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한중전쟁(4)
고구려 육군 전략유도탄사령부 사령관 김종명이 휘하 1사단장 등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때 수진도 민은정과 이런 통화를 하고 있었으니 다시 전쟁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민 중장, 혹시 모르니까 김정은 총비서 곁에 꼭 붙어있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초나라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강수진 수석님이나 민재인 위원장님 곁에 꼭 붙어있으세요. 그래야 전쟁 끝나고 한국 동생과 수정이 둘을 결혼시켜줄 것 아냐.
그리고 서울에서 다시 야경 보면서 술잔을 기울이지. 안 그래?”
“그래. 그런데 민 중장, 북한에서도 시누이가 이렇게 결혼을 거의 진두지휘하는 때도 있어?”
“흔하지는 않아도 찾아보면 있을걸. 그러니 너무 그러지 말고 잘 준비해 줘. 그런데 둘이 결혼하면 살림 차릴 집은 구했어?”
“그 집도 내가 알아보러 다닌다. 그것도 내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으로 말이야. 진짜 미치겠다.”
“그럼 올케 하수정이 아니라 시누이 강 수석이 시집살이하겠네. 호호호!”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 말이야. 둘이 옆에 붙어있으면서 나를 얼마나 괴롭힐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호호호! 그리고 정 그 둘 때문에 못 견디겠으면, 강 수석도 서민재 대위와 결혼해.”
“뭐라고?”
“정 둘이 눈꼴시게 하면, 강 수석도 서민재 대위와 결혼하라고. 왜 그 사람 마음에 안 들어?”
“······.”
“그러지 말고 찬찬히 한번 살펴봐. 좋은 남자 같았는데. 그리고 이 전쟁이 마지막 전쟁일 것 같으니 무사히 승전하고 서울에서 만나서 진짜 다시 술 한잔하자.”
“서민재 대위는······. 아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그래 이 전쟁을 승전으로 끝내고 우리 만나 서한국과 하수정 빼고 우리끼리만 여기 서울에서 아니지 여기 북경에서
한잔하자.”
“그들이 빠지려고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어떻든 전쟁 끝나고 만나서 진짜 한잔해. 그리고 서민재 대위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
수진과 민은정이 2차 한중전쟁을 앞두고 서로 걱정하면서 이런 통화를 한동안 이어간 가운데, 시간은 흐르고 흘러 2023년 2월 7일이 왔다.
아직은 완연한 겨울의 서늘한 그 아침 공기 사이로 고구려가 보유한 각종 미사일이 창공을 향해 창끝처럼 서기 시작했다.
하나 그와는 달리 겨울을 순식간에 건너뛴 이른 봄 같은 바다를 가로질러 마카오로 향하는 남북한과 고구려 그리고 영국 해군 함정들은 여유로웠다.
그래서였는지 뱃전에 일렁이는 파도를 보면서 여유롭게 담배를 태우는 장병도 있었으나 그 눈동자만은 날카로운 기세가 드리워져 있었으니 역시 1차 한중과 한일전쟁에 다 참전한 노련한
역전의 용사들다웠다.
그처럼 그 함정에 탄 남북한과 고구려, 영국군 태반의 눈동자는 마침 떠오르는 태양처럼 이글거렸으니 그 눈빛의 기세만으로도 이미 2차 한중전쟁은 개전해 승리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
초나라 주석 이극강은 남경 주석궁을 떠나 호남성(湖南省) 장사(長沙) 초나라 육군의 지하 벙커로 이동해 있었으니 이 벙커는 기존 벙커를 한중전쟁 패전 이후 새로 증축한 곳이었다.
어떻든 이극강이 전쟁을 위해서 장사의 벙커로 이동하자 초나라군은 온전히 부주석 등모량의 지휘 아래 들어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완벽하게 초나라군을 통제할 수는 없었으니 그만큼 이극강의 입김이 막강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등모량은 열심히 초나라군을 지휘해 남북한과 고구려군을 막을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고, 그 대책 속에 시간이 흘러서 드디어 개전 4시간을 남겨두게 됐다.
“쐐애액!”
개전 4시간을 남겨둔 그 새벽 초나라 산서성 대동과 태원 상공, 그리고 황하 이북의 하남성, 강소성 각 도시 상공에 그 이른 새벽의 조용한 적막감을 찢어발기면서 고구려 공군의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가 나타나서는 마지막으로 피난을 권고하는 전단을 살포했다.
이미 산서성과 하남성, 강소성 주민은 대부분 피난을 떠난 그리고 떠나는 중이었으나 이렇게 다시 한 번 더 피난을 권고하는 전단이 뿌려졌다.
하나 초나라는 지난 1차 한중전쟁 때 살던 고향을 떠나 떠도는 국민에게도 아직 의식주를 완벽하게 제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이제 2차 피난민들까지 황하 이남, 장강 이남으로 몰려들자 또다시 거주민과 피난민 그리고 남북한과 고구려를 반대하는 시위대 간의 크고 작은 충돌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그 때문에 벌써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상가는 약탈당했으며, 관공서는 불타올랐으나 초나라 공안은 그들을 해산하거나 체포할 능력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초나라 부주석 등모량은 오히려 그 충돌을 이용해서 민병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니 이 모든 혼란의 책임이 다 남북한과 고구려 때문이라는 적절한 선전과 선동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수천 명, 수만 명, 수십만 명이 민병에 지원해 등모량이 주는 총 한 자루씩을 받았고, 급히 사격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그들은 지난 1차 한중전쟁에서 민병 수십만 명이
사망한 것은 기억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초나라 부주석 등모량은 민병이 수천 명씩 지원하더니 곧 수십만 명으로 불어나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들의 훈련을 독촉했으나 시간은 촉박하기 그지없었고, 이어서는
그들에게 지급할 무기조차 모자랐다.
“부주석, 민병 지원자들이 너무 많아 총이 모자랍니다.”
“총이 없으면 수류탄이라도 하나씩 줘. 수류탄도 모자라면 포탄이라도 안겨주고, 그래도 모자라면 칼이라도 한 자루씩 줘. 이 전쟁에 우리의 모든 것이 달려있으니까. 다들 알았나.”
“예, 부주석!”
“그건 그렇고 모든 부대는 대피했나?”
“이미 주둔지를 비우고, 시가지와 주택가, 산속에 다 숨어 있습니다.”
“좋아. 이제 시작이다.”
“그렇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부주석!”
“반드시. 끝까지. 남북한과 고구려 놈들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 중국이, 우리 중화가 다시 이 땅에 찬연(燦然)하게 꽃 피울 수 있다. 알겠나.”
초나라 부주석 등모량이 아직도 중국이니 중화니 하는 중화주의 사상에 젖어 이 말을 하는 찰나 고구려 육군 전략유도탄사령부 사령관 김종명은 창처럼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미사일을 한번
시계를 한번 쳐다봤다.
그러다가 기어이 몇 달 전에 끊은 담배 생각이 간절하게 나는 것을 느꼈다.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오면서 이런 긴박한 긴장감, 가상이나 훈련이 아닌 실전이 주는 흥분,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는 것 같은 초조, 혹시나 하는 불안 등등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느껴본 것이 얼마 만이던가.
지난 한일전쟁에는 참전하지도 않았고, 1차 한중전쟁에서는 북한 인민군 전략로켓군 부사령관으로 참전했으나 실권은 전부 사령관에게 있었기에 자신은 사실상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온전히 고구려 육군 전략로켓군은 자신의 지휘 아래 들어와 있었고, 곧 자신이 명령하면 수백 발 이상의 미사일이 창공을 박차고 날아올라 초나라를 향해 날아갈 것이다.
그래서인지 긴장, 흥분, 초조, 불안 등의 복잡한 감정이 일시에 일어나 자신을 옥죄는 것을 느끼며 김종명은 시계를 한 번 더 쳐다봤다.
“이번에는 참전하지 못해 진짜 아쉽습니다. 기장님.”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이번에는 현역만으로도 충분하다니 어쩌겠어. 우리는 이 여객기나 몰아야지.”
“초나라 공군이 지난 1차 한중전쟁에서 거의 전멸하고, 아직 그 피해를 복구하지 못했으니 그렇겠지만, 그래도 좀 섭섭합니다.”
“비밀무기 공장까지 운영했다니 우리 군이 모르는 J-20 스텔스 전투기가 나타날지도 모르고, 희한한 무인기가 나타날지도 몰라. 그래도 후배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 그들도 이제는
모두 실전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 되었으니까 말이야.”
“하긴 1차 한중과 한일전쟁에 다 참전한 애들은 거의 적수가 없을 겁니다.”
“실전경험에서 미군에 앞서는 애들도 부지기수야. 그러니 한마디로 하면 공군은 우리 고구려와 남북한이 세계최강이라고 할 수 있지.”
“F-22만 없으면 말이죠.”
“하하하! 그런가.”
1차 한중전쟁에서는 예비역이었음에도 조종사 재입대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 공군 제20전투비행단 1대대장으로 참전한 예비역 중령 강영석과 그의 영원한 윙맨 조용호 예비역 대위,
이들은 한일전쟁에도 대한민국 공군 제1전투기사단 임시 4여단 1대대 대대장 등으로 참전했다.
그러나 이번 2차 한중전쟁에는 참전하지 않았으니 그 이유는 말한 것처럼 초나라와의 이번 전쟁에는 굳이 예비역이 필요치 않다는 그 이유 때문이었다.
한일전쟁에서는 육군과 해군 예비역이 동원되지 않았으나 공군 예비역 조종사들은 동원되었다.
그런데 이번 2차 한중전쟁에는 육해공 어떤 예비역도 동원되지 않았다.
이제 고구려와 남북한군 현역 중에는 1차 한중과 한일전쟁까지 경험한 노련한 전사와 조종사가 수두룩했으니 굳이 예비역까지 동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그런 것이다.
어떻든 그런 이유로 참전하지 못한 강영석과 조용호는 원래의 자리인 고구려 항공 조종사로 돌아와서 이 2차 한중전쟁 개전의 긴장감이 흐르는 와중에도 고구려 북경에서 서울로 향하는
여객기를 운항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때 옛 일본 항공사들의 항공기들은 남북한과 고구려가 모조리 노획해 가져온 것이 아니라 1기당 1,000만 원에 사들이는 것으로 회계처리를 해 옛 일본 항공사들에는 단
1대의 항공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니 옛 일본 항공사들은 어찌 되었겠는가.
그런데 그런 일은 항공사들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옛 일본 기업은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었으나 그래도 남은 기업들은 있었다.
“사령관님, 3분 남았습니다.”
“나도 시계 보고 있으니까 그만 보채고, 담배나 하나 줘봐!”
“담배 끊었지 않습니까?”
“그래, 끊었지. 그런데 속이 탄다.”
“저는 속이 시원해지는데, 사령관님은 왜 속이 타십니까?”
“몰라. 그리고 속이 시원한 1사단장은 참 좋겠다.”
“좋습니다. 이 전쟁이 마지막 전쟁이 될 것이고, 그럼 우리 고구려와 남북한은 더 반석 위에 설 것이며, 앞으로 적어도 수백 년은 아시아 최강자로 또 나아가서는 미국과 함께 G2
국가로 세계에 군림할 것이니까 말입니다.”
“하여튼 그런 생각이나 하는 속이 편한 1사단장은 참 좋겠다고. 그리고 수백 년으로 되겠어. 적어도 앞으로 다가올 오천 년은 우리가 아시아 최강자로 군림해야지. 안 그래?”
“오천 년, 좋은데요.”
“그렇게 좋으면 마지막으로 발사 점검해. 이제 2분 남았으니까.”
그로부터 정확하게 2분 후, 고구려 육군 전략유도탄사령부 사령관 김종명은 고구려군 육군사령부와 최고사령부에 마지막으로 보고한 다음 기어이 예하 전 부대에 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사령부와 1사단의 현무-5A 탄도미사일과 현무-6A 순항미사일, 화성-5형, 6형, 7형 미사일과 현무-2, 3, 4 미사일 수백 발이 불을 뿜었고, K-239 천무
다연장로켓과 벼락-1, 2, 3 300mm, 400mm, 600mm 방사포 수백 발도 불을 뿜었다.
“다 발사했으면 재장전하고 다시 발사한다. 빨리빨리 서둘러!”
그렇게 고구려 육군 전략유도탄사령부와 1사단이 미사일과 로켓을 재장전하는 사이 고구려 공군 제1전투기사단의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 200대는 해서도(산동) 제남 요장(遙墻,
야오창)공항과 제녕 곡부 공항, 해서도(강소성) 서주 양묘 농용 공항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이 서주 양묘 농용 공항은 고구려가 서주를 점령한 이후 군용 공항으로 확장한 곳으로 드디어 그곳에서 초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전투기가 날아오른 것이다.
그리고 북경 수도 공항과 석가장 정정 공항에서는 북한 공군의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 해서도 연운항 공항에서는 한국 공군의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들이 각자의 목표를
노리고 출격했다.
“고구려가 쐈으니 이제 우리 공화국도 공격한다. 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