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고구려(12)

옛 일본 닛산과 미쓰비시에서 아직 판매하지 못하고 있던 완성차들은 왜 군정사령부가 압수하여 남북한과 고구려가 나누어 가졌는데, 각각 10만 대 이상이었다.

그랬기에 북한에는 그중 3만 대가 먼저 들어와 있었고, 그 차 중에서 일부를 공매 처분하지 않고, 이렇게 민은정이 말한 각각 유족에게 나누어주기로 했으니 이것도 다 내 지시였다.

그렇게 닛산에서 생산한 SUV 패스파인더와 무라노 그리고 미쓰비시의 SUV 파제로 스포츠 등의 차를 그들 유족에게 1대씩 나누어주었다.

그러자 또 듣기 민망하게 나를 칭송하는 말들이 한동안 이어지기에 이번 한일전쟁에서 사망한 장병의 유족을 가만히 바라봤다.

‘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저들에게 내가 진짜 이처럼 칭송받을 인간일까? 아니면 죽이고 싶은 인간일까?’

그런데 그들을 보고 나니 이번 한일전쟁 전사자와 부상자에게는 아직 어떤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항복까지 받은 마당인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한중전쟁에서는 전사자 한 사람당 배상금 30억 원, 중상으로 말미암아 장애를 입은 병사는 20억 원, 3개월 이상 부상 치료를 받는 병사는 1억 원,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부상자는 각 3,000만 원의 보상금을 옛 중국에서 받아 지급했는데, 이번 한일전쟁에서는 그런 보상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그랬으니 저들 한일전쟁 전자자 유족은 가족을 잃고, 국가 즉 북한에서 받은 것은 고작 차 1대가 다였기에 민은정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번에 일본에서 들어온 금 333t과 미 달러화 6,666억 달러 모두 그대로 있지?”

일본에서 가져온 완성차를 나누어주다가 내가 갑자기 이렇게 묻자 민은정이 나를 빤히 한번 쳐다본 다음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대답했다.

“예, 총비서 동지. 백호은행 본점에 그대로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금은 왜 묻는지 물어도 됩니까?”

“그럼 저 한일전쟁 전사자 유족에게도 한중전쟁 전사자 유족과 같이 전사자 한 사람당 30억 원, 현금이 아니라 백호은행 통장을 만들어서 통장으로 지급해줘. 그리고 사후 관리도

해주라고 해. 공화국에서 30억 원은 거금이니 온갖 사기꾼이 다 달라붙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그리고 중상으로 말미암아 장애를 입은 병사는 20억 원, 3개월 이상 부상 치료를

받는 병사는 1억 원,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부상자는 각 3,000만 원도 한중전쟁 때와 똑같이 지급해주라고 해. 알았어.”

“예, 그런데 정말이십니까?”

“그래, 인마. 그러니 당장 당정은 물론 총참모부와 협의해서 아예 민 중장이 책임지고 지급해줘. 알았나.”

“예, 그런 일이라면 제게 맡겨주십시오.”

“좋아.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민 중장에게는 저 빨간색 닛산 GTR 1대 줄 테니까 신나게 달려봐. 대신에 절대 사고 내면 안 된다. 알았어.”

“물론입니다. 그리고 강수진 수석이 있는 북경까지 달려 볼까요?”

“자식, 그것도 농담이라고. 하여튼 알아서 달려봐. 공화국 도로도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북한에서 김일성 이름을 지우려고, 김일성 광장 한쪽에 승전 기념공원까지 만들고, 이어서는 한중전쟁 사망자 유족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족, 일제 강제 동원피해자 유족,

한일전쟁 사망자 유족 등에게 옛 일본에서 가져온 차량까지 나누어주었다.

그러나 그 닛산과 미쓰비시의 상표를 달고 있는 차량은 곧 약간 디자인이 바뀔 것이고, 상표도 바뀌어 용맹한 백호가 차량의 주인처럼 전면과 측면, 후면에 아로새겨져서 북한은 물론

한국과 고구려 전역 또 세계 전역으로 팔려나갈 것이다.

그러면 자동차 산업은 석유산업 등과 함께 북한의 제1 산업으로서의 기반을 확고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떻든 그렇게 일본에서 가져온 차량을 나누어주고, 역시 일본에서 가져온 나무들을 둘러봤다.

“총비서 동지, 이건 일본 왕궁 그것도 후키아게 어소에서 뽑아온 소나무입니다.”

“나도 봤다. 그리고 모든 나무에 이렇게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표기해놓은 것은 잘한 일이야. 그래야 우리 인민들이 이것을 보면서 자랑스러워하지.”

“저도 지금 엄청나게 뿌듯하고, 뭔지 모르지만 울컥하는 기분까지 드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리고 일단 여기 심은 동경과 북경의 나무 말고, 일본 각지와 중국 각지에서도 좋은 나무를 뽑아 보내라고 왜 군정사령부와 북경 1군단에 지시해. 그래서 이 공원을

대대적으로 확장하자.”

김일성 광장이라는 이름을 지워 버리려면 더 많은 나무를 뽑아와 공원을 더 확장하는 길밖에 없을 것 같아서 민은정에게 이렇게 지시하자 내 마음도 모르고 좋아하는 그녀의 눈을 보니

마치 오늘처럼 더없이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 같았다.

내가 이렇게 승전 기념공원을 둘러보고 있을 때 민재인 위원장은 이런 보고를 받고 있었다.

“위원장님, 연비 조작과 차별 판매방지법 위반으로 르노자동차를 기소했습니다.”

“잘했소. 그런데 벌금은?”

“벌금은 1조 원을 부과했습니다. 그리고 관계자와 회사 대표는 징역 3년이 선고될 것입니다.”

“좋아. 좋아. 이렇게 본때를 보여줘야 연비 조작과 차별 판매를 하지 않지. 그런데 르노자동차뿐이었소.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들도 미국이나 유럽 등과 우리 고구려 또 한국에서

차별 판매되는 것으로 내 알고 있는데 말이요.”

“지금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으니 위법이 드러나면 그들도 기소하여 벌금 1조 원을 부과하고, 관계자와 회사 대표는 징역 3년을 구형하고, 그대로 선고가 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고구려에 수입되는 모든 제품을 전수 조사하시오. 그래야 미국에서 100달러에 팔리는 것이 우리 고구려에서는 200달러에 팔리는 그런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 아니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즉각 조처하시오.”

고구려 법무국장 강민석에게 이렇게 지시하고 난 민재인 위원장은 이어서 초나라를 다녀온 부위원장 김명남과 국방국장 서진성 등을 만나 2차 한중전쟁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 초나라가 항복 조건을 얼마나 어기고 있었소?”

“예, 위원장님, 우선 초나라의 항복 조건 5항은 5세대 이상의 전투기와 폭격기, 무인기 기타 항공기를 연구, 생산, 보유, 배치하지 못한다. 6항은 5세대 이하 4세대 전투기와

항공기, 살상용 무인기의 총 보유 숫자를 300대 이하로 하고, 함정의 총 톤수는 10만 톤 이하로 하며, 잠수함은 일체 생산, 보유를 금지한다. 이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확인해본

바에 의하면 4세대가 아닌 5세대 J-20 스텔스 전투기를 비밀리에 생산하는 공장까지 있었으니 우리가 항복 조건 5항과 6항을 어긴 빌미로 바로 초나라를 공격해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할 것입니다.”

“J-20 스텔스 전투기를 생산하는 비밀공장이 있다니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이걸 보십시오.”

김명남이 이렇게 말하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민재인 위원장에게 건넸다.

그렇게 휴대전화를 받은 민재인 위원장은 곧 화면에 뜬 동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고, 잠시 그 화면을 응시하다가 불쑥 이렇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요?”

“하남성 허창입니다. 위원장님.”

“그럼 부위원장이 하남성 허창까지 다녀왔다는 말이오.”

“그 동영상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정찰총국 요원이 찍어서 저에게 준 것입니다.”

“한국 국정원과 북한 정찰총국이 얼마 전 나에게 초나라 정세를 보고 할 때는 이런 것이 없었는데.”

“그 이후에 촬영한 것입니다.”

“음! 이 동영상으로 봐서는 초나라가 항복 조건 5항을 어긴 것이니 우리가 선제로 이 공장을 타격해도 국제사회가 뭐라고 시비를 걸지는 못하겠군. 그러나 이것만으로 또 초나라를

무차별 공격한다면, 프랑스와 같이 정신 못 차리고 나대는 인간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니 뭐 더 한 것은 없었소?”

이번에는 부위원장 김명남 대신 함께 초나라를 다녀온 국방국장 서진성이 나서서 이렇게 보고했다.

“항복 조건 21항 남북한과 고구려를 비방하는 시위나 집회를 금지한다. 그런데 이걸 보십시오.”

“또 동영상이오.”

“그렇습니다. 보시면 알 수 있듯 초나라 남경은 물론 상해, 무한, 중경, 서안 등 대도시에서는 연일 우리 고구려와 남북한을 비방하는 것은 물론 이런 구호를 외치면서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구호가 뭐요?”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자! 고구려를 무찌르자! 남북한을 응징하자! 서울과 평양에 핵폭탄을! 한민족을 박멸하자! 박멸! 박멸! 박멸! 그런 내용입니다.”

“그럼 일단 항복 조건 5항과 21항을 어긴 것이 되는군. 또 다른 것은 없소?”

“있습니다.”

“또 뭐요? 봅시다.”

고구려위원회 부위원장 김명남과 국방국장 서진성이 초나라에서 취합한 정보를 보고하고 난 다음 그들과 함께 초나라를 다녀온 교육국장 이인용이 민재인 위원장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항복 조건 1항은 중화와 중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국호를 영원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중화 민족, 중국이라는 이름까지 사용하지 못하고, 그런 내용을 교육하지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서도 그런 내용을 버젓이 교육하고 있으니 이는 항복 조건 1항은 물론 15항까지 위반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항복 조건 13항은 황하 등 이제

고구려의 영토가 된 옛 산동성, 현 해서도로 흘러드는 모든 강의 수질을 고구려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맞추고, 한반도로 날아오는 공기의 질 역시 남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맞춘다는

것이지만, 수질은 물론 공기의 질까지 고구려 및 남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으니 이도 항복 조건 13항을 위반한 것입니다.”

“그럼 항복 조건 1항, 5항, 13항, 15항, 21항을 어긴 것이니 뭐 개전해도 상관은 없겠군. 22항이 바로 항복 조건을 단 하나라도 어길 시에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옛 중화인민공화국의 선전포고로 간주해서 즉각 전쟁을 재개한다. 바로 그것이니 말이오.”

민재인 위원장이 이렇게 전쟁을 기정사실로 하자 부위원장 김명남과 국방국장 서진성 등 군부 출신 인사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교육국장 이인용 등의 얼굴에는 약간의 근심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쟁을 재개해도 고구려가 입을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고, 다시 영토가 확장될 것이며, 초나라를 완전하게 발아래 두고 옛 일본처럼 식민지화할 수도 있을 것이기에 그 근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결심하십시오. 하면 우리 군이 전광석화처럼 남경을 점령하고, 초나라를 단박에 제압할 수 있습니다.”

“그전에 국방국장, 홋카이도는 다 정리됐소?”

“홋카이도는 이제 완전히 정리되었습니다. 하여 현지 경찰에 치안을 맡기고, 우리 군은 뒤에서 이를 감시, 조정 등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곳에 주둔할 인민군에게 홋카이도를 넘겨줘도 되겠군.”

“그렇게 조처할까요?”

“아니요. 그 일은 내가 김정은 총비서, 이세연 대통령과 담판을 지어 옛 일본에 주둔할 군대의 확실한 역할과 임무 그리고 고구려와 남북한 합동군의 운용과 훈련, 옛 일본의 통치

방향 등과 왜 군정사령부의 역할과 임무 등을 지금보다 더 확실하게 정할 것이니 서 국방 국장은 빨리 2기갑군단이나 창설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