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항복(9)
한일전쟁 개전 전에는 온갖 감언이설로 오키나와 본섬 전체를 할양해준다고 했다가 이제 전쟁에서 거의 승리하니 말을 바꿔 후텐마 기지 북쪽만 할양해주고, 남쪽은 남북한과 고구려의
영토로 해야겠다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가 막혔다.
그러나 이 마당에 그것을 제지할 어떤 명분도 없다는 것이 더 바이든을 더 골치 아프게 했다.
“민재인 위원장, 처음과는 약속이 다르지 않소.”
“그래서 이렇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오.”
“이것이 양해요. 일방적 통고지.”
“말했듯 오키나와 본섬이 아닌 여타 섬과 센카쿠 열도와 동남아해(남중국해)와 해남도까지 우리가 관리하고, 또 초나라의 태평양 진출을 막으려면, 그곳이 꼭 필요해서 그러니 너그럽게
이해해주시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새벽 1시에 전화한 것으로 봐서는 뭔가 아주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서너 마디 말을 나누어보니 오키나와 할양보다는 전후 일본의 처리 문제인 것
같아서 민재인 위원장이 이렇게 못을 박았다.
“민재인 위원장, 오키나와 할양은 그렇다고 쳐도 지금은 1922년이 아니라 2022년이오. 그런데 일본을 식민지 지배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말이 안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오만. 아니요?”
“지금은 서기 2022년이오. 그런데 식민지 지배라니. 그것이 정녕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냐고요.”
“서기 2022년이 아니라 서기 2222년이라도 우리는 반드시 기필코 그놈들이 우리를 식민지 지배했듯 우리도 똑같이 그들을 식민지 지배해야만 하겠소.”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 자꾸 하지 마시고, 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시오. 과연 이 시기에 식민지 지배가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
그 말도 안 되는 것을 실행하려는 것이 남북한과 고구려의 계획이었다.
이 절호의 기회, 천금보다 더 소중한 기회, 하늘이 내린 이 기회가 아니면 지난 5천 년간 이어진 한·중·일 삼국의 악연을 끝내지 못할 것이라는 나와 민재인 위원장 그리고 이세연
대통령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이 기회에 일본을 100년간 식민지 지배하면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다시 2차 한중전쟁을 일으켜서는 옛 중국 현 초나라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완전히
주저앉혀버리려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한·중·일 삼국의 5천 년 악연을 끝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말이 안 될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뭘 그러시오. 그리고 귀국도 최근까지 식민지 지배를 하지 않았소. 그런데 우리보고 하지 말라니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것 아니요?”
“우리 미국이 최근까지 무슨 식민지 지배했다고 그러시오.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해보시오. 서기 2022년에 식민지 지배가 말이나 되는지 말이오.”
“말은 되지요. 하나 그게 미국의 마음에는 들지 않겠지.”
“어떻든 식민지 지배는 안 되오.”
“그럼 식민지 지배가 아닌 예전 귀국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당분간 일본을 군정 통치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일본을 100년이나 군정 통치하겠다는 말이오.”
“그건 모르는 일이니 기간 같은 것에는 신경 쓰지 마시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미국의 이익을 챙겨주고 있으니 핵 추진 항모 건조 기술이나 더 이전해주시오. 우리의 피 같은 돈으로
귀국에서 사는 기술들이니까. 그리고 일본 문제에는 또 말하지만, 눈을 꾹 감고 오키나와 본섬 북쪽이나 챙기시오.”
“아니, 한국과 고구려가 무슨 우리 미국의 이익을 챙겨주었다고 그런 말을 하오.”
“바이든 대통령, 우리 덕분에 미국이 남북제도(파라셀제도)를 뺀 동남아해(남중국해)를 완전히 손에 넣었고, 티베트는 물론 이제 오키나와 본섬 북쪽도 얻을 것인데, 미국이 챙긴
이익이 없다는 것이오. 그것이 더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은 아시오. 그리고 그렇게 챙긴 이익이 없으면 당장 손 떼시오. 그럼 우리는 러시아와 손잡고 오키나와를 러시아에
할양해주고,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얻어낼 테니까.”
“······.”
“대통령이 대답하지 않으시니 이야기 끝난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한 약속 다 지켜주시리라 믿겠습니다. 또한, 아베를 비롯한 전범들 즉각 송환해주시리라고도 믿겠습니다. 일본 왕이
항복한 이 마당에 더 시간을 끌 이유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것이······.솔직히 말해서 한국이나 고구려로 송환해주는 것은 약간의 문제와 비판이 있어서 망설이는 부분이 있소이다.”
“그럼 일본으로 보내십시오. 동경 하네다 국제공항으로 보내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자기들 나라로 귀국하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전 일본 총리 아베와 부총리 아소, 방위상 고노, 경제산업상 세코와 전범 기업 회장 등 미국에서 잡힌 일본 전직 고위 관리와 기업 회장급 인사는 모두 500여 명이었고, 기타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도망친 이들은 더 많아서 그 숫자를 헤아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남북한과 고구려는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도망친 자들도 모두 송환을 요구하고 있었고, 그건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 각국으로 도망친 자와 동남아 각국으로 도망친 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동경 하네다 국제공항이라면 생각해보겠소.”
“생각할 것도 없으니까 내일 당장 보내십시오. 그리고 지금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간 다음 일본으로 돌아오기를 거부하고 있는 일본 항공사들의 여객기와 화물기도 모두 일본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아시겠죠.”
“여객기와 화물기까지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리고 미국 내의 일본 정부 재산들 특히 맡겨 놓은 금괴 등도 모두 돌려주십시오. 그럼 미국에 투자한 일본 기업에 대해서는 약간의 자율권을 보장해주겠습니다.”
“음!”
“그리고 또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 있는 일본 대사와 영사를 포함한 모든 외교관과 연수 중인 일본의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도 모두 동경 하네다 국제공항으로 추방해주십시오.”
“뭐가 그렇게 많소.”
“더 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지금 급보가 들어왔으니까 말이오.”
“무슨 급보인데 그러시오.”
“일본 총리 이하 부총리, 방위대신 등이 항복할 모양이오. 그럼!”
민재인 위원장이 이렇게 전화를 끊어버리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머리가 더 아파지기 시작했다.
또 얼마나 많은 요구를 들어주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민재인 위원장인 말한 남북제도(파라셀제도)를 뺀 동남아해(남중국해)를 완전히 손에 넣었고, 티베트는 물론 이제 오키나와 본섬 북쪽도 얻을 것이다.
하나 그 모든 것보다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건방지기만 하던 중국을 주저앉힌 것이 더 큰 수확이었고, 티베트를 얻은 것도 큰 수확이었으며, 이제 오키나와도 얻을 것이다.
그동안 후텐마 기지와 가데나 기지 때문에 얼마나 일본과 마찰을 빚고, 오키나와 주민들과도 마찰을 빚었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제 그 오키나와 주민을 남북한과 고구려가 다 정리해줄 것이니 그러면 고작 6km 정도 떨어진 그 두 기지를 이어서 더 큰 군사기지를 건설할 수도 있었다.
그럼 남한국해(동중국해)와 동남아해(남중국해)를 완전히 미국의 앞바다로 만들 수 있었으며, 남북한과 고구려와 함께 초나라를 변방의 소국으로 영원히 주저앉혀놓을 수 있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머리가 아파지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는 국군 1군단장 이철영은 물론 한국군 합참의장 김진규에 이어서 한국 외교부 장관
문정민과도 화상통화로 항복 조건을 조율한 다음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총리 이시바가 자신에게 준 권한 즉 옛 중국과 거의 비슷한 조건으로 항복하기로 일단 협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 니시가와 부총리.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줬으니 이제 부총리의 결단과 총리의 결단만 남은 것 같으니까 속히 가서 총리를 설득해 항복하도록 하시오.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피해만 늘어나고, 당신네 왕과 상왕의 뜻도 거스르는 것이 되니까 말이오.”
“천황폐하와 상황폐하이십니다. 그리고 총리는 제가 설득해 보겠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좋소. 지금이 새벽 3시가 가까워졌으니 해가 뜰 때까지는 기다려 드리겠소이다. 그럼 되겠소?”
“그 전에 답을 가지고 다시 오지요.”
“그러시오. 우린 여기서 목이 빠지라 기다리겠으니 말이오.”
“제가 가는 길에 미행을 붙이면 결단코 나는 총리에게 가지 않겠으니 군단장께서 그러지 않기를 빌겠소.”
“물론이오. 물론. 그러니 마음 놓고 가시오.”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는 그렇게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과 국군 1군단장 이철영의 배웅을 받으면서 다시 홀로 온 길로 되돌아갔다.
미행이 있으면 결단코 총리가 있는 벙커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았고, 박수일도 동의했지만, 그렇다고 박수일이 미행을 붙이지 않을 리는 만무했다.
“특공여단장, 미행 붙여! 절대 들키면 안 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여단에서 가장 날랜 박종식 중위를 붙였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군단장 동지.”
“좋아. 좋아. 믿어 보겠어. 그건 그렇고 자, 이 군단장, 우리는 가서 차나 한잔합시다.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으니까 말입니다.”
“하하하! 그러시죠.”
“공병여단장과 특공여단장 이하 전 부대장은 일단 작업 멈추고 경계 태세만 유지한 상태로 장병들을 잠시 휴식시킨다.”
북한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의 번뜩이는 기지로 시작된 속임수가 일단 성공해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가 다시 방위성 지하 벙커로 돌아가자 박수일은 이렇게 군단 예하 부대에 잠시나마
휴식을 명했다.
그렇게 공병여단과 특공여단 등 군단 예하 부대가 휴식에 들어가지 박수일은 국군 1군단장 이철영과 그 새벽에 냉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박 상장께서는 그런 기막힌 생각을 어찌해냈습니까. 그것도 순식간에 말입니다.”
“원래 쪽발이들이 우리보다 인간들이 좀 얄팍하지 않습니까.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하하하! 그랬군요. 얄팍한 놈들 상대할 때는 역시나 그 방법이 제일이군요. 하긴 그 덕분에 저렇게 박 상장 휘하 부대 장병들이 이 새벽에 지하 벙커 찾는 작업 대신에 편안히 쉬는
것이고 말입니다.”
“하하하! 맞습니다. 일본에 상륙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지 못하고, 전속력으로 이곳 동경까지 달려오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목숨을 건 전투를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애들이
많이 지쳤습니다. 그리고 그건 이 중장의 부대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우리 애들도 지치기는 지쳤죠.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여기까지 달려왔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단 20여 일 만에 동경까지 왔고, 이제 막 일본의 항복을 받을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맞아요. 일본의 항복.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기는 하죠. 중국에 이어서 일본의 항복을 받는 것이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