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고구려(1)
왜 군정사령부가 이런 무시무시한 조처를 시행하고, 철권 통치를 하는데, 자영업이고 뭐고 이 마당에 잘 돌아가겠는가.
거기다가 이미 야마구치 인구 150만, 후쿠오카 인구 510만 명 그리고 후쿠오카를 제외한 규슈 인구 765만 명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있었으니까 더 말해 무엇을 하겠는가.
그리고 그들이 그 지역에서 모두 쫓겨나고, 오키나와 인구 약 146만 명도 모두 쫓겨나면 그 지역에서 들어오던 세금도 없을 것이니 오지용의 말처럼 된다.
그래서 예산을 과감하게 줄이라고 한 것이고, 새로운 세수를 발굴하라고도 한 것이다.
어떻든 패전에 이은 급격한 사회상의 변화 즉 식민지 처지로 추락한 덕분에 일본 내수시장과 자영업도 엉망진창이었다.
거기에 각 지역에서 쫓겨나는 인구를 다 합쳐 총 1,575만 명이 혼슈와 시코쿠, 홋카이도로 흩어지면 그때는 또 어떻게 되겠는가.
거기다가 군정사령부에서 필요한 공무원 이외의 공무원은 전부 퇴출당해 실업자가 됐고, 항공사와 여행사 등의 일부 기업은 벌써 파산했다.
그 바람에 거리에는 피난민과 실업자가 넘쳐난다고 해도 됐고, 자위대원과 민병 등 50만 명 이상이 전사하는 바람에 전쟁고아와 미망인도 넘쳐났으니 무슨 자영업이 잘 돌아가겠는가.
옛 일본이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으나 왜 군정 사령관 오지용은 정말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모든 곳이 엉망입니다. 그리고 이 마당에 장사가 잘되는 것이 더 신기하지 않겠습니까.”
점심을 먹으러 온 동경 긴자에는 백주승의 대답과는 달리 제법 장사가 되기에 오지용이 그의 대답과는 상반되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여기는 장사가 제법 되는 것 아닌가?”
“여기는 8군단이 치안을 책임지는 곳이니 당연히 장사가 제법 될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박수일 원정군 사령관이 이번에 큰일을 하기는 했어.”
“그건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야쿠자와 일본회의, 흑룡회, 생장의 집 등등의 우익단체 중 살아남은 곳을 색출해서 처리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것도 일본 경찰을 예전 조선총독부의
친일 경찰들처럼 부리면서 말입니다.”
“그래야지. 옛 조선에 친일 경찰과 친일파들이 있었다면, 이제 이곳에는 친한 경찰과 친한파들이 있어야겠지. 그리고 곧 개학할 학교에서는 오직 한국어만 가르쳐야 하니까 그 준비도
잘해.”
“정말 다른 것은 가르치지 않을 것입니까?”
“그래야지. 그래야 머지않아 경제도 완전히 파탄 내버리고, 언어도 없애버리고, 문화도 없애버려서 영원히 우리의 식민지로 만들지. 하고 그것이 자네와 나의 임무야. 총비서 동지께서
나에게 이 중차대한 임무를 맡긴 이유도 그것이고 말이야. 그러니 준비를 잘해서 빈틈없이 한국어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해.”
일본어를 없애버리기 위한 1차 작업으로 초중고대학은 물론 모든 학원을 10월 16일까지 문을 닫게 한 것은 지금 그대로 실행되고 있었다.
또한, TV와 라디오 등 옛 일본의 모든 방송은 중지됐고, 그 중 오직 NHK만 방영되고 있었는데, 이 방송도 오직 한국어로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간혹 한국 드라마나 가요를 틀어주기도 했으니 일본어를 없애버리기 위한 작업은 그렇게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더불어서 각 학교가 문을 열면 본격적으로 그 일이 시행될 예정이었으니 바로 오직 한국어만 가르치는 것 말이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회수한 문화재는 모두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래, 일단 한국으로 보내. 공화국보다야 한국이 문화재에 관해서는 더 전문가들이니까. 그런데 그동안 회수한 문화재가 몇 점인가?”
“수월관음도, 양류관음도, 지장십왕도(地藏十王圖) 등 회화가 5천여 점, 청화 매죽 문호, 청화 송조 문호 등 도자기가 1만여 점, 공예품이 3천여 점, 도서가 2천여 점
등입니다. 그리고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동경 박물관에 있던 오구라 수집품인 용봉문두정투구, 두정갑옷, 청동제 당초문초두, 금동팔각사리탑 등 1,100여 점도 회수했습니다.”
“내가 알기로 7만여 점 이상이 이곳에 있는 것으로 아니 더 노력해서 찾아봐. 그리고 일제의 한반도 침략 조사위원회와도 더 협의하고.”
“예, 사령관님.”
“좋아. 그럼 이제 밥 먹자고.”
“예, 사령관님, 그런데 뭐 드시겠습니까?”
왜 군정 사령관 오지용과 그의 비서실장 백주성은 그렇게 느긋하게 점심을 먹었다.
그러다가 백주성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런 건의 사항을 전달했다.
“그리고 사령관님, 우리가 필요해서 유지하는 공무원만 두고, 나머지는 모조리 해고해버린 다음 한국어를 하는 일본인들을 그 자리에 대신 채용하면 어떻겠습니까?”
“그거 좋네. 그렇게 해. 그리고 조선 총련 소속의 우리 동포들도 대거 채용하고 말이야.”
“즉각 그렇게 시행하겠습니다. 그리고 한국계 동포들도 다수 채용하겠습니다.”
“말이 안 나오게 하려면, 그렇게 해야지. 어떻든 북남의 동포들을 공무원으로 대거 채용하고, 우리말을 할 줄 아는 일본인들도 채용해. 그래서 그들을 모조리 친한파로 만드는 거야.”
“물론입니다.”
“좋아. 좋아. 이제 밥 먹자고. 하하하!”
“예, 많이 드십시오. 하하하!”
오지용과 백주성이 군정사령부를 이런 방향으로 운영하자 이 정책 때문에 제일 먼저 딴죽을 걸어온 나라가 있었으니 그건 놀랍게도 미국이 아닌 프랑스였다.
한일전쟁이 남북한과 고구려의 승리로 굳어지는 이때 한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옛 중국에서 물려받았다.
고구려는 옛 중국이 가졌던 핵보유국 지위를 물려받았으며, 북한은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그 지위가 탄탄했다.
그러니 남북한과 고구려의 목소리는 당연히 프랑스보다 컸고, 영국보다도 컸다.
이렇게 자유 진영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목소리가 컸고, 세계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 다음으로 거의 세계 3위 강국 대접까지 받았다.
그러나 프랑스의 불만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어이 프랑스 대통령 필리프가 한국 대통령 이세연에게 전화해서는 자국의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이세연 대통령은 묵묵히 그의 불만을 듣다가 이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필리프 대통령, 나에게 이런 이야기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소. 왜 군정 사령관은 오지용 북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고, 남북한과 고구려의 모든 대외 정책 협상 대표는 내가 아니라
민재인 위원장님이기 때문이오. 그러니 정 이런 말을 더하고 싶으면, 내가 아니라 민재인 위원장님에게 전화하시오. 나는 바빠서 이만 끊겠소. 그리고 민재인 위원장님에게는 말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때 민재인 위원장은 고구려 영토의 끝 배달도(옛 신장 위구르) 카스 지구 카스 공항에 가 있었다.
이곳 배달도에는 아직 고구려인이 그렇게 많이 이주해오지는 않았지만, 이 카스는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가치가 높고, 국경을 접하고 있는 키르기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등과 연결되기 때문에 교통의 요충으로서도 가치가 높았다.
그리고 또 하나 군사적 가치도 높았기에 국군 2군단이 위구르 군정 통치를 시작하자마자 공병여단을 투입해서 이 공항을 민간용 활주로는 1개에서 2개, 비상 활주로이자 군용 활주로는
1개, 합쳐서 총 활주로 3개, 활주로 길이는 4km로 확장했다. 그 덕분에 오늘 그 공항의 재개장식과 함께 고구려 공군 제1전투지원사단 창설식 또한 이곳에서 거행했기에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이 카스 민군 복합 공항은 그동안 국군 2군단 공병여단이 밤낮으로 노력한 결과 민간용 활주로는 1개에서 2개, 비상 활주로이자 군용 활주로는 1개, 합쳐서 총 활주로 3개,
활주로 길이는 4km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미주, 유럽, 아프리카는 물론 서울과 북경, 평양까지 곧바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위대한 고구려의 웅비가 이곳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위대한 고구려 만세. 그리고 이것으로 카스 민군 복합공항 재개장식을 마치고 자랑스러운 고구려 공군 제1전투지원사단 창설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먼저 단상에 계신
위원장님에 대한 경례가 있겠습니다. 위원장님께 대하여 경례!”
민재인 고구려위원회 위원장이 단상에 올라서자마자 사회자가 이렇게 카스 민군 복합공항 재개장식 행사를 끝내고, 고구려 공군 제1전투지원사단 창설식 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식순에 따라서 민재인 위원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자랑스러운 고구려 공군 제1전투지원사단 창설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 우리 고구려 공군은 이곳 카스에서 저 중동과 유럽과 아프리카 하늘까지 어디든지 얼마든지 날아가서 우리의
역량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북아의 작은 변방이 아니라 세계를 주 무대로 우리 손으로 만든 전투기로 우리 손으로 만든 초계기로 우리 손으로 만든 수송기로 우리
손으로 만든 여타 비행기로 세계의 하늘을 날게 된 항공 강국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봉에 여러분이 있습니다. 그러니 자긍심을 가지고 맡은 바 임무에 온 힘을 다해주실 것을
믿으면서 다시 한 번 제1전투지원사단 창설을 축하하면서 긴 축사보다는 이렇게 간단하게 축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간단하게 이렇게 축사를 마친 민재인 위원장이 곧장 단상에서 내려와서는 고구려 공군 제1전투지원 사단장으로 내정된 방덕호 소장에게 다가가서 악수를 청했다.
“소장 방덕호!”
“잘해주리라 믿어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위원장님! 믿어주십시오.”
사단장 방덕호 소장에 이어서 각 지휘관과도 인사를 나눈 민재인 위원장이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것은 다름 아닌 이 사단에서 운용할 각종 항공기 앞이었다.
그러자 사단장 방덕호가 얼른 달려와서는 기종을 주제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위원장님, 이 기체는 한국 공군이 운용하는 공중급유기 KC-330(A330 MRTT) 시그너스와 같은 기종으로 이곳 배달도에 전개된 한국 공군 제6전투기사단의 F-1 삼족오
전투기와 F-16, F-15K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담당할 예정입니다.”
“급유 능력은 똑같소?”
“예, 똑같이 F-15K 21대, F-16 전투기 41대입니다.”
“공중급유기가 총 8대니 그럼 F-1 삼족오 전투기도 최소 160대를 급유할 수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위원장님. 그리고 저 러시아에서 도입한 IL-78 공중급유기 8대까지 합치면, 최소 320대의 F-1 삼족오 전투기를 유럽까지 충분히 보낼 수 있습니다.”
“KC-330(A330 MRTT) 시그너스는 한국 공군에서 운용해봤으니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나 러시아제 IL-78 공중급유기는 운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소?”
“그동안 F-1 삼족오 전투기에는 35회, F-15K 전투기에는 20회, F-16 전투기에는 18회의 실제 급유 작전을 전개했지만, 이상 없이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방식은 똑같소?”
“처음 러시아에 발주할 때부터 브로브 방식과 붐 방식 둘 다 가능하도록 주문했기에 KC-330(A330 MRTT) 시그너스와 같습니다.”
“그럼 문제가 없겠네. 그리고 고구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한중전쟁에서 살아남은 옛 중국의 H-6 공중급유기 6대를 고쳐서 F-1 삼족오와 F-2 삼족오 전투기에도 급유할 수 있게
하였다는데, 그 기체는 어찌 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