갑수색대대가 초나라 민병을 맞아 싸우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의 현급시인 해문시 삼양진에서는 대한민국 해병대 1여단
1대대 1중대 1소대장 표정혁이 역시 초나라 민병들과 싸우고 있었다.
이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난퉁시,南通市)가 이제 강소성에 남은 마지막 초나라 영토 즉 아직 완전하게 대한민국 국군에 점령당하지 않은 땅이었다.
그러나 이 남통시는 제법 면적이 넓었고, 3개의 구(區) 즉 숭천구(충촨구,崇川區), 항갑구(강자구,港閘區), 통주구(퉁저우구,通州區)와 4개의 현급시 즉
여고시(루가오시,如?市), 해문시(하이먼시,海門市), 계동시(치둥시,啓東市), 해안시(하이안시,海安市)와 1개의 현 여동현(루둥현,如東縣)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해문시에서 표정혁 소대는 물론 그 해병대 1여단 전체와 2여단까지 지금 초나라 민병과 이제 거의 얼마 남지 않은 초나라군과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전투를 하고
있었다.
합동 해군 소속 해병대 1여단은 상해 앞바다 장흥도로 상륙한 다음 이 대한민국 해병대 1, 2여단의 뒤를 받치면서 계동시에서 점령지 소개와 안정화 작전을 전개 중이었다.
“좋아, 명중이다. 이제 저 무너진 건물 뒤로 전차 붙여서 다 쓸어버린다. 박 병장, 달려.”
“예, 소대장님. 돌격합니다.”
“그래, 돌격해. 돌격!”
소대장이자 전차장인 표정혁이 말이 많은 탓인지 조종수 박재범 병장도 말이 많았다.
그러나 사수 강진철은 비교적 과묵한 편이었으나 그가 쏘는 주포는 전혀 과묵하지 않았으니 지금도 초나라 민병들이 임시로 만든 벙커를 그대로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하여튼 소대장 표정혁이 그렇게 돌격하자 부소대장 박학수 중사의 전차와 기타 전차 2대도 따르지 않을 수 없었으나 1중대장 노진수는 그걸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야, 표정혁. 너 또 중대장에게 보고도 안 하고 네 마음대로 돌격해.”
“제 마음대로 돌격한 것이 아니라 짱깨들 싹 청소하려고 그런 것이지 말입니다.”
“하여튼 그놈의 말이나 못 하면···.”
“그러시지 말고, 중대장님도 이쪽으로 오십시오. 해서 다 함께 짱깨들 싹 청소해버리시지 말입니다. 그러고 나면 1군단 땅개들 나타나겠지 말입니다.”
“좀 전에는 선배님, 선배님 그러다가 이제는 뭐, 뭐하지 말입니다. 너 장교가 아니라 병사야. 뭔 말이 일관성이 그렇게 없어.”
“중대장님을 너무 사랑하니까 그렇지 말입니다.”
“사랑하는 것 하고, 말투하고 뭔 상관인데?”
“다 상관이 있지 말입니다. 그러니 이쪽으로 오지 말입니다.”
“됐으니까 너나 후퇴해. 곧 아파치들 지원하러 온다니까. 알았어!”
“정말입니까?”
“그래, 인마. 빨리 후퇴해.”
“사랑하는 중대장님, 아파치들 와 봐야 별 도움 안 되니까 공군 애들에게 연락해서 벙커버스터나 줄줄이 달고 와서 좀 투하해달라고 하십시오. 짱깨들 거의 무너진 건물 더미나 아직은
멀쩡한 건물과 주택 등의 지하 등등에 교묘하게 숨어 공격헬기와 무인 공격기 등의 공격은 피하고, 우리처럼 지상군이 다가오면 불시에 튀어나와서 공격하는데, 그런 애들에게 아파치는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시끄러워. 빨리 후퇴나 해.”
중대장 노진수 때문이 아니라 아파치 공격헬기들이 지원을 온다는 바람에 다시 후퇴하게 된 표정혁은 혼자서 뭐라고 구시렁거리다가 기어이 부소대장 박학수 중사를 잡고 늘어졌다.
“진짜 별 도움 안 되는 아파치가 아니라 삼족오들이 와서 벙커버스터 줄줄이 떨궈주면 정말 큰 도움 될 것 같은데, 안 그렇습니까?”
“그렇기는 하죠. 짱깨들 거의 모두가 건물의 지하나 그와 비슷한 곳에 숨어 있다가 우리를 공격하니까요.”
“그러니 아파치가 와서 공격해봐야 소용없다는 겁니다. 아마 아파치 로터 블레이드 소리를 듣자마자 모조리 다시 땅속으로 숨어버릴 겁니다.”
“그래서 중대장님께 이야기한 것 아닙니까.”
“그랬죠. 그러나 우리 사랑하는 중대장님이 상부에 그런 보고를 하고, 그런 요청을 할지는.”
“그럼 소대장님이 직접 대대장님이나 여단장님에게 건의하십시오.”
“우리 중대장님을 두고 내가 또 그럴 수는 없죠.”
“중대장님을 진짜 사랑하는 겁니까?”
“당연히 사랑하죠. 아,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이상한 그런 사랑은 아니니까.”
표정혁이 이 말을 하는 순간 요란한 로터 블레이드 소리와 함께 해병대를 지원하려고 온 아파치 공격헬기 6대가 나타나서는 조금이라도 수상해 보이는 곳으로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과
로켓 그리고 30mm 기관포를 갈겨댔다.
그러자 표정혁이 그 모습을 보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야 이 새끼들아. 그렇게 요란하게 나타나서 그렇게 요란하게 공격하면 짱깨들이 어서 쏴 주십시오. 그러면서 대가리를 내밀고 기다리겠냐. 죄다 숨어버리겠냐.”
“······.”
“야! 짱깨들은 머리를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모자를 쓰기 위해서 달고 다니는 것도 아니라고. 야! 왜 대답이 없어.”
“······.”
“야, 왜 대답을 안 하냐고?”
아파치 공격헬기들에 소리친다고 들리겠는가.
그러나 표정혁은 한동안 소리소리 질러댔다.
그런데 아파치 공격헬기들이 아니라 그 고함을 들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야 인마, 시끄러우니까 그만 떠들어!”
“들었습니까?”
“그럼, 들리지 안 들리겠냐. 그리고 좀 더 후퇴해. 네가 하도 떠드는 바람에 대대장님께 상황을 설명하니 일단 포격 지원부터 한다고 했으니까.”
“포격이요?”
“그래.”
“105mm 똥포라면 저 아파치들처럼 공격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그건 아시죠?”
“105mm 똥포가 아니라 일단 120mm 자주박격포로 이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단다. 그런 다음 1군단 포병에 K-9 자주포로 2차 타격을 부탁한다니 눈먼 포탄에 맞기
싫으면 뒤로 물러나. 대대 본부와 함께 나도 뒤로 물러나니까.”
“그렇다면 모조리 지연신관으로 쏴 달라고 하십시오.”
“시끄러우니까 그만 떠들고 뒤로 물러나. 당장.”
“물론이죠. 사랑하는 중대장님.”
이 초나라 강소성 해문시의 상황은 이미 해병대 사령부는 물론 공군 그리고 국군 1군단장 이철영 등까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해병대 1여단 1대대장 양승호가 1중대장 노진수의 건의를 1여단장 오경수에게 전하지 않았어도 이미 공군이 벙커버스터를 투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나 그 투하 전에 먼저 이렇게 포격부터 가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때 이 해문시에 남은 초나라 일반 국민은 아무도 없었고, 남아있는 자들은 모조리 민병이거나 그도 아니면 이제 소수에 불과한 초나라군뿐이었으니 포격이든 폭격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해병대 1여단과 2여단 중에서 선봉 부대들이 일정 부분 안전한 지역으로 물러나자 해병대의 120mm 자주박격포들이 먼저 불을 뿜었으니 표정혁의 말처럼 포탄의
신관은 모조리 지연신관이었다.
“쾅!”
일차 박격포탄 수십 발이 날아와서 땅과 무너진 건물과 도로와 멀쩡한 주택 등등에 무차별로 떨어져서 바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지연 이후 터지자 표정혁은 망원경으로 그걸
보면서 또 뭐라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으니 곧 포탄 수십 발이 더 날아왔고, 이후에는 수백 발이 그야말로 비처럼 떨어져 내려 해문시를 모조리 불바다로 만들어버릴 기세로 폭발했다.
그리고 120mm 박격포탄과는 다른 폭음과 함께 줄줄이 터지는 포탄들을 보면서 표정혁은 그것이 국군 1군단 포병들이 쏘는 K-9 자주포탄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좋아. 좋아. 그렇게 싹 갈아엎어 버려라.”
“이제야 마음에 드십니까?”
“물론이죠. 부소대장은 마음에 안 듭니까?”
“듭니다만, 포격으로는 뭔가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으니 정말 전투기들이 벙커버스터라도 달고 와서 폭격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긴 이 포격에도 살아남을 놈들은 많을 것이니 정말 그래 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