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나팔 소리(5)
북한 인민군 초나라 원정군 사령관이자 북한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의 요청에 한국 공군의 EA-18G 그라울러 전자전 공격기 1개 편대와 E-8 조인트 스타스 지상 조기경보통제기
1대, 전자전 정찰기 RC-135V/W 리벳조인트 1대가 북한 인민군의 진격 방향에 대한 정찰에 돌입했다.
그러자 북한 공군의 무인정찰기와 무인 공격기들이 그 뒤를 따라서 움직였고, 이어서는 F-1 삼족오 전투기 대대가 움직였다.
“날래날래 타! 다들 날래 타라우!”
그때를 맞춰 북한 특전사령부 예하 저격여단이 북한 공군이 보유하고, 이 전쟁에도 동원한 수송헬기 Mi-17 15대와 Mi-26 Halo 4대, 그리고 UH-60 블랙호크의 짝퉁인
옛 중국의 Z-20을 고구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일부 개선 개량한 백룡 기동헬기, 한국군이 제공한 수리온 기동헬기 등 각종 헬기에 나누어 타고 삼문협과의 경계인 황하로 날아갔다.
그런데 정말 그 헬기에서 진격의 나팔 소리가 울려서 퍼졌으니 다 박수일의 특별명령 때문이었다.
어떻든 그렇게 저격여단을 태운 헬기들을 AH-1 청룡과 AH-2 적룡 공격헬기들이 좌우와 후미에서 호위하면서 초나라 산서성 임분시(린펀시, ?汾市)에서 장차 고구려와 초나라의
국경이 될 초나라 하남성 삼문협 북쪽 황하로 날아갔다.
“우리가 가는 곳이 운성시(원청시, ?城市) 평륙현(핑루현,平??)이라고 했네?”
“그렇습네다. 초나라 하남성 삼문협과는 황하를 경계로 나뉜 곳입네다.”
“장차 고구려와도 국경이 될 도시니 우리가 가야 하기는 가야겠지. 초나라 놈들의 배후도 차단하고 말이야.”
“그렇습네다. 최후의 발악처럼 날뛰는 놈들의 배후를 차단하고, 단 한 놈도 살려서 보내지 말아야 합네다.”
“맞아. 맞아. 그런데 그 운성이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의 고향이라면서?”
“맞습네다. 그곳에 기단이 19m, 높이가 61m 되는 관우 동상도 있답네다.”
“나중에 한번 가보자우.”
“좋습네다. 저도 관우 동상은 꼭 보고 싶으니까 말입네다.”
북한 인민군 특전사령부 예하 저격여단 장철기 특무상사와 모철영 상사도 백룡 기동헬기에 몸을 싣고 삼문협과의 경계인 황하로 날아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저격여단 애들이 황하로 출발했으면, 정찰여단을 앞세우고 우리도 신속 진격한다. 그러니 진격의 나팔 소리부터 울려.”
그때 박수일이 다시 이렇게 명령했고, 그에 북한 인민군 8군단 21기계화보병사단 기갑수색대대가 선봉에 서서 황하를 바라고 진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기갑수색대대 앞에는 박수일의 말처럼 정찰여단이 더 앞서 진격했으나 사실 가장 선봉에 선 것은 장애물 개척 전차와 급조폭발물을 탐지 처리할 8군단 전투 공병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상공에는 역시 AH-1 청룡과 AH-2 적룡 공격헬기들이 엄호하는 가운데 인민군 8군단은 황하를 향해 진격했다.
그때 인민군 1군단도 임분시(린펀시,?汾市)에서 남하해 운성시(원청시,?城市)를 점령하려고 했으니 그 운성시 다음은 황하를 경계로 역시 하남성 삼문협을 압박할 예정이었고, 2군단
역시 비슷한 경로로 남진하고 있었다.
“서 상사님이 사살 기록을 더 세워야 하는데, 초나라 놈들이 아예 안 보입니다.”
“기록이고 뭐고 나는 초나라 놈들이 안 보이니까 좋은데, 박 중사는 그게 불만이야?”
“사살 기록을 더 세워야 서 상사님이 진급하는데, 도움이 될 것 아닙니까.”
“지금 기록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그래도 진급 안 시켜주면 고구려군으로 가지 뭐.”
“진심이십니까?”
“진심으로 보여.”
“그러시는 것을 보니 아니네요. 그런데 그러지 마시고 진짜 고구려군으로 가십시오. 그럼 누님이신 강수진 수석께서 준위가 아니라 소위로도 승진시켜 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박 중사, 내가 진짜 고구려군으로 안 가는 이유는 그것이 싫어서다. 강수진의 배경 말이다.”
“아무 전공도 없는 사람을 부당하게 진급시켜 주는 것도 아니고, 적군을 127명이나 저격한 사람을 진급시켜 주는 것이 무슨 잘못입니까. 그리고 그건 배경이 아니라 정당한 실력으로
승진하는 것입니다. 하고 지금 고구려군에서 서 상사님만큼 적군을 사살한 사람이 있을 것 같습니까.”
국군 1군단 저격대대 서한국 상사는 이때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의 현급시인 여고 시(루가오시, 如?市)를 지나 그 남통시 통주구(퉁저우구, 通州?)에 입성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초나라군이나 민병은 보이지 않았기에 박인철 중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구려군에는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 애들도 많으니까 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고구려군에서 내가 진짜 꼴 보기 싫은 서민재 대위도 지난 한중전쟁에서 소대 규모의 적은 사살했다고
하니까 말이다.”
“서민재 대위라면 누님이신 강수진 수석님 따라다니는 그 사람 말입니까?”
“그래, 그 사람. 그리고 그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강수진을 낚아챌 가능성도 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여기서 밤을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소주는 챙겼어?”
“소주 대신 저 앞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고량주 한 병 주워왔고, 라면과 빵 등 여타 먹을 것도 좀 챙겨왔으니 전투식량 안 먹어도 될 겁니다.”
“아직도 슈퍼마켓에 그런 것이 남았다니 신기하군. 어떻든 잘했다.”
“그럼 이 전쟁 끝나고 진짜 북한 여군 소개해주는 겁니다.”
“더 잘하면.”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 통주구(퉁저우구, 通州?) 석항진(石港?)의 한 5층 연립주택의 3층 집 창가에서 앞 도로를 감시하다가 밤을 맞은 서한국 상사와 박인철 중사는 피난을 떠난
집주인 대신 집주인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역시 주인 떠난 슈퍼마켓에서 가져온 고량주까지 마시고, 라면까지 끓여 먹으면서 아직은 제법 추운 3월 초 전장의 밤을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
남북한과 고구려 합동 해군소속 해병대가 상해 앞바다 숭명도와 장흥도, 횡사도에 상륙해서 임무를 교대하자 드디어 대한민국 해병대 1여단에 이어서 2여단까지 초나라 강소성 남통시의
현급시이자 가장 남쪽에 자리한 계동시(치둥시,?東市)로 진격했다.
그러자 아직 강소성을 지키려고 남아있던 초나라군과 민병들은 북으로는 국군 1군단의 공세에 시달렸고, 남으로는 대한민국 해병대에 가로막혀서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됐다.
“사령부는 폭격을 받아 박살이 나고, 이제 남은 것은 고작 우리 남해함대 병력 3,000여 명과 공군 소속 패잔병 수백 명, 민병 수천 명이 고작입니다. 이 전력으로 점점 다가오는
한국군을 어떻게 막는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영파(?波)로 후퇴하십시오.”
“우리 앞에는 한국 1군단이 있고, 배후에는 한국 해병대가 있다. 그런데 무슨 수로 영파로 간다는 말인가. 그리고 우리는 후퇴가 아닌 이 자리에서 옥쇄하는 것이 임무야.”
“사령부가 폭격당한 이후 사령관님은 연락 두절입니다. 아마 전사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등모량 부주석은 벌써 안휘성 황산으로 도망쳤고, 주석은 호남성 장사에 웅거하고만 있는데,
우리만 옥쇄해서 바뀌는 것이 뭐가 있습니까?”
“상황이 그렇기에 우리가 여기서 최후까지 적들을 맞아 싸워 옥쇄해야 한다. 그러니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남은 전 병력에 한국 공군의 정찰기, 무인기 등 정찰자산에
발각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더 철저하게 위장하고 있으라고 해. 그래서 최후의 일격을 가한다. 알았나.”
“재고해주십시오.”
“재고할 수 없다. 그리고 이건 최후의 명령이다. 명령! 그러니 따르거나 아니면 항명하라. 그럼 즉결처분해주겠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부하이자 자신이 맡은 초나라 해군 남해함대 참모장인 왕국봉(王國鋒)에게 이렇게 명령하는 남해함대 사령관 이간걸(李干杰)의 표정은 결연했다.
2차 한중전쟁 이전 초나라 해군의 편제는 총사령부 아래에 북해, 동해, 남해함대가 편성되어 있었으나 1차 한중전쟁에서 함정을 모두 잃어 구축함은 고사하고, 고속정 몇 척이 전력의
다였다.
그러나 그 고속정들은 개전 초기 한국 공군 등의 공격으로 모조리 격침당했다.
그래도 항복 조건에 따라서 병력 5만 명은 보유할 수 있었기에 편성한 병력을 훈련하는 한편 함정 건조에 박차를 가했으나 2차 한중전쟁 개전으로 그나마 건조되던 함정과 그 건조를
책임지던 조선소들이 모조리 공습을 받아 박살이 났다.
그리고 그 해군 병력 5만 명은 공군 일부 병력과 함께 강소성을 지켰으나 이미 총사령부와 북부함대, 동해함대는 초나라 수도 남경과 강소성 각 도시인 염성(?城), 태주(泰州),
회안(淮安), 남통(南通) 등에서 한국군과 맞서 싸워 연패했다.
그 결과 강소성 대부분을 잃었고, 총사령관 성광조는 전사했으며, 총사령부와 북해함대와 동해함대 사령부는 박살이 나고 말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이 남해함대 사령부뿐이었다.
“다시 한번 더 재고해주십시오.”
“재고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사령관!”
“항명인가?”
“재고해달라는 것입니다.”
“재고할 수 없으니 가서 부하들에게 내 명령이나 전달해. 우리가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도 전에 한국군의 정찰자산에 발각되어 공습을 당하면 안 되니까.”
사령관 이간걸의 완고함에 초나라 해군 남해함대 참모장 왕국봉은 길게 한숨을 토해내면서 그의 명령을 부하들에게 전달하고야 말았으나 도무지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진짜 이 전쟁을 책임져야 할 주석 이극강과 부주석 등모량은 후방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게끔 그 역할이 미미한데, 무장이라고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자신들은 이 자리에서 옥쇄해야 했으니
말이다.
‘휴, 저 태양은 저렇게 빛나건만, 우리 중화 민족의 앞날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것처럼 위태롭기 그지없구나. 이 전쟁이 이대로 우리의 패배로 끝나면, 우리 중국은 일본처럼
식민지 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늘 업신여긴 그 조선과 한국에 말이다.’
왕국봉이 중천으로 떠오른 태양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때, 그 휘하 부하들은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의 틈 또는 지하실 그도 아니면 아직은 멀쩡한 건물에 완벽하게 몸을 숨기고는
있었으나 불안에 떨기는 마찬가지였다.
“달랑 소총 한 자루로 어떻게 한국 놈들과 싸우라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러다가 우리 다 죽는 것 아냐?”
“다 죽겠지. 분명히 우린 곧 다 죽어. 저들은 흑표라는 탄극(坦克)도 모자라서 공중에는 아파치 공격헬기에 우리의 WZ-10과 Z-19 공격헬기를 가져가서 개선 개량한 AH-1
청룡과 AH-2 적룡 공격헬기에 각종 무인기까지 앞세우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 위에는 무시무시한 삼족오 전투기까지 우리의 목숨을 노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야, 여기서 개죽음하느니 우리 차라리 도망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