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黃河)와 장강(長江)(4)
북한 인민군 1군단 1기갑사단 1연대 1대대 2중대 3소대 상사 백철수가 이렇게 말하자 그가 탄 K-2 흑표전차의 사수 중사 남경태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주포를 겨냥하더니 3층
건물의 3층 중앙 유리창을 그대로 맞혀버렸다.
“쾅!”
이 백철수 상사와 남경태 중사는 1차 한중전쟁에서는 선군호 전차, 한일전쟁에서는 K1A1 전차, 이 2차 한중전쟁에서는 K-2 흑표전차를 타고 참전하는 베테랑들로 건물 유리창
정도는 눈을 감고도 맞출 수 있었다.
“저 창에 뭐가 보였습네까?”
“보이지는 않았지만, 하여튼 느낌이 좋지 않았어. 그건 그렇고 전진!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이 지긋지긋한 대동을 벗어나서 삭주(숴저우, 朔州)로 갈 수 있다.”
“이 대동에서는 초나라 아새끼들이 죽기 살기로 덤비는 바람에 진격이 늦었지 않습네까. 진작 이렇게 싸웠으면, 오늘날 같은 이런 꼴은 안 당했을 것인데 말입네다.”
“남 중사 너, 지금 초나라 아새끼들 편드네?”
“편드는 것이 아니라 지난 전쟁에서 이렇게 죽기 살기로 싸웠으면, 우리 피해가 더 컸을 것이다. 그 말을 하고 싶은 겁네다.”
“그땐 우리를 깔보다가 제대로 한방 얻어맞은 것이지.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북경까지 밀렸고, 거기서 전세가 완전히 기운 것이야. 하지만 이번에는 더 밀려날 곳이 없으니 아새끼들이
진짜 눈에 불을 켜고 죽기 살기로 덤비는 것이고 말이야.”
“대국(大國)이니 중화니 뭐니 하다가 한 방 제대로 얻어맞았는데, 이제 정신 차려봐야 이미 늦은 것 아닙네까.”
“그래, 그래도 정신 바짝 차려! 잘못하다가는 그런 패잔병에게 우리가 한 방 제대로 얻어맞는 수가 있으니까.”
“물론입네다.”
“그럼 다시 전진하자우!”
북한 인민군 1군단 1기갑사단 1연대 1대대 2중대 3소대 백철수 상사의 K-2 흑표전차는 그렇게 초나라 산서성 대동을 거의 남북으로 종단해 이제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럼으로써 북한 인민군 1, 2군단과 항공육전여단, 경보병여단은 산서성 북쪽 대동을 거의 장악했고, 그에 질세라 또 다른 북한 인민군 7, 8군단과 저격여단, 정찰여단도 산서성
태원을 거의 장악한 상태였다.
이렇게 고구려군은 황하까지 진격했고, 북한 인민군은 악착같이 싸우는 초나라군을 무찌르고 산서성의 성도 태원과 북쪽의 대동을 점령하고 남하를 시작하려고 했다.
한국군 1진 1군단은 이때 초나라 강소성 염성을 함락한 다음 더 남하해 동태(둥타이,東台)를 점령했고, 2진 2군단은 회안(淮安市)에 이어 태주시(泰州市)의 현급시(??市)인
흥화시(興化市)를 함락하고, 그 태주시를 향해 남하하고 있었다.
그리고 3진 5군단과 특전사령부는 초나라 수도 남경을 아직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었고, 해병대는 상해 앞바다의 숭명도와 장흥도, 횡사도를 전부
장악한 상태였다.
국군 1군단은 초나라 강소성 동태(둥타이,東台)를 점령하자마자 군단장 이철영의 명령으로 잠시 휴식 겸 보급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명령이 저격대대에도 전달되자 박인철 중사가 서한국 상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군단장님 명령으로 군단에 휴식 명령이 떨어졌으니 잠시 쉬십시오.”
“전쟁 참 편하게 한다. 휴식 시간도 다 있고 말이야.”
“벌써 13시간 넘게 싸우면서 기어이 115명을 저격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좀 쉬십시오. 다른 부대 애들도 쉬지 못하고, 거의 13시간 이상 싸웠기 때문에 휴식은 물론 밥도
먹고, 정비도 해야 하고, 보급도 받아야 해서 군단장님이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이니까 말입니다.”
“박 중사, 너 조금만 더 있으면 나한테 아예 시어머니처럼 잔소리하겠다.”
“제가 무슨 잔소리를 한다고 그러십니까.”
“꼭 그럴 것 같아. 그런데 밥은 안 줘?”
“짬밥 차에 가서 가져오겠습니다.”
“침낭은?”
“벌써 좋은 곳에 자리 펴 놨습니다.”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은?”
자신이 아니라 서한국 상사가 마치 시어머니처럼 이것저것 요구하면서 묻자 박인철 중사는 혀를 한번 찬 다음 식사부터 타러 가버렸다.
그러자 서한국은 그가 꺼내놓은 속옷과 양말을 들고, 1군단 저격대대가 잠시 휴식하려고 점령한 초나라 강소성 동태시의 어느 체육관 화장실로 가면서 약혼녀 하수정 상사를 생각했다.
그녀도 북한 인민군으로 이 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이다.
“또 약혼녀 생각했죠?”
“밥이나 먹자.”
“서 상사님은 좋겠습니다. 이 전쟁도 곧 끝날 것이고 그럼 결혼도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북한 여군 진짜 소개 안 해줄 겁니까. 저번 일본에서 반드시 해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언제.”
“분명히 해준다고 했으니까 이 전쟁 끝나자마자 바로 해주십시오. 믿습니다.”
“나는 소개해준다고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진짜 이러실 것입니까?”
“내가 뭐.”
“저번 일본에서 서 상사님께 잘하면 북한 여군 소개해준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동안 제가 얼마나 서 상사님께 잘했습니까. 그러니 이 전쟁 끝나고 북경에 가자마자
소개해 주십시오. 아시겠죠.”
“또 이 말을 하자. 박 중사 네가 하는 것 봐서.”
“이번에는 진짜 딴말하기 없습니다.”
“그건 박 중사가 하는 것 봐서.”
국군 1군단 전체가 이렇게 잠시 휴식에 빠졌어도 그들을 지원하는 한국 공군은 쉬지 못하고, 또 출격해서 끊임없이 초나라 주요 목표물을 폭격했으니 남북한과 고구려 공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텔스 전투기가 아니라 폭격기 같았다.
그러나 옛 중국의 최신 H-6N급 이상의 전략 폭격기 개발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록 옛 중국과 일본의 기술자들까지 모조리 동원해서 남북한과 고구려가 고구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합동으로 열심히 개발하고는 있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항모에 탑재할 함재기도 마찬가지였다.
하여 남북한과 고구려군은 전투기 조종사 100명을 우선 선발해서 미 항모전투단에서 F-35C 기종으로 항공모함 이착륙훈련을 받도록 했고, 합동해군 소속 100명은 항모 운용에 관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100명의 조종사와 100명의 항모 운용병 교육이 끝나면, 다시 추가로 각 100명씩 그렇게 총 2,000명을 미국이 책임지고 교육해 주는 것이 남북한과 고구려의 첫 항모
고구려함에 탑재할 함재기를 미국산 F-35C를 도입해주는 조건이었고, 여타 미국산 장비를 추가 구매해주는 조건이었다.
그러니 비싸고도 비싼 교육생 파견이고, 훈련 위탁이었다.
어떻든 그런 가운데 한국 공군 제1전투기사단 1여단 1대대의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 20대가 초나라 절강성 영파(닝보, ?波)를 폭격하려고 또다시 출격했다.
“영파를 폭격하는데, 굳이 대대장님까지 나오실 필요는 없었는데 말입니다.”
“뭐라고?”
“아, 아닙니다.”
“고 소령, 너 자꾸 나를 뒷방 늙은이 취급하려는 것 같은데, 나 아직 팔팔하다. 팔팔해.”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너! 너! 너! 고준우 너!”
한국 공군 제1전투기사단 1여단 1대대장 장호익 중령은 1전투비행단 그리고 18전투비행단 방탄편대장을 거쳐서 이때는 대대장으로 있었고, 그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고준우
소령이었다.
이들은 1전투비행단에서 같이 근무하다가 중간에 잠시 떨어져 있다가 이때는 또 같은 대대에서 대대장과 편대장으로 근무 중이었으니 인연이 질겨도 길진 편이었다.
“제가 뭐요.”
“나를 뒷방 늙은이 취급하는 것. 그리고 그것도 모르겠으면 됐다.”
“대대장님을 뒷방 늙은이 취급한 적 없습니다.”
“헐!”
“진짜입니다.”
“됐으니까 방탄 편대는 잘 이끌어.”
“대대장님보다는 제가 더 편대를 잘 이끄니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싹수없는 후배야. 이러니 내가 뒷방 늙은이 취급한다고 하는 거다. 그러니 그만 까불고, 목표는 아직 멀었냐?”
“다 왔습니다. 폭탄 투하할까요.”
“그럼 해야지. 하자. 그런데 초나라 공군에는 진짜 전투기가 1대도 없나. 왜 코빼기도 안 보여. 1차 한중전쟁 때는 그런대로 제법 재미있게 놀았고, 한일전쟁에서도 쪽발이들이 제법
까불었는데 말이다.”
“1차 한중전쟁에서는 그러시다가 격추됐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한일전쟁의 실마리를 제공한 옛 일본 항공자위대 중부항공방면대 F-15J 편대를 독도 상공에서 격추한 이야기는 왜
빼십니까. 또한, 그 바람에 한일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개전했고, 여단장님께는 있는 잔소리 없는 잔소리 다 듣고, 사단장님께는 된통 깨졌다면서요.”
“흠흠! 그래도 공군 부의장님과 합참의장님께는 격려받았고, 한일전쟁에서는 훈장까지 받았으니까 됐지 뭘 그래, 이 싹수없는 쫄다구야.”
“좀 전에는 싹수없는 후배라더니 이제는 쫄다구입니까. 그러지 말고 지난 1차 한중전쟁에서부터 한일전쟁까지 생사를 같이 넘나들었으니 이제는 저를 전우라고 불러주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러고 보니 고 소령 너, 사관학교 1학년 때 4학년인 나를 우연히 만나 된통 깨진 그때부터 우리 인연 참 질기기는 길기다. 1전비와 여기 1사단 1여단 1대대에서까지. 그러니
남들이 우리 보고 사귄다고 하지. 안 그래?”
장호익 중령의 이런 말을 들으면서 고준우 소령 역시 인연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찬찬히 생각해봤다.
화엄경에 일천겁동종선근(一天怯同種善根)이면 일국동출(一國同出)이요. 이천겁동종선근(二天怯同種善根)이면 일일동행(一日同行)이라고 했는데, 장호익 중령과는 그 정도 인연이 아닌 목숨을
함께 나누는 사이였으니 전생에 과연 어떤 사이였을까.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런 데 앞으로는 또 어떤 인연이 이어질까를 생각하는데, 그 장호익 중령이 자신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이런 명령을 내리는 것이 귀로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
“대대, 짱깨들에게 지옥 불맛을 한 번 더 보여준다. 모두 폭탄 투하!”
한국 공군 제1전투기사단 1여단 1대대의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 20대는 스텔스기체임에도 불구하고 외부무장으로 줄줄이 달고 온 수많은 폭탄을 그렇게 상해의 배후 도시인 초나라
절강성 영파(닝보, ?波)에 줄줄이 떨어뜨렸다.
이 폭격으로 말미암아 영파의 산업시설이라고는 그야말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으니 벌써 탄도와 순항미사일 공격과 한국 해군의 포격 그리고 1차 공군의 폭격에 이은 이 2차
공군의 폭격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3, 2, 1 발사!”
한국 공군 제1전투기사단 1여단 장호익 중령이 이끄는 1대대가 영파를 폭격한 그때 고구려 국방과학연구소 심양 발사장에서는 고구려 육군 전략유도탄사령관 김종명과 1여단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탄도탄들이 줄줄이 창공으로 솟구쳐오르고 있었다.
그중에는 사거리 5,000km 탄두 중량 5t의 현무-5A가 다수였고, 이 탄도탄의 목적지는 초나라 광동성 광주, 광시 장족자치구 남녕(난닝, 南?), 운남성 곤명(쿤밍, 昆明),
중경(충칭, 重?)직할시, 사천성 성도(청두, 成都) 등 초나라의 주요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