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 협상(6)
대한민국 해병대 1여단 1대대장 양승호 중령은 대대에 잠시 휴식을 명령하고, 자기가 탄 전차도 급유와 함께 소비한 탄약 보충을 지시했다.
그리고는 캔 커피 하나를 따서 마시면서 이제 곧 3월로 접어드는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의 푸른 하늘을 잠시 올려다봤다.
전쟁 때문에 이 강소성의 모든 공장 등이 가동되지 않았기에 점점 더 맑아지는 하늘을 보노라니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잠시 1중대가 있는 쪽에서 별안간 울려 퍼지는 기관총 소리에
양승호는 미간을 찡그렸다.
어제부터 쉬지도 못하고 전투하면서 이곳까지 왔고, 대대의 거의 모든 전차가 유류부터 탄약까지 떨어져서 잠시 휴식하면서 보충하라고 지시했는데 또 전투가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1중대장 뭔가?”
“10여 명의 초나라군이 별안간 튀어나오는 바람에 우리 애들이 기관총을 발사했습니다.”
“적은?”
“지금 모조리 사살됐습니다.”
“확인해. 그리고 경계를 철저히 하면서 빨리 보급을 끝내.”
“예, 대대장님.”
1중대장 노진수는 대대장 양승호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중대원들에게 경계를 철저히 하면서 유류와 탄약을 보급받으라고 목이 터지라 소리치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초나라군 10여 명이 뛰어나와 대전차 화기를 발사하려는 바람에 이를 발견한 1소대 전차들이 K-6 기관총을 발사해 사살하기에 이른 것이다.
“표정혁,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경계 철저히 하면서 보급받아. 그리고 놈들 확인해봐!”
“예, 하늘 같은 중대장님이자 선배님.”
“까불지 말고, 빨리 조처해.”
1대대장 양승호와 중대장 노진수를 거쳐서 이렇게 1소대장 표정혁까지 내려온 지시에 1소대 부소대장 박학수 중사가 죽어 나자빠진 10여 명의 초나라군을 향해 흑표전차를 몰고 가서는
확인 사살까지 했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표정혁에게 보고하고는 같이 담배 한 대를 나누어 피우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진격하면, 1군단 애들이 나올 것 같은데 뭔 소식 없습니까?”
“아직은 없네요. 그러나 곧 우리 앞에 나타나겠죠.”
“그래야 이 전쟁도 끝나는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쟁이 그렇게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겁니다.”
“초나라 산서성과 황하 이북의 하남성, 마카오 그리고 이 강소성만 장악하면 전쟁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말한 곳 점령은 작전계획이고, 그 작전계획이 성공한다고 해도 이 전쟁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근본적인 원인 제거요?”
“예, 1차 한중전쟁이 일어나기 전을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때 중국이 어땠습니까. 하나 그 전쟁에서 우리가 이기는 바람에 중국은 초나라가 됐고, 지금 초나라는 그때 중국처럼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그것이 몇 년, 몇십 년, 몇백 년이나 가겠는가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난 역사에 대비해서 생각해보십시오.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가
강성할 때와 신라, 고려, 조선은 제외하더라도 지난 100년의 세월 속에서 그들이 우리에게 한 행동을 말입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간단하게 말하면, 이겁니다. 앞으로 수백 년이 지나도 아니 다시는 초나라가 지난 역사에서처럼 힘을 키워서 우리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그래서 영원히 우리가 그들을 지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전쟁이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라는 말입니다. 이제 알겠습니까?”
소대장 표정혁의 말에 부소대장 박학수 중사는 단박에 알 것도 같았으나 또 한편으로 아리송했다.
그러나 일본을 생각해보면 그 해답은 금방 나왔다.
“지난 1차 한중전쟁 승전 이후 비록 우리가 요구한 항복 조건은 받아냈지만, 그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본처럼 아예 식민지로 만들려고 이 2차 한중전쟁을 일으킨 것이니
그 근본적인 요건이 충족하지 않는 이상 종전은 없다. 뭐 이런 겁니까?”
“바로 그렇죠.”
“그럼 1차 승전 이후 지금의 일본처럼 식민지로 만들었으면, 이 2차 전쟁은 하지 않았어도 되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때는 우리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승전할 줄 저 높으신 양반들도 짐작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그런 항복 조건으로 항복을 받아준 것이고, 또 중국은 일시에 점령해서 일본처럼
통치하기에는 국토도 넓고, 일본과는 달리 인구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힘들었을 겁니다. 하나 한일전쟁을 승전으로 이끌고, 그동안 초나라가 하는 것을 보니 이번 기회에 아예 일본처럼
완전히 점령해 식민지로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이후 수백 년 아니 영원히 우리에게 기어오르지 못하게 만들려고 이 전쟁을 개시한 것이겠죠. 그리고 그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 높으신
양반들은 뭐 달리 말할 수도 있겠지만요.”
“소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오늘은 아주 사람이 달라 보입니다. 정세도 제대로 읽는 것 같고요. 그런데 중대장님은 왜 그렇게 소대장님을 싫어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중대장님도 저 좋아합니다. 단지 말이 좀 많은 그 부분만을 가지고······.”
“하하하. 말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시는군요.”
“뭐 그렇죠.”
“한데 이 전쟁 끝나면 합동해군 해병대로 가실 생각은 전혀 없습니까? 2대대에 있는 제 동기 놈이 자꾸 가자는 바람에 저는 약간 고민 중인데요.”
고구려군이나 합동해군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국군 중에는 이때 이렇게 고민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고, 박학수 중사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표정혁은 비록 중대장 노진수에게 같이 합동 해군 해병대 가자고는 말했지만, 아직 완전히 마음을 정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어떻든 그런 이들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전차에 유류와 탄약을 보급받는 등 한 다음 다시 국군 1군단이 남하하는 것을 맞춰 다시 북진을 시작했다.
“정찰여단은 어디까지 갔네?”
“삼문협 인근까지 진격했습네다.”
“인근 어디?”
“운성시(원청시) 북부입네다.”
“그럼 아직 멀었잖아.”
“그래봐야 황하에서 고작 70~80km 밖에 떨어지지 않았습네다.”
“그 70~80km 안에 초나라 아새끼들이 수만 명이 웅크리고 있을지 수백만 명이 웅크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참모장은 아네?”
“모릅네다. 그러나 수백 명은 몰라도 수만, 수백만 명이 있을 수는 없습네다.”
참모장 진성준 소장이 이렇게 말하자 초나라 원정군 사령관이자 북한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은 눈을 이상하게 뜨고는 그를 쳐다봤다.
이미 군단의 우측 날개였던 저격여단은 황하까지 가서 진을 치고 있는데, 군단의 선봉인 정찰여단은 아직 운성시 북부까지 진격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참모장 진성준 소장은 너무나 느긋한 것 같았으니 말이다.
“참모장이 봤네. 수백 명뿐인 것 봤느냐 말이네.”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도 있습네다.”
“당연히 있기는 있지.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리라는 것, 그리고 또······.”
“그리고 또 뭡네까?”
“뭐기는 빨리 정찰여단 아새끼들에게 전속력으로 진격하라고 하는 지시지. 고작 80km 남았다니 2시간을 주갔어. 그 안에 저격여단 애들이 있는 황하까지 가라고 해. 알간!”
박수일의 독촉에 북한 특수전사령부 예하 정찰여단은 그때부터 진격의 속도를 더 올려야 했다.
그러나 이미 저격여단이 황하 강변에서 건너편 삼문협시를 견제하고, 초나라군의 후방을 차단하고 있었기에 정찰여단이든 다른 부대든 어느 부대든 간에 빨리 진격해 그들과 합류해야만
했다.
그래야 북한 인민군 초나라 원정군에게 밀려 내려오든 패퇴해 내려오든 도망쳐 내려오든 하여튼 황하로 내려오는 초나라군과 민병을 협공할 수 있었으니까.
***
마카오는 이때 대한민국 해병대 3, 4여단과 해군 특수전전단, 북한 해군 예하 해상저격여단, 고구려 특전사령부 예하 1특전여단에 의해 주요 지점이 모두 장악됐고, 주요시설은 해군에
의해 공격당했다.
그 결과 초나라군의 저항은 아예 없었고, 저항이라고는 일반 시민뿐이었다.
그러나 산서와 강소성에서 싸우는 그런 민병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게 저항했으니 그 이유는 당연히 산서와 강소성의 민병들처럼 소총 한 자루라도 무기 지급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남북한과 고구려군의 마카오 장악에 반항하면서 가끔 나서기는 나섰으나 그럴 때마다 무지막지하게 구타당하거나 여차하면 사살되기 일쑤였다.
“탕!”
“간나새끼들 날래날래 안 움직여!”
북한 해군 예하 해상저격여단장 탁철민이 지시를 거부하고, 반항하는 마카오 시민 한 명을 사살하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이처럼 북한 인민군은 반항하거나 저항하거나 지시를 불이행하는 등의 마카오 시민 달리 말하면 민병들에게는 용서를 몰랐다.
그랬기에 가차 없이 총을 쏘고, 총칼로 위협해서 지금 그런 마카오 시민들을 마카오 북쪽의 초나라 광동성 주해로 몰아내고 있었다.
고구려와 남북한은 애초 이 마카오와 마카오 타이파, 코타이, 뤼환춘 옆의 초나라 광동성 향주구 대횡금도와 소횡금도만 장악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곳만 장악하면 장차 마카오 반도 서쪽의 초나라 광동성 향주구가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해 서쪽으로는 서강(西江,Xi River) 그리고 북으로는 S366
도로(주해대도,珠海大道)를 경계로 그 안의 마카오와 초나라 광동성 향주구의 시민들을 모조리 북쪽으로 추방하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조용하게 그 일이 진행되겠는가.
“날래날래 몰아내지 않고 뭐 하네.”
탁철민이 부하들에게 다시 소리치는 그때도 그의 부하들은 마카오 시민들을 몰아내려고 총칼을 마음대로 휘둘렀으며,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는 곳에는 불을 질렀고, 장갑차로 포격까지
가했다.
“쏴버려!”
주해 이동하라는 북한 해군 예하 해상저격여단의 말을 듣지 않고, 마카오 돔 페드로 5세 극장 인근의 상가 건물에서 끝끝내 버틴 대가는 이처럼 장갑차의 포격이었다.
그 결과 인근 상가들은 C-22식 8X8 장갑차의 기관포에 맞아 찢겨나갔고, 상인 몇 명도 그 와중에 사살당했다.
그런 포격에 이어 불까지 지르자 더 버티지 못한 상인들은 하나둘 피난 보따리를 들고 북쪽 초나라 광동성 주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쏴!”
마카오 반도 서쪽 광동성 주해시 향주구 연병촌(聯屛村)과 그 인근 주해 보세구역 등에는 이때 대한민국 해병대 3여단이 병력이 진주했다.
그중에서 기갑수색대대 1중대장 조유한의 명령에 그의 흑표전차가 주포를 발사해 작은 건물 하나를 날려버렸으니 바로 연병촌이었다.
“명중입니다. 중대장님.”
“좋아. 그리고 김 병장은 전진해!”
“예, 그런데 죽선공원(竹仙公園)으로는 진입할 수 없는데, 우측으로 돕니까? 아니면······.”
“갈 수 있는 곳까지 진격했다가 공원 좌측으로 돌아 북상한다.”
“좌측. 알겠습니다.”
이들이 진격하는 초나라 광동성 주해시 향주구 연병촌 북쪽에는 제법 큰 규모의 죽선공원이 자리 잡고 있어 전차 기동이 어려웠고, 그곳에 사는 초나라 국민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공원 주위에는 제법 많은 초나라인이 살았으니 이제 그들을 다 소개해 서쪽으로는 서강(西江,Xi River), 북으로는 S366 도로(주해대도,珠海大道)를 경계로 마카오와
함께 고구려 영토로 편입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