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374화 (374/470)

일본의 항복(10)

국군 1군단장 이철영과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이 서로 칭찬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빠뜨리지 않았으니 그건 당연히 중국에 이어서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는 그것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 그 한중전쟁과 한일전쟁에 참전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 장본인들이기도 했고, 지금도 청사에 빛날 전공을 세우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이철영이 이렇게 화답하듯 말했다.

“박 상장이나 나나 한중전쟁과 한일전쟁에 다 참전해 작은 전공을 세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는 것이 군인으로서 더 자부심을 느껴야 하는 일이기도 하죠.

안 그렇습니까?”

“암요. 암요. 우리 민족 역사에서 이런 승리를 거둔 적은 전무후무하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모르기는 몰라도 우리 후손들이 나중에 역사책에서 북벌(北伐)과 남정(南征) 모두를 해낸

장군이라고 이 중장과 내 이름을 혹시 배울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멋진 계책으로 일본 총리를 포로로 잡아 항복을 받아낸 박 상장님 존성대명이야 당연히 우리 후손들이 배우겠죠.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우중문에게 보낸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에 비견되는 책략으로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를 속여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일본 총리의 항복을 받아냈다고 말입니다. 하하하!”

“고구려의 위대하신 을지문덕 장군님에 비유하다니 너무 과찬입니다. 과찬. 그리고 내 이름이 아니라 위대한 이철영 중장님의 이름을 먼저 배울 것입니다. 북경을 함락하고, 옛 중국의

항복을 받아낸 것도 모자라서 이제 일본 동경을 실질적으로 점령한 위대한 장군님으로 말입니다. 하하하!”

“그래 봐야 제 초라한 이름이 멋진 계책으로 일본 총리 이하 부총리, 방위대신, 육해공 막료장 등을 잡아 항복을 받은 위대하신 박수일 상장님 존성대명을 따라가겠습니까.”

국군 1군단장 이철영 중장이 자신의 얼굴에 자꾸 금칠하자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은 싫지 않았으나 조금은 머쓱한 얼굴로 대신 이철영 중장 칭찬을 이렇게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제가 감히 위대하신 이철영 장군님의 존성대명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너무 그렇게 제 얼굴에 금칠하지 마십시오.”

“금칠이 아니라 결단코, 그리고 다시 또 말하지만, 을지문덕 장군님께서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로 수나라 장수 우중문을 비꼬고, 그로 말미암아 그가 이끈 수나라군 30만

5천여 명을 살수에서 물리친 것과 비견되는 박 상장님의 이 신묘한 계책은 우리 후대가 영원토록 노래할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 금칠이 아닙니다.”

“위대한 을지문덕 장군님과 저를 자꾸 비교하시는데, 다시는 그러지 마십시오. 남들이 욕합니다. 욕해요. 정말!”

“그 정도로 절묘한 계책으로 곧 일본 총리와 부총리 등을 포로로 잡을 것이니 드리는 말씀 아닙니까.”

“그래도 다시는 을지문덕 장군님과 저를 비교하지 마십시오. 남들이 욕하는 것도 문제지만, 고구려군이 들으면 절대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사실상 남북한군의 일본 원정군 총사령관인 두 사람이 서로 칭찬하면서 덕담을 주고받는 사이 새벽은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를 과하게 칭찬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들의 공적은 우리 역사상 어느 사람도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우리 민족 역사상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전투에서 승리한 이는 다수이지만, 이렇게 항복까지 받아낸 이는 누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로 지난 5천 년 역사에서 중국과 일본의 항복을 동시에 받을 이 남북한의 장군 두 사람은 그렇게 칭송받아도 될 정도의 공적을 쌓은 것이라고 봐야 했다.

“고구려군도 박 상장님의 전공을 인정할 것입니다.”

“그래도 그러지 마십시오.”

“하면 박 상장님도 저에 대해서 너무 과한 칭찬은 하지 마십시오. 아시겠죠.”

“그건 아니죠. 이 중장님은 칭찬을 더 들어도 될 정도의 전공을 이미 세웠으니 더한 칭찬을 들어도 합니다.”

***

북한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과 한국군 1군단장 이철영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때 북한 특전사령부 예하 항공육전여단 1대대와 2대대는 일본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 통제소와

저장소, 공장, 인근 유류저장소, 태양광발전단지 등을 완전히 점령했다.

그리고 그 예하 3대대와 4대대는 인근의 도호쿠 전력 히가시도리 원자력발전소도 완벽하게 점령했다.

“여단장 동지, 유류저장소와 태양광발전단지까지 모조리 다 장악했습네다.”

“물건은 이상이 없겠지?”

“물론입네다. 다 통제되고 있습네다.”

“좋아. 나는 사령관 동지께 보고할 테니까 더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라. 아니면 골치 아픈 정도가 아니라 우리가 다 죽는 수가 있으니까.”

모든 곳이 점령되자 항공육전여단장 정철수는 그 즉시 북한 특전사령관에게 사실을 보고하는 것으로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핵탄두 6,000개를 제작할 수 있는 순도 90% 이상의

플루토늄 46t을 수중에 넣었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서 한국은 고농축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길이 막혀 있고, 플루토늄을 추출할 사용 후 핵연료는 건식 재처리 초기 단계까지만 가능하고 이마저도 미국의 포괄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한중전쟁을 계기로 한국이 옛 중국의 거랑(巨浪,JL)-2A 탄도미사일(SLBM)을 36발이나 보유하고, 고구려는 옛 중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이어받은 것은 물론 동풍-31A과

동풍-41 탄도탄 등으로 무장하는 바람에 사실상 한미 원자력협정은 이미 무효가 된 상태였다.

그래도 일본이 보유하고 있던 이 핵탄두 6,000개를 제작할 수 있는 순도 90% 이상의 플루토늄 46t의 존재는 북한의 핵무장도 막지 못하고, 이제 한국과 고구려까지 핵으로

무장한 것도 모른 척하는 미국이라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중대 사안임은 틀림없었다.

그랬기에 북한 특전사령부 예하 항공육전여단장 정철수가 휘하 1대대장에게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하라고 지시한 다음 특전사령관에게 상황을 보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는 아케보노바시 역사의 한쪽 구석 비밀스러운 문을 나올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자위대 경비병들에게 검문을 당했다.

그리고 철저한 신분 확인을 거친 다음에야 그들의 안내로 구불구불하고 어두운 지하 공간을 한동안 걸어서 지하 벙커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은 귀신처럼 따라붙은 북한 인민군 8군단 8특공여단의 박종식 중위에게 발각되어 아케보노바시 역사의 비밀 문 위치는 노출되고 말았다.

하나 그것도 모르고 니시가와는 총리 이시바 이하 방위대신 마사요시 등에게 그동안 자신이 한 항복 협상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부총리, 북한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과 한국군 1군단장 이철영은 물론 한국군 합참의장 김진규에 이어서 외교부 장관 문정민도 그 항복 조건에 동의했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옛 중국의 항복 조건 정도의 조건에 우리 일본의 항복도 받아준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옛 중국이 남북한에 각 한화 2,000조 원의 전쟁배상금, 고구려에는 5,000조 원, 전사는 각 30억 원, 중상은 20억 원, 부상은 1억 원, 경상은 3,000만

원의 보상금, 바다 정화 및 환경회복 비용 200조 원, 내몽골 사막 녹화 비용 200조 원, 역사유적과 문화재 복구 비용 200조 원 등으로 한국 돈 약 1경, 미화로는 약

10조 달러를 내놓았는데, 우리 일본도 그렇게 10조 달러를 내놓으면 우리 재정이 버티겠소?”

“우리 일본의 외화 보유액은 1조 9,587억 달러이고, 금보유고는 950t이며, 우리는 세계 3위 경제 대국입니다. 그런데 고작 미화 10조 달러를 못 버틴다는 말입니까.”

“부총리의 말을 경제산업상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부총리의 말처럼 충분히 버티고도 남습니다. 총리. 그리고 아직 협상이 끝난 것이 아니고, 옛 중국과는 달리 남북한에 각 2,000조 원, 고구려에도 5,000조 원이 아니라

공평하게 2,000조 원의 배상금만 주면 3,000조 원은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고, 전사자와 중상자 등도 한중전쟁보다 훨씬 적을 것이니 더 아낄 수 있으며, 바다 정화 및

환경회복, 내몽골 사막 녹화, 역사유적과 문화재 복구 비용 등도 우리는 내놓을 필요가 없으니 더 아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10조 달러가 아니라 6~7조 달러면 충분할 것이고, 그

정도는 우리 일본이 얼마든지 감당하고도 남습니다.”

“역시 경제산업상의 분석은 남다르군. 하면 좋소. 여타 조건이야 또 협상하면 되니까 이제 결정합시다. 아주 민주적으로.”

“어떻게 말입니까?”

“아주 민주적인 다수결이지 무엇이겠소.”

일본 총리 이시바는 그렇게 부총리 니시가와가 가지고 온 조건으로 다시 한번 지하 벙커에 있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항복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그러자 거의 85% 이상이 항복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방위대신 마사요시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방위대신, 항복하겠으니 즉각 중요기밀문서와 장비 등을 파기하시오.”

“예, 총리.”

“육상 막료장은 자위대원의 무장을 거두어들이고, 부총리는 다시 나가서 항복한다고 전하시오.”

결사 항전하려고 했던 일본 총리 이시바가 이렇게 항복 결정을 내림으로써 북한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의 잔꾀는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안 그랬어도 지하 벙커는 발각되었겠지만, 그 과정에서 전투는 불가피했을 것이니 쌍방 희생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 과정에서 일본 총리 이시바가 죽기라도 하면, 지금도 일본 각지에서 싸우는 자위대 패잔병들과 민병에게 항복 권유도 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차질이 빚어질 것이니

그것만은 피해야 했다.

그러나 박수일의 재치로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으니 이것은 서로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었으나 따지고 보면 박수일의 완승이라고 해야 했다.

어떻든 총리 이시바의 항복 결정으로 지하 벙커를 다시 나온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는 박수일을 다시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총리가 항복하겠다니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하하하! 그렇다면 얼마든지 기다리지요. 나는 부총리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오.”

“이렇게 돌아왔으니 이제 군단장과 북조선에서 약속을 지킬 차례입니다.”

“물론이오.”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가 아케보노바시 역사 한쪽 구석의 비밀스러운 문을 통해 다시 나와서 하는 말에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이렇게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말 일본 자위대 육상 막료장 유아사와 해상 막료장 야마무라, 항공 막료장 마사히로를 선두로 지하 벙커에 있던 자위대원들부터 줄줄이 무기를 들고 밖으로

나와 항복했다.

이어서는 일본 총리 이시바와 경제산업상 이토, 관방장관 히로시, 총무대신 요시타카, 외무상 에사키 등과 총리와 각료의 가족들까지 모두 지하 벙커에서 나와 북한 인민군 8군단에

항복했다.

“하하하! 총리, 반갑소.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군 육군 8군단장 박수일 상장이오. 그리고 여기는 대한민국 육군 1군단장이자 사실상의 일본 원정군 총사령관을 겸한 이철영

중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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