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430화 (430/470)

황하(黃河)와 장강(長江)(6)

평양의 2월은 여전히 추웠지만, 그래도 제법 따사로운 오후의 햇살이 비치는 날 창가에 아로새겨지는 초롱초롱한 민은정의 그 아름다운 눈을 한번 바라보고 백호자동차에 관해 묻고, 여러

가지 대답을 들었다.

그런 다음에는 직설적으로 이렇게 물었다.

“그러니까 이 전쟁통에도 차는 잘 팔린다는 그 말이지?”

“그렇습니다. 정말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한국과 고구려에서 동시에 불티나게 팔리고, 공화국에서도 SUV X-55와 픽업트럭 T-55도 제법 잘 팔립니다.”

“한국 차량보다 가격이 거의 1,000만 원 이상 저렴하지만, 품질은 오히려 더 뛰어나니까 그렇다는 말이겠지.”

“그렇습니다. 가격을 40% 저렴하게 책정하려다가 동급 차량은 한국 차량보다 무조건 1,000만 원 이상 저렴하게 팔도록 한 전략이 먹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차를 사면

백호브랜드 옷과 신발을 주는 것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건 네 아이디어잖아. 그런데 재고는 충분해.”

“그것이······.”

“그렇게 불티나게 팔린다는 데 재고가 있는 것이 신기하겠지. 그건 그렇고 오지용 부위원장과 백호자동차 사장과 협의하여 이제는 미쓰비시, 혼다, 스즈키, 스바루, 이스즈, 아큐라,

닷선 등의 자질구레한 모든 옛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이른 시일 안에 모조리 흡수 합병해버려. 그런 다음 그 공장을 모두 공화국이나 고구려 심양으로 옮겨야 해. 그래야 다음 차례는

도요타가 되고, 그럼 백호자동차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생산 회사가 되는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잘 알지.”

“잘 압니다. 총비서 동지. 그런데 제 능력이 모자라서 그런 중요하고 막중한 일을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그 일은 저보다 더 유능한 인물을 골라서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옛

일본 자동차 회사들만이 아니라 옛 중국 자동차 회사들까지 모조리 흡수하려면, 정말 유능한 인물이 필요할 것이니까 말입니다. 아울러서 흔히 오토바이라고 하는 모터사이클과 농업용

차량, 기타 레저용 차량 등등까지 다목적으로 생산하는 회사가 되려면 더 유능한 인물이 필요합니다.”

현재 백호자동차는 평양에 본사를 두고, 심양 1공장과 2공장, 남포와 덕천 공장을 가동하여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 규모로는 모자라서 심양에 3공장과 4공장, 남포와

덕천에도 2, 3, 4의 공장을 건설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사장은 승리자동차 연합기업소 사장이었던 장영철에게 맡기고, 민은정은 내 의견만 그와 일본 즉 왜 군정사령부 사령관인 오지용에게 전달만 하면 됐다.

그것이 진짜 민은정이 해야 할 내 특별비서의 일이었으나 어찌 내 뜻만 전달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이리저리 일이 많은 것은 당연했고, 그러다 보니 자신의 능력이 모자람을 느끼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민은정만큼 내 마음을 잘 알아서 일을 처리해 주는 이가 없었으니 어쩌겠는가.

“너보다 더 유능한 인물을 찾을 수 없으니까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네 휘하에 젊고 똑똑한 부하 직원을 한 30명쯤 붙여서 특별비서실을 만들어 줄 테니까 일은 그들에게 맡기고,

너는 내 지시만 지금처럼 각 곳에 전달해. 그럼 되겠지?”

“······.”

“왜 대답이 없어.”

“아닙니다.”

“그럼 당정과 군에서 젊고 똑똑한 애들 20명 정도 뽑으라고 지시할 테니까 너도 호위사령부든 어디든 네 마음에 드는 애들 10명 정도 뽑아서 그렇게 30명 정도로 특별비서실을

만들어.”

“······.”

“왜 또 대답이 없어.”

민은정이 역시 대답도 안 하고, 그 아름답고 큰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는데, 진짜 예뻤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그러지 말고 당장 호위사령관 불러! 내 집무실 바로 옆에 네 방과 함께 특별비서실을 만들라고 지시할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특별비서실 진용이 갖추어지면, 백호 자동차 사장, 백호

은행장, 기계공업성장과 함께 백호자동차를 주식회사로 만들어서 고구려 증권시장이 개장하는 즉시 상장할 수 있도록 준비해.”

“백호자동차를 주식회사로 만들어서 고구려 증권시장에 상장한다고요?”

“그래, 그리고 뭘 그렇게 놀라.”

“총비서 동지께서 심혈을 기울이시고, 자금까지 지원해서 만든 회사를 주식회사로 만들어서 고구려 증권시장에 상장한다니 어떻게 안 놀라겠습니까. 그리고 백호은행장과 기계공업성장과도

상의하라는 것은 그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지분을 줄 것이 뻔하니 어떻게 또 안 놀라겠습니까.”

“이래서 내가 너를 중용하는 거다. 그리고 비록 내가 심혈을 기울이고, 초기 자금을 내가 다 지출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는 한중전쟁 배상금으로 받은 자금도 들어갔으니 어찌 전부

내 것이라고 할까. 그러니 내각의 기계공업성 지분을 51%, 백호은행 지분을 10%로 하고, 나머지 지분은 1차 한중과 한일전쟁 그리고 이번 전쟁 전사자 유족과 부상자와 그 가족

그리고 전쟁 유공자에게 나누어주는 것으로 해.”

“그럼 총비서 동지의 지분은?”

“내 지분은 없어도 백호은행 지분이 10% 있으니 그것으로도 됐다. 아, 민은정 너도 1% 정도의 지분을 주마.”

“저는 필요 없으니 총비서 동지 앞으로 적어도 10%의 지분은 가지십시오.”

백호자동차에 투자한 내 비자금은 제법 되었으니 민은정의 말처럼 10%의 지분은 가져도 문제가 없었으나 포기할 생각이었다.

대신 내 지분이 51%로 정리된 백호은행이 10%의 지분을 가질 것이니 그것이면 굳이 내 이름으로 직접 가지지 않아도 됐다.

그건 그렇고 이 백호은행도 내 지분이 100%였으나 51%만 내가 가지고, 나머지 49%는 당·정·청의 주요 간부와 한중과 한일전쟁에 공로가 있는 자, 그리고 민은정에게도 1%의

지분을 나누어준 이후였다.

그리고 이 백호은행도 어느 정도 정리와 정비가 되면, 고구려 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나는 되었으나 민은정 너에게는 반드시 1% 주마. 그리고 백호자동차는 그렇게 하고, 백호은행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것 같으니까 이제는 백호브랜드 처리만 남았는데, 옷은 잘

팔려?”

“공화국에서는 없어서 못 팔고, 한국 관광객들도 개성, 백두산과 금강산 관광을 오면 제법 사 갑니다. 그리고 고구려 심양, 대련, 북경 등에서도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그럼 백호브랜드도 주식회사로 만들어서 내 지분은 10%만 하고, 민은정 네가 41%의 지분을 가져. 그리고 나머지 지분 49%는 김여성과 내 가족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줘.”

“저는 필요 없으니 총비서 동지의 가족에게 모두 드리겠습니다.”

“아니 49%만 주고, 네가 41%를 가져. 그래야 그 브랜드의 고유 성격을 잘 유지해서 세계 제일의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니까.”

“제 지분은······.”

“그렇게 정리하고, 가서 맥주나 한 병 가져와 봐. 갑자기 목이 탄다. 아, 그 청천강 맥주로 가져와. 그런데 진짜 그 맥주도 그렇게나 잘 팔린다는 말이 사실이야?”

“예, 총비서 동지, 공화국과 고구려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가 바로 대동강 주류에서 만든 대동강과 청천강 그리고 압록강, 두만강 맥주입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한번 웃자. 하하하!”

남북한과 고구려에서 가장 먼저 일등을 차지한 북한 상품이 맥주라는 것이 좀 그랬지만, 어떻든 일등 제품이 나왔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옛 일본 맥주만이 아니라 기타 술까지 다 가져올 것이니 일등 제품은 더 많이 나올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대동강 맥주 공장을 더 증축하고, 설비투자와 함께 새로운 공장까지

건설하고 있었다.

아울러서 대동강 맥주 공장을 주식회사 대동강 주류로 바꾸고, 이 회사가 옛 일본에서 가져오는 모든 맥주와 술을 생산 판매하도록 할 예정이었다.

이 회사의 지분은 이미 한일전쟁에서 전공을 세운 자와 전사자 유족과 전상자 등에게 60%를 나누어 주었고, 나머지 40%는 회사가 아닌 북한 내각 식료일용공업성에서 소유하게 할

것이니 그냥 북한의 공기업이라고 보면 됐다.

그렇게 민은정이 가져온 옛 일본 아사히 슈퍼 드라이 맥주 그러나 이제는 청천강 맥주를 마셔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어떻습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맥주가 말입니까?”

“비단 맥주 때문이겠냐.”

“그럼 일본을 주저앉힌 다음 전리품으로 가져온 맥주 때문입니까?”

“그래, 그래, 바로 그렇다. 하하하!”

정말 속이 시원하게 한번 웃은 다음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시니 정말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상쾌함과 함께 시원함이 느껴졌으니 민은정의 말이 그대로 맞았다.

일본을 아직 주저앉히지도 못했고, 전리품으로 맥주도 가져오지 못했다면, 어찌 이 맥주가 이처럼 속이 시원하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좋으시면 한 병 더 가져올까요?”

“응,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조선건설공사와 조선운수공사 등도 모조리 주식회사로 전환하자. 거기도 내 지분을 1%로 줄이고, 나머지는 역시 인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자. 어때.”

“총비서 동지의 지분이 너무 줄어들면······.”

“상관없어. 그러니 그렇게 주식회사로 전환하자.”

“그래도 너무 지분이 적으시면, 통치자금에 문제가 생길 수도······.”

“됐다. 그리고 네 일이 너무 많으면, 밑에 사람을 잘 활용해. 그것만이 네가 편해지는 길이야. 하고 너도 이제 중장이야. 중장. 그럼 네가 직접 하는 일보다는 관리 능력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니까 부하들을 잘 활용하라는 말이다. 알았지. 민은정 중장.”

하필이면 그때 호위사령관 이만철이 나타났기에 내 집무실 옆에 민은정 사무실과 그녀가 지휘할 특별비서실을 만들어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이만철 호위사령관이 두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하겠다면서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곧 민은정이 지휘하는 특별비서실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민은정과 그 휘하에 다섯 명이 명목상 내 특별비서로 있었지만, 사실 그건 진짜 명목상일 뿐이었고, 그것도 호위사령부 예하에 있었으니 더 명목상일 뿐이었다.

하나 이제는 엄연히 노동당 총비서 특별비서실이라는 직제가 생길 것이니 민은정은 그 특별비서실을 잘 활용해서 자기 일을 줄이면 됐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말처럼 부하를 잘 활용해야만 했으니 그녀도 이제는 중장이라는 계급장을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

“중장이라니까 또 대답을 안 하네. 그럼 아예 이 기회에 상장으로 승진시켜줄까? 민은정 상장!”

“아, 아닙니다.”

“이 전쟁 끝나면 승진시켜 줄 테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리고, 진짜 부하들을 잘 활용해. 한데, 한국 차보다 1,000만 원 더 저렴하게 팔아도 남는 것은 있지?”

“현재는 그렇습니다만 점차 그 가격 격차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인민의 임금 즉 백호자동차에 근무하는 우리 근로자들의 임금도 점점 올려주어야 하고 일본에서 거의

공짜로 가져오는 부품도 곧 동날 것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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