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452화 (452/470)

항복 협상(4)

왜 군정 사령관 오지용의 생각처럼 이때 북한 전 국토는 거의 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개성과 신의주 구간 고속도로 미 연결구간인 안주부터 신의주 구간의 건설과 평양 희천 고속도로 미연결 구간인 희천과 만포 구간 건설이었다.

그리고 평양에서 함흥~청진~나선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고속도로 건설과 평양에서 혜산을 거쳐서 백두산 입구인 삼지연과 함경도 회령을 지나 고구려 연길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건설,

평양에서 남포특급시를 거쳐 황해도 해주에서 개성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건설, 개성에서 북한 강원도 철원을 거쳐 원산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건설 등이었다.

또한, 각 철로를 한국 고구려와 같은 표준궤(국제 공인 표준 규격으로 1,435㎜)로 바꾸는 공사도 벌이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가져온 그 산업시설 건설과 북한이 늘 부족했던 전력난을 완전히 해소할 발전소 건설, 상하수도 건설, 주택 건설 등에 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다 투입하고

있었다.

그랬으니 북한이 옛 중국에서 받은 전쟁배상금 2,000조 원이 그 각종 사업에 투자되었고, 일본에서 1차로 가져간 금 333톤과 미화 6,666억 달러, 2차로 가져간 약 100조

원도 더 그 사업들을 위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도 북한이었기에 이렇게 수많은 공사를 벌여도 그 2,000조 원 중에서 상당 부분의 자금이 남을 것이니 그건 다 공사비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자재비용이 한국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불어서 일본의 건설 산업까지 북한이 가져오기로 한 것 때문에 더 많은 공사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그래도 북한이 부족한 부분은 한국 건설업체들에 맡겼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인부와 자재는 모두 북한에서 충당했다.

그랬으니 인건비와 자재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하다못해 못 하나도 북한 것을 사용했으니 북한의 관련 공장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 연일 가동하고 있었다.

하여튼 그런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드디어 미국 국채를 현금화할 때가 된 것 같아 오지용은 그 즉시 고구려 외교국장 한태일과의 통화를 연결했다.

“하하하! 부위원장님, 오랜만입니다.”

“이제는 부위원장이 아니라 왜 군정 사령관이오. 한 국장.”

“한번 부국장님은 영원한 부국장님입니다. 아닙니까?”

“한 국장이 굳이 그렇다면 그렇다고 합시다. 그건 그렇고 그동안 잘 지내셨소?”

“저야 늘 그렇지요. 한데 무슨 일로 저를 다 찾으셨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북남과 고구려의 모든 외교 문제를 한 국장이 책임지고 있으니 당연히 찾을 일이 있지요.”

“왜 군정사령부에 무슨 외교적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그건 아니고, 우리가 가진 미국 국채를 이제 좀 현금화했으면 하고, 이렇게 연락한 것이오.”

“미국 국채의 현금화 문제는 민재인 위원장님과 북한 김정은 총비서님 그리고 대한민국 이세연 대통령님이 합의해서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걸 제 마음대로 어떻게

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

고구려 외교국장 한태일과 왜 군정 사령관 오지용은 같이 고구려위원회에 있을 때도 제법 친하게 지냈다.

그랬으니 통화가 연결되자 자연스러운 인사와 함께 본론을 꺼냈고,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이다.

“그럼 세 분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오. 나는 이미 결정한 것으로 알았는데 아니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고구려와 남북한 중에서 당장 현금이 급한 나라가 없으니 말입니다.”

“음.”

“왜 군정사령부에 현금이 필요해서 그러십니까? 아니면 북한으로 현금을 보내야 해서 그러십니까?”

“한 국장이 그렇게 물으니 내 솔직히 이야기하겠소. 사실 공화국으로 현금을 더 보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우리가 가진 미국 국채를 현금화하려고 했는데, 사정이 그렇다니 세

분이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지 별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소이다.”

“제가 내일 아침 민재인 위원장님을 만나면, 그 문제를 물어보겠습니다. 그럼 되겠습니까?”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그리고 이왕이면 현금화하자고도 건의해 주면 더 고맙겠소.”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보류 결정이 나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겁니다.”

“물론이오. 물론. 그리고 내 한 국장의 배려와 도움은 영원히 잊지 않겠소.”

“배려와 도움이라니 말씀이 너무 과하십니다.”

비록 미국 국채의 현금화는 아직 불투명했지만, 그래도 한태일이 민재인 위원장에게 건의하면 혹시라도 세 분이 그 문제를 논의하여 그렇게 결정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오지용은 한태일과 한동안 통화를 한 다음 수화기를 내려놓고, 이런저런 생각에 다시 빠져들었다.

그런데 한태일은 그 통화를 마치자마자 다른 사람도 아닌 초나라 외교부장 조옥성과 다시 통화해야 했다.

전쟁 중이라도 외교는 멈출 수 없었기에 한태일이 간단한 인사가 끝난 다음 직설적으로 이렇게 물었다.

“그래, 이 전쟁 중에 무슨 일로 나를 찾았는지 솔직히 물어도 되겠소?”

“국장님, 우리 초나라의 조건 없는 항복을 받아주십시오. 그것이 제가 전화한 이유입니다.”

“조건 없는 항복을 하시겠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니 우리 초나라의 항복을 받아주시고, 이 전쟁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주십시오.”

“나도 그러고 싶으나 이 전쟁에 관해서만은 고구려와 초나라의 협상 전권을 내가 아닌 김명남 부위원장님이 쥐고 있으니 전화를 잘 못 했소이다.”

“김명남 부위원장님이 협상의 전권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그러니 나에게 그 말을 할 것이 아니라 김명남 부위원장님에게 사정해 보시오. 그럼 혹시 아오. 초나라의 조건 없는 항복을 받아줄지. 하하하!”

고구려 외교국장 한태일이 이렇게 말한 다음 웃자 초나라 외교부장 조옥성은 그 순간 한없는 무력감보다는 치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태일의 웃음이 호탕하면 할수록 초나라는 더 큰 곤욕은 물론 곤혹, 곤경, 곤란 등을 다 겪을 것이 불을 보듯 뻔했으나 이 상황에서 그것을 막을 아무런 힘이 없었기에 말이다.

그러니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그 치욕을 참고 또 참는 것뿐이었다.

“저희 초나라의 조건 없는 항복을 받아주시리라 저는 믿겠습니다.”

“그렇게 믿는 것은 조 부장의 자유고, 부위원장님이 어떻게 하실지 그것은 부위원장님의 권한이나 아무쪼록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겠소. 그럼 나는 이만.”

“국장님, 김명남 부위원장님과 제가 통화할 수 있도록 국장님이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그거야 뭐 어렵겠소.”

“감사합니다. 국장님.”

“감사는 무슨 감사. 그리고 장차 조 부장과 나는 또 만나서 무슨 협상이든 협상해야 하는 사이가 아니오. 이 전쟁이 끝나는 날이나 부위원장님이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하면, 그때

우리 다시 만나 협상해야 하니 이 정도의 부탁이야 들어주어야지. 그래야 그때 조 부장이 내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겠지. 안 그렇소?”

“국장님과 제가 실무자일 것이니 그건 그렇겠습니다. 그럼 다시 뵈는 날까지.”

초나라 외교부장 조옥성은 어떤 대답 대신 이 말과 함께 고구려 외교국장 한태일과의 통화를 마치고, 이어서는 그의 주선으로 고구려 부위원장 김명남과 다시 통화를 시작했다.

초나라의 산업시설이란 시설은 모조리 고구려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도 모자라서 남북한 공군의 폭격 등으로 파괴되고 있었으니 단 한 시간이라도 빨리 항복해서 남은 산업시설만이라도

지켜야 했다.

그것이 아니면 모조리 파괴된 산업시설을 끌어안고, 고구려와 마주 앉아 항복 협상을 해야 했으니 그것은 초나라를 영원한 수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1차 한중전쟁에서는 치욕적인 패배로 더 치욕적인 항복 조건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시기적절하게 항복했다.

그랬기에 제법 많은 산업시설이라도 남겼고, 그것을 기반으로 오늘날까지 그런대로 초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 2차 한중전쟁에서 그렇게 남은 산업시설을 모두 잃는다면 초나라는 더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지금도 벌어지는 시위와 폭동으로 안에서부터 무너져 내릴 것이니 자신은 그것을 막아내야만 했다.

그래야 초나라가 지속할 것이니 말이다.

초나라 외교부장 조옥성이 이 상태로 산업시설을 더 잃으면, 나라마저 잃을 것 같은 불안에 사로잡혀 고구려 부위원장 김명남과 통화를 시작했지만, 그 김명남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자들이 진짜 항복하려고? 아니면 간만 보려고?’

초나라와의 협상 전권을 쥔 김명남이었지만, 민재인 위원장의 허락이 없는 전권은 행사할 수 없었고, 고구려의 방침은 초나라의 조건 없는 항복을 받아주지 않고 거의 모든 산업시설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2차 한중전쟁으로 획득할 산서와 강소성 그리고 황하 이북의 하남성과 마카오 등을 완전하게 고구려의 영토로 확정하는 것 등 이었다.

“조옥성 부장. 인사치레는 이만하면 된 것 같으니 본론부터 말씀하시오. 정말 우리의 한태일 국장께 요청한 것과 같이 조건 없는 항복을 위한 것이오? 아니면 뭐 다른 이유가 있어

이런 말을 꺼낸 것이오?”

“부위원장님, 우리 초나라가 조건 없이 항복하면 받아주시겠습니까?”

“진심으로 하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저희 초나라는 조건 없는 항복을 원합니다. 받아주십시오.”

“우리의 조건을 떠보려고 간만 보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저희 초나라의 항복을 받아주십시오.”

초나라 주석 이극강의 지시로 고구려에 항복 조건만을 타진해보려고 전화한 조옥성은 항복 조건만 타진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방향을 바꾸어서 이렇게 항복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요청을 받은 김명남은 뭔가 찜찜한 생각이 들어 즉답하지 않고, 말을 빙빙 돌리다가 한마디를 던졌으니 그건 바로 이것이었다.

“그럼 지금 초나라가 쓰는 한자 간체자(??字) 또는 간화자(?化字)는 모두 버리고, 우리 고구려와 북남이 쓰는 전통 한자인 정체자(正體字) 또는 번체자(繁體字)를 사용할 수

있겠소?”

“그것은······.”

“할 수 없다면, 이만 통화 끊읍시다.”

“부위원장님, 잠깐만.”

“뭐요?”

“그것만 수용하면 우리의 항복을 받아주는 것입니까?”

“그것 즉 우리 고구려와 북남의 한자 표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를 공용어로 지정하시오. 이것도 할 수 있겠소?”

지금 초나라가 사용하는 간체자를 버리고 고구려와 남북한이 사용하는 전통 한자 정체자를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서 한국어를 공용어로 지정하라는 김명남의 요구에 조옥성은 쉽게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지난 전쟁 패배 이후 맺은 항복 조건 1항이 바로 중화와 중국이라는 단어와 그 단어가 들어간 국호를 영원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중화 민족, 중국이라는 이름까지 사용하지

못하고, 그런 내용을 교육하지도 못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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