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고구려(9)
한국 관광을 오면서 우리말 몇 마디라도 익혀서 오는 관광객은 많을 것이나 나는 유독 그런 관광객을 보지 못했다.
물론 내가 춘천에 살아서 그런 관광객을 그렇게 많이 볼 기회가 없었는지는 몰라도 하여튼 그랬다.
그리고 내 그런 경험에 이렇게 말하자 이세연 대통령이 말끝을 흐리기에 덧붙여 말했다.
“그러니 영어 사용을 좀 줄이십시오. 그리고 일본식 표기법은 어떻게······.”
“공공 부분과 여타 부분에 남은 일본식 표기법은 당장 대통령 명령으로 정리하고, 법령으로도 정비하겠습니다. 그러나 영어는······.”
“아예 영어 시험을 폐지하지 못하겠으면, 그럼 획기적으로 줄이세요. 공무원 시험과 공공기관 시험에 영어가 왜 필요합니까. 그리고 꼭 영어가 필요한 곳에서는 영어특기자를 뽑으면 될
것 아닙니까.”
“심각하게 논의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영어는 제발 그렇게 조처하십시오. 공화국도 그렇게 하고 있고, 고구려는 이미 선도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그래야 우리말이 영어와 버금가는 세계적인 언어가
되어서 우뚝 자리매김할 것 아닙니까. 또한, 그것이 우리의 정책 아닙니까. 영어와 함께 한국어가 세계에 우뚝 서게 하는 것 말입니다. 하고 우리 탄도탄 기술자들은 고구려
국방과학연구소로 벌써 다 갔습니다. 한국의 현무 탄도탄 기술자도 다 간 것으로 알고, 초나라의 동풍 탄도탄 기술자와 왜놈 미사일 기술자들까지 다 잡아와서 연구하고 있으니 곧 새로운
탄도탄이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아닙니까. 아니, 한국은 현무 탄도탄 기술자 중 중요기술자는 보내지 않고, 어중이떠중이들만 보냈습니까?”
남북한과 옛 중국의 탄도 미사일 기술과 그 기술자들에 더해 일본의 미사일 기술자들은 이때 모두 고구려 국방과학연구소에 모여 북한의 화성 계열 탄도 미사일과 한국의 현무 탄도
미사일, 옛 중국의 동풍 탄도 미사일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거리 5,000km, 사거리 1만km, 사거리 1만3,000km의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도 나와 이미 사거리 5,000km짜리 미사일은 개발해 시험발사까지 성공한 상태였다.
“절대 아닙니다. 우리도 미사일 기술자 중 최고 실력을 갖춘 기술자들만 고구려 국방과학연구소로 보냈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류로 전락했다고 여기저기서 불만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그럼 됐네요. 그리고 이미 5,000km짜리 새로운 미사일 시험발사도 성공했다니 이름이나 지어주세요. 민재인 위원장에게 맡겨 놓으면 전부 이상한 이름만 붙이니까요.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북남과 고구려가 전부 몇 기의 핵미사일을 배치했으면 하십니까?”
“최소 각 100기 합쳐서 300기는 있어야 핵 억지력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공화국은 이미 200기 이상의 핵미사일이 있고, 한국도 거랑 36발, 고구려는 동풍-31A 30기와 동풍-41 30기, 동풍-17 50기 합쳐서 110기나 있는데요.”
“그럼 우리만 추가 배치하면 되겠군요.”
“뭐라고요.”
“우리 한국만 너무 적지 않습니까.”
“그러지 말고 북남과 고구려 연합함대에 배치될 전략 핵잠수함(SSBN) 9척에 각 12기, 총 108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로 핵을 배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러면 거랑-2A
SLBM 36발도 있으니 한국도 적당한 수준이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우리만 36기 아닙니까. 그러니 이동식 발사차량 탑재용 대륙간탄도미사일 30발과 해군과 공군에 각 30발, 합쳐서 60발을 더 배치하여 우리도 총 126발을
보유하겠습니다.”
“그럼 한국 126발, 고구려 110발, 공화국 200발, 북남과 고구려 합동으로 108발이면, 총 544발이나 되는데, 너무 많지 않습니까?”
544발의 핵탄두를 보유하면 너무 많지 않겠느냐는 내 말에 이세연 대통령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으니 그 정도는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으나 핵탄두 544발이면,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 되니 많은 것은 많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에 비하면 그야말로 10% 수준도 안 되는 것이었으니 또 많다고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하긴 미국과 러시아가 각기 6,000기 이상을 가졌으니 544기는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하시죠. 단, 우리 공화국을 향해 쏘면 안 됩니다.”
“이 마당에 그런 농담이 나오십니까?”
“농담이 아니라 진담입니다. 그리고 육해공부사관 교육생 각 100명, 합쳐서 300명 보낼 것이니 교육 잘해 보내주세요. 그래야 장차 그 인원으로 합동해군도 구성하고, 북남 간의
인적교류도 활성화할 것이니 말입니다.”
“물론입니다. 그러니 보내십시오. 그럼 우리 부사관들과 함께 교육해 남북한군 간의 교류가 활성화되도록 하겠습니다.”
“믿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고구려로 인구가 얼마나 빠져나갔습니까?”
“1,500만 명이나 빠져나갔습니다. 그러나 더 문제는 그들이 거의 미취업 청년과 서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겁니다. 그 덕분에 지금 한국에는 청소 노동자, 아파트 경비원,
일용직 노동자 등등 하여튼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괄시와 천대와 냉대를 받던 노동자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인구가 얼마나 빠졌습니까?”
“그건 그동안 그들을 그렇게 차별대우한 것에 대한 업보죠. 그러니 그들 직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더는 차별하지 마시죠. 그리고 우리도 한 500만은 빠져나가 남은 인구가
겨우 2,000만을 유지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대로 고구려로 인구가 더 빠져나가도 되는 겁니까?”
“더 빠져나가야죠. 그래서 고구려가 한국보다 인구가 많아지고,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많아지는 그때 우리 공화국부터 흡수해서 통일하고, 나아가서는 한국을 흡수 통일해야겠지요. 그래야
북남, 어느 한쪽이 주(主)가 되어 통일되는 것보다는 훨씬 부작용이 적을 것이니 말입니다. 아닙니까?”
한국 주도로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 태반이 반대할 것이다.
또한, 한국 국민 중에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이들도 있고, 통일비용에 딴죽을 거는 이들이 있고, 일제 강점기 이후의 역사 해석에 대한 견해 차이로 갈등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건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고구려가 통일하면, 그런 모든 갈등을 줄일 수 있었기에 내가 처음 민재인 위원장에게 고구려위원회를 설치하자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고구려가 곧 통일 한국의 미래형이라고도 한 것이다.
“장래에 남북한과 고구려가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이 대통령의 임기 안에는 힘들 것이니 너무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제일 불안한 사람은 접니다. 이 좋은 자리에서 나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일인데, 저라고 그런 마음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는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야지요. 그때 독재자라고 저를 괴롭히지는 마시고, 좀 살펴주십시오.”
“이 마당에 어느 누가 김 총비서를 독재자라고 욕하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제가 도시락이라도 사 들고 다니면서 말리겠으니 안심하십시오.”
“권력을 놓는 순간 내 앞날은 험악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디 이민이라도 가서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는데, 어디가 좋을까요. 스위스로 갈까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가져가기로 한 일본의 반도체, 민간 항공, 소재, 부품, 의료, 의약품, 중화학 공업과 전기 전자 등의 기술과 기술자들은 좀 가져가고,
데려갔습니까?”
“아, 그것 때문에 요즘 골치가 아픕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등이 서로 기술과 기술자들을 달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말입니다.”
옛 일본에서 가져올 반도체, 민간 항공, 소재, 부품, 장비, 의료, 의약품, 중화학 공업과 전기 전자 등의 기술은 한국이 아직 개발하지 못했거나 개발했더라도 품질이 처지는 것이
태반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국 기술보다 뛰어난 기술이 아니면 왜 굳이 옛 일본에서 무리해가면서까지 가져오겠는가.
그러나 그 기술을 가져오고, 그 기술을 가진 기술자들까지 잡아와도 이를 배분하는 문제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북한이야 내 말 한마디면, 일사천리로 기업이든 개인이든 누구든 간에 기술을 주고, 기술자가 배정되겠지만, 한국은 그렇지를 못했으니까.
그래서 내가 이세연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대기업보다는 그동안 공정 공명하고 깨끗하게 사업을 한 중소기업을 선정해서 기술과 기술자를 지원해주고, 기술지원료를 받으시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그러려고 국세청과 공정위 등에 중소기업 중 편법, 위법, 탈법, 탈세 등이 없는 깨끗한 기업을 찾으라고 지시는 했는데, 그래도 골치가 아픕니다.”
“하면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그 기술과 기술자를 지원해주고, 창업지원도 해주고, 지원금도 주시고, 사후 관리 등의 서비스도 제공해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그 기술과 기술자들이 모두
일본에서 온 것이니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공화국도 독립유공자 후손을 찾아서 IT산업, 운수, 광공업, 건설, 농업, 섬유 등의 기술과 기술자와 창업지원금도
지원해줄 예정이니까 말입니다.”
“오오, 그것 좋은 방법인데요. 적극 검토해서 그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보겠습니다. 독립유공자 후손이라.”
“예, 독립유공자 후손들입니다. 우리 북남과 고구려군이 쪽발이들과 싸워 이긴 전리품으로 가져오는 기술들이니 당연히 우리보다 먼저 쪽발이들과 목숨 걸고 싸운 그분들의 후손에게 그
기술을 주어야지요.”
“그러고 보면 김 총비서님은······.”
“내가 왜요?”
“참 좋은 분이라고요. 그분들도 이렇게 챙기시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해서 권력도 내려놓을 생각도 다 하시고, 하여튼 참 좋은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씀 국가보안법 위반 아닙니까?”
“뭐라고요. 하하하!”
나와 이세연 대통령이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 민재인 위원장은 한국 국정원 고구려지부장 최하진에게 초나라에서 수집한 정보에 관한 보고를 다 받았다.
그리고는 북한 정찰총국 고구려 지부장 이창윤까지 만나서 역시 초나라에 관한 보고를 착착 받고 있었다.
그렇게 한국 국정원과 정보기무사령부도 모자라서 북한 정찰총국과 직접 초나라로 간 김명남과 서진성 등 고구려 감찰단 또는 사찰단에 의해 초나라가 항복 조건 이행 약속을 잘 지키는지
속속들이 파악됐다.
그런 가운데, 왜 군정사령부에서는 이런 보고가 진행되고 있었다.
“부위원장 동지, 그동안 잡아들인 전 일본 왕족과 장·차관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은 총 9,874명입니다. 이들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일제 강제 동원피해자
관련 망언, 혐한 발언을 한 6,412명을 골라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