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432화 (432/470)

황하(黃河)와 장강(長江)(8)

초나라 강소성 여고시(루가오시, 如?市)는 남통시(난퉁시, 南通市)의 현급시(??市)로 남으로는 장강을 끼고 있어 국군 1군단이 점령할 강소성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그 동쪽에 있는 남통시를 다 장악해야지만, 강소성을 온전히 점령한 것이라고 할 수는 있었지만, 어떻든 그 여고시도 장차 장강을 사이에 두고 고구려와 초나라의 국경이 될 것이

뻔한 그런 곳이다.

그리고 이미 그 여고시는 공군의 공습으로 시 인민정부가 있던 여성진(루청진, 如城?)은 불바다가 된 이후였고, 초나라군 주둔지 등도 이미 폐허나 마찬가지로 변해있었다.

어떻든 그곳을 향해서 국군 1군단 1기갑사단 1연대 1대대가 서서히 남하를 시작하는 즈음 대한민국 해병대는 상해 앞바다 숭명도와 장흥도, 횡사도를 모조리 점령하고, 여전히 상해를

포격하는 한편 1군단이 남하해 오는 장강 건너 북쪽 남통시를 공략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 초나라 주석 이극강은 남경 주석궁을 떠나 호남성(湖南省) 장사(長沙) 초나라 육군 지하 벙커에 있었는데, 그 표정이 가히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구겨져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산서성은 성도 태원이 함락되어 점점 남쪽으로 밀리고 있었고, 하남성은 이미 황하까지 밀린 것도 모자라서 성도인 정주 북쪽까지 점령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강소성은 성도이자 수도였던 남경이 이미 함락당했고, 이제는 남부의 가장 큰 도시인 남통까지 압박을 받고 있었으며, 상해 앞바다의 숭명도와 장흥도, 횡사도는 벌써 한국

해병대에 빼앗긴 지 오래였다.

그러니 어찌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찾을 수 있을까.

거기다가 뜻하지도 않은 마카오까지 빼앗길 처지였으니 더 웃음기가 사라지고 없었다.

“등모량 그놈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

“주석, 등모량 부주석은 남경에 있다가 민병 모집과 후방 지원, 지휘라는 이유로 피난길에 올라서 지금은 안후이성 황산에 있다고 합니다.”

“죽일 놈!”

“그러기에 진작 등모량 부주석에게 그 일을 맡긴 것이 잘못입니다. 주석, 그러니 지금이라도 고구려에 항복하시어 산시성과 장쑤성은 잃더라도 그보다 더 많은 영토를 잃는 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거기다가 상하이, 정저우, 뤄양 등 대도시에 대한 남북한과 고구려의 포격과 공습도 막아야지만, 그나마 남은 산업시설이라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우리가 지금처럼

계속 저항하면, 그 남은 산업시설까지 모두 잿더미가 되어 우리 초나라는 다시 재기할 기반마저 다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나도 그러고 싶다. 나도 솔직하게 말해 당장 항복해서 그러고 싶다. 그러나 등모량과 그를 따르는 자들, 그리고 수많은 국민 중에는 아직도 중화와 중국이라는 어리석은 미몽에 빠진

이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그래서 남북한과 고구려 오랑캐에게는 절대 굴복할 수 없다고 저렇게 저항하고 있으니 어떻게 항복할 것이며, 산업시설이라고 남아날 것이 있겠나.”

“등모량과 그를 따르는 자들을 체포하십시오. 그래서 고구려에 넘기고 항복하십시오.”

“그랬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어.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이미 늦었다. 늦었어.”

“아직 안 늦었습니다. 주석!”

“늦었다. 늦었어.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아무리 항복해도 고구려와 남북한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산업시설도 남겨주지 않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니 늦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부주석에게 군사를 맡긴 것입니까?”

“그래, 그래서 그놈에게 맡겼는데, 이렇게 단시간에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빌어먹을 놈! 쳐죽일 놈!”

누구에게 맡겼어도 결과는 지금과 같았겠지만, 초나라 주석 이극강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당장 조건 없는 항복을 하더라도 남아날 산업시설이 없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초나라는 고구려의 식민지화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주석, 그래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항복을 타전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항복해도 아무 소용없다니까. 그건 그렇고 시안과 란저우에서 일어난 폭동은 어떻게 됐어?”

“시안의 폭동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벌써 그 폭동으로 말미암은 사상자만 수만 명 이상입니다. 그리고 강도, 강간, 약탈, 방화, 살인 등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란저우는 한마디로

무법천지가 되었습니다.”

“시안은?”

“시안의 폭동도 아직 완전히 진압하지 못했습니다.”

“혹 다른 곳에서도 폭동이 일어났거나 날 조짐이 보이는 곳이 있나?”

“폭동이 문제가 아니라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곳도 있고, 그런 곳이 부지기수라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또한, 산시성과 장쑤성의 피난민들 때문에 뤄양, 정저우, 쉬창, 허페이,

상하이, 항저우 등에서도 소규모지만 폭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규모 폭동이 대규모로 번질 가능성은 거의 100%입니다.”

“남북한과 고구려 공군이 각 도시의 산업시설을 공습하고, 탄도탄과 순항 미사일까지 날아드는 마당에도 정신을 못 차리지 못하고 폭동이라니 한마디로 자중지란이군.”

“그보다 광둥과 광시, 닝샤 후이족 등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큰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주석, 타이베이 놈들이 독립국을 선포한다는 첩보도 있습니다.”

“뭐라고?”

대만은 민재인 위원장의 경고를 받아들여 중화민국 대신 대만국(臺灣國), 영어로는 REPUBLIC OF TAIWAN으로 국명을 정하고, 2023년 3월 1일을 기해 독립국을 선언할

예정이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2023년 3월 1일을 기해 대만국으로 독립을 선언할 것이고, 이미 고구려 민재인 위원장과도 어느 정도 합의되었답니다.”

“왕바단! 이 벼락 맞아 죽을 놈들아!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주석, 그들에게는 지금과 같은 절호의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조처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그놈들 편을 드는 건가?”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광둥성과 광시성, 닝샤 후이족 등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잘 단속하십시오. 대만에 이어서 그놈들까지

고구려나 미국을 등에 업고 독립국을 선언하면 정말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안과 란저우에서 일어난 폭동도 진압하지 못하는데, 반란이라니······.”

이때 초나라는 한마디로 아비규환, 무법천지, 출구가 없는 긴 터널에 갇힌 것 같은 형국이었다.

시안(서안)과 란저우(란주) 등의 폭동은 무장 공안만으로는 이제 진압하기 어려웠는데, 폭동은 점점 번져서 남북한과 고구려군의 공격이 가해지는 상해, 정주, 낙양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시안(서안)과 란저우(란주) 등의 폭동보다 초나라에 더 위협적인 것은 이때를 노리고 소수민족이나 광동성과 광서성 등이 반기를 들고, 대만처럼 독립국을 선언할지도 모른다는 바로

그것이었다.

이미 위구르와 티베트, 홍콩도 모자라서 마카오까지 잃은 마당에 광동성이나 광시성 등 중에서 어느 하나만이라도 더 잃으면, 초나라는 그 잃어버린 영토를 영원히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남북한과 고구려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말이다.

즉 이 2차 한중전쟁도 그러기 위한 발판, 바로 초나라와 옛 일본을 영원히 남북한과 고구려의 반식민지로 만들려고 벌인 전쟁이었으니까.

그리고 이 절호의 천금보다 더 좋은 기회를 놓칠 만큼 나는 바보가 아니었고, 그건 민재인 위원장도 한국 대통령 이세연도 마찬가지였다.

그랬으니 초나라 주석 이극강의 시름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의 시름을 더 깊게 만드는 초나라 부주석 등모량은 안후이성 황산까지 내려와서 민병을 모집하려고 했으나 더 모집할 민병은 이제 없었다.

그리고 모집된 민병에게 지급해줄 소총 한 자루 마련할 수 없었고, 지원해줄 탄약도 식량도 구할 수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져있었다.

“부주석, 고구려와 남북한 놈들의 무자비한 공습에 무기 공장이란 공장은 모두 파괴되어 이제 총 한 자루, 탄환 한 발 구할 수가 없고, 식량이라고는······.”

안후이성 황산까지 도망쳐 왔는데 이제 더 모집할 민병도 없었고, 이미 모집한 민병들에게 지급해줄 소총 한 자루, 지원해줄 탄약도 식량도 구할 수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초나라 부주석 등모량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그는 절대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아니, 끝까지 싸워야만 했다.

물론 자신은 이 전쟁에서 죽지 않아야 했고 말이다.

그러니 그의 이런 행위는 모순투성이였지만, 그래도 그는 당당했다.

“그렇다고 해도 최후까지 발악해야 해. 그래야 해. 그래야 우리도 저 일본 놈들처럼 한국과 조선 놈들의 식민지가 안 된다. 그러니 끝까지 싸워야 해.”

“일본 놈들이야 35년간이나 한반도를 식민 지배했으니 응당 지금 그 복수를 당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한민족과 왜 이렇게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합니까. 저는 이렇게 싸우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명과 조선, 조선과 청은 그런대로 잘 지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우리 중국과 북조선 그리고 한국과도 그런대로 잘 지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처럼 싸워야 하느냐는 말입니다.”

“지금 그걸 몰라서 그딴 황당한 질문을 하는가?”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서 그렇습니다.”

“그럼 잘 들어. 간단하게 말해서 우리 중국과 한국과 일본은 자네가 방금 말한 것처럼 불구대천지원수다. 서로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지원수 말이다. 그러니 그런 나약해

빠진 소리는 그만하고, 소총이나 한 자루 더 구해보고, 탄환이나 한 발 더 구하고, 식량이나 구해서 전방으로 지원해.”

초나라 부주석 등모량이 이렇게 지시했으나 그가 구할 수 있는 무기는 거의 없었고, 전방에서 싸우는 군사와 민병에게 지원해줄 탄환도 식량도 거의 없었다.

동북 3성과 하북, 산동 그리고 강소성 북부와 내몽골에 위구르까지 잃은 초나라는 이때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었는데, 전쟁 전까지는 그런대로 모자라는 쌀과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했지만, 전쟁으로 그것도 이제는 어려워졌다.

그러니 초나라군과 민병들은 무기 부족과 함께 식량 부족까지 겪으면서 남북한과 고구려군과 싸워야 했고, 초나라 일반 국민은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특히 1차 한중전쟁으로 살던 곳을 떠나 피난을 온 피난민들이 더 식량난을 포함한 각종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고, 그것이 폭동으로 나타난 곳이 앞에서 말한 시안과 란저우의 대규모

폭동이었다.

그리고 그 폭동은 이제 도시를 가리지 않고 벌어졌으니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인 먹는 것조차 국가도 사회도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었고, 잠잘 곳도 쉴 곳도 마련해주지 못했기에

폭동은 점점 더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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