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370화 (370/470)

일본의 항복(6)

일본 방위성 지하 벙커의 일본 총리 이시바와 외무상 에사키, 방위대신 마사요시, 경제산업상 이토 등은 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거의 불면의 상태로 밤을 보냈다.

그런데 총리 이시바 등 그들이 비몽사몽 몽롱한 정신으로 맞은 아침을 확 깨우는 소리가 그 순간 귀로 파고들었다.

“총리, 천황폐하와 상황폐하께서 항복을······.”

“뭐라고?”

“저걸 보십시오.”

위에서는 북한 인민군 8군단이 입구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설치는 일본 방위성 지하 벙커의 일본 총리 이시바와 외무상 에사키, 방위대신 마사요시, 경제산업상 이토 등의 일본 각료와

자위대 장병은 그때부터 NHK를 통해서 일왕과 상왕의 항복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항복 방송이 진행되면 될수록 각양각색의 반응이 그 벙커에서 터져 나왔다.

“천황폐하! 폐하! 폐하!”

이렇게 목 놓아 일왕을 부르는 자, 할복자살하려고 설치는 자, 통한에 사무쳐서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는 자, 연달아 한숨만 토해내는 자, 그 벙커 안의 반응은 그렇게 각양각색이었다.

일본 총리 이시바는 두 번 세 번 연달아 방송되는 일왕과 상왕이 항복문서 읽는 장면을 보면서 처음에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러나 방영 횟수가 늘어나자 이제는 안절부절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기도 했으나 어떤 말도 뭔가 뾰족한 방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방위대신 마사요시였다.

“총리, 천황폐하와 상황폐하께서 포로로 잡혀서 저렇게 항복문서를 읽었으니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

“총리, 천황폐하와 상황폐하께서 항복하시고, 우리에게도 항복하라니 총리께서 빨리 결정을 내려 주십시오.”

“······.”

“총리, 총리마저 흔들리시면 안 됩니다. 그러니 속히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

“얼른 정신을 수습하고 항복입니까? 아니면 지금처럼 끝까지 결사 항전입니까?”

정한론의 망상에 빠져 개전 초기 한일전쟁을 지휘했던 통합막료장 다모가미와 그를 따르는 일부 장성과 장교들은 체포되어 지금 지하 벙커 한곳에 구금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전쟁을 지휘한 것은 방위대신 마사요시였는데, 그런 그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묻자 총리 이시바는 대답도 못 하고 멍하니 연속으로 방송되는 항복 장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다 한국군의 작전이었다.

남북한군과 고구려군이 장악한 모든 방송과 신문사, 통신사 등은 다른 기사는 낼 수도 없었고, 오직 이 항복 장면만을 연속으로 방영해야만 했으니까.

그리고 그건 점점 일본 각 매체로 퍼져서 나가고 있었고, 아직은 남북한군과 고구려군에 점령당하지 않아 그래서 자율권이 있는 각 지역 방송과 신문 등도 이 항복 장면을 방송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한국군의 작전은 착착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

“······.”

“총리, 속히 결정하셔야 합니다. 아니면······.”

“······.”

“총리!”

“결사 항전을 하자고 한 것은 방위대신이오.”

“저도 결사 항전하고 싶습니다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천황폐하를 따라서 항복하자고?”

일본 총리 이시바가 어느 정도 정신을 수습한 다음 방위대신 마사요시에게 이렇게 묻자 외무상 에사키, 경제산업상 이토 등의 일본 각료와 자위대 장병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방위대신 마사요시는 비교적 담담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총리, 천황폐하가 항복을 선언한 이 마당에 더는 항전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늦으면 늦을수록 우리의 항복 조건은 더 가혹해질 것입니다.”

“옛 중국보다 더?”

“제가 감히 말씀드리건대, 그 정도는 약과일 것입니다. 우리 일본은 한국과 북한 그리고 고구려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니까요. 또한, 우리는 그들을 식민지배한 사실까지 있으니 항복

조건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할 것입니다. 그래서 결사 항전을 하려고 했는데······.”

방위대신 마사요시의 이 말을 들은 총리 이시바 등은 낯빛이 흙빛으로 물들어 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말 같다는 표정들을 지었으니 그들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바가 있었다.

“결사 항전하려고 했는데, 이제 할 수도 없고 할 방법도 없고 할 인원도 없고 할 명분도 없으니 항복하자. 그런데 한국이 내놓을 항복 조건이 너무나 가혹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더 버티면 항복 조건은 더 가혹해질까. 아니면?”

“우리가 버티면 버틸수록 항복 조건은 더 가혹해질 것입니다. 아니, 이제 버틸 시간도 없습니다. 저 쿵쾅거리는 소리는 위에서 우리를 찾고 있는 소리이니까 말입니다.”

“한국군일까? 아니면 북한군?”

“북한군보다야 그래도 한국군이기를 바라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하면 이제 저 한국군이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우리가 졌다고, 우리를 마음대로 하라고, 아니 처분에 맡기겠다고 항복해야 하나. 아니, 그전에 외무상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천황폐하께서 이미 항복한 마당에 저희가 더 버티는 것은 불충이라고 생각하니 항복하시죠. 총리.”

“관방장관은?”

“저도 외무상과 같은 의견입니다. 천황폐하께서 이미 항복문서를 낭독하셨는데, 우리가 더 버티는 것은 불충입니다.”

“이토 경제산업상도 항복에 찬성할 것이고, 부총리는?”

“우리가 모두 할복자살하지 않는 이상 천황폐하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리!”

모두가 일왕을 내세워서 항복하자고 하자 일본 총리 이시바는 은근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과연 그 왕이 아니 왕실이 무사할지 장담할 수도 없는 마당이었으니 말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는 항복이 아니라 종전을 한 것이었고, 왕도 전범 기소를 면했고, 왕위 박탈도 면했으나 정치적 실권은 빼앗기고, 신에서 인간으로 강등되는 인간 선언은 발표해야만

했다.

그러나 다른 어떤 조처 즉 인신구속을 당하거나 왕실이 폐지되지는 않았으나 이제 그런 요행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으니 상대가 남북한과 고구려였기 때문이다.

“내각이 거의 항복하자고 하는데, 육상막료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저는 패전의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래서 항복하자는 말이오? 말자는 것이오?”

“그건 자위대를 총지휘하는 총리께서 결정한 사안이지 제가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해상과 항공막료장은?”

“저도 패전의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래서 모든 결정은 내가 하라.”

“총리이지 않습니까.”

“해상막료장 말고, 항공막료장은 같은 의견이오?”

육상막료장에 이어서 해상막료장, 항공막료장까지 거의 비슷한 대답을 하는 바람에 총리 이시바는 더 곤혹스러웠다.

아니, 총리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감을 새삼 느끼게 했다.

그러나 결정은 내려야 했다.

이미 항복 선언을 한 왕과 상왕의 발표를 거슬러서 결사 항전을 고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자위대 병력이라도 남아있다면, 왕과 상왕이 포로로 잡혀 강압적으로 한 항복 선언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결사 항전을 끝까지 고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남은 자위대 병력은 전혀 없었고, 지금은 자발적으로 아니, 왕을 위해서 일어난 민병들만 남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왕이 자발적이든 아니든 항복 선언을 읽었다.

그럼 왕을 위해서 일어난 민병은 모두 그 말을 따를 것이고, 그 민병 중 몇 명은 벌써 할복 자결을 택했을 것이다.

그것이 우경화된 일본의 현실이었으니까.

“자, 그럼 모두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묻겠소. 항복이오? 아니면 결사 항전이오?”

“천황폐하께서 항복하셨습니다. 그럼 우리도 항복해야 합니다. 총리!”

“다른 사람은? 아니, 결사 항전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소?”

일본 총리 이시바가 방위성 벙커 안에 있는 모두에게 마지막이라면서 이렇게 물었으나 결사 항전하자고 나서는 이는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묻는다고 총리 이시바가 또 묻자 그때 누군가 나서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결단코 항복에 반대합니다. 총리! 그러니 남은 자위대 병력이 없다면 우리라도 결사 항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통합막료감부 최선임 부사관 사와다 준육위입니다. 총리.”

“내각의 대신들과 자위대 장군들은 다 항복하자는데, 부사관만 반대하는군. 어떻든 모두 잘 들으시오. 내 장담하건대 우리는 항복하는 즉시 자치권과 자위권도 잃고, 한국과 북한과

고구려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 거요. 그래도 항복하겠소. 경제산업상 말해보시오. 그래도 항복하겠소?”

“총리, 그래도 우리 일본의 산업시설이 지금처럼만 남아있으면 우리는 10년 안에 한국을 능가하는 군사력을 다시 갖출 수 있습니다. 단, 선결 과제로 항복 조건을 옛 중국 현

초나라만큼은 얻어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얼마든지 재기할 수도 있고, 경제력으로는 한국을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으니 얼마든지 그들보다 잘살 수 있습니다. 하나 말했듯 항복 조건을

초나라만큼은 얻어내어 자치권을 우리가 가져야 합니다. 정 안되면, 예전 미군처럼 몇 년의 군정은 허용하더라도 말입니다.”

“한국은 미국이 아니라서 몇 년의 군정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오. 그러니 경제산업상의 그 대답은 그럴 가능성을 일축한 일방적인 희망 사항일 뿐이오.”

“그럼 지금처럼 결사 항전을 계속해서 우리 일본의 모든 산업시설이 초토화되고 나서 항복이 아닌 일방적인 패전의 굴레를 뒤집어쓰자는 말씀입니까? 그리고 이미 천황폐하께서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그걸 명심하십시오.”

경제산업상 이토는 지지 않고 이렇게 자기 의견을 피력했고, 그럴수록 일본 총리 이시바의 인상은 더 구겨졌다.

자신의 말처럼 한국은 미국이 아니라서 몇 년의 군정이 아닌 일본을 식민지로 만들려고 할 것이 뻔했다.

그리고 그 증거는 이토가 말한 일본 산업시설의 거의 온전한 보전이었고, 그건 이미 자신이 예측해서 이곳에서 방위대신 마사요시에게 한번 말한 적이 있었으나 이토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고, 이미 왕이 항복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자위대 막료장과 장성들은 다 항복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통합막료감부 최선임 부사관 사와다 준육위와 해상자위대 선임오장 세키 등은 결사 항전을 주장하는 이상한 흐름도

이어지고 있었다.

하여튼 그런 이상한 상황에서 총리 이시바는 경제산업상 이토에게서 부총리 니시가와에게로 질문을 옮겨갔다.

“부총리, 우리가 항복하는 즉시 자치권과 자위권도 잃고, 한국과 북한과 고구려의 식민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소. 그래도 항복하겠소. 경제산업상은 그래도 항복하겠다는데.”

“이미 말씀드렸듯 우리 모두 할복자살하지 않는 이상 천황폐하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리!”

“외무상도 생각에 변함이 없소? 항복하면 한국과 북한과 고구려의 식민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소. 그래도 항복하겠소?”

“저도 말씀드렸듯이 천황폐하께서 이미 항복한 마당에 저희가 더 버티는 것은 불충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방장관도 마찬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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