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408화 (408/470)

2차 한중전쟁의 서막(8)

초나라 하남성 허창의 J-20 전투기 생산 공장에는 북한 정찰총국 요원들이 나가 있었는데, 북경에서 발진한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 12대가 쏜 타우러스 미사일에 맞아 박살이

나는 장면을 지금 촬영하고 있었다.

“폭발 장면 멋지구나야. 그런데 제대로 촬영하고 있네?”

“물론입네다.”

“날래 촬영해서 전송해야 하니 제대로 촬영하라우. 총비서 동지도 볼 영상이니까.”

“알고 있습네다. 총비서 동지만이 아니라 고구려 민재인 위원장님과 한국 이세연 대통령도 볼 영상이라는 것을 말입네다.”

“기래. 그리고 한국 국정원과 고구려 국방국의 동무들도 볼 것이야. 그 애들이 우리가 촬영한 영상을 보고 역시 공화국 정찰총국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야.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게

촬영해야 한다는 것을 동무가 더 잘 알지비.”

“알다뿐이겠습네까. 어, 또 폭발합네다.”

“저것도 제대로 찍어. 그건 그렇고 삼족오와 타우러스 유도탄은 확실히 정확하구나야.”

“그러니 이 폭격에 동원한 것이 아니겠습네까.”

“기래. 그리고 저 폭발이 끝나자마자 찍은 것 날래 전송하라우.”

북한 정찰총국 요원 남상식이 촬영한 영상은 그렇게 북한 정찰총국과 한국 국정원과 고구려로 국방국으로 전송됐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본 민재인 위원장 등 고구려 수뇌들은 공장이 완전히 폭파되는 모습에 잠시 환호성을 내질렀다.

“자자, 다들 수고했소. 그리고 부위원장과 국방국장은 당장 초나라에 연락해서 J-20 전투기와 미사일을 비밀리에 생산하는 데 관여한 모든 자를 항복 조건 위반으로 모조리 잡아

넘기라고 하시오. 당장!”

“예, 위원장님. 그런데 초나라가 진짜 그에 관련된 놈들을 다 잡아 넘기면 그때는 꼬투리가 없어지지 않습니까?”

“부위원장, 그놈들이 다 넘길 일도 없고, 다 넘겼다 해도 우리가 다 안 넘겼다고 우기면 되는데 무슨 걱정이오.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마시오. 그리고 11월 21일부터 12월

18일까지는 어차피 월드컵 때문에라도 초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어렵소.”

“위원장님의 말씀 듣고 보니 과연 그러면 되겠군요. 초나라가 넘겨도 우리가 안 넘겼다고 인정해주지 않으면 말입니다.”

“바로 그렇소.”

“그런데 위원장님, 월드컵하고 초나라 공격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우리 고구려는 상관없지만,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으니 상관이 있지요. 그리고 월드컵은 세계인의 잔치인데, 그때를 맞춰 우리가 초나라를 공격하면 모르긴 몰라도 전 세계 축구

애호가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오. 그러니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초나라 공격을 잠시 뒤로 미루자는 말이오. 아니 우리는 그동안 일본에서 돌아온 장병 휴가 주고, 포상하고, 군을

재정비하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내놓은 새로운 무기로 무장하는 등의 조처를 하면 시간이 빠듯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자랄 것이오. 남북한도 우리와 상황이 거의 같을 것이니 그때까지

공격을 미루고 준비나 철저히 합시다.”

초나라 J-20 전투기와 미사일 비밀 생산 공장이 이렇게 초토화되고, 고구려위원회에서 민재인 위원장과 부위원장 김명남, 국방국장 서진성 등이 이런 논의를 하는 그 찰나 초나라 주석

이극강(리커창)도 이 사태를 보고받고는 노발대발했다.

“왕바딴! 왕바딴!”

“진정하십시오. 주석!”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그런데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부주석이 벌인 것이오?”

“죄송합니다. 주석.”

“빌어먹을! 부주석과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어중이들 때문에 이제 고구려와 남북한이 그냥 있을 것으로 보시오. 곧 대군을 몰아 이 남경을 불바다로 만들면 우리는······. 이

빌어먹을 작자들아!”

“······.”

“당장 이 일에 연관된 모든 놈을 잡아들이시오. 당장!”

“예, 주석!”

“그전에 꼬투리를 잡힐 무기 공장이 또 있소?”

“그것이······.”

“이 작자야. 부주석이라는 작자가 그렇게도 사리 분간을 못 해. 고작 그따위 무기로 고구려와 남북한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이대로 앉아서 당하기만 하기에는 너무나 울분이······.”

“이 빌어먹을 작자야. 당장 그 무기 공장들부터 없애. 완벽하게 흔적도 없이. 그리고 앞으로는 내 허락 없이 그따위 무기 공장으로 우리 초나라를 위태롭게 하면, 부주석 네놈 목부터

쳐 버릴 거다. 아니, 이번에 고구려와 남북한이 그냥 있지만은 않을 것이니 내가 아니라 그들이 네놈 목을 먼저 치겠네. 알았어!”

이극강이 노발대발하면서 이렇게 호통치는 찰나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부리나케 그가 지금 노발대발하는 집무실로 뛰어들어와서는 이렇게 보고했다.

“주석, 고구려 부위원장이 당장 통화를 연결하라고 합니다.”

“연결해!”

이럴 줄은 알았지만, 통화가 연결되기를 기다리는 그 몇 초가 이극강에게는 마치 지난 몇 년의 시간이 스쳐서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일 년 전만 하더라도 남북한은 중국의 상대가 아니라고 온 세상이 생각했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일 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처럼 남북한과 고구려의 완전한 식민지가 아니라 자존심은 좀 상하더라도 국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천지 분간을 못 하고 설치는 어리석은 몇 놈 때문에 그마저도 위태로워졌다.

“여보세요. 이극강 주석이오.”

“그렇습니다. 부위원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인사치레는 필요 없고, 지금쯤은 보고받아서 알 것이니 거두절미 말하겠소. 우리와의 항복 조건을 어기고, J-20 전투기도 모자라서 미사일까지 비밀리에 생산하는 것은 곧 우리에게

다시 전쟁을 개전하라는 말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이죠?”

“부위원장님, 개전이라니 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을 하십니까.”

“그럼 이 사태를 보고도 우리에게 모르는 척하고 그냥 넘어가라는 말이오.”

“부위원장님, 관련된 모든 자를 모조리 잡아서 고구려로 넘기고, 더욱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그러니 그런 무시무시한 말씀은 거두어주십시오.”

“안 그래도 내 관련된 자들을 다 고구려로 넘기라고 할 참이었는데, 주석이 이렇게 선수를 치니 더 부연 설명은 하지 않겠소. 즉시 관련자를 모두 잡아 넘기고, J-20 전투기

설계도와 미사일 설계도, 그 기술자들도 모두 넘기시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다른 무기 공장이 있다면 즉시 폐쇄하시오. 그렇지 않고 또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내가 가장 앞장서서 대군을 몰고 남경으로 진군할 것이오.”

“안 그래도 그 보고를 받고, 관련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라고 했으니 곧 고구려로 넘기겠습니다.”

“주석,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요. 이제 경고 따위는 없고, 공장만 파괴하고 마는 그런 공습도 없소.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주석은 잘 알 것이라 믿겠소.”

“물론입니다. 즉시 관련자들과 관련 기술과 관련 기술자까지 모조리 잡아서 고구려로 넘기겠습니다.”

J-20 전투기 설계도야 예전에 빼 와서 삼족오 전투기를 만들었으나 고구려 부위원장 김명남은 그런 것에 상관없이 그 기술과 기술자와 관련자도 모두 잡아 넘기라고 했다.

그래야 민재인 위원장이 말한 앞으로 그것을 꼬투리 삼을 수 있을 것이니까.

“그러리라 믿고 있겠소.”

“믿어주십시오.”

“아, 그리고 말이오. 항복 조건 21항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비방하는 시위나 집회를 금지한다고 분명하게 있는데, 초나라에서는 아직도 그런 비난 시위와 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니 그런 시위와 집회도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단속해 줘야겠소.”

“물론입니다. 즉각 조처하겠습니다.”

“그럼 나는 이극강 주석만 믿고 이만 끊겠으니 내가 말한 것 당장 조처해주시오.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니까.”

고구려위원회 부위원장 김명남이 이렇게 통화를 끊자 이극강은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었다.

무슨 꼬투리를 잡아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했는데, 이 정도는 이미 예상한 것이었기에 말이다.

하여간에 그렇게 통화를 마친 이극강은 아직도 앞에 서 있는 부주석 등모량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주석도 들었을 것이니 당장 관련자와 그 기술과 기술자들을 잡아들여 같이 고구려로 가시오.”

“주석, 정말 그래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물어도 되겠습니까?”

고구려의 요구 조건이 고작 그 정도였기에 안심하고 있던 이극강은 부주석 등모량의 이 질문에 순간 분노가 치밀어 주먹을 쥐었다가 편 다음 이렇게 말했는데, 그 목소리에는 울화가

여전히 치밀어 있었다.

“이 빌어먹을 작자야. 내 손으로 잡아 고구려로 넘기기 전에 순순히 가. 아니면······.”

“그렇다면 주석, J-20 전투기 기술과 기술자들은 초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도 보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고구려와 남북한의 F-1 삼족오 전투기에도 상대가 안 되는 그따위 전투기 기술과 그런 전투기나 만드는 기술자들은 남겨서 뭐에 쓰려고.”

“J-20이 지금은 상대가 안 되지만, 장차 그것으로 남북한과 고구려를 능가하는 6세대 전투기를 만들 기반은 다질 수 있습니다. 그럼 그때 우리 중화민족은 다시 한번 더 세상을

향해 웅비하면서 이 치욕을 다 갚아줄 수 있습니다.”

“이 미친놈! 그따위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까 천지 분간을 못 하고 이런 일이나 벌였지. 경비병! 당장 이 자를 체포해.”

초나라 부주석 등모량은 그렇게 체포됐고, 관련자들도 줄줄이 체포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술자들은 대부분이 공장 폭파와 함께 사망했기에 체포된 자는 몇 명 되지 않았고, 관련 기술도 상당 부분 폭발에 날아가는 바람에 온전하지 않았다.

그랬으니 고구려로서는 아주 좋은 건수를 잡아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초나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 그때 국군 1군단 저격대대 서한국 중사는 북경에서 하수정과 달콤한 시간을 보낸 다음 고향 원주로 가서 부모님을 뵙고,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초나라 비밀 무기 공장 폭격 등 상황이 상황인지라 결혼은 모든 상황이 안정되면, 그때 하기로 했으니 이 배경에는 비단 정세만이 문제가 아니라 서로 남과 북이라는 국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것도 현역 군인이라는 신분까지 있었으니 둘의 결혼은 비단 청춘남녀의 결합이라는 의미보다 더한 의미도 있었다.

둘이 만약 고구려군으로 옮기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만, 둘은 아직 한국군과 인민군이었다.

어떻든 서한국과 하수정의 결혼이 미루어진 그때 남북한과 고구려는 월드컵의 열기에 빠져있었으나 각 군은 또 한 번의 개혁과 조직 재개편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고구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내놓은 새로운 무기로 무장을 하는 부대들도 있었다.

“자, 읽어보시오. 제1조 현재 미군의 후텐마 기지 남쪽부터(북위 26도 26분) 시작하여 가데나 기지 북쪽(북위 26도 37분)까지의 직선거리 남북 12km 구간, 동서로는 서쪽

남한국해(동중국해)에서부터 동쪽 E58 오키나와 자동차도로까지의 대략 3~5km 구간의 오키나와 본섬만을 미국에 할양하고, 그 기간은 10년으로 한다. 그 이외의 모든 오키나와

본섬과 부속 도서는 남북한과 고구려의 영토이므로 미합중국은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제2조 미합중국은 할양받은 영토라도 남북한과 고구려의 허락 없이는 마음대로 개발하지

못하며, 남북한과 고구려의 환경규제를 엄격하게 지킨다. 만약 이를 어길 때에는 그 환경회복 비용을 미합중국이 부담하고, 남북한과 고구려는 할양을 취소할 수도 있다.

제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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