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 협상(7)
대한민국 해병대 3여단 기갑수색대대 1중대장 조유한과 그가 탄 전차의 사수 서진수 하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초나라 광동성 주해시 향주구 연병촌을 질주했다.
“그런데 중대장님, 이제 초나라군은 없겠죠?”
“서 하사가 생각할 때는 어때?”
“초나라군은 진짜 없을 것 같고, 민병도 제대로 된 민병이 아닌 우리의 지시에 그냥 저항하는 일반 시민만 있을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설마 우리가 마카오까지 올 줄 몰랐고, 또 올 줄 알았다고 해도 산서성이나 강소성의 병력을 이곳으로 뺄 수도 없을 것이니 있을 리가 없지.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야. 어디서 어떤 놈들이 뛰어나올지 모르니까.”
“물론입니다. 그건 그렇고 강소성과 산서성의 전투 결과는 정확하게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십니까?”
“고구려군이 맡은 황하 이북의 하남성은 완전히 장악되어 지금 그곳은 고구려군이 주둔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한국군이 맡은 강소성은 거의 장악되기 직전이고, 인민군이
맡은 산서성도 곧 장악할 거라는 정도.”
“그럼 이 전쟁도 끝이 나겠네요.”
“그렇다고 쉽게 끝나겠나.”
“뭐가 또 있습니까?”
“뭐가 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전쟁을 한 진짜 이유가 모두 충족될 때까지는 더 전쟁이 이어지겠지.”
“우리가 이 전쟁을 하는 진짜 이유가 정확하게 뭔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 중대장님은 아십니까?”
“간단하게 말해서 초나라도 일본과 비슷하게 만들어버리려는 것이 이 전쟁의 진짜 이유지. 이 전쟁의 진짜 이유 말이야. 높으신 양반들이라고 뭐 특별한 다른 계획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버리려고 이 전쟁을 일으킨 것이라고 보면 돼.”
“지난 전쟁에서 승리해서 그렇게 만들지 않고, 왜 이제야.”
“중국은 일본과 달리 국토가 넓고, 특히 인구가 많아서 한 번의 승리로는 그 이유를 충족할 수 없었으니까.”
“국토는 논외로 하더라도 일본 인구 1억 2천과 중국 인구 14억 4천은 차이가 나도 너무 나기는 하네요.”
“그러니까 일본처럼 단박에 우리가 지배할 수 없었기에 또 한 번의 전쟁이 필요했고, 그것이 이 전쟁이야.”
“중대장님 말 듣고 보니 그럴듯합니다.”
“그럴듯한 것이 아니라 사실일 확률 99.99%라니까.”
“예, 그렇게 믿겠습······. 어, 적입니다.”
“어디?”
대한민국 해병대 3여단 기갑수색대대 1중대장 조유한이 같은 대한민국 해병대 1여단 1대대 1중대 1소대장 표정혁과 비슷하게 이 2차 한중전쟁이 일어난 이유를 말하는 그 순간이었다.
그때 초나라 광동성 주해시 향주구 연병촌이 끝나고 죽선공원이 시작되는 언덕 바위 뒤에서 대한민국 해병대 3여단 기갑수색대대 1중대장 조유한의 전차를 향해서 04식
자동유탄발사기(04式自?榴??射器)와 11식 저격류유탄발사기(11式狙?榴??射器) 그리고 77식 중기창(77式重机?)과 02식 14.5 단관 고사기창(02式14.5?管高射机?)이
불을 뿜었다.
“RPG!”
유탄발사기와 기관총은 물론 중국이 RPG-7을 카피한 노린코 69식 화전통(69式40毫米火箭筒/69式 火箭筒)까지 날아오는 그 찰나 서진수 하사가 주포를 발사했는데, 초탄이 바로
그 69식 화전통을 쏘려고 한 민병이었다.
그러나 그는 민병이라도 그냥 민병이 아닌 공안 즉 무장 공안이었으니 초나라군은 없었어도 무장 공안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기관총을 쏘는 일부는 민간인이었으니 말 그대로 민병이었고, 그런 자들과 무장 공안 합쳐서 30여 명이 죽선공원 언덕 바위 등 뒤에 매복하고 있다가 이 조유한이 탄 흑표전차를
공격했다.
“쾅!”
흑표전차의 주포를 떠난 대전차고폭탄이 폭발하기도 전에 조유한이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로 움직이는 전차장용 12.7mm 중기관총을 추가로 발사했다.
“타타타두두두두!”
그 기관총 총성과 주포 발사음이 울리는 순간 그의 중대 전차들도 상황을 파악하고는 번개처럼 대응했으니 이들이 왜 대한민국 최고의 전투력을 지닌 해병대임을 바로 입증해주었다.
“서 하사, 한방 더 먹여!”
조유한이 중기관총을 발사하면서도 사수 서진수 하사에게 이렇게 말하는 그때 그는 주포를 장전 중이었다.
그리고 조유한 중대의 각 전차도 초탄을 발사하고 있었으니 총 14발의 대전차고폭탄을 얻어맞은 초나라 무장 공안이 주축인 민병들은 소기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터져 나가는
중이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흑표전차를 그런대로 상대할 대전차 화기라고는 고작 69식 화전통뿐이었는데, 그 69식 화전통 사수들이 가장 먼저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해 04식 자동류탄발사기와 11식 저격류유탄발사기는 물론 77식 중기창과 02식 14.5 단관 고사기창은 조유한의 흑표전차에는 무용지물이었고, 일부 민병이 쏘는 03식
자동소총은 전차에 흠집도 내지 못했다.
그랬으니 바로 반격받아 오히려 날아가는 것은 기습 공격을 한 그들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조유한의 기갑수색대대를 엄호하던 AH-64 아파치 공격헬기가 마침 자리를 비운 것이었다.
안 그랬으면 그들은 벌써 아파치의 공격에 모조리 날아가고 없을 것이니까.
“팅팅팅!”
“그 새끼들 끈질기네.”
전차를 때리는 기관총탄에 조유한이 이렇게 말하는 그때 서진수 하사가 다시 주포를 발사했다.
그러자 전차를 때리던 14.5mm 단관 고사기창 즉 중기관총 소리는 뚝 끊겼으니 바로 주포에 날아간 것이다.
그래도 유탄발사기 소리는 잠시 더 들렸으나 그것도 잠시 03식 자동소총 소리까지 끊긴 것은 그 직후였다.
“중대장님, 모조리 죽어 나자빠졌습니다.”
“그런 것 같군. 각 단차 피해는?”
“없습니다.”
“없습니다. 중대장님.”
“그럼 다시 진격한다. 1소대장이 선두다. 중대 진격!”
간단하게 초나라 무장 공안과 민병 30여 명을 물리치고, 조유한의 중대는 다시 진격해 죽선공원을 좌측으로 돌아 초나라 광동성 주해시 향주구를 다시 질주했다.
“서 하사, 아직 전쟁 끝난 것 아니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방금 그런 놈들이 또 없으라는 법이 없으니까.”
“물론입니다. 그리고 고작 저런 민병 따위에 당할 해병대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맞아. 우린 세계최강 해병대니까.”
“맞습니다. 세계최강 해병대. 그런데 아까 그놈들 그런 무기는 어디서 구했을까요?”
“소총과 기관총 일부야 공안이 가졌다고 해도 유탄발사기와 RPG-7은 나도 잘 모르겠다. 혹 어디 초나라군 진지나 무기고가 있는 것 아닐까.”
“그랬다면 아니 그렇다면 큰일이 아닙니까. 개나 소나 유탄발사기나 RPG-7 들고서 나오면 말입니다.”
“서 하사 그 말 들으니 대대장님을 통해서 여단장님에게 더욱더 철저한 항공 수색을 부탁해야겠군. 그런데 우리를 엄호하던 아파치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기름 떨어져서 보급받으러 갔겠죠. 그리고 놈들은 아파치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우리를 공격했을 것입니다.”
“어떻든 나는 대대장님과 잠시 통화할 테니까 서 하사는 전방 주시 잘해.”
대한민국 해병대 3여단이 마카오 반도 옆의 초나라 광동성 주해시 향주구를 평정하기 시작할 때 나는 평양 김일성 광장 한쪽에 마련한 승전기념공원에서 다시 나무를 심고 있었다.
지난번 일본에서 막 뽑아와서 심은 나무 중 일부는 죽었고, 승전기념공원을 더 확장해야 김일성 광장을 덮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왜 군정사령관 오지용에게 옛 일본 전역에서 정원수를
뽑아서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옛 일본에서 뽑혀온 나무를 북한의 식목일 즉 식수절을 맞아 다시 심는 것이었고, 북한의 식수절은 3월 2일이다.
“민은정, 그건 어디서 뽑혀온 나무야?”
“경도(교토)의 금각사(金閣寺)에서 온 소나무입니다. 총비서 동지.”
“나무가 예쁘네.”
“총비서 동지가 심는 그 나무가 더 예쁩니다.”
“그래, 그리고 이건 옛 일본의 3대 정원이라는 해락원(카이라쿠엥,偕?園)에서 온 홍매화다.”
“그러고 보니 곧 꽃이 피겠습니다.”
“그럼 이 꽃이 활짝 피면, 이 꽃 아래 앉아서 매화주 마시면서 호탕하게 한번 웃자. 어때?”
민은정이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하는데, 그 미소가 만발한 매화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어떻든 그렇게 옛 일본 각지에서 뽑아 보내온 나무를 심는데, 총참모장 김진성이 나무를 심다 말고 통화만 하고 있기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몰라도 총참모장은 전쟁지휘소에 있어야 하는데, 나무 심자고 부른 내 잘못이요. 그러니 얼른 가시오. 그 나무에는 내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총참모장 김진성이라고 표지석 잘
세워놓을 것이니까. 그래야 우리 인민들이나 후손들이 1, 2차 대중국전쟁과 대일본전쟁에서 완전히 승전한 우리 민족 최대의 위대한 명장이 심은 나무임을 잘 알아볼 것이니까. 그러니
얼른 가서 마지막 승전을 부탁하오.”
“우리 민족 오천 년 역사에서 총비서 동지보다 더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인물은 단언컨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보잘것없는 저의 공을 너무 과분하게 칭찬하지 마십시오. 부끄러워서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겠습니다.”
“총참모장이야말로 나를 너무 과분하게 칭찬하는군. 어떻든 이만 가보시오.”
“과분한 칭찬이 아니라 고구려의 광개토태왕도 옛 중국과 일본의 항복을 동시에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총비서 동지께서는······.”
“그 말을 들으면 광개토태왕이 놀라서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겠소. 그러니 얼른 가시오. 아, 인민무력상도 급하면 가시오. 또 급한 사람 없소?”
전쟁을 지휘해야 할 총참모장과 인민무력상을 나무 심으라고 부른 내가 잘못이었다.
그러나 그들 이름으로 식수한 표지석을 세워 후대에 남기려고 한 것이니 그들도 아주 약간은 이해하리라.
어떻든 그렇게 총참모장과 인민무력상 등을 보내고 나는 여타 인물들과 함께 경도(교토)의 금각사(金閣寺)와 일본 3대 정원이라는 해락원(카이라쿠엥,偕?園),
겸육원(켄로쿠엥,兼六園), 후락원(코오라쿠엥,後?園) 등에서 보내온 나무를 마저 심었다.
그러다가 한쪽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나 강백호가 아닌 원판 김정은 여동생 김여성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물었다.
“요즘 어떠냐?”
“총비서 동지의 은혜에 아주 잘 지냅니다.”
“그럼 다행인데 노파심에 다시 말하지만, 권력 주위에는 얼씬거릴 생각 다시는 하지 마라.”
“정말······.”
“그냥 그렇게 하는 것이 너도 네 가족도 오래 사는 길이야.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스위스에 이민하는 것은 어떠냐?”
“저보고 스위스에 이민하라고요?”
“그래, 가서 조용히 살아. 아주 조용히. 그리고 영원히.”
원판 김정은 동생 김여성은 내가 김정은으로 환생했을 때만 하더라도 여러 가지 직책을 가지고, 제법 많은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점점 김정은으로 적응하고, 내 정책을 펼치면서 그녀의 권력을 하나씩 하나씩 빼앗아 이때는 단 하나의 권력도 없는 그냥 허수아비로 조용히 살고 있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