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 통치(4)
고구려위원회 민재인 위원장이 그날의 회의 아닌 회의를 이렇게 끝내려고 하는 찰나 일본 동경만 해저에 죽은 듯이 웅크리고 있던 일본 해상자위대 소류급 잠수함 SS-510 쇼류함에서는
함장 나가토미와 승조원들이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모두 봤겠지만, 천황폐하와 상황폐하에 이어서 총리와 방위대신, 해상 막료장까지 항복을 선언했고, 우리에게도 항복할 것을 명령했다. 그런데 우리가 더 싸운다는 것은 천황폐하에 대한
불충이자 자위대 총사령관이신 총리에 대한 항명이자 방위대신과 나아가서는 우리의 직속상관이신 해상 막료장의 명령에 대한 명령 불복종이다. 고로 우리는 명령 불복종으로 군법 회의에
넘겨지거나 아니면 전범으로 잡혀서 군사재판에 넘겨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그전까지 살아있으면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항복한다.”
“함장,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조센진들에게 결단코 항복할 수는 없습니다.”
“이 동경만을 봉쇄한 것은 한국군 잠수함 중에서도 원자력추진 잠수함들이다. 우리가 그들을 상대로 살아남기는 무리이고, 하늘에는 해상초계기와 해상작전 헬기가 눈에 불을 켜고 우리를
찾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최신 구축함들까지 설치는 마당에는 어렵지 않을까. 하여 나는 함장으로서 명령한다. 즉각 부상하여 항복한다.”
“함장! 우리는 대일본제국의 해군입니다. 저 미개한 조센진들에게는 죽어도 항복할 수 없습니다.”
“이건 함장으로서 명령이다.”
“항복하라는 명령은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대일본제국 만세! 천황폐하 만세!”
“도도, 너를 명령 불복종으로 체포한다. 당장 체포해!”
함장 나카토미가 이렇게 명령했지만, 부장 도도를 체포하려고 쉽사리 나서는 승조원은 아무도 없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군국주의 일본제국 해군의 향수에 젖어 있고, 과거 그 일본 제국주의 해군이 누렸던 영광 재현을 꿈꾼다고 하더니 승조원들까지 이 모양 이 꼴이었다.
그러나 쇼류함 함장은 도도가 아니라 나가토미였고, 그의 연이은 명령과 이 상황이 가져다주는 현실 인식에 결국 도도는 체포되어 감금당했다.
그러자 함장 나가토미가 이렇게 명령했다.
“부상한다. 부상!”
이 순간까지 살아남은 일본 해상자위대 소류급 잠수함 SS-510 쇼류함과 SS-511 오류함 중 쇼류함이 그렇게 동경만 해저에서 부상하는 그때 오류함은 동경만이 아니라 사가미만 앞
오시마 섬 인근 해역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역시 논쟁 끝에 일왕과 총리와 방위대신과 해상 막료장의 항복 방송과 항복 권유와 항복 명령을 받아들여 그들도 항복을 위해서 부상했다.
그렇게 그들 일본 해상자위대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소류급 잠수함 2척은 부상하자마자 곧 해상초계기에 발각됐고, 한국 해군 구축함들이 아니라 고속정들이 부리나케 접근해서 항복을
받아들였다.
일본 해상자위대 마지막 소류급 잠수함 2척 SS-510 쇼류와 SS-511 오류가 이렇게 항복했지만, 그때까지 일본 잠수함에 격침된 남북한 해군 함정은 우선 북한 고속정 6척과
대한민국 해군 참수리 211(PKMR 211)함, 212함, 213함과 윤영하급 미사일 고속함 한문식함, 대구급 호위함 1번 FFG-818 대구함, 2번 FFG-819 경남함,
3번 FFG-822 동해함,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DDH-973 양만춘함,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2번 DDH-976 문무대왕함과 4번 DDH-978 태조 왕건함이 있었다.
그리고 잠수함으로는 장보고급 잠수함 2번 SS-062 이천함과 5번 SS-066 이종무함, 6번 SS-067 정운함, 9번 SS-071 이억기함에 이어서 손원일급 잠수함 1번
SS-072 손원일함, 2번 SS-073 정지함, 8번 SS-081 이범석함 이렇게 총 7척이나 됐다.
남북한과 고구려는 한일전쟁 개전과 동시에 막강한 공군력으로 일본 해상자위대 해상초계기와 수상함 전력을 다 쓸어버린 다음 역으로 해상초계기와 수상함을 동원해서 해상자위대 잠수함
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그렇게 했어도 잠수함 7척, 구축함 3척, 호위함 3척, 고속함 1척, 고속정 3척에 북한군 고속정 6척을 잃었으니 제법 큰 피해를 봤다.
하나 아직도 항복하지 않은 해상자위대 소형 수상함과 항공기 전력 등이 다수 있었고, 해상보안청의 수상함과 항공기 전력 등도 다수 있었으니 그들의 항복을 받거나 모조리 격침하거나
격추하려면, 아직 남북한과 고구려가 점령하지 못한 홋카이도와 오키나와부터 점령해야 했다.
어떻든 일본 해상자위대 마지막 소류급 잠수함 2척 SS-510 쇼류와 SS-511 오류가 항복했으나 아직 남은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은 또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타이게이급(大鯨)
잠수함이었다.
1번함 SS-513 타이게이와 2번함 SS-514 하쿠게이가 그 함들로 이 중 1번 타이게이함은 2022년 3월 취역했고, 1번 하쿠게이함은 2021년 10월 진수되어 시험운항
중에 한일전쟁 개전을 맞았다.
그리고 3번, 4번, 5번함은 지금 한창 건조 중이었으니 고스란히 남북한과 고구려의 손에 들어갈 팔자였다.
어떻든 그 2척의 최신형 타이게이급 잠수함은 미쓰비시 중공업과 가와사키 중공업이 공동으로 건조했고, 승조원 70명, 전장 84m, 전폭 9.1m, 흘수 10.4m, 기준 배수량
3,000t, 추진체계는 디젤-전기 방식 리튬-이온 배터리, 공기불요추진(AIP) 방식이며, 최고속도 약 20노트(수중), 무장은 HU-606 533mm 어뢰 발사관 6문,
UGM-84 하푼(Harpoon) 전천후 함대함 미사일 등이었다.
그러나 1번 타이게이함은 정식 취역한 상태나 2번 하쿠게이함은 시험운항 중에 한일전쟁 개전을 맞았기에 무장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아 역시 항복할 것인지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천황폐하와 상황폐하에 이어서 총리대신과 방위대신, 해상 막료장까지 항복을 선언했고, 우리에게도 항복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본 함장은 부상하여 항복할 것을 명령한다.”
“함장, 저는 한 번도 저 침략자들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항복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저도 반대합니다. 조센진에게는 절대 항복할 수 없습니다.”
“귀관들의 심정 다 이해한다. 그러나 본함은 시험운항 중에 개전을 맞았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래도 싸워야 합니다. 끝까지 싸워 저 조센진들을 우리 바다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가토, 무엇으로 싸우자는 말이냐? 우리에게 어뢰가 있나. 아니면 하푼 미사일이 있나. 그런데 무엇으로 싸우자는 말이냐?”
“그래도 항복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도 저 조센진들에게 말입니다.”
“좋다. 그럼 저 한국 구축함에 돌격이라도 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다면 그래야 합니다. 그것이 천황폐하와 상황폐하에게 충성하는 길일 것이니 말입니다.”
“멍청한 놈! 그건 충성이 아니라 자살일 뿐이고, 여기는 네놈 말고도 내가 지켜야 할 승조원이 더 많다.”
“함장!”
“시끄럽다. 그리고 또 말하지만, 우리는 시험운항 중에 개전을 맞아 무장도 갖추지 못했는데, 뭐로 싸운다는 말이냐. 그러니 그 입 다물라. 그리고 또 항복에 반대하는 사람
있는가?”
가토 등 일부가 항복에 반대했지만, 함장 나카무라의 결심은 확고했다.
그리고 다수 승조원이 항복에 찬성하는 바람에 가토 등의 주장은 무시 당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시험운항 중인 관계로 무장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타이게이급 잠수함 2번 하쿠게이함은 함장 나카무라의 명령에 서서히 부상해 한국 해군에게 항복했다.
그와는 달리 1번 타이게이함은 항복하느냐를 놓고 역시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동경 앞바다에서 미적거렸다.
그러다가 중국 잠수함 격침 기록을 가진 한국 해군의 P-8A 해상초계기 970호기에 발각되어 어뢰 공격을 당했다.
“어뢰 입수! 헉! 무려 4발입니다.”
“디코이 발사. 좌현 전타!”
어뢰가 다가온다는 보고에 타이게이함 함장 도미야스는 재빨리 이렇게 명령했다.
항복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미적거리던 사람이 맞는지 모르게 재빨리 명령하는 바람에 디코이가 발사되고, 함은 좌현으로 급하게 변침했으나 그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970호기에 이어서 해상작전 헬기까지 나타나서는 어뢰를 투하했고, 다른 해상초계기도 그 어쩌면 마지막 해전에 숟가락이라도 올리기 위해서 악착같이 달려들어 기어이
타이게이함을 향해서 어뢰가 무려 12발이나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헉! 또 어뢰 입수. 총 12발이 본함으로 접근합니다.”
“디코이 다 쏴!”
“디코이 전부 발사합니다.”
“제군들! 제군들과 함께 싸워 영광이었다. 덴노 헤이카 반자이!”
“덴노 헤이카 반자이!”
“덴노 헤이카 반자이!”
항복하지 않고 난상토론을 벌이면서 시간만 끈 함의 함장과 승조원들답지 않게 전원이 그 절체절명의 와중에 부딪히자 결국 그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바로 이것이었다.
덴노 헤이카 반자이!
그렇게 절체절명의 위기에 덴노 헤이카 반자이나 외치고 있었으니 일본 해상 자위대원 거의 모두는 아직도 과거의 망령을 버리지 못한 그리고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런 미친 행동을 제어라도 하듯 또는 제지라도 하듯 한국 해군의 P-8A 해상초계기 970호가 발사한 어뢰가 가장 먼저 타이게이함을 강타했다.
“쿵!”
디코이도 변침도 다 무용지물이 되어 타이게이함은 그렇게 해상초계기가 발사한 어뢰에 맞았다.
그러나 단 1발만이 아니었다.
이어서 들이닥친 어뢰들에 의해 함장 도미야스는 물론 전 승조원이 동경 앞바다 물고기들의 밥이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일본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타이게이급 잠수함 1번 타이게이함은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동경 앞바다에 흩어져버렸다.
하나 그것으로 동경 앞바다 해전은 사실상 끝이 났다.
***
대한민국 특전사 1여단 1대대와의 총격전 끝에 산채로 포로로 잡힌 일본재단 회장 사사카와는 그사이 국군 1군단 군사경찰단에서 조사를 받았고, 그 주택에 있던 미화 1,000만
달러와 금괴 25kg 등의 재산은 모조리 압수당했다.
물론 총격전 와중에 그의 비서실장 오카다 등은 모조리 사살당했고, 사사카와 혼자 살아남아 포로로 잡혔다.
어떻든 그런 가운데 2022년 9월 13일 월요일 오전 10시가 됐고, 이날은 일본 총리 이시바가 항복한 지 일주일이 지난 날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날 일본 왕궁 앞 광장에는 수많은 인파라기보다는 취재진과 남북한과 고구려군이 모여 있다는 그것이었다.
그리고 광장 끝에는 제법 높은 단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단위에는 나와 민재인 위원장 그리고 이세연 대한민국 대통령이 앉아있었다.
단 옆으로 마련된 자리에는 남북한과 고구려의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등의 각료들과 이 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장성들이 줄줄이 앉아있었다.
“친애하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고구려 국민 여러분, 내빈 여러분, 내외신 기자 여러분, 그리고 남북한과 고구려의 장병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국군 1군단장 이철영
중장입니다. 오늘 단기 4355년 음력 8월 18일, 서기 2022년 9월 13일 오전 10시, 지금부터 일왕 나루히토와 상왕 아키히토 그리고 일본 총리 이시바, 전 일본 총리
등이 남북한과 고구려에 정식으로 항복하는 항복 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와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