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371화 (371/470)

일본의 항복(7)

자위대 통합막료감부 최선임 부사관 사와다 준육위와 해상자위대 선임 오장 세키 등과 몇몇 젊은 장교들은 그때도 결사 항전을 주장했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내각의 대신들보다 더 클 수는

없었다.

그렇게 관방장관도 항복에 찬성했고, 결정적으로 방위대신 마사요시마저 항복하자는 쪽이었다.

육상, 해상, 항공막료장은 비록 패전의 책임을 지겠다고는 했지만, 항복에 무게가 실리고 있었다.

그러니 절대다수가 항복을 원했고, 일부만이 결사 항전을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었으니 대세를 따르면 항복이 맞았다.

하나 일본 총리 이시바는 자꾸 지하 벙커에 있는 이들의 의견을 물으면서 머뭇거리다가 통신 담당 장교에게는 불쑥 이렇게 물었다.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수 있나?”

“지금은 통신이 안 됩니다.”

“왜?”

“모든 통신이 끊겼고, TV와 라디오 정도만 수신 가능합니다. 총리!”

“그럼 우리는 모두 완전히 독 안에 든 쥐 신세군.”

“통신 두절에 출입구 붕괴니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비상 출입구를 만들어 두었으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위대신의 그 말을 들으니 더 독 안에 든 쥐가 된 기분이오. 자, 좋소. 다수 의견이 천황폐하의 뜻에 따라서 항복하자는 것이니 이제 결정하겠소. 니시가와 부총리, 방위대신이

말한 그 비상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서 한국군에게 항복 조건을 타진해보겠소?”

“맡겨주시면 해보겠습니다.”

“전권을 줄 수는 없소.”

“그럼 어느 정도 선에서······.”

“옛 중국과 같은 조건이 내가 부총리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권한이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일본 총리 이시바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벙커에 있는 다수의 의견 때문이라기보다는 일왕과 상왕의 항복이 주된 이유였고, 또 하나의 이유는 항복 조건이 옛 중국보다 가혹해지는

것을 막으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건 그만의 착각이었고, 이 지하 벙커에 있는 모두의 착각이었으니 남북한과 고구려는 일본에 항복 조건을 제시하고, 항복을 받을 마음이 전혀 없었다.

어떻든 지하 벙커에 있는 일본 총리 이시바 이하 모두가 그럴 때 그들의 머리 위에 있는 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은 지하 벙커 출입구를 발견했다는 소식보다는 예하 각 사단이 자신이

지시한 도요타, 소니, 혼다 등의 각 기업 본사와 지사, 공장 등을 장악했다는 보고를 들으면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북한 특전사령부 예하 항공육전여단 병력 중에서 북한 공군 수송기를 탄 병력이 드디어 일본 아오모리현 가미키타 롯카쇼무라 상공에 도착해서 강하를 시작했다.

그러나 고구려 공군 수송기에 탄 항공육전여단 병력은 좀 더 북상했으니 서로의 목적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여단장 동지, 강하 5분 전입네다.”

“준비들 끝났네?”

“물론입네다. 여단장 동지.”

“그럼 가자우!”

북한 특전사령부 예하 항공육전여단장 정철수가 이렇게 말하고, 가장 먼저 수송기에서 검은 창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항공육전여단 대원들도 일사불란하게 강하해 일본 아오모리현 가미키타 롯카쇼무라에 발을 디뎠다.

“1대대장, 통제소가 어디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여단장 동지.”

“1대대장도 알겠지만, 이 일은 위원장 동지가 심모원려 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가 이 소식을 들으면 깜짝 놀랄 일이니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네!”

“잘 알고 있습네다. 그러니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항공육전여단장 정철수의 말에 그 예하 1대대장 황재규가 이렇게 대답하고는 어둠에 묻혀 조용히 이동을 시작했다.

대한민국과는 달리 일본은 지난 1980년대부터 미국의 동의로 초대형 상업용 우라늄 농축시설과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축 플루토늄을 비축하고

있는 국가다.

그리고 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이 아오모리현 가미키타 롯카쇼무라에 있었고, 지난 2021년부터 가동해서 연간 최대 8t의 플루토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이외에도 일본은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 재처리시설을 1997년부터 2007년까지 가동해 사용 후 핵연료 1,140만 톤을 재처리했으나 2014년 노후화를 이유로 최종 폐지했다.

그런데 지금 북한 특전사령부 예하 항공육전여단장 정철수 이하 500명의 병력이 그 롯카쇼무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노리고 접근했는데, 당장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이 농축

플루토늄을 북한이 손아귀에 넣으면 미국이 어떻게 나올까.

그래서 항공육전여단장 정철수가 예하 1대대장 황재규에게 내가 심모원려 하는 일은 물론 전 세계가 이 소식을 들으면 깜짝 놀랄 일이라고 한 것이었다.

남북한과 고구려야 어차피 한배를 탔고, 모두 핵무장 국가였으니 3등분으로 나눠 가져도 어떤 문제도 말도 나오지 않겠지만, 미국은 달랐으니 당장 가장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을

압박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비록 한국이 옛 중국에서 입수한 거랑-2(JL-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로 핵무장을 한 국가였으나 당장 핵무기로 만들 수 있는 이 농축 플루토늄을 대량으로 확보하면 결코 지금처럼

그냥 있을 리가 만무했으니 말이다.

어떻든 그런 농축 플루토늄을 확보하려고 롯카쇼무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로 다가가던 북한 특전사령부 예하 항공육전여단 1대대장 황재규의 소총이 불을 뿜은 것은 순간이었다.

“타타탕!”

그리고 그 총성과 함께 시설을 경비하고 있던 무장 경비원이 피를 토하고 쓰러졌고, 1대대원들이 바람처럼 처리 시설 여기저기로 흩어지면서 총을 난사했다.

한중전쟁 개전 전 북한 특수전 부대 병력이 약 20만에 육박한다고 북한이 세계에 자랑했지만, 한중전쟁을 거치고 북한판 국방개혁을 하고, 다시 각 부대 개편을 거쳤다.

그 결과 이때 북한 특전사령부 예하에는 이미 언급했듯 저격여단, 항공육전여단, 정찰여단, 해상저격여단, 경보병여단만이 남았고, 이들은 모두 이번 한일전쟁에 참전하고 있었다.

이들 이외 북한 특수부대는 호위사령부에 남은 호위총국과 특전사령부 예하 부대와 같은 이름을 가진 항공육전여단, 저격여단, 경보병여단, 정찰여단이 있었고, 해군과 공군에도 특수부대가

있었다.

그 해군의 특수부대는 다름이 아닌 해상저격여단, 공군은 항공육전여단으로 북한에는 특전사령부와 해군 사령부 예하에 이렇게 총 2개의 해상저격여단이 있었다.

그리고 저격여단, 정찰여단, 경보병여단도 특전사령부와 호위사령부에 각 1개, 총 2개가 있었으나 공군사령부 예하인 항공육전여단은 호위사령부, 특전사령부, 공군사령부 예하에도

있었으니 총 3개가 존재했다.

어떻든 북한 인민군 특전사령부 예하의 항공육전여단이 롯카쇼무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그렇게 급습한 것도 잠시 곧 외곽 무장 경비는 모두 사살당했고, 통제소로 들이닥친

1대대장 황재규 등에 의해 내부 무장 경비원 5명도 사살당했다.

“앉아! 다들 자리에 앉아! 움직이는 자는 모조리 사살한다. 그러니 앉아!”

그렇게 항공육전여단 1대대와 2대대에 의해 일본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 통제소와 저장소, 공장 등이 점령되는 그때 이 여단 3대대와 4대대는 거기서 약 26km 북쪽 도호쿠

전력의 히가시도리 원자력발전소를 급습해 역시 장악했다.

이때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중 남북한과 고구려군이 장악한 곳은 시마네현의 시마네 원자력발전소, 후쿠이현의 쓰루가, 미하마, 오이, 다카하마, 몬주 원자력발전소, 사가현의 겐카이

원자력발전소, 가고시마현의 센다이 원자력발전소 등이었으니 저 북쪽 홋카이도와 시코쿠, 후쿠시마를 제외한 거의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장악했다고 보면 됐다.

이렇게 북한 특전사령부 예하 항공육전여단에 의해 롯카쇼무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과 히가시도리 원자력발전소까지 점령되는 그 순간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는 비상 출입구를 통해 일단

지하 벙커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곳은 외부가 아니었고, 곧 구불구불하고 어두운 지하 공간을 한동안 걸어서야 인근 아케보노바시역 지하의 한쪽 구석 아주 비밀스러운 문으로 드디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전쟁통에도 열차가 다니는 것에 신기해 잠시 열차를 쳐다본 니시가와는 혼자 백기 하나를 들고 지상으로 나가 방위성을 향해 잠시 걸어가다가 곧장 북한 8군단 군사경찰단에

체포당했다.

“이 간나새끼! 너 뭐하는 놈인데, 혼자서 백기를 들고 지랄이야?”

“나는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로 총리의 지시로 항복 조건을 협상하러 온 특사다.”

“이 간나새끼가 뭐라고 씨부렁거리는 거야. 야, 일본어 할 줄 아는 김 하사 불러와!”

북한 인민군 8군단 군사경찰단에 그렇게 잡힌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는 자신을 포로로 잡은 것이 한국군이 아니라 북한군이라는 것에 절망부터 했지만, 절망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기에

곧 나타난 통역병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로 총리의 명령을 받아 항복 조건을 협상하러 왔으니 나를 조선군 총사령관이나 한국군 총사령관에게 안내하시오.”

“당신이 일본 부총리라고?”

“그러니 속히 안내하시오. 항복 조건을 협상하러 왔으니까.”

“대대장 동지, 이 간나새끼가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로 항복 조건을 협상하러 왔답네다.”

“뭐.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

“그렇답네다.”

“진짜네?”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는 그렇게 북한 인민군 8군단 군사경찰단에 잡혀 한동안 신분을 확인당하고, 다시 8군단장 박수일 앞으로 끌려가서 신분 확인에 또 확인을 거쳐서야 본인임을

확인받았다.

그리고 그제야 박수일에게 이런 말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

“나는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로 항복 조건을 협상하러 왔소.”

“내래 조선인민군 8군단장 박수일이오. 이렇게 만나서 반갑소. 부총리. 그러나 나는 급한 용무가 있어서 잠시 통화를 해야 하니 일단 우리 참모장에게 항복 조건을 제시하시오. 그럼

내 그 조건을 가지고 우리 총참모장과 상의해보겠소.”

“군단장이 조선군 총사령관이라면 그러겠소만······.”

“내래 총사령관은 아니지만, 총사령관에게 직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 일단 조건부터 말해보시오.”

“······.”

일본 부총리 니시가와가 대답 대신 머뭇거리면서 눈치를 보는 바람에 박수일은 참모장 진성준 소장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참모장, 이 자가 무슨 조건을 내세우는지 자세하게 한번 들어봐. 나는 총참모장동지께 이 상황부터 보고해야겠으니까 말이다.”

“예, 군단장 동지.”

“항복 조건을 들어보는 동안에는 좀 친절하게.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네.”

“물론입네다. 최대한 친절을 베풀어 놈이 무슨 말을 하는지부터 들어보갔습네다.”

“그래, 때려 죽이고 싶어도 일단은 꾹 참고, 놈들이 말하는 항복 조건부터 들어보라. 그래야 우리가 다음 행보를 잘 취할 수 있다. 알간.”

“그 정도는 저도 압네다. 군단장 동지.”

“그럼 믿고, 나는 총참모장 동지와 일단 통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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