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나팔 소리(4)
옛 중국을 밀어내고 그 위치를 차지해서 당당하게 G2 국가가 된 고구려와 남북한, 그랬으니 미국 부통령이라고 해서 고구려 외교국장 한태일이 일정 부분 양보하거나 뒤로 한 발 빼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있음에도 지난 한중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것은 미국이었고, 그런데도 남북한은 미국에 동남아해(남중국해)를 거의 양보했다.
물론 미국이 막후에서 러시아의 참전을 막고, 티베트에서 중국의 후방을 교란하면서 싸워준 공은 있었기에 티베트에 대한 그들의 지나친 독점적인 이익도 어느 정도는 용인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한일전쟁에서도 엄정중립을 지키고 주일미군을 철수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오키나와 일부라도 할양해 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양보할 마음은 없었기에 이 기회에 확실하게 선을 그으려고 했다.
하고 2차 한중전쟁이 끝나는 즉시 남북한과 고구려 그리고 미국과의 그동안 관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한 새로운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도 있었다.
해서 한태일이 이렇게 나가는 것이었으나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국 외교부 장관 박경식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자, 두 분, 남의 기념 만찬에서 이러면 실례입니다. 그러니 그만 진정하시고, 총통의 이야기나 마저 들읍시다.”
“박 장관, 마침 말 잘했소. 우리 미국은 지금 일본 시장을 다 잃었소. 그런데 이제 2차 한중전쟁으로 말미암아 초나라 시장까지 다 잃어 경제가 아주 바닥을 치는데,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는 고작 동남아해(남중국해)뿐이고, 티베트는······.”
“부통령님, 지금은 그런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만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만찬 자리입니다.”
“그건 알지만, 고구려 한태식 외교국장이 하도 황당한 이야기를 하니 박 장관이 말 좀 해보시오.”
미국 부통령 아론 행크스의 이 말을 들은 고구려 외교국장 한태일도 그냥 있지 않았으니 곧 두 사람의 언성이 다시 높아졌고, 그 바람에 대만국 총통 채영문은 슬쩍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러나 미국 부통령 아론 행크스의 말처럼 이때 미국은 옛 일본과 중국이라는 시장을 거의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그 보답으로 받은 것은 동남아해(남중국해)와 티베트 정도였다.
하나 옛 일본과 미국의 수출입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금도 조금씩 이루어지고는 있었고, 초나라와도 전쟁이 끝나면 일정액의 무역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었으니 완전히 시장을
잃었다고 하는 것은 무리였다.
“옛 일본과 무역이 완전히 끊긴 것도 아니고, 미국에 투자한 옛 일본 자본도 아직 그대로이며, 초나라에는 전쟁이 끝나는 즉시 다시 수출을 재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동남아해와 티베트에서 얻을 이익이 현재의 손해보다는 훨씬 클 것이니 잠시만 기다리시면 곧 나아질 겁니다.”
“한국 속담에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하더니 박 장관도 고구려 편만 드네요.”
“당연히 고구려 편을 들어야지요. 그러나 막무가내로 고구려 편만 드는 것이 아니라 사리에 맞는다고 생각하기에 편을 드는 것입니다.”
“뭐가 사리에 맞는다는 말이오.”
“미국이 옛 일본과 초나라에서 보는 손해를 동남아해와 티베트에서 만회하고도 남으리라는 것, 그리고 미국이 우리 대한민국과의 상호방위조약에도 불구하고 1차 한중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것, 그것 말입니다.”
“그것은······.”
“그리고 이 2차 한중전쟁이 끝나면, 그 한미상호방위조약부터 손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한미자유무역협정 등등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약이나 협정들도 모두
개정하거나 폐기해야 할 것이니 미리 그 준비나 해두십시오.”
한국 외교부 장관 박경식이 고구려 편만 들자 미국 부통령 아론 행크스가 얼굴까지 붉히면서 따지고 들었으나 박경식은 그런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바로 이렇게 맞받았다.
그건 그렇고 이때 대한민국과 미국의 각종 조약이나 협정, 지침 중에서 가장 먼저 폐기된 것은 한미 미사일 지침이었고, 그다음은 주한미군이 모조리 떠나면서 한미 주둔군지휘협정이
파기됐다.
그리고 한국이 옛 중국의 거랑(巨浪,JL)-2A 탄도미사일(SLBM)로 핵무장을 하고, 일본이 가졌던 플루토늄 46t을 북한, 고구려, 미국, 러시아와 각 9.2t을 나누어 가지는
순간 한미 원자력협정도 자동으로 파기됐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자유무역협정 등등은 아직도 남아있었기에 2차 한중전쟁이 끝나고, 남북한과 고구려가 진정으로 G2 국가가 되면 당연히 그 조약과 협정도 국력에 맞게
재조정되거나 파기되는 것이 맞았기에 한국 외교부 장관 박경식이 이렇게 말한 것이다.
하나 한국 외교부 장관 박경식의 이 말을 들은 미 부통령 아론 행크스의 인상이 그 순간 한없이 구겨졌으니 그것이 앞으로의 남북한과 고구려와 미국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북한은 말할 필요도 없고, 고구려도 이때 미국과 맺은 단 하나의 조약, 협정 등도 없는 상태였다.
굳이 있다고 하면, 오키나와 할양 협정 정도이지만, 그건 고구려 단독이 아니라 남북한과 협의로 맺은 것이기에 고구려 단독 협정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나 앞으로 미국과 협정 하나 정도 맺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남북한과 고구려는 2차 한중전쟁 이후 삼국의 위상에 걸맞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치와 또 그것에 맞게 각국과의 협정 등을 새로 맺거나 기존 협정 등을 개정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하여 박경식이 이렇게 말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좋은 조약인데, 뭘 굳이 개정하거나 폐기한다고 그러시오.”
“미국에만 유리하고 좋은 조약이겠죠.”
“한국이 일방적으로 원자력협정도 깨고, 이제는 그 두 조약도 깨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말이오.”
“일방적으로 깨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을 개정부터 하자는 것입니다.”
“그 말이 그 말 아니오.”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가 개정 요청을 하면, 적극적으로 개정 협상에 나서 달라고 미리 부탁하는 것입니다.”
“우리 미국이 그 개정 협상에 안 나서면······.”
“그 이후 벌어질 일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한국 외교부 장관 박경식과 미국 부통령 아론 행크스 그리고 고구려 외교국장 한태일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는 상관없이 대만국은 그렇게 2023년 3월 1일을 기해 독립국으로
출발했으나 오직 미국만이 확실하게 독립국으로 인정했을 뿐이었다.
남북한과 고구려는 2차 한중전쟁이 끝난 이후 대만국과의 선린우호 협정서에 여러 요구사항을 담아 그것을 대만국이 지키겠다고 확약하면, 그때 가서 독립국으로 인정해줄 참이었다.
“주석, 타이베이 놈들이 기어이 독립국을 선언했습니다.”
“그건 이미 아는 아니 예견된 일이었으니 열을 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또 우린 그놈들보다는 우리 내부의 반란과 폭동이 지금은 더 문제야. 그래서 말인데 시안과 란저우의 폭동은 다
진압했어?”
“아직 못 했습니다.”
“그럼 빨리빨리 진압해. 그리고 광둥과 광시, 닝샤 후이족 등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다수라면서 그것은 어떻게 됐어?”
“무장 공안이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주석.”
“반란이 일어나면, 우리 스스로 무너진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막아야 해. 아니, 무조건 막아야 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주석.”
대만국의 독립 소식을 접한 초나라 주석 이극강은 태연한 듯 이렇게 말했지만,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으나 초나라는 이제 대만을 제어할 힘이 없었기에 애써 미련을 접으려고 했다.
그러나 울화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극강은 그 울화를 잘 조절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고 괜히 대만을 상대로 옛날처럼 행동했다가는 그들까지 이 전쟁에 끌어들일 수 있었고, 그럼 복건성 정도는 순식간에 그들에게 점령당할 것이다.
“그래도 무조건 막아야 해.”
공안부장 조극지에게 다시 이렇게 지시한 초나라 주석 이극강은 이어서 국가안전부장 왕병강(王炳强)에게도 비슷한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남북한과 고구려 공군이 정찰자산을 총동원해서 초나라의 폭동은 그대로 방치해도 반란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해서 폭격을 가한다는 그것이었다.
그 덕분에 반란을 모의하던 닝샤 후이족 수괴들이 통신을 감청당해 폭격을 받아 폭사했고, 광시 장족 수뇌들도 일부 폭사 당했기에 아직 반란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다 초나라가 쪼개져서 두 개의 초나라 또는 세 개의 초나라가 되기를 남북한과 고구려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두 개, 세 개의 초나라보다는 하나의 초나라가 더 통제하기 쉬웠기 때문이고, 반란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초나라는 얼마든지 굴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했다.
또한, 초나라는 이미 티베트와 위구르를 잃은 것은 물론 현재 고구려 영토에 더해서 산서성과 강소성에 마카오까지 잃을 것이니 예전 중국의 위상을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반란으로 나라까지 쪼개 통제할 필요가 없었고, 옛 일본과는 달리 인구도 많고, 민족도 많으며, 민족성도 일본과는 달랐기에 직접적인 식민 통치가 아닌 간접통치 방식으로
초나라를 통제할 예정이었다.
어떻든 그런 남북한과 고구려의 정책도 모르는 상태로 초나라 공안부장 조극지와 국가안전부장 왕병강은 반란과 폭동을 막으려고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낙양까지 직선거리로 얼마야?”
“직선거리로는 약 185km입네다.”
“185km라. 그럼 우리가 진격해야 할 삼문협과의 경계인 황하까지는?”
“약 150km입네다. 사령관 동지.”
“하면 여기 G5 경곤고속공로(징쿤고속공로,京昆高速公路)를 타고 열심히 달리면 오늘 안에 가겠는데 말이야.”
“그렇지만 초나라 놈들이 지금까지 한 것처럼 고속도로 여기저기에 지뢰를 심고, 급조폭발물을 설치하고, 매복했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니 그 모든 것을 극복하면서 오늘 안에 갈 수는
없을 것입네다.”
“기갑부대와 기동부대는 그렇겠지만, 특전부대 애들은 직승기를 이용하면 갈 수 있을 거야. 그러니 동원 가능한 모든 직승기를 동원한 다음 저격여단을 삼문협과의 경계인 황하로 보내
초나라 놈들의 퇴로를 차단하라고 해. 그리고 한국 공군에 연락해 EA-18G 그라울러 전자전 공격기와 E-8 조인트 스타스 지상 조기경보통제기 그리고 전자전 정찰기
RC-135V/W 리벳조인트 등으로 우리의 진격 방향을 한 번 더 정찰해달라고도 요청해.”
“예, 사령관 동지.”
“아, 그리고 고구려군이 진격의 나팔 소리를 울리면서 진격했다고 하니 우리도 진격의 나팔 소리를 앞세우고 바람처럼 진격하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