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나팔 소리(12)
국군 1군단 1기갑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장 조광우 대위는 대대장 김동연 중령의 명령에 중대 전차들을 독려해서 초나라 무장경찰이고 민병이고 뭐고 간에 눈에 보이는 족족 그야말로
쓸어버렸다.
“야, 1중대장, 너 뭐하는 거야. 싹 쓸어버리란 말 안 들려. 그러니 보이는 족족 모든 것을 싹 쓸어버려. 알았어.”
“예, 대대장님.”
“말로만 하지 말고, 저 짱깨들 싹 쓸어버려. 어서!”
이제 정규 초나라 해군은 더는 보이지 않았고, 무인기도 더는 날아오지 않았으나 흑표전차를 향해서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은 무장경찰과 민병 등 그들뿐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69식 화전통과 RPG-7 등의 대전차 무기와 91식, 11식 등의 유탄발사기를 가진 이들이 있었으니 초나라 해군이나 그놈이 그놈 같았다.
그건 그렇고 대한민국 해병대 1여단 1대대 1중대장 노진수는 사관학교 2년 후배 표정혁이 자신의 1소대와 함께 중대의 선두로 전진하자 나머지 중대 병력을 몰아 그 뒤를 따랐다.
이 해병대 1여단은 상해 앞바다 숭명도와 장흥도, 횡사도로 상륙해 이때에는 숭명도를 거쳐 강소성 치둥시의 서쪽 구융진(久隆?)까지 진출해 있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서쪽으로 진격하면 국군 1군단과 만날 수 있었으니 그렇게만 되면 초나라 강소성은 온전히 남북한과 고구려군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소대장님, 짱깨입니다.”
“보고도 하지 말고 바로 쏴버리라는 말 못 들었어.”
“좀 전에는 보고하고 쏘라지 않았습니까.”
“내가 언제?”
“좀 전에요.”
“몰라. 하여튼 지금부터는 보고하지 말고 막 쏴버려. 뭐해. 빨리 안 쏘고.”
“이미 부소대장님께서 쐈습니다.”
사수 강진철의 보고에 대한민국 해병대 1여단 1대대 1중대 1소대장 표정혁 중위는 입맛만 다셨다.
그리고 사수와 이런 말을 하다가 부소대장에게 선수를 뺏겼으니 이를 또 중대장이자 선배인 노진수가 알면 말이 많아서 적도 놓친다고 잔소리할 것이 뻔했다.
“따른 놈들은 없어?”
“아직은······.”
“그럼 빨리빨리 다른 놈 찾아서 보고하지 말고 바로 쏴버려!”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그때 해병대 1여단장 오경수는 기어이 국군 1군단 1기갑사단장 서준석과 통신을 하면서 진격 방향을 조율하고 있었으나 아직 초나라 민병 등은 죽기 살기로 발악하면서 덤벼들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국군 1군단과 해병대만이 아니라 2진의 국군 5군단과 특전사령부까지 이때에는 강소성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으니 이 전쟁도 끝을 향해간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모조리 격추해. 쏴!”
대한민국 특전사령부 예하 1여단 1대대장 전준호는 이때 초나라 강소성 태주시(타이저우시,泰州市)의 현급시인 정강시(징장시,靖江市)를 지나 남통시(난퉁시, 南通市)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인공격기가 나타나는 바람에 대대 방공무기들에 이렇게 명령했다.
그러자 이 대대와 함께 움직이던 30mm 차륜형 자주대공포가 가장 먼저 불을 뿜었고, 이어서는 각 장갑차의 자체 무장 역시 불을 뿜었다.
“대대장님, 다 격추했습니다.”
“좋아.”
“그럼 계속 진격할까요?”
“그래, 짱깨들 싹 쓸어버리고,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집이 그립다.”
“짱깨들 싹 쓸어버려도 집에는 못 갈 것 같은데요.”
“나는 갈 것이니까 부대대장은 너는 여기 남아. 그리고 대대 진격!”
대한민국 특전사령부의 전초부대이자 최선봉부대 역할을 맡은 이 1여단 1대대가 초나라 무인기를 격추하고 신속 진격하자 그 뒤를 따르던 1여단의 각 부대와 특전사령부 자체도 진격의
속도를 올렸다.
그러자 국군 2진의 5군단 각 부대까지 쾌속 진격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초나라 강소성은 점점 한국군에게 점령당해갔다.
하나 아직 남은 초나라군과 민병들은 더 발악적으로 나왔으니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소대장님, 우리 소대는 뒤로 빠지랍니다.”
“누가?”
“중대장님입니다.”
국군 1군단 1특공여단 1대대 1중대 안민수 중위의 1소대는 초나라 무인기의 공격에 소대 장갑차 3대를 잃고, 남은 것은 그가 탄 장갑차 단 1대뿐이었기에 중대장이 그들 소대를
뒤로 빼지 않을 수 없었다.
“잘됐다. 뒤로 빠져서 쉬엄쉬엄해도 이 전쟁은 금방 우리의 승리로 끝난다.”
“그럴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렇지. 부소대장에게 뒤로 빠지라고 해.”
이 1소대 부소대장 최일용 중사는 여전히 하늘을 응시하면서 혹 다시 초나라 무인기가 나타날까 노심초사하다가 소대장 안민수 중위의 지시에 바로 후퇴했으니 잃어버린 장갑차를 보충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전투에 다시 나서기는 힘들 것 같았다.
“서한국 상사는 살아있겠지?”
“절대 전쟁에서 죽을 팔자는 아니니까 잘 살아있을 것입네다. 그리고 짱깨들은 서 상사를 죽이지도 못할 것이고 말입네다.”
“하긴 이런 당나라 군대와 민병들로는 서 상사를 죽이기 힘들 거야. 어떻든 이 전쟁이 승리로 끝나서 하수정 상사와 무사히 결혼해서 잘 살아야 할 것인데 말이야. 그래야 우리도 가서
국수라도 얻어먹고, 술이라도 한잔 얻어 마실 것 아니네.”
“맞습네다. 서 상사가 민은정 중장님께 부탁하는 바람에 우리가 가족까지 데리고 북경으로 이사도 하고, 또 이 1군단에서 복무하는 것 아닙네까. 그리고 우리가 원하면 고구려군으로
옮겨도 된다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허락까지 받았지 않습네까.”
“그래, 그래. 그리고 방 상사는 중사에서 상사로 진급했고, 나는 훈장까지 받았으며, 우리 둘이 총비서 동지께 한국 돈으로 1억 원의 특별포상금까지 받은 것 아니네. 하하하!”
“하하하. 맞습네다. 저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 특별포상금 받은 생각만 하면 지금도······.”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총비서 동지께 특별포상금을 다 받다니 말이야. 그리고 보면 그것도 다 서 상사 덕분이 아니네.”
“그렇습네다. 진급에 훈장에 특별포상금 1억에 북경 이주에 고구려군으로도 갈 수 있는 자유까지 있고, 또 북경의 집도 다른 집보다 훨씬 더 좋은 것으로 30년간 무상임대 받았지
않습네까.”
“맞아. 그리고 보면 우리가 서 상사에게 제법 많은 빚을 진 것이지. 그렇지 않네?”
북한 인민군 1군단 저격대대 소속의 이영기 특무상사와 방유종 상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1차 한중전쟁 당시 신의주에서 서한국 상사와 함께 있었고, 이후 북경 포위 작전에서 다시 서한국 상사를 우연히 만나서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그 이후 서한국이 민은정에게 이들을 부탁했고, 그 덕분에 이들은 원래 소속이었던
인민군 8군단 81경보병여단에서 북경이 주둔지였던 인민군 1군단 저격대대로 옮겼고, 가족도 모두 북경으로 이주시켰다.
그리고 이영기 특무상사는 나에게 훈장, 방유종 중사는 상사로 특진까지 했고, 특별포상금 1억 원도 받았으며, 원하면 고구려군으로 옮겨갈 수 있는 특권도 주었다.
그런 그들이 지금 인민군 1군단 본부와 함께 초나라 산서성 운성시(윈청시, ?城市)에 입성해 잠시 전투를 쉬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당연히 제법 많은 빚은 졌다고 생각합네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북경에서 살려면 또 제법 많은 빚을 질 것 같고, 고구려군으로 옮기면······.”
“고구려군으로 옮기면 그 누님이신 강수진 수석님이 또 살펴줄 것이니 그것도 다 빚이야.”
“그렇겠군요. 그런데 정말 고구려군으로 옮기실 생각이십네까?”
“애들을 위해서는 그것이 더 좋지 않겠네. 공화국보다야 고구려에서 공부를 시키는 것 말이야. 그래야 이후에 남조선의 좋은 대학으로 진할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고, 외국 대학으로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네.”
“그건 그렇지만, 이번에 문을 여는 고구려대학과 고구려의 각 대학도 듣기로는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려고 고구려위원회에서 많은 투자를 한다고 하니 굳이 외국 대학으로는
보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네다만.”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그리고 나는 외국 대학으로는 안 보내도 된다고 해도 남조선 대학에는 보내고 싶어. 우리가 남조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왜곡해 배웠다는 것을 이제야 확실하게
알았는데, 우리 자식들도 그렇게 살도록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야.”
“공화국도 지금은 남조선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치니 그런 일은 없을 것입네다. 그리고 장차 고구려가 공화국과 남조선을 흡수해 통일하면, 그때는 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것입네다. 그리고 제 아들놈은 공부에 영 취미를 붙이지 못하니 대학은 고사하고, 엇나가지만 말고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소원이 없겠습네다.”
“좀 더 크면 공부에 취미를 붙일 거야. 우리 영철이 놈도 그때는 그랬으니까. 어떻든 빨리 이 전쟁이 우리의 승리로 끝나서 서한국 상사는 하수정 상사와 결혼하고, 우리는
고구려군으로 옮겨서 북경에 제대로 뿌리를 박고 잘 먹고 잘살자고. 그래야 우리가 그동안 전쟁에서 열심히 싸운 보람이 있을 것 아니네.”
“하하하. 맞습네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목숨 걸고 싸운 보람은 있어야지요.”
북한 인민군 1군단 저격대대 이영기 특무상사와 방유종 상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눌때 같은 1군단 저격대대 소속이지만, 인민군이 아닌 국군 1군단 소속인 서한국 상사와 박인철 중사는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 통주구 동사진에서 여전히 초나라군 그리고 일부 민병들과 일대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또 짱깨입니다. 11시 방향, 거리 875m, 보이십니까?”
“RPG-7 든 놈!”
“예, 쏘십시오.”
“탕!”
“명중! 어, 그 우측에도 또 한 놈 있습니다. 소총 들고 있는 놈!”
“확인!”
K-14 저격소총을 재장전하면서 표적을 확인한 서한국 상사는 또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이렇게 적이 많을 때는 K-14 같은 볼트액션이 아니라 반자동 저격소총이라도 있으면 좋았겠지만, 서한국 상사의 소총은 K-14였으니 다수의 적을 빠르게 제압할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가끔 박인철 중사가 자신의 소총을 발사할 때도 있었다.
어떻든 그렇게 둘은 악전고투를 하면서 초나라군과 민병들의 마지막 발악에 맞서고 있었다.
“명중, 이제 다른 곳으로 이동하시죠.”
“왜?”
“여기는 짱깨들이 너무 많으니까 1기갑사단 애들에게 맡기고, 우린 좀 더 안전한 곳으로 가서 저런 떨거지 민병들이 아니라 더 위험해 보이는 초나라군들만 저격하자는 말입니다.”
“그 말은 다른 곳으로 도망가자는 말로 들리니까 가고 싶으면 박 중사 혼자 가.”
“도망가자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안전한 곳으로 가서 민병들이 아니라 RPG-7이나 대전차미사일이나 저격소총 든 초나라군들을 우선으로 처리하자는 것입니다.”
“그래도 도망가자는 말로 들리는데, 아냐?”
“아닙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올 때 서 상사님이 더 안전한 곳으로 가자고 해서 온 것 아닙니까. 그러니 이제 이곳은 1기갑사단 애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가서 더 위험한
적들을 제거하자는 말입니다.”
“그런데 내 귀에는 그 말이 왜 꼭 도망가자는 말로 들리지.”
“아니라니까요. 그러니 빨리 이동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