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한중전쟁의 서막(2)
대한민국 이세연 대통령이 공무원 영어 시험 폐지에 이어서 수능에서도 그런 조처를 시행하라고 다른 사람도 아닌 국무총리 김창락에게 이렇게 지시한 것은 이때였다.
즉 나와의 평양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전격적으로 이렇게 지시했다.
그러나 이 지시를 받은 국무총리 김창락은 잠시 혼란스러워서 말을 잇지 못했지만 이렇게 지시한 대통령 이세연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영어가 비록 세계 공용어로 자리를 잡았다지만, 이제 한국어도 한국, 북한, 고구려, 초나라, 옛 일본, 위구르, 홍콩 인구 약 18억 명이 사용하는 세계적인 언어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자리 잡게 하여야 했다.
그래서 영어와 함께 세계 2대 언어로 온갖 곳에서 사용되도록 해야 했고, 그 주체가 대한민국이 돼야 했다.
그리고 이즈음은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인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몽골, 카자흐스탄, 대만 등에서 정규 교과목에 한국어를 포함해
초중고대학에서 주 4시간 이상 가르친다고 대한민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열거되지 않은 아시아 다른 모든 나라에서도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가르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 이런 조짐과는 상관없이 남북한과 고구려를 합친 국력은 이제 곧 세계 2위가 될 것이니 세계인들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려고 안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랬으니 영어 시험 폐지가 뭐가 문제냐는 듯 대통령 이세연이 그렇게 웃음 지은 것이다.
그러나 국무총리 김창락은 영어 시험 폐지 등 때문에 잠시나마의 혼란스러움을 극복했는지 이렇게 대답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만, 영어는 이미 세계 공용어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고, 세계만방에서 쓰이고 있는데 우리만 영어 교육을 퇴행시키면 세계화에 뒤처지지 않겠습니까?”
“그 세계화가 곧 우리 한국어를 배우는 일부터 다시 시작될 것이요. 왜냐하면, 우리는 중국을 무너뜨리고 일본을 무너뜨려 그 세계질서를 새로 재편했으니까. 그리고 영어가 아니라 우리
한국어가 공용어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나와 총리의 일이요. 하고 정 그것이 안 된다면, 아시아에서만이라도 우리 한국어가 영어를 밀어내고 공용어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하오. 나와
총리에게는 그렇게 만들 책무도 있는 것이오. 또한, 유엔 등 국제기구에도 영어와 함께 우리 한국어를 표기하지 않으면, 결단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통보하시오. 아울러서 그 국제기구
중에서 아직도 옛 중국 한자어 표기를 유지하는 곳이 있는 것 같은데, 당장 그 한자 표기를 지우고 우리 한국어로 대체하라고 압박을 가하시오.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리라 믿소.”
“그건 알고 있습니다. 한데, 과연 우리 한국어가 그렇게 되겠습니까?”
“총리, 우리의 국력은 욱일승천하여 이제 세계 2위요. 거기다가 옛 중국과 일본이 우리 발아래 있소. 그런데도 그렇게 만들지 못한다면 총리와 나는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과
총리로 평가받을 것이오. 아시겠소.”
“그런 평가를 받기는 싫으니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그렇게 되도록은 말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되게 하여야만 하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영어 사대주의에 빠져있을 수는 없지 않소.”
“그 부분은 저도 솔직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조금 있습니다.”
“그러니 우선 공공 부분에서부터 영어 시험을 폐지하고, 민간 부분에서도 필요 없는 영어 시험을 폐지토록 해야 할 것이오. 또한, 영어 시험 폐지 특별법을 제정할 때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도 함께 들어가야 할 것이오. 특히 방송에서의 외래어 남발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향으로 말이오.”
“방송이라······.반발이 만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방송에서 난무하는 외래어를 잠시 떠올린 국무총리 김창락이 이렇게 만발이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대통령 이세연이 더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만만하지 않을수록 더해야 하오. 그리고 외래어가 국내에 들어오면 무조건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말로 순화한 이후에만 사용토록 역시 특별법에 그 조항을 신설토록 하시오.”
“그래도 영어가 이미 세계 공용어로 자리를 잡은 이 마당에······.”
“또 그 소리요. 그리고 그럴수록 더해야 하오. 그래야 세계적으로는 영어와 함께 우리 한국어가 공용어로 자리를 잡을 것이고, 아시아에서는 우리 한국어가 영어를 밀어내고 공용어가
되지. 또한, 내가 말한 유엔은 물론 각 국제기구에도 우리 한국어를 의무적으로 표기하거나 사용하도록 더 압박을 가하시오. 반드시. 아시겠소.”
“그건 잘 알겠습니다.”
“또 있소. 뭐냐 하면, 아직도 중국어와 일본어를 가르치는 세계 각 나라에 이제 그들 나라는 없으니 그 언어는 절대 가르치지 못하게 더한 압력을 가하고, 그들 언어가 아니라 우리
한국어를 가르치라고 압박하는 것이오. 특히 아시아 각국에 말이오. 그래야 더욱 여러 국가가 우리 한국어를 배우고 그럼으로써 우리 한국어는 더 확고부동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니까.”
“중국어와 일본어를 아직도 가르치는 나라는 반드시 따끔한 경고와 함께 압력과 압박을 가해서라도 더는 그 언어를 가르치지 못하도록 해놓고야 말겠습니다.”
“이제야 시원한 대답을 하네.”
“그런데 대통령님, 지시하신 것들은 그렇게 해도 지금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고, 청년과 서민, 비정규직 노동자 등등 국민 약 1,500만 명이 고구려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우리의 지지층이 붕괴할 조짐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제 영어 시험 폐지 등의 조처까지 단행하면 지지율이 10% 이상은 더 빠질 것입니다. 그럼 대통령님의 연임에도 문제가 될
수 있음은 아시고 있으십니까?”
“총리는 내가 인기가 없어서 다음 선거에 나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소. 그래야 총리가 나 대신에 대통령선거에 나갈 것이니까. 그런데 이렇게 나의 연임을 걱정해주는
사람이었소.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투기의 시대가 끝났음은 축하할 일이 아니오.”
현 대한민국 국무총리 김창락은 한때 대통령 이세연의 경쟁자였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나 지금은 국무총리였고, 차기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이세연 대통령이 그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됐고, 그 이후 그를 멀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무총리로 앉혀 이렇게 부려 먹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둘의 관계도 복잡미묘했고,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어떻든 지금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였다.
“제가 국무총리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부터 대통령님과 저는 어차피 한배를 탄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러니 그렇게 저를 모함하지 마시고, 각 조처를
시행하더라도 일단 여론을 살핀 다음에 하시죠. 그리고 고구려로 가지 않고, 대한민국에 남은 사람들은 다 집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부동산 투기의 시대가 끝났다고 하면
참 좋아하겠습니다.”
“참 좋아할 것이오. 그리고 부동산으로 돈 벌던 시대는 진정으로 끝나야 하오. 그리고 영어 시험 폐지 조처는 전격적으로 시행하시오. 그래야 불만도 일시에 들끓었다가 한일전쟁 승리가
확정되면 그때 서서히 가라앉을 것이오. 또한, 지금 내 지지율이 거의 83%가 넘는데, 고작 10% 빠져봐야 뭐 어떻겠소. 그리고 우리의 지지층은 아직 붕괴하지 않았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소. 또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그렇게 폭락한 집값으로 고통받는 집주인들이 많다면, 그 주택들은 적절한 가격에 사들이시오. 하여 그 집을 작은 숲으로 만들거나
그 옆집 몇 채도 같이 사들여서 작은 공원으로 만들거나 주차난이 심각한 곳은 주차장으로 만들거나 하여 이 서울에 필요한 녹지와 공원과 주차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시오.”
“무슨 돈이 있어 집을 사들여서 숲이나 공원, 주차장으로 만듭니까?”
“민재인 위원장님이 국채를 전부 상환하고 남겨주신 한중전쟁 배상금 1,000조 원 이상과 이번 일본에서 가져온 금 333t, 그리고 미화 6,666억 달러가 있는데, 왜 돈이
없다는 말이오. 그러니 그 돈으로 그런 집들을 사들여서 작은 숲이나 공원, 주차장으로 만드시오. 그럼 이 서울도 북경만큼 살기 좋은 도시로 변할지 누가 아오. 그런데 총리는 최근에
북경에 가봤소?”
이즈음의 북경(옛 북경+천진)은 거의 정비가 끝나가는 상태였는데, 전쟁 중 파괴된 모든 건축물은 철거됐고, 그 자리에는 작은 숲과 공원과 주차장이 들어섰다.
그리고 낡은 건축물도 모두 철거되어 역시 숲과 공원과 주차장으로 탈바꿈했고, 주택가도 대대적으로 정비해서 허름한 주택 역시 숲과 공원과 주차장으로 변모했으며, 풋살장, 테니스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축구장 등 각종 운동 시설과 도서관과 미술관, 공연장 등 문화시설도 대규모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 덕분에 북경은 예전의 북경이 아니었고, 중국적 냄새와 분위기도 많이 희석된 상태였다.
“지난달에 다녀왔는데, 모르십니까?”
“그랬소. 하여튼 서울도 북경만큼 숲과 공원, 운동 시설이 넘쳐나는 곳으로 만들고, 거기에 더해서 도서관과 미술관 등 문화시설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주차장도 만들어서 주차난도
해결하시오. 그럼 총리가 말한 지지율이 곧장 만회될 것이오.”
“지지율이 만회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조처를 시행은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우리의 지지층이 대다수 고구려로 이주하는 것에는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고구려 국민이자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오. 무슨 말인지 아시겠소. 그리고 대통령선거는 아직 멀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소.”
이세연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자 국무총리 김창락은 잠깐 잊고 있던 무엇인가가 기억났는지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대통령님, 맞습니다. 맞아. 하하하!”
“이제 알아들었소. 하하하!”
고구려로 빠져나간 대한민국의 청년과 서민, 비정규직 노동자 등등의 국민 약 1,500만 명은 고구려 국민이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대통령 이세연의 말에 국무총리 김창락은 자기가 그
사실을 잠깐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여 맞장구를 치면서 파안대소했고, 이세연 대통령도 같이 따라서 시원하게 웃었다.
그런 다음 국무총리 김창락이 이렇게 말했다.
“예, 대통령님. 이제야 알아들었습니다. 고구려로 간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가 고구려와 대한민국의 이중국적이자 투표권도 있습니다. 하하하!”
“이제 알았으면, 내가 지시한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시오. 그리고 총리, 올해 경제 성장률이 낮아도 6%요. 내년은 8%는 될 것이고, 투표가 있을 때는 10%까지는 성장할 것인데,
뭘 그런 걱정을 미리 하시오.”
“경제 성장률 10%라니 너무 자만하시는 것 아닙니까?”
“일본의 모든 것을 빨아 먹는 것도 모자라서 초나라가 우리의 완전한 시장이 될 것인데, 고작 10%도 못 올린다면 바보 중에 그런 바보도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하는 것 역시
총리의 몫이오. 그래야 확고부동한 내 후임자가 되겠지요. 아마도.”
“그렇다면 최소한 10%, 최고 15%까지는 성장률을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