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 통치(7)
일본 군정 사령관이 된 오지용이 이렇게 군정사령부 포고문 1호를 발표하고, 단상을 내려감으로써 모든 항복 의식이 끝나자 남북한과 고구려군이 모두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소리는 동경을 휘감아 돌고 돌아 저 멀리 아주 멀리 퍼져서 나감으로써 그 순간부터 일본은 정말 없는 것 같았다.
중국에 이어서 일본 이제는 옛 일본이라고 해야 할 일본의 항복 의식은 그렇게 끝났고, 항복 의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곧바로 항복 축하 만찬장으로 이동했다.
거기서 항복 의식 사회를 또 본 국군 1군단장 이철영 중장이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을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대장 진급과 원정군사령관 임명을 축하합니다. 하하하!”
“하하하! 축하는 무슨 축하까지. 그리고 이 장군도 대한민국 최고의 훈장이라는 태극무공훈장을 받는다면서요.”
“그래도 대장 진급에 원정군사령관이 된 것과 비교가 됩니까.”
“이 장군도 곧 대장 진급할 것이 분명하오. 그런데 그러면 군단장은 못하지 않소. 하면 초나라는 누가 또다시 평정한다는 말이오.”
“그래서 제가 대장 진급 안 하는 겁니다. 하하하!”
“그럼 나도 물릴까요? 하하하!”
“원정군 사령관이시니 굳이 물릴 필요는 없습니다.”
북한 인민군 8군단장이자 일본 원정군사령관에 대장 진급까지 한 박수일과 국군 1군단장 이철영이 만나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한 것은 항복 의식이 모두 끝난 이후 가진 만찬장에서였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 못했으니 바로 민은정 중장이 그들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사령관님, 대장 진급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민은정 중장 진짜 고맙소. 정말 고맙소.”
자신의 대장 진급과 원정군사령관이 된 그 모든 것이 민은정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박수일이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민은정 중장이 그 말을 또 이렇게 받았다.
“제가 뭘요. 다, 사령관님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신 총비서 동지의 배려죠.”
“그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소. 나는 다만, 그러도록 한 민 중장의······.”
“그 이야기는 그만하시죠. 여기 이철영 장군님도 계시니까요.”
“하하하.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할 이야기해도 됩니다.”
“아니에요. 그리고 그동안 잘 지내셨죠.”
“물론입니다. 민 중장도 그동안 평안하셨죠.”
“저야 늘 그렇죠. 그런데 서한국 중사는 데려왔나요?”
“저기 강수진 수석님과 벌써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민 중장도 서한국 중사와 친합니까?”
“제가 친구 소개해줬어요. 곧 결혼할 것이니 제가 맺어준 첫 번째 북남 커플이 되겠네요.”
“오! 그런 인연이 있군요. 그리고 남북한 커플이라. 앞으로 더 많은 남북한 커플이 나오면 참 좋겠습니다.”
“하면 호위사령부 여군과 국군 1군단 남군을 단체로 미팅 한번 시킬까요? 남남북녀라고 했으니까 말입니다.”
“그거 좋습니다. 제가 적극 후원하겠습니다.”
“그럼 진짜 진행해야겠네요.”
“물론이죠. 진짜 진행합시다.”
민은정과 이철영 그리고 박수일이 이야기꽃을 피우려는 찰나 서한국 중사도 수진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안 죽고 살아서 보니 좋네.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없다. 그런데 수정 씨는 안 데려왔어?”
“인민군을 내가 어떻게 데려오냐. 그리고 그걸 따지려면 저 민은정 중장에게 따져. 그리고 너는 누나 안부는 안 묻고, 여자 친구 안부부터 묻냐.”
“너도 잘 살아 있네. 뭐!”
“헐!”
“삐쳤냐?”
“그래, 인마.”
“그만 삐지고, 우리 언제 휴가 보내주냐? 너는 이후 이곳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잖아. 언제냐?”
“왜 휴가 보내주면, 외삼촌과 외숙모 만나러 안 가고 단박에 여자 친구 만나러 가려고?”
서한국이 수진의 물음에 즉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리는 순간 나는 그런 둘을 쳐다보면서 민재인 위원장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倭)라고 하자. 그건 참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우리 공화국은 이 땅을 예전처럼 왜로 부르도록 할 것이니 고구려도 그렇게 하시죠.”
“물론이오. 그런데 오지용 군정 사령관은 잘하겠죠?”
“잘할 겁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잘 아는 사람이니까 더 잘할 겁니다.”
“김 총비서가 그리 말하니 꼭 북한을 위한 일만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아니요?”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그리고 그는 고구려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입니다. 그러니 공화국이 아니라 고구려를 위한 일만 할지도 모르죠.”
“설마 그럴 리가.”
“설마가 사람 잡는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번 우리가 한 약속처럼 이 일본 아니 이제는 왜의 자동차, IT, 운수, 광공업, 건설, 농업, 섬유 등의 기술은 우리가 가져갈
것이고, 오지용 사령관도 그럴 것이니 고구려는 항공우주, 금융, 통신, 철도 등의 기술이나 잘 챙기십시오.”
“그건 알았소. 그리고 이번에 항복한 일본 소류급 잠수함 2척 중 1척을 가져간다면서요?”
“예, 가져가서 우리 전승기념관에 전시해야죠. 한국도 아마 전쟁박물관으로 끌고 갈 모양이던데요.”
“남북한 해군 함정과 잠수함들을 격침한 잠수함이니 그렇겠죠. 그건 그렇고 오지용 사령관에게 말해서 그 소류급 말고 왜의 최신형인 대경급(타이게이) 잠수함을 건조하면, 북한 해군에
제법 도움이 될 것인데, 그 건조부터 지시하시오. 한국과 비교하면 북한 해군이 너무나 초라해서 말이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물론이오. 그러니 우선 소류급과 대경급 잠수함을 만든 미쓰비시 중공업과 가와사키 중공업 선박 해양사에 대경급 잠수함 10척을 발주하시오. 그런데 지금 가진 잠수함 중 원양으로
나오지 못하는 고물 잠수함 다 폐기하고도 그 10척의 대경급 잠수함이면 되겠소? 한국 해군이 가진 3,000톤급이 9척, 4,500톤급이 3척이니 북한 해군의 그 10척을 합치면,
우리 고구려와 남북한의 근해를 지킬 3,000톤급 이상 재래식 잠수함은 총 22척이고, 거기에 한국 해군의 1,800t과 1,200톤급 잠수함도 있고, 북한 해군에는 배수량
2,300t 고래-1호 6척과 배수량 2,700t 고래-2호 9척의 SLBM 탑재 잠수함도 있으니까 말이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이제 남북한과 고구려를 따로 떼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하나로 합쳐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니 방어용이든 공격용이든 남북한과 고구려를 합쳐서 잠수함의 수량을 정하자고 하는 것이리라.
“재래식이야 그 10척, 북남을 합쳐서 총 3,000톤급 이상 잠수함 22척에 여타 그 이하 배수량의 잠수함이면 충분하겠죠. 그러나 핵잠수함이라고는 한국 해군의 단군왕검급 3척과
옛 중국에서 노획한 것 합쳐서 6척뿐이고, 고구려에서 지금 건조하는 단군왕검급 3척, 그래 봐야 총 9척뿐이니 우리도 최소 6척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남북한이 각각 총 10척의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으로 말이오. 그리고 우리 고구려는 항공모함 고구려함과 이후 조선함, 한국함을 호위할 핵잠수함 각 3척을 다
건조하면 총 9척이 되니 그렇게 총 29척으로 하는 것. 어떻소?”
“북남과 고구려를 합쳐 3,000톤급 이상 재래식 잠수함 22척, 핵잠수함 29척, 합쳐서 잠수함 총 51척이면, 미군의 잠수함 65척보다는 적어도 뭐 적당하기는 하겠네요.”
“그런데 문제는 그 미국의 잠수함들이 다 핵잠수함이라는 것이죠. 해서 그 보완책으로 고구려함 취역에 맞춰 어차피 남북과 고구려 합동해군을 구성해야 하니 그 밑에 핵잠수함 그것도
제대로 된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전략원자력잠수함(SSBN) 9척을 더 건조해서 배치하는 것이 어떻겠소?”
“그거 좋습니다. 그럼 미국이든 러시아든 감히 우리를 상대로 장난질은 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미 옛 중국의 거랑(巨浪,JL)-2A 탄도미사일(SLBM)과 공화국의
북극성 1호 SLBM이 있으니 그걸 고구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량해 사거리를 최소 1만km, 다탄두각개목표재진입체(MIRV) 핵탄두도 최소 20발 정도로 늘린 다음 핵잠수함에
탑재하면 금상첨화겠네요.”
“그럼 북극성 1호 기술을 주시오. 하면 거랑(巨浪,JL)-2A 기술에 이 옛 일본 미사일 기술에 한국 미사일 기술까지 모조리 참고하여 말한 것처럼, 사거리 1만km 이상의
다탄두각개목표재진입체(MIRV) 핵탄두 최소 20발을 가진 SLBM을 개발하라고 지시할 테니까.”
“한국이 내놓으면 우리도 내놓겠습니다. 그리고 수상함은 어떻게 할 겁니까. 한국은 이지스함 6척과 한국형 방공구축함이 총 14척인데, 공화국은······.”
“고구려에서 옛 중국의 최신 이지스함이라고 했던 55형 남창(난창)급을 개량한 신형구축함 5척을 건조해주겠소. 단, 공짜는 안 되니까 최소한의 비용은 부담하시오. 그리고 여기서 옛
일본의 최신 이지스 방공구축함이었던 아타고급 10척을 건조하시오. 그럼 총 15척의 대양함대를 가지게 될 것이니 그 정도면 안 되겠소.”
“만재배수량 1만 톤 아타고급 이지스 방공구축함 10척에 만재배수량 1만 3,000t 55형 구축함 5척이라면 뭐 됐습니다. 그런데 고구려에는 최소한의 비용만 주고 건조하고, 이
옛 일본에는 얼마나 줘야 합니까. 대경급 잠수함도 그렇고 아타고급도 그렇고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에 건조를 맡겨야 하는 데 말입니다.”
“그건 오지용 사령관에게 맡기시오. 그럼 그가 설마 미쓰비시에 돈 주고 그 함정들 건조하겠소.”
북한 해군이 그대로만 되면, 대경급(타이게이) 잠수함 10척과 핵잠수함 10척 그리고 만재배수량 1만 톤 아타고급 이지스 방공구축함 10척, 만재배수량 1만 3,000t 55형
구축함 5척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 배수량 2,300t 고래-1호 6척과 배수량 2,700t 고래-2호 9척의 SLBM 탑재 잠수함도 있었고, 자질구레한 잠수함도 있었으며, 수상 함정으로는 남포급 구축함
3척도 있었으나 이 함정들은 대양으로 나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연안용 함정이었다.
어떻든 만약 이 정도로 해군력이 갖춰지면, 드디어 북한 해군도 원양으로 나갈 수 있었고, 여기에 조선함이라는 만재 11만 톤급 항공모함이 추가되면 더 말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하하! 맞습니다. 맞아. 오지용 사령관이 설마 돈 주고 그 함정들을 건조하겠습니까. 그리고 어차피 그 미쓰비시와 전범 기업들은 가진 모든 기술을 빼앗고, 재산은 압류한 다음
공중분해 시켜 버려야 할 기업들이니까 말입니다.”
“맞소. 그러니 그 전에 빼먹을 수 있을 만큼 다 빼먹도록 오지용 사령관에게 잘 지시하시오. 그런데 우리끼리 이런 이야기 하니 좀 그렇고 그러니 이세연 대통령도 불러서 장차
남북한과 고구려의 군사 전력을 어느 정도까지 구축할지 논의해보는 것은 어떻소?”
“좋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내일 한국으로 가야 하는데, 술도 한잔 제대로 못 하겠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10시에 식이 있으니 여기서 적어도 7시에는 출발해야 하니까 뭐 간단하게 한잔 정도야 괜찮지 않겠소.”
“하긴 간단하게 한잔하면서 북남과 고구려가 장차 건설한 해군력과 기타 전력에 대해서 논의하시죠.”
“그러고 보니 공군과 육군은 어느 정도 된 것 같은데, 해군만 아직 자세한 논의를 못 했네.”
“북남은 몰라도 고구려 육군은 아직도 멀었죠.”
“어떻든 우리도 열심히 육군을 건설 중이니 북한도 해군력 건설에 좀 더 투자하시오. 그리고 이번에 고구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나온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공격헬기 등도 있으니 육군의
장비도 좀 더 적극적으로 교체하고 말이오.”
“알았습니다. 알았어. 그리고 우리 3국의 전투복도 통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여기 옛 일본 전범 기업 중에서 적당한 기업을 골라서 닦달하면 한 달 안에 200만 벌은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럼 초나라 정벌에는 3국 병사들이 같은 전투복을 입고, 합동으로 작전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아닙니까?”
“그거 좋은 생각이오. 하면 그것도 오지용 사령관에게 지시하시오.”
“오지용 사령관이 바빠지겠군요. 그 대신 왜 기업들은 눈물이 쏙 빠질 것이고 말입니다.”
“어디 눈물만 빠지겠소. 아예 기둥뿌리를 뽑아버려야지.”
“하하하! 그건 맞습니다. 특히 전범 기업은 기둥뿌리만이 아니라 주춧돌까지 다 뽑아버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