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黃河)와 장강(長江)(10)
북한 인민군 초나라 원정군 사령관이자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이 이렇게 각 부대에 맞춰 명령을 하달하자 그 명령은 곧바로 각 군단과 예하 부대에 전달됐다.
그리고 새로운 전황도 그에게 즉각 보고되었으니 8군단 참모장 진성준 소장이 그 지시 중간에 이렇게 말한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예, 사령관 동지. 그러나 초나라 낙양과 정주는 이미 고구려군이 압박하고 있습니다.”
“고구려군이 낙양과 정주 등을 압박하는 것은 그곳에 영구히 주둔할 진지를 구축해서 영구 주둔할 목적이므로 우리의 진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고구려군이 황하에 영구 주둔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럼 영구 주둔해야지. 안 해. 산서성과 하남성의 황하 건너편에는 초나라의 서안, 낙양, 정주, 개봉 등 주요 도시가 있으니 당연히 고구려군이 주둔해서 그들을 견제해야지. 안
해. 아니, 하지 말라고 고구려군에게 건의할까?”
“아닙니다. 해야 합니다. 당연히 주둔해야 합니다.”
“알았으면 내 명령을 즉각 전달하고, 우리도 진격하자. 고구려군이나 한국군과 비교하면 우리의 진격 속도가 너무 늦으니까 이번에는 속전속결. 속도전이야!”
“잘 알겠습니다.”
북한 인민군 초나라 원정군 사령관이자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이 이렇게 말한 그 즉시 그의 명령은 각 군단과 예하 부대에 또다시 전달됐고, 그때부터 북한 인민군들은 산서성 성도인
태원에서 그야말로 부리나케 진격을 시작했다.
“사령관 동지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날래날래 움직이라우. 날래!”
“예, 대대장 동지.”
“간나 새끼. 그렇게 대답만 하지 말고 날래날래 장갑차에 타서 진격하라. 진격해!”
북한 인민군 특전사령부 예하 정찰여단은 원정군 사령관 박수일의 8군단과 함께 움직였으나 부대 특성상 그들의 선두에 설 수밖에 없는 정찰여단 1대대장 이상철이 이렇게 대대를
독려했다.
이들 말고 저격여단도 이 인민군 8군단과 함께 움직이면서 진격로의 좌우 선봉 부대 역할을 맡았으니 박수일은 좌우 날개로 정찰여단과 저격여단을 거느리고 진격하는 것이었다.
어떻든 대대장 이상철이 독촉하자 1중대 1소대장 이상순도 서둘러서 C-22식 8X8 차륜형 장갑차에 올라 1분대의 뒤를 따라 임분시(?汾市)를 바라고 속도를 올렸다.
고구려 특전사령부의 편제처럼 이 북한 인민군 특전사령부 예하 정찰여단의 인원도 거의 비슷해서 분대원은 10명, 소대원은 30명, 중대원은 120명 선이었다.
“날래날래 속도 올려! 날래!”
“사령관님에 이어서 대대장님 그리고 이제는 소대장님까지 재촉이십니까?”
“그래, 그러니 날래 달려!”
“알았습니다. 날래 달릴 테니까 잘 따라오기나 하십시오.”
“날래 달리기나 하고 그런 소리를 하라.”
“걱정하지 마시라요. 지금부터 날래 달리 테니까 말입네다.”
소대장 이상순 대위에게 이렇게 말한 것은 1분대장 남철수 중위였다.
둘은 지난 1차 한중전쟁과 한일전쟁에도 같이 참전한 전우였고, 소대장과 분대장을 떠나서 인간적으로도 아주 친했기에 별로 스스럼없는 사이였다.
그랬기에 이렇게 말하고는 장갑차의 속도를 올렸다.
그런데 그의 분대 C-22식 8X8 차륜형 장갑차 2대가 초나라 산서성 태원을 완전히 벗어나 산서성 진중시(晋中市) 평요현(핑야오현, 平??)에 들어서려는 순간 무너진 주택 사이에
숨어 있던 초나라 민병들이 뛰어나와서는 소총과 기관총을 발사했다.
“적이다.”
남철수 중위의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장갑차의 40mm 기관포가 바람처럼 불을 뿜었고, 부분대장이 탄 장갑차는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면서 역시 40mm 기관포를 발사했다.
그리고 소대장 이상순 대위 등이 탄 나머지 소대 장갑차들도 좌우로 흩어지면서 역시 바람처럼 기관포를 발사했으니 이들이 왜 북한 인민군 최고의 전투력을 지닌 특전사령부 예하
정찰여단인지를 그 대응만으로도 바로 보여주었다.
그렇게 C-22식 장갑차들의 40mm 기관포 공격을 받은 초나라 민병 이십여 명은 총질 몇 번 해보지 못하고 모조리 사살당했다.
그러나 북한 인민군 8군단의 선봉에 선 특전사령부 예하 정찰여단과 저격여단은 그 이후로도 수십 차례 초나라군이 아니라 민병들에게 공격을 당해야만 했다.
그 민병들 대신 이 초나라 산서성을 지켜야 할 정규 초나라군은 거의 패퇴해서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은 것이라고는 그들 민병뿐이었기 때문이다.
***
2차 한중전쟁은 이렇게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지만, 남북한과 고구려의 일상은 크게 변하지 않아서 국내 및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경제활동도 그대로 변함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신 방산업체들과 검경은 물론 정보기관들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차분하게 가라앉아서 모든 축제와 행사는 취소됐고, 주점과 클럽 등의 영업시간도 밤 9시로 단축됐다.
그런 차분한 사회 분위기와는 달리 고구려 북경 공항에서는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으니 바로 입국 심사대 앞에서였다.
“황교영 씨는 병역을 피할 목적으로 입영 통지가 나올 즈음에 미국 국적을 취득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자로서 만 70세까지는 관광목적 그것도 최장 10일 짜리 단기 관광비자로 밖에는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없죠?”
“병역을 피할 목적이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있었기에 그렇게 된 것으로······.”
“병역을 피할 목적으로라고 알아듣겠습니다. 그런데 고구려에는 무슨 일로 입국하려고 하십니까?”
“사업차 아니, 자금성과 만리장성을 관광하려고 입국하려는 것이요.”
“지금 우리 고구려와 남북한은 초나라와 전쟁 중이기에 외국인의 관광목적 입국은 허용되지 않으니 이만 당신네 나라 미국으로 돌아가세요.”
“나 미국인이기 이전에 한국 사람이요.”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걸고 초나라와 싸우는 마당에 병역을 피하려고 국적을 버린 사람을 입국시켜 관광이든 사업이든 하게 할 만큼 우리 고구려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니까 이만 당신 나라 미국으로 돌아가시라니까요.”
“나 한국 사람이고, 아주 중요한 사업차 왔다니까. 그리고 또 이번 기회에 고구려 국적까지 취득하려고 왔으니까 빨리 통과시켜!”
“한 번만 더 언성을 높이면, 공무집행방해로 바로 체포해 추방하겠습니다.”
“뭐라고?”
대한민국은 이때 각종 법을 개정해서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의 입국을 만 70세까지 제한했다.
다만,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자에게는 최장 10일 짜리 관광비자만 발급해줄 뿐이었고, 병역을 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 또는 이탈한 자의 국적 재취득도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복수국적도 엄격하게 제한해서 남북한과 고구려의 복수국적과 선천적인 복수국적자 등 이외에는 누구도 복수국적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랬으니 원정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도 단 하나만의 국적만을 취득해야 했고, 만약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그 아이는 만 70세가 되기 전에는 관광목적으로 최장 10일까지만,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있을 뿐이었다.
고구려도 이와 비슷했으나 한국보다는 더 강력하게 병역기피 등을 위한 국적 포기자와 이탈한 자에 대해 대응하고 있었다.
“황교영 씨, 당장 돌아서서 당신 나라 미국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되거나 선택하시오. 그리고 당신을 영원히 고구려에 입국할 수 없는 입국 규제대상자로
등록하겠습니다.”
“이 새끼야. 나 한국 사람이라고!”
“너는 과거 잠시만 한국인이었으나 이제는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놈이야. 그러니 당장 네 나라 미국으로 돌아가. 경비, 당장 이 자를 추방해. 반항하면 공무집행방해로 즉각 체포하고!”
미국인 황교영은 고구려에 사업차 입국하려다가 이렇게 추방당했다.
이때 고구려는 남북한 관광객 이외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전혀 받지 않았고, 북한도 이에 동참하고 있었으나 한국은 우방국 국민만은 관광객으로 받고 있었다.
왜 군정사령부에서도 옛 일본 관광을 전면 금지하고 있었으니 옛 중국과 옛 일본은 관광이 전면 중지됐고, 마카오와 홍콩도 관광이 전면 금지되었으니 고구려와 남북한은 전쟁 때문에 관광
수입은 줄어들 것이었으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떻든 북경 공항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진 그때 민재인 위원장은 고구려 법무, 감찰, 경찰, 검찰, 정보국장 등을 불러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법무국장, 감찰국장, 경찰국장, 검찰국장, 정보국장, 내가 이 와중에도 여러분을 한꺼번에 부른 이유는 이 전쟁을 이용해서 불순한 세력이 준동하여 우리의 국경을 위협하고,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우리 고구려가 나아가는 길을 방해하려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기 때문이오. 그러니 여러분은 우리 고구려의 위대한 꿈을 위해서라도 전선에서 싸우는 장병들을 생각해서라도
각자 맡은 바 일에 온 힘을 다해주기를 바라겠소.”
민재인 위원장이 이렇게 못을 박 듯 이야기하자 고구려 감찰국장, 경찰국장, 검찰국장, 정보국장 등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에 법무국장 강민석은 이렇게 그 말을 받았다.
“위원장님의 심려가 아니더라도 우리 법무국의 전 직원은 온 힘을 다해서 우리 고구려의 공항과 항만 등의 국경을 빈틈없이 지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맞습니다. 우리 경찰국도 치안유지에 온 힘을 다하고 있으니 심려하지 마십시오.”
“나는 여러분을 믿소.”
“믿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위원장님.”
“내가 여러분을 안 믿으면 누구를 믿겠소. 그런데 정보국장, 왜에서 일부 불순세력이 꼴에 독립운동을 한다고 하던데, 모두 체포했소?”
“남북한 정보당국과 왜 군정사령부와의 합동 단속으로 왜에서 활동하는 불순세력 1,250명을 체포해서 군정사령부에 넘겼습니다. 그리고 위구르에 침투하려던 이슬람 과격 세력 52명도
체포하고, 그 체포과정에서 13명은 사살했습니다.”
“왜놈들은 왜 군정사령부가 처리하면 되겠으나 이슬람 과격 세력은 어떻게 처리했소?”
“역시 위구르 군정사령부에 인계해 군사재판을 거쳐 징벌하도록 했습니다.”
“혹 그들이 불순한 짓을 벌였소?”
“위구르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체포되었기에 뭔 짓을 벌이지는 못했으나 체포과정에서 위구르 군정사령부를 맡은 한국군 2군단 장병에 먼저 총격을 가했고, 그 와중에서 13명을 사살한
것입니다.”
“과격 세력이 위구르로 침투하지 못했다니 그건 다행이지만, 우리 고구려의 국경은 넓고도 넓어 어디에서 어느 곳에서 불순세력이 침투할지 모르니 정보국은 물론 경찰국까지 국경 경계를
빈틈없이 해주고, 지금처럼 초나라인과 왜인의 고구려 입국은 완전히 차단하시오. 그리고 미국과 영국 등 외국 국적자라도 초나라나 왜 출신은 아예 입국시키지 마시오. 다들 무슨 말인지
알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