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405화 (405/470)

2차 한중전쟁의 서막(5)

대한민국 국무총리 김창락의 이 대국민담화가 끝나자마자 전국은 당연히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영어학원 연합회와 영어 교사와 강사 등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반대하고 나섰다.

거기에 영어 사대주의에 찌든 일부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 인사들까지 가세해서 시대에 역행하는 조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반대가 심하면 찬성하는 이들도 있는 법이라 각종 영어시험을 앞둔 수험생 약 70%는 열렬히 이 조처를 환영했다.

그러니 또 영어에 자신이 있는 약 30%는 공정하지 않다고 역시 이 조처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렇게 나라가 영어시험 폐지와 영어교육 축소에 시끄러워지는 찰나 2022년 11월 1일이 왔다.

이날은 영어시험 폐지를 공식적으로 시행하는 날이었으나 그것보다 한일전쟁 종전이 공식적으로 남북한과 고구려의 승리로 끝났다고 발표된 날이라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남북한과 고구려의 지도자 즉 이세연 대한민국 대통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총비서와 고구려위원회 민재인 위원장이 공동으로 대일본전쟁 승전을 공식으로 선언하는

특별담화도 발표됐다.

또한, 그날 저녁엔 대한민국 광화문 광장에서 세 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승전축하 공연이 벌어졌다.

그 바람에 영어시험 폐지와 영어교육 축소로 시끄러웠던 나라는 금방 조용해져 버렸다.

하고 이 승전 축하공연은 서울만이 아니라 평양에서도 열렸고, 북경에서도 열렸으니 한일전쟁 승전은 그만큼 우리 한민족에게 중대하고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전쟁을 승리로 이끈 각 부대는 일본에서 철수를 시작해서 곧장 휴가에 들어갔다.

그렇게 한일전쟁은 남북한과 고구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고, 일본은 나라 이름조차 잃어버린 것은 물론 정부마저 잃어버린 상태로 왜 군정사령부의 군정 통치하에 놓였다.

그러나 태반의 옛 일본 국민은 비교적 군정사령부의 통제에 잘 따랐으니 역시 일본의 민족 근성은 한민족과는 판이했다.

지난 역사에서 우리 한민족은 외세에 나라를 잃으면, 수많은 의병이 들불처럼 일어나서 나라를 찾겠다고 투쟁했으나 일본은 나라를 잃었는데도 불구하고 의병이 들불처럼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에 반해 태반의 일본 국민은 군정사령부의 통제에 순순히 잘 따랐으니 어찌 민족성이 판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저항하지 않는 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나 그런 저항 세력들은 미미했고, 그야말로 무자비한 토벌을 당했다.

왜 군정사령부가 그렇게 미미한 저항 세력이지만, 몇 번의 무자비한 토벌을 감행하자 들불이 사그라지는 것처럼 저항도 사라져서 이때에는 저항이라는 이름도 무색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런 배경에는 일본의 민족성도 있었지만, 우익 단체와 우익 인사들을 전쟁 내내 토벌했고, 야쿠자들도 무자비하게 처단한 덕분도 좀 있었다.

그랬으니 군정 통치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세력은 이때에는 거의 없어졌고, 간혹 군정 통치에 항의하는 개인은 나왔으나 그런 자들은 곧장 체포되어 무차별 폭행을 당한 이후 후쿠시마로

보내졌다.

후쿠시마, 아직 정리되지 않은 그곳에는 군정사령부와 군정 통치에 저항하다가 보내진 자들과 우익 세력과 야쿠자 잔당과 옛 일본 정치인들과 옛 일본 관료와 옛 일본 동경전력 임직원들과

여타 인물 중에서 그동안 후쿠시마가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한 자들 거의 모두가 잡혀 와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옛 일본 경찰의 철저한 감시하에서 원전 오염토와 오염수 정화 작업과 오염수 저장 탱크 추가 건설 작업 등에 동원됐다.

***

한중전쟁에 이어서 한일전쟁에도 참전한 서한국 중사와 박인철 하사는 그로부터 며칠 후 옛 일본에서 철수해 정말 휴가를 받았다.

그러자 박인철 하사는 곧장 고향인 서울로 갔고, 서한국 중사는 고향인 원주로 가지 않고 바로 결혼을 약속한 하수정 중사가 있는 북경으로 날아갔다.

그런 것을 보면 애인 있는 군인들은 부모보다는 애인이 먼저인 것은 내가 군 생활할 때와 거의 비슷한 것 같았다.

“살아왔네.”

“너는 내가 죽기를 바랐냐.”

“살아왔으면 됐다.”

“진심이야?”

“그래, 인마 진심이다. 그리고 건방지게 한국군 중사가 어디서 고구려 수석비서관에게 까부냐.”

“뭐?”

“인마, 누나에게 까불지 말라는 소리다.”

북경 수진의 집에 들르자마자 이렇게 인사한 서한국과 수진은 확실하고 현실적인 사촌남매지간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러나 수진 이외에 이 집에서는 하수정 중사 또한 서한국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둘의 인사는 그쯤에서 그치고 말았으니 바로 그녀 하수정 중사가 서한국에게 달려들어 와락 안겼기

때문이다.

“한국 씨.”

“수정 씨.”

“헐! 이젠 이 시누이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가 보네.”

서한국과 하수정이 끌어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자 수진이 기어이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둘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보다 못한 수진이 혀를 끌끌 찼으나 그와는 반대로 부러운 시선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또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서민재 대위였다.

수진 집에는 가끔 놀러 오는 사이로까지 관계가 발전했지만, 그 이상으로의 관계는 도무지 발전이 없었으니 부러운 시선으로만 바라봐야지 뭘 어떻게 하겠는가.

“강수진, 그만해라. 그리고 우리가 부러우면 너도 그 옆에 있는 사람이랑 껴안아. 실컷 껴안아.”

“뭐라고?”

“옆에 있는 서 대위랑 껴안고 있으라고.”

“너 일본에서 전투는 안 하고, 이상한 비디오만 보다가 온 것 아냐?”

“쪽발이 28명이나 저격하고 왔으니까 그런 모함은 하지 마라.”

“28명? 그럼 한중전쟁 70명을 더하면, 너 혼자서 적군을 98명이나 죽였다고. 정말이냐?”

“그래, 그리고 쪽발이 자위대의 닌자 정찰 헬기 1대까지 격추했으니 휴가 끝내고, 부대 복귀하면 이번에는 상사 진급이다. 그리고 곧 2차 한중전쟁이 일어나면, 짱깨 2명을 더

저격해서 총 100명을 채울 거다. 그 이후에는 몇 명을 더 저격해서 기록을 세울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원사가 아닌 준위로 진급할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준위로

진급하면 평생 군에서 저격수나 양성하면서 보낼 수 있으니까 너도 안 부럽다.”

“그러지 말고 고구려군으로 와라. 그럼 내가 당장 준위로······.”

“강수진, 내가 아무런 전공도 없이 고구려군으로 가서 준위가 되면, 남들이 나와 너보고 뭐라고 하겠냐. 그리고 그게 공정하고, 정당한 거냐. 그러니 네 도움은 필요 없다. 내

힘으로 반드시 준위로 진급하고 말 것이니까.”

서한국이 이렇게 말하면서 그때야 하수정을 가슴에서 떼놓았다.

그런 것을 보니 어지간히도 수진의 도움을 원치 않는 것은 맞는 것 같았으나 또 한편으로는 배경으로 승진하고 싶지 않고, 그렇게 함으로써 욕먹는 것은 더더욱 싫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었다.

“방금 적군을 98명이나 죽였다고 해놓고는 무슨 아무런 전공이 없어. 그러니 고집 그만 부리고 하 중사와 둘이 다 고구려군으로 와라. 그럼 내가 둘이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게

도와주고, 둘 다 준위로 진급하게도 도와준다. 알았지.”

“절대 싫다니까.”

“까불지 말고 누나 말 들으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줘. 술도 있지?”

“고구려군으로 오라니까.”

“내가 방금 한 말 뭐로 들었어. 그러니 밥과 술이나 줘.”

“누나 말 들어라!”

“싫다니까 자꾸 그러네. 그리고 밥과 술은 안 줄거냐?”

그렇게 수진의 집에서 한일전쟁에서 돌아온 서한국이 연인 하수정, 사촌 수진과 더불어서 서민재와 함께 밥을 먹고, 술까지 마시면서 회포를 푸는 시간 한국 국정원 요원 한수용과

변태식은 초나라 상해 외곽 지역에 자리 잡은 허름한 공장을 매의 눈초리로 감시하고 있었다.

이 공장은 남북한과 고구려의 감시 대상도 아니었고, 항복 조건 사찰 대상에서도 빠진 곳이었지만, 둘은 한중전쟁 이전부터 초나라에서 암약해온 요원들답게 우연한 기회에 이 공장의

존재를 알게 됐고, 그때부터 감시를 시작했다.

한수용과 변태식이 그렇게 상해 외곽에 자리를 잡은 허름한 공장을 감시한 보람이 있었는지 곧 결정적인 증거를 잡았으니 바로 이 공장에서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은 물론 옛 중국제

HQ-16 중거리 지대공미사일을 비밀리에 생산하는 장면을 촬영해낸 것이 그것이었다.

“찍었어?”

“예, 전송할까요.”

“즉시 해. 그런데 저거 사거리가 얼마라고 했지?”

“HQ-16B는 사거리가 40km에서 70km로 늘어났다고 짱깨들이 주장했으니 그 정도는 안 되겠습니까. 그러니 항복 조건 3항 탄도미사일의 연구, 생산, 보유, 배치를 금지한다.

그리고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소지가 있는 로켓의 연구, 생산, 발사, 보유를 금지하고, 기타 순항 미사일, 대공미사일, 대함미사일 등등 여타 모든 미사일의 사거리는 50km, 탄두

중량도 50kg 이하로 제한하며, 생산량과 보유, 배치 수량은 각 미사일 200발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허가를 받아 생산, 보유, 배치한다. 등등의 조항을 어긴

것이고, 이 공장은 아예 우리에게 신고도 안 된 시설이니 역시 항복 조건을 어긴 것이고, 생산량과 보유, 배치 수량 보고도 없었으니 역시 항복 조건을 어긴 것입니다.”

“그래. 그런데 저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사거리는?”

“저건 QW-18의 최신 개량형으로 보이고 사거리는 아마도 6km 정도 나올 것입니다.”

“그럼 우리 공격헬기들의 가장 강력한 적이 되겠군.”

“저공으로 비행하는 모든 우리 항공기에는 적이 될 것입니다.”

“하긴 그렇겠군. 그런데 대전차미사일이 보이지 않으니 다른 공장이 더 있는 것이 아닐까?”

“더 찾아보시죠. 혹시라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그래야지. 짱깨들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종자들이니까 말이야.”

“그럼 이제부터는 눈에 불을 켜죠.”

“나는 벌써 켰는데, 너는 아직 안 켰어?”

한수용과 변태식이 이런 농담을 나누는 그 찰나 촬영 영상을 전송받은 국정원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바로 합동참모본부는 물론 국방부, 청와대로 영상을 재전송하고는 보고까지 했다.

그렇게 이세연 대한민국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것은 시간문제였고, 또 곧바로 민재인 위원장에게도 보고됐다.

얼마 전 고구려가 초나라의 항복 조건 준수사항을 사찰한 결과 항복 조건 1항, 6항, 13항, 15항, 21항을 어긴 것이 적발됐다는 사항을 한국에 알려주고, 남북한과 고구려의 각

방송에서 그에 대한 보도를 대대적으로 한 그 대응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때 남북한과 고구려 3국은 거의 비밀이 없었다.

그랬으니 고구려 민재인 위원장은 언제든지 한국 국정원과 북한 정찰총국의 보고를 받을 수 있었고, 남북한도 서로가 얻은 정보를 수시로 교환했다.

어떻든 그렇게 초나라 미사일 공장 촬영 영상을 본 민재인 위원장이 이세연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 어차피 한번 만나서 초나라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 같으니까 한번 만납시다.”

“그럼 서울로 오시죠. 이번에 옛 일본에서 회수한 문화재와 위원장님이 힘을 보태주어 프랑스에서 가져온 직지심체요절, 육조대사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檀經) 목판본 단행본, 왕오천축국전

등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 형식을 빌려서 국민에게 공개하는 그 전시회에 국빈으로 초대하겠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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