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372화 (372/470)

일본의 항복(8)

군단 참모장 진성준 소장에게 그렇게 니시가와 일본 부총리를 맡긴 박수일은 그 즉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 김진성과의 통신을 연결하고, 그 통신이 연결되자마자 이렇게 물었다.

“총참모장 동지, 8군단장 박수일입네다.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라는 놈을 포로로 잡았는데, 이놈이 항복 조건을 논의하자고 합네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모르는 일본과의 항복 조건이

있습네까?”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를 포로로 잡았다는 말인가?”

“그렇습네다. 총참모장 동지.”

“잘했다. 잘했어. 그리고 8군단장이 모르는 항복 조건은 없다. 또한, 일본의 항복 조건도 없다. 즉 무조건 항복만 있을 뿐이지 조건 따위는 없다는 말이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잘 알겠습네다. 총참모장 동지.”

“그래, 그런데 일본 총리는?”

“오늘 밤 안으로 반드시 잡아서 내일 아침에는 일본 왕 옆에 앉혀서 다시 항복문서를 읽도록 꼭 만들어 놓고야 말겠습니다.”

“좋아. 좋아. 그리고 일본의 그 기업 본사와 지사 특히 자동차와 IT 기업 접수는 아주 잘한 일이야. 그 때문에 총비서 동지께서 흡족해하셨으니까 그 보답으로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야.”

“감사합니다. 총참모장 동지.”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 김진성은 한중전쟁 이전부터 지금까지 총참모장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동안의 공을 인정받아 계급도 대장에서 차수로 승진했다.

이때 북한군의 장성급의 계급은 소장, 중장, 상장, 대장, 차수, 원수, 대원수로 나뉘었고, 죽은 김일성과 김정일은 대원수, 나는 원수였다.

그러나 김일성과 김정일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으니 사실상 원수까지가 최고 계급이라고 해야 했고, 박수일 등의 군단장과 특전사령관, 전략로켓사령관 등은 모두 상장으로 계급이 고정됐다.

그러니 이제 대장 계급장을 달고 북한군에 남은 이는 해군 사령관과 해군 부사령관 그리고 공군 사령관과 공군 부사령관, 인민무력상, 호위사령관, 국가안전보위상 등뿐이었다.

10여 명에 이르던 다른 차수들은 모두 전역 조처 당했기에 이때 북한군 유일의 차수가 바로 총참모장 김진성이었다.

그런 김진성과의 통신을 끝낸 박수일은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에게 다가간 다음 먼저 참모장 진성준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래, 원하는 조건이 뭐라고 하네?”

“옛 중국과 같은 조건이면 총리 이하 모두가 즉각 항복하겠답니다.”

“그럼 항복하라고 해. 그 조건으로 항복 받아준다고 말이야.”

“군단장 동지, 아무 조건이 없는 무조건 항복을 받는 것이 작전계획 아닙네까. 그런데 옛 중국과 같은 조건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네까?”

“저 부총리 놈 우리 말 못 알아듣지.”

“예, 군단장 동지.”

“그래도 불안하니 저쪽으로 가자우.”

군단 참모장 진성준 소장을 한쪽으로 끌고 간 박수일이 주위를 둘러본 다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마치 모종의 계략을 꾸미듯 이렇게 말했다.

“참모장의 말처럼 쪽발이들에게는 무조건인 항복만 있을 뿐이지 조건 따위는 없다. 그러나 옛 중국과 같은 조건으로 항복을 받아준다고 해. 그래서 이제부터 저 부총리 놈을 속이는

거야. 그래야지만, 출입구 찾는다고 우리 공병여단 애들 개고생 안 해도 되고, 일본 총리 놈 이하 방위대신 등 저 밑에 숨은 놈들이 모두 순순히 제 발로 손들고 기어 나올 것이

아니네. 우리는 그때 그놈들을 포로로 잡아서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는 거야. 그럼 우린 개고생 안 하고,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아주 손쉽게 일을 끝낼 수 있는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네?”

“예, 예, 그리고 아주 기가 막힌 계책입니다. 군단장 동지.”

“그렇지. 공병여단 애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 밤 안에는 지하 벙커 출입구 찾아내지 못할 것이 뻔하고, 저놈이 기어 나온 다른 출입구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데도 우리가 그곳을

찾아낼 가능성도 적고, 또 찾아낸다고 해도 순순히 기어 나오지 않으면 총격전을 벌여야 할 것이고, 그 와중에 우리 특공여단 애들이 죽거나 그도 아니면 일본 총리 놈이 죽기라도

하면, 우리만 손해이니 저놈을 속여서 순순히 기어 나오게 하는 거야. 그러니 참모장은 지금부터 철저하게 저놈을 속여서 그 작전을 실행한다. 알았네.”

“맡겨만 주십시오.”

“믿는다. 진짜로.”

북한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이 번뜩이는 기지로 이런 지시를 내리자 참모장 진성준 소장은 그때부터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와 조금씩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항복 조건을 협상했다.

그리고 그 일에는 박수일도 가끔 거들었으니 둘은 그렇게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니시가와를 구워삶았다.

“자, 부총리 조선인민군 8군단장이자 임시지만 일본 진주 인민군 총사령관격인 내가 보증하겠으니 즉시 지하 벙커로 돌아가서 총리께 말해 그 조건에 항복하도록 하시오. 일본 왕과

상왕도 항복한 이 마당에 더 버티는 것은 불충이오. 불충!”

“천황폐하와 상황폐하이십니다. 그리고 군단장의 보증은 알겠으나 그래도 한국군 사령관의 확답은 받고 싶은데 그건······.”

“허허! 내 방금 우리 총참모장 동지와 통신까지 하는 것을 부총리도 곁눈으로 보지 않았소. 비단 말은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내 우리 총참모장께 부총리가 항복 조건을 논의하러 왔다고

보고하고, 그에 관한 전권을 부여받았소. 그래도 못 믿겠소.”

“믿습니다. 그러나 한국군이 뒤에 딴말할 수도 있어서 이러는 것입니다.”

“하하하! 일본과 한국이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러신다면 좋소. 내 한국군 사령관격인 1군단장과 통화하도록 조처해주겠으니 잠시 차나 한잔하시오. 통신병, 한국군 1군단장 연결해.”

국군 1군단장 이철영은 박수일이 통신을 연결하자마자 뜬금없는 말을 하기에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자세한 사정을 듣자마자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수화기 너머의 박수일이 보란 듯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 상장님이 그런 기가 막힌 계책으로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쪽발이들을 사로잡는데, 제가 그냥 있을 수만은 없으니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아니, 무슨 그런 과한 칭찬으로 사람을 무안하게 하십네까. 북남과 고구려 모든 국민이 이 전쟁 최고의 영웅은 다들 우리 위대하신 이철영 중장님이라고 알고 있는데 말입네다.”

국군 1군단장 이철영 중장이 먼저 칭찬하자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 상장이 이렇게 화답했으니 남북한군의 소통과 협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니, 한중전쟁 때부터 남북한군은 서로 소통하고, 협조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것이 피를 흘리면서 같이 싸우는 전우, 나아가서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힘을 합친 동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다들 생각했기에 말이다.

“진짜 과한 칭찬은 지금 박 상장께서 하고 계시군요. 어떻든 제가 속히 그리로 가서 그 절묘한 계책에 일조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고마울 따름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외교부 장관님과 일본 부총리가 화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조처도 하겠으니 박 상장의 계책은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오오. 그래 주시면 더 고맙겠소이다.”

박수일 인민군 8군단장의 계책을 알아챈 국군 1군단장 이철영 중장은 그 길로 곧바로 일본 방위성으로 갔다.

일본 방위성과 지금 국군 1군단이 본부를 차린 일본 왕궁 앞 팰리스 호텔 도쿄는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직선거리로는 약 3.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 거리를 달리면서 국군 1군단장 이철영은 합참의장 김진규에게 자세한 상황을 보고하고, 외교부 장관 문정민과도 통화가 되도록 조처해달라고 부탁했다.

일본에서 그런 작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 고구려위원회 민재인 위원장은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 이세연이 아니라 민재인 위원장에게 전화한 것은 미국과의 모든 협상을 전적으로 민재인 위원장이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여긴 새벽 1시가 가까워진 시간이라는 것은 알고 전화했소.”

“장병이 싸우고 있는데, 벌써 주무실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고 일본 천황과 상황이 항복했는데, 정말 일본을 식민지로 삼을 생각이시오?”

“일본 천황과 상황이 아니라 일본 왕과 상왕이므로 앞으로는 존칭에 신경을 써 주시기를 바라겠소. 그리고 그걸 물으려고 이 밤중에 전화했소.”

“그럼 무엇을 물어야 이 시간에 통화가 가능한 것이오?”

“뭐 오키나와 본섬 할양, 일본 투자 미국 기업의 재산 보호, 그것도 아니면 핵 추진 항공모함 고구려함 건조에 관한 더 많은 기술이전. 뭐 그런 것이면, 이 시간이 아니라 더 깊은

시간이라도 통화할 의향은 있소.”

“그럼 좋소. 오키나와 본섬은 분명히 할양해주는 것이오?”

“그전에 일본에 투자한 미국 기업의 재산 중 아직도 남은 재산은 잘 보호해주겠소. 그러나 곧 모두 철수해야 할 것이니 그렇게 일본에서 철수해 우리 고구려에 투자하는 것은 어떠시오.

단, 우리 고구려는 환경법과 여타 투자법, 노동법 등이 철저하고, 처벌이 강해서 좀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오. 또한, 우리 핵 추진 항모 고구려함에 필요한 기술지원을 좀 더

해주시오. 우리 고구려와 한국의 조선 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핵 추진 항모 건조와 운용에 관한 기술은 아무래도 미국이 세계 최고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키나와 본섬은 일본 본토

전부가 우리 손에 들어오면, 즉각 군사행동을 개시해서 미국에 넘겨주겠소. 단, 그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의 남쪽 북위 26°26` 이남은 우리 남북한과 고구려의 영토로 해야겠소.

그러나 그 북쪽 오키나와 본섬은 모두 할양해주겠소.”

“뭐라고요?”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는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시에 있으며 오키나와 현청 소재지인 나하시로부터 북쪽으로 10km 정도 떨어져 있는 미국 해병대의 군용비행장이다.

활주로 길이는 2,740m, 가데나 기지와 함께 주일 미군의 오키나와 지역에서의 양대 거점으로 정식 명칭은 후텐마 해병대 항공기지(Marine Corps Air Station

Futenma (MCAS Futenma))이며, 보통 후텐마 기지(普天間基地)라고 부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처음 남북한과 고구려는 미국에 오키나와 본섬 전체를 할양해준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이 후텐마 기지 북쪽만 할양해주고, 남쪽은 남북한과 고구려의 영토로 해야겠다고 나온 그것이었다.

“아, 후텐마 기지와 그 북쪽은 다 할양해주겠소. 그리고 오키나와 본섬이 아닌 여타 섬과 센카쿠 열도와 동남아해(남중국해)와 해남도까지 우리가 관리하고, 또 초나라의 태평양 진출을

막으려면, 후텐마 기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도 나하 공항과 나하 항구는 꼭 필요해서 말이오. 그러니 그렇게 아시고, 일본은 말했듯 우리가 100년간 식민지배할 것이니 두말하지 마시오.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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