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449화 (449/470)

항복 협상(1)

서한국 상사가 막 뭐라고 대꾸하려는 찰나 1기갑사단 흑표전차의 측면을 노리고 초나라판 재블린 대전차미사일로 불리는 홍전(?箭)--12를 쏘려던 초나라군이 시야에 들어왔고, 박인철

중사가 그를 향해서 먼저 소총을 난사했다.

그만큼 다급했기도 했고, 서한국 상사의 K-14 저격소총은 아무래도 박인철 중사의 K2C1 소총보다는 대응이 느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인철 중사도 지금까지 한중, 한일, 2차 한중전쟁을 거치면서 60여 명의 적을 사살한 경력이 있었고, 그의 소총인 K2C1은 비록 5MOA 정도의 정확도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그의 사격 실력은 조준경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200m 이내에서는 거의 백발백중이었다.

또한, 8배율 조준경의 도움을 받으면 600m까지의 목표물도 일발에 사살할 수 있었으니 약 12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초나라군은 그의 사격에 그대로 피를 토하면서 무너졌다.

“봤죠?”

“뭘.”

“저런 위험한 초나라 놈들요. 그러니 빨리 움직여서 저런 위험한 놈들을 하나라도 더 제거하자는 것입니다.”

“어디로?”

“저기 5층 건물 옥상은 어떻습니까. 거긴 여기보다는 더 높으니 위험한 놈들을 더욱더 잘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긴 초나라 놈들이 없을까?”

“저기 초나라 놈들이 있었으면 우린 벌써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군단 공격헬기들과 무인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이 근처의 건물이란 건물 옥상을 다 살피고 있는데, 더 있을 리가

없죠.”

“그건 그렇군.”

“그럼 가시죠.”

“그래도 도망치는 것 같아 영 찝찝한 생각이 드는데.”

“도망 아니라니까요.”

“그래도 영 찝찝해.”

서한국 상사가 이렇게 말하고는 망설이자 박인철 중사가 그의 전투복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 통주구 동사진 어느 단층 주택 옥상에서 인근에서 가장 높은 것 같은 5층 건물 옥상으로 자리를 이동한 두 사람은 그 즉시 다시 표적을 찾았다.

“11시 방향 거리 780m, 전봇대 뒤에 숨은 놈 보이십니까?”

“RPG-7 들고 있는 놈!”

“예, 쏘십시오. 그리고 저놈이 서 상사님의 160번째 희생양입니다.”

“탕!”

“명중! 그리고 160번째 저격을 축하드립니다.”

“벌써 160번째라고. 좀 전에는 148번째라고 하지 않았어.”

“그 사이에 12명 저격했으니 정확하게 160번째가 맞습니다.”

박인철 중사가 160번째 저격 대상이라는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서한국 상사의 K-14 저격소총을 떠난 7.62mmX51mm 나토탄이 다시 발사됐다.

그렇게 서한국 상사는 1차 한중과 한일 그리고 이 2차 한중전쟁을 치르면서 기어이 총 160명을 사살하는 기록을 세우자마자 다시 161번째 저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저격 대상은 또 있었고, 162번째, 163번째 저격기록은 착착 올라가고 있었으니 그만큼 주위에는 초나라군과 민병 등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악착같이 한국군에게 달려들고 있었으니 최후의 발악다웠다.

만약 이 강소성 남통시 통주구 동사진에서도 밀려서 남쪽으로 후퇴하면, 그 남쪽에서 올라오는 대한민국 해병대 등에 배후를 공격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초나라군과 민병 등은 배수의 진을 친 심정으로 악전고투를 벌이는 것이었다.

“또 온다. 준비해.”

“이 69식 화전통으로는 저 흑표탄극을 파괴하지 못하니 우리 그만 이것들 버리고 도망치자.”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고, 빨리 쏴!”

“우린 싸울 만큼 싸웠고, 이제는 중과부적으로 더 싸워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 그냥 무기 버리고 도망가자.”

“도망가려면 너 혼자 가. 나는 죽더라도 끝까지 싸울 테니까.”

“미친 새끼!”

“내가 미친 새끼면, 도망가자는 너는 민족의 반역자다.”

“민족의 반역자는 벌써 도망간 부주석 등모량 같은 놈이다.”

“그러니 쏴! 쏘면 된다니까. 안 쏘면 반역자고.”

“이 자식아! 내가 민족의 반역자면, 그럼 도망간 등모량 부주석 그놈은 뭐고, 주석 이극강은 또 뭐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쏘라니까.”

장정동(張政東)과 송화(宋華) 둘은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 사이였지만, 이 2차 한중전쟁을 맞아 함께 민병으로 참전해 처음에는 제법 용감하게 싸웠다.

그러나 전투가 계속되고 한국군의 공세가 거세지면 질수록 장정동은 이 싸움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고, 그와는 반대로 송화는 한국군과 죽기 살기로 싸울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무너진 건물 틈에 숨어 점점 다가오는 한국군 1군단 1기갑사단의 흑표전차들을 향해 69식 화전통을 겨누면서 이런 의견 대립을 벌이고 있었다.

“쏴 봐야 저 흑표탄극을 파괴할 수도 없고, 그 대가로 우린 죽는다. 그래도 쏠까?”

“그래도 쏴. 이 전쟁에서 패해 저 한국 놈들의 개로 싸느니 나는 차라리 깨끗하게 중화 민족으로 죽으련다. 그러니 쏴!”

“너 같은 미친놈들 때문에 우리나라가 오늘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다. 빌어먹을 놈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쓸데없는 소리가 아니라 사실이다. 너 같이 화이사상이 골수까지 박힌 미친놈들 때문에 우리가 이 모양 이 꼴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쏘려면 네가 쏴. 나는 갈 테니까.”

“이 배신자! 민족의 반역자!”

“너 같이 되지도 않는 화이사상이 골수까지 박힌 미친놈보다는 배신자와 반역자가 나아.”

이 말과 함께 장정동이 69식 화전통을 던져버리자 송화는 다른 말도 하지 않고, 얼른 그것부터 주워들고는 다가오는 흑표전차를 향해 발사했으나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급히 69식 화전통을 주워든 것은 물론 건물 틈에서 사격 위치를 잡으려고 몸을 움직였기 때문에 조준이 흔들려서 빗나간 것이지만, 장정동의 말처럼 그 대가는 가혹했다.

“12시 방향 무너진 건물 틈!”

국군 1군단 1기갑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장 조광우 대위가 이렇게 사수 정민철에게 말한 다음 전차장용 K-6 중기관총을 난사했다.

그곳에서 자신이 탄 전차를 노리고 69식 화전통이 날아왔지만, 다행스럽게도 맞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쾅!”

중대장 조광우 대위의 K-6 중기관총이 불을 뿜는 와중에 흑표전차의 주포가 발사되어 송화가 몸을 숨기고 69식 화전통을 쏜 무너진 건물 틈을 강타했다.

그러자 폭음과 함께 자욱한 먼지가 흩날렸고, 송화는 그 폭발에 휩쓸려 장정동의 말처럼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고, 도망치던 장정동은 파면을 다리에 맞아 그대로 꼬꾸라지고 말았으나

천만다행으로 죽지는 않았다.

이처럼 아직도 싸우는 초나라 민병 등은 악전고투 끝에 전사하거나 아니면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거나 그렇게 나뉘는 실정이었으니 이 전투도 끝을 향해가는 것 같았다.

“새로운 소식은 없나?”

“여전히 우리 군이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릴 뿐입니다. 주석.”

“그 말은 곧 산서와 강소성마저 잃는다는 뜻이군.”

“애초부터 중과부적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너무나 원통합니다. 주석!”

“등모량 그놈 소식은?”

“안휘 황산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으나 지금은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최후까지 발악하면 할수록 좀 더 나은 향후를 도모할 수 있으련만 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우리의 산업시설은 오늘 이 시간에도 고구려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에 점점

파괴되어가니 이만 항복을 타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항복해도 고구려가 받아주겠습니까?”

“그러니 타진만 해보자는 것이 아닌가.”

“하면 정말 타진만 해볼까요?”

“그래. 타진만 해봐. 그래야 항복 조건이라도 대충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니까 말이야.”

초나라 외교부장 조옥성(趙玉成)은 그렇게 주석 이극강의 지시에 고구려에 항복 조건을 타진해 보려고 움직였으나 고구려는 물론 남북한도 아직은 초나라의 항복을 받아줄 마음이 없었다.

그건 그렇고 조옥성이 그렇게 밖으로 나가자 국방부장 유재기(劉梓淇)를 부른 이극강은 또 한 번 전황을 물었으나 상황은 암울하기만 했다.

“그런데 말이야. 전황은 그렇다고 하고, 고구려와 남북한이 그동안 공언한 것처럼 황하와 장강을 경계로 산서와 강소성만 점령하고 더는 우리 영토를 점령하려고 남하하지는 않겠지?”

“그동안 고구려와 남북한이 황하와 장강을 국경으로 하리라는 것을 온 세상에 공공연하게 밝혔으니 더는 우리 영토를 강점하겠습니까.”

“그렇겠지.”

“그럴 것입니다.”

“한데 만약 고구려와 남북이 그 공언을 무시하고 황하와 장강을 건너 더 남하하면 그때는 무슨 대책이 있겠나?”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만에 하나가 있지 않나? 그리고 강소성은 장강 이북에만 걸쳐 있는 것이 아니라 장강 이남에도 있으니 그들이 남경을 점령했듯 장강을 건너와서는 우리의 상주시(창저우시,

常州市), 무석시(우시시, 无?市), 소주시(쑤저우시, ?州市) 그리고 말이 필요 없는 상해까지 점령하는 그런 일 말이야.”

“그들이 공언을 어기고 장강을 건너와서 우리의 수도였던 남경을 점령했듯 그렇게 장강을 건너오는 그런 일이 또다시 벌어진다면, 우리 국민 전원이 죽을 각오로 진격해오는 고구려와

남북한군의 탱크 앞에 맨몸으로 드러눕지 않는 이상은 그들의 진격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말은 군사적으로는 막아낼 수 없으니 우리 국민이 목숨을 던져서라도 육탄저지를 하자는 말이군. 고구려와 남북한도 우리 민간인의 무모한 희생은 원하지 않을 것이니까.”

“그들이 우리의 국토를 강점해도 우리 국민은 웬만하면 죽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항하는 이들은 예외였지만, 그 때문에 국제사회도 우리 영토 강점에 대해 비난만 할 뿐 이렇다 할

행동은 하지 않은 것입니다. 하나 비무장 우리 국민을 죽인다면 그때는 미국조차 그들에게 등을 돌릴······.”

“그렇다고 해서 이 마당에 미국놈들이 고구려와 남북한에 등을 돌릴 것 같지는 않아. 어떻든 그런 대비도 미리 해두는 것은 좋겠지. 고구려와 남북한이 장강을 건너 상해로 진격하는

그런 불상사에 대한 대비 말이야.”

초나라 강소성은 1차 한중전쟁에서 고구려가 차지한 연운항(롄윈강,?云港), 서주(쉬저우,徐州) 등과 지금 2차 한중전쟁 마지막 전투의 주전장이 된 장강 북쪽의

남통시(난퉁시,南通市), 태주시(타이저우시,泰州市) 이외에도 장강 이남의 상주시(창저우시, 常州市), 무석시(우시시, 无?市), 소주시(쑤저우시, ?州市) 등이 있다.

그리고 더는 말이 필요 없는 상해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남북한과 고구려군이 초나라와의 장강을 국경으로 하리라는 공언을 어기고 장강을 도하해 상해 등으로 진격하면 현재 초나라는 그것을 막아낼 능력이 없었다.

그랬기에 이극강이 이런 우려를 표시하는 것이었다.

하고 이미 상해 앞바다의 숭명구(충밍구, 崇明?) 즉 숭명도와 장흥도, 횡사도는 대한민국 해병대와 남북한과 고구려 합동해군 해병대에 이미 점령당한 상태였으니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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