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413화 (413/470)

2차 한중전쟁(1)

초나라 주석 이극강이 고구려에서 돌아온 부주석 등모량에게 이렇게 소리치고, 다시 고구려로 보내라고 길길이 날뛰다가 기어이는 끌어내라고 소리치는 그 순간 산서성과 강소성, 황하 이북

하남성의 초나라 국민은 공황에 빠져서 짐을 챙기자마자 피난길에 올랐다.

고구려와 남북한이 동시에 최후통첩이자 선전포고를 했기에 언제 그들 남북한과 고구려의 미사일이 날아오고, 전투기가 날아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남경과 상해, 중경 등에서는 수백만 명의 초나라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와서 결사 항전을 외치면서 반 남북한과 고구려 시위를 벌였다.

초나라의 상황이 이렇게 되니 2차 한중전쟁은 점점 더 현실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었다.

“수정 씨, 많이 먹어요. 그래야 힘내서 잘 싸우고, 이번에도 이겨서 우리 결혼할 것 아니에요. 알았죠.”

“군단 본부에서 행정사무나 보는 저보다는 최전선에서 싸울 한국 씨가 많이 먹어야죠. 그래야 이번에도 잘 싸우고 와서 진짜 결혼하죠.”

“서류와 싸우는 것도 힘들어요. 그러니 많이 먹어요.”

북경에 주둔하는 국군 1군단 본부와 인민군 1군단 본부는 아직 2차 한중전쟁을 위한 어떤 출동 명령도 떨어지지 않았기에 서한국과 하수정은 북경 어느 한정식집에서 만나서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당연히 수진과 서민재 대위가 앉아 있었다.

“이 누나도 서류와 싸우는 것이 힘든데, 나에게는 먹으라는 소리도 안 하고, 하수정 상사에게만 그러냐? 이 누나에게도 한번 해 봐라!”

“어차피 돈은 강수진 네가 내는 것 아냐. 그러니 돈 아까우면 너도 많이 먹어라. 그리고 그 옆에 앉은 사람도 많이 먹으라고 해라. 후방에서 편히 놀려면 배라도 든든해야지.”

“아니, 내가 왜 돈 내야 하는데, 오늘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넌데. 그러니 돈도 네가 내야지. 안 그래?”

“하여튼 있는 것들이 더해요. 더해. 그리고 여기서 네가 제일 부자이자 직급으로 따져도 제일 높으신 양반 아냐. 그러니 당연히 돈은 강수진 네가 내야지.”

“그런 억지가 어디있냐.”

“여기 있으니까 돈 내라. 그리고 서 대위도 많이 드세요. 아주 많이.”

서민재 대위와 서한국 상사는 예나 지금이나 데면데면했다.

그래도 예전에는 같은 한국군이라서 지금보다는 더 나은 것 같았지만, 서민재 대위는 지금 고구려군이었고, 서한국은 한국군이었으니 더 심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둘의 관계도 미묘해서 친해지려면 아마도 먼 이야기일 것 같았고, 서한국은 한일전쟁의 전공을 인정받아 2023년 1월 1일 자로 중사에서 상사로 특진도 해있었으니 더 힘들 것

같았다.

“서 상사가 그런 말을 하니 돈은 강수진 수석님이 아니라 내가 내야겠군요. 그러니 많이 먹고, 이번에도 빛나는 전공 세우고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2명만 더 저격하면 100명인데, 얼마나 더 전공을 세우라는 말입니까?”

“하여튼 많이. 아니, 한중전쟁 최고 저격기록을 세우고 오기를.”

“헐!”

서한국이 이렇게 반응하자 하수정이 나서서 그를 말리면서 말했다.

“한국 씨, 그래도 상급자인데, 그런 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알았죠.”

“수정 씨는 인민군, 여기 서민재 대위는 고구려군, 나는 한국군이에요. 그러니 이런 말도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니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도 상급자이니 안 좋은 말은 쓰지 마세요. 그리고 장차 매형이 될 수도 있잖아요.”

“매형이요?”

“그래요. 매형!”

“지금 하는 꼴을 봐요. 매형이 아니라 애인이라도 되겠는가.”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히는 서한국의 이 말이 여운을 남기고 사라지기도 전에 서민재 대위의 인상을 구겨질 대로 구겨져서 아예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와 달리 수진은 내심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앞에 놓인 잡채만 집어 먹고 있었다.

그러자 하수정 상사가 이렇게 말하면서 그 이상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했다.

“그건 알 수 없으니까 잔이나 들어요. 우리를 위해서. 그리고 두 사람을 위해서. 이번에도 승전을 위해서. 북남과 고구려를 위해서 건배하게요.”

“옆에 앉은 두 사람은 잘 될 것 같지 않으니까 수정 씨 그냥 우리를 위해. 그리고 승전을 위해서 또 남북한과 고구려를 위해서 건배해요. 자, 건배!”

“건배!”

“······.”

“······.”

서한국과 하수정이 그렇게 둘만 잔을 채워 건배하자 수진과 서민재 대위는 서로를 한번 쳐다본 다음 또 말없이 두 사람을 쳐다봤다.

그러니 이건 진짜 더 잘 될 것 같지는 않았는데도 둘은 자주 만나고, 이런 자리에도 함께하는 것을 보면 또 그런 것 같지도 않고, 하여튼 둘은 이상한 관계는 관계였다.

어떻든 그런 이상한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출전을 앞둔 서한국과 하수정을 위한 조촐한 저녁 식사는 끝나고, 두 사람은 수진과 서민재 대위가 뭐라고 하든 말든 손을 꼭 잡고 인근의

호텔로 직행하려고 했다.

“지금 둘이서 저 호텔로 간다고?”

“그래, 부러우면 너도 그 옆에 있는 사람이랑 따라오던가.”

“미친놈!”

“미친놈이 아니라 답답해서 그런다. 답답해서.”

“······.”

“할 말 없으면 내일 보자.”

서한국이 이렇게 말한 다음 하수정의 손을 잡고 진짜 호텔로 들어가 버리자 수진과 서민재 대위는 더 머쓱해진 가운데, 그 긴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북경역에서 네 사람은

어젯밤보다 더 머쓱해진 얼굴로 다시 만났다.

“어젯밤에는 좋았냐?”

“당연한 걸 왜 물어. 그래도 정 궁금하면 우리 간 다음에 그 호텔로 서민재 대위랑 둘이 가라. 그럼 알게 될 거다.”

“헛소리하지 말고, 죽지도 말고, 살아서 다시 보자!”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전쟁 끝나는 즉시 우리가 결혼할 수 있도록 나머지 문제는 네가 잘 좀 처리해 둬라. 그래야 우리 곧장 결혼하지. 안 그래?”

“이 누나에게 부탁하는 것이라면 뭐 알았다.”

“놀고 있네.”

“그러지 말고‘누나 부탁해’라고 한마디만 해봐.”

“헛소리는 네가 하지 마라. 그러나 뒤는 부탁한다. 알았지.”

“가라 가. 이 자식아!”

“그래, 간다. 가!”

서한국이 국군 1군단 본부가 임시 주둔지를 만든 연운항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환송식을 겸한 이런 이상한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수진과 이런 인사 아닌 인사를 나눈 다음 하수정을 꼭 껴안았다.

그런 북경역에는 수많은 국군 1군단 장병과 여타 인원으로 북새통을 이루었지만,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안고 있었다.

그러자 수진이 기어이 끼어들어서 이렇게 말했다.

“어젯밤에는 도대체 뭐 했기에 이제야 이렇게 껴안고 있어.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우리가 어젯밤에 뭐 했는지 다른 사람은 다 알아도 수진이 너는 몰라도 된다.”

“까불지 말고, 사람들 보니까 이제 그만하고 가라 가.”

“보거나 말거나.”

“다들 나를 알아보고 쳐다보니까 그러지. 그러니 이제 그만 하고 가라 가.”

“그럼 너도 저 서민재 대위 품에 안겨서 얼굴을 가슴에 묻어. 그러면 사람들이 다 몰라볼 거다.”

“뭐라고?”

“서 대위 가슴 넓다고. 그리고 나 떠나고 그 호텔로 가라 가. 그래서 우리가 어젯밤에 뭐 했는지 그대로 상상해서 실습해 봐.”

“까분다.”

서한국은 그 이후에도 한동안 하수정을 안고 있다가 드디어 열차에 몸을 실었으니 이 열차는 해서도 연운항 직행이었다.

그곳에서 서한국은 군단 저격대대에 복귀해 준비를 거쳐서 다시 전장에 투입될 예정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서한국이 떠나자 북한 인민군 1군단 본부의 하수정 상사도 군단 본부에 복귀했으니 그녀도 군단을 따라서 전선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하나 아직 전쟁을 언제 개전한다는 날짜는 확정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고구려와 남북한 각 군단은 장병을 소집해 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떻든 그렇게 서한국과 하수정이 떠나자 이제 수진과 서민재 대위만이 어젯밤처럼 덩그러니 북경에 남게 됐다.

서한국 상사와 하수정 상사가 2차 한중전쟁을 앞두고 소속부대로 복귀하는 그때 고구려 공군의 F-2 삼족오 1개 편대가 초나라 산서성 대동과 태원 상공, 하남성 여기저기에 초나라

국민에게 황하 이남으로의 피난을 권고하는 전단을 살포했는데, 내용은 대충이랬다.

“초나라가 남북한과 합의한 항복 조건 중에서 1항, 2항, 3항, 5항, 6항, 13항, 15항, 21항, 22항을 위반한 것도 모자라서 비밀 무기 공장까지 운영했다. 그로

말미암아 고구려와 남북한은 이미 초나라 무기 공장을 공격했고, 이어서 최후통첩이자 선전포고까지 했다. 그러므로 초나라의 앞으로 대응에 따라서 전쟁이 실제로 개전할 수도 있으니 황하

이북 산서성과 하남성의 초나라 국민과 장강 이북 강소성의 초나라 국민은 모두 황하와 장강 이남으로 대피하라. 그리고 아직도 그곳에 남은 외국인과 외국 기업이 있으면 속히 철수하라.

철수하지 않아 생기는 피해에 대해서는 고구려와 남북한은 책임지지 않을 것이니 이 전단을 보는 외국인과 외국 기업 종사자가 있다면 속히 철수하라. 이건 마지막 경고이다.”

고구려 공군이 살포한 전단의 내용이 대충 이랬으니 전쟁은 이제 기정사실로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전단은 강소성 여기저기에도 살포되어 전단을 주워본 그곳 초나라 국민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둘러서 황하가 아닌 장강 이남으로 피난을 가기 시작했다.

“고구려 공군이 전단 충분히 뿌렸어?”

“예, 의장님. 산서성과 하남성, 강소성에 충분히 뿌렸고, 그걸 주워본 초나라 국민이 앞을 다투어서 황하와 장강 이남으로 피난을 가고 있답니다.”

“그럼 피난민들 때문에 저번처럼 진격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겠군.”

“그럴 것으로 예상은 하나 그래도 모르니 한 번 더 전단을 살포하라고 요청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걸리는 것이 없어야 속전속결로 마무리를 짓지.”

“맞습니다. 우리의 장점이 그 속전속결 빨리빨리 아닙니까.”

“맞아. 그러니 빨리빨리 우리의 전력도 다시 한번 더 점검해봐. 그리고 각종 장비의 보급도 마무리되었는지 그것도 또 확인해보고 말이야.”

“예, 의장님. 빨리빨리 그러나 빈틈없이 확인 또 확인하겠습니다.”

대한민국 합참의장 김진규와 작전차장 정용호가 이런 대화를 나눈 그 며칠 후까지 국군 1, 2, 5군단과 해병대와 특전사령부, 공군과 해군은 마지막으로 전력점검에 들어갔다.

그와는 반대로 이미 전쟁 준비를 끝낸 북한 인민군 1, 2군단은 그때 산서성 북쪽 대동 코앞으로 이동했고, 그 산서성의 성도이자 대동에서 직선거리로 254km 남쪽인 태원의

코앞으로는 7, 8군단이 이동했다.

그리고 북한 특전사령부와 공군 등은 그 두 곳을 나누어서 지원하기로 하고 조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니 원정군사령부를 구성한 인민군이 현재로서는 국군보다 비교적 일사불란했으나 조용하게 전쟁 준비를 끝내고 공격 개시 명령만을 기다린다고 봐야 했다.

북한 인민군이 그렇게 움직이자 고구려군도 옛 중국 하북성 한단(현 고구려 해서도 한단)으로 집결했다.

그렇게 한단에 모인 고구려군은 개전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황하 이북의 초나라 하남성 안양현(安?市)과 학벽시(허비시,?壁市), 신향현(신샹시, 新?市) 등으로 진격할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 저 짱깨 새끼들 지금 무얼 하는 거지?”

“지뢰를 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짜 그래 보이지.”

“예, 공격할까요?”

“일단 상부에 보고부터 하고 공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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