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항복(4)
일본 동경대학 교수 스기우치와 마쓰나카는 죽마고우로 일본회의 소속이었고, 한일전쟁이 개전하자마자 교수라는 신분으로 민병에 지원했다.
그리고 지금 동경대학교 의학부 교육연구동 앞 경시청 모토후지 경찰서 인근에서 직선거리로 약 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일본 왕궁을 바라보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이 천황폐하에 대한 내 마지막 충성일세.”
“개죽음이 충성이라면 정말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야.”
“그렇게 비꼬지 말고, 자네는 가. 가서 자네에게 맞는 그런 일을 해. 총과 전쟁은 자네와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말이야.”
“자네도 총과 전쟁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야. 그러니 같이 가세. 가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저들과 싸우자니까. 어서!”
“아니 나는 저들의 식민지가 된 조국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저들의 포로가 된 천황폐하와 상황폐하를 생각하면 살고 싶은 마음이 없네.”
“그래도 그건 개죽음이야. 그리고 자네는 개죽음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사람이야.”
“스기우치 자네도 짐작하겠지만, 앞으로 저들은 우리가 저들에게 과거에 저지른 짓보다 더 철저하게 우리를 짓밟을 것이야. 그리고 나는 그것을 감내할 자신이 없으니 자네만 남아서
싸워. 그러나 정말 잘 싸워야 해. 계획을 잘 짜서 말이야.”
“그러니 같이 가자니까. 그래서 계획을 잘 짜서 저들과 싸우자니까. 저들의 선조들이 독립투쟁을 했듯 우리도 그렇게 말이야.”
“아니, 자네만 가게. 그리고 나는 먼저 가서 기다리겠으니 잘 싸우다가 천천히 와. 알았나.”
“같이 가자니까.”
“덴노 헤이카 반자이!”
마쓰나카 동경대 교수는 이 외침을 끝으로 죽마고우 스기우치를 남겨놓고, 점점 앞으로 다가오는 대한민국 해병대 사령부 예하 전차대대의 흑표전차를 향해 돌격했다.
그 순간 스기우치가 놀라서 그를 잡으려고 했으나 그의 손길보다 마쓰나카의 걸음이 더 빨랐고, 그의 품에는 급조폭발물이 들려있었다.
“또 옵니다.”
“반자이 돌격?”
“예, 이번에도 반자이 돌격 같지 말입니다.”
“그럼 빨리 쏴버려!”
“예, 소대장님.”
해병대 사령부 예하 전차대대 1중대 2소대장 하영철의 독촉에 사수 박진웅 병장이 공축기관총의 방아쇠를 바로 당겼다.
그 바람에 마쓰나카는 스기우치의 말처럼 흑표전차를 파괴하지도 못하고 개죽음을 당하고 말았으며, 오히려 그를 더 위험에 처하게 하고야 말았다.
“나이스 샷! 또 한 명의 골수 우익분자 사살!”
“벌써 우리 전차로만 반자이 돌격해온 놈이 8명입니다. 8명.”
“박 병장, 지금 일본에 미친놈 참 많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야?”
“예, 참 미친놈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말엔 나도 동감이다. 그건 그렇고 저놈이 숨었던 곳에 또 다른 놈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대탄 한 방 먹여.”
“저놈이 숨었던 곳에도 대탄 한 방 먹이고, 저 모토후지 경찰서에도 한 방 먹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또 폭탄 안고 반자이 돌격해오는 놈이 있으면 곤란하지 말입니다.”
“좋아. 둘 다 먹여.”
그 즉시 하영철의 전차에서 대전차고폭탄이 발사되어 스기우치가 몸을 숨긴 곳을 강타했고, 또 한 발의 대전차고폭탄은 이미 공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된 모토후지 경찰서를 강타했다.
하영철의 흑표전차는 그런 다음 곧장 동경대학교로 진입해 들어갔고, 해병대 사령부 예하 전차대대 전체가 그때부터 동경대학교를 짓밟기 시작했다.
이어서는 1여단이 따라서 동경대학교로 들어와 동경의 나머지 지역 장악을 위해 잠시 숨을 골랐다.
“탕!”
그때 오키 제도에서도 한 발의 총성이 울렸고, 역시 일본 극우 인사 와다가 일본도를 안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를 단발에 사살한 한국 해군 특수전전단 제1특전대대 박진수 중사는 와다가 숨어있다가 일본도를 들고 뛰어나온 자동차운전학원을 수색했으나 더는 위협을 가하는 이가 없었다.
“칼 들고 설치는 놈은 또 없습니다.”
“좋아. 그리고 남은 자들을 속히 항구로 보내야 해. 곧 이들을 시마네현으로 수송할 민간 여객선이 들어온다니까.”
“그런데 팀장님, 이곳의 일본인들만 다 쫓아내면 진짜 이 땅이 영원히 우리나라 영토가 되는 것입니까?”
“그렇게 만드는 것이 우리 임무 아닌가.”
“우리가 이곳을 점령한다고 해도 이후 일본이 반환하라고 하면 그때는 어쩝니까?”
“과연 일본에 그럴 기회가 있을까?”
“그 말씀은······.”
“우리가 앞으로 일본을 100년간 식민 지배한다는 소식도 못 들었어. 그럼 적어도 100년은 우리가 이곳을 실효 지배하는데, 그 이후 일본이 이 땅을 반환하라고 하면, 그때 가서
그 소리가 씨알이나 먹히는 소릴까. 또 이곳뿐이야. 대마도도 있고, 이키 섬도 있소, 규슈도 있고, 야마구치도 있고, 오키나와도 있는데, 그걸 다 반환해. 어림도 없는 소리지. 안
그래?”
“그건 그렇겠습니다.”
“그래, 그러니 빨리 일본인들이나 쫓아내자고. 그래야 이 땅이 장차 우리나라 땅이 되고, 우리는 이 땅을 정복한 위대한 정복자로 역사에 영원히 이름이 남을 것이니까.”
“그건 진짜 마음에 듭니다. 해남도 정복에 이어서 이 오키 제도 정복자로 우리 이름이 역사에 영원히 남는 것 말입니다.”
“맞아. 역사만이 아니라 전사(戰史)에도 우리 이름이 당당히 남아 후세에 전해질 거야. 하하!”
“하하하! 맞습니다.”
박진수 중사가 팀장 장병수에게 이 말을 하는 순간 오키 섬 사이고 항구로 대한민국 정부가 민간에서 동원한 여객선들이 해군의 호위 속에 속속 입항했다.
그리고 곧 그 여객선에 오키 섬의 일본인들이 강제로 태워졌는데, 역시나 배에 타기 이전에 가진 모든 짐을 검색당했다.
그 과정에서 무기가 될만한 것은 모조리 압수당했고, 문화재와 독도에 관련된 엉터리 자료 등도 모두 압수당했다.
한국 해군 특수전전단이 오키 섬을 그렇게 장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 해군 해상저격여단과 호위사령부 예하 경보병여단과 정찰여단은 나카노시마 섬과 마츠시라 섬, 니시노시마 섬,
지부리 섬을 장악해 역시 그곳의 일본인들을 시마네현으로 이송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왔던 길 또 돌아가려니 참 기가 차지 않네.”
“이 길이 무슨 우리가 온 길이라고 그러십네까. 그리고 군단장님 특명도 벌써 잊었습네까.”
“안 잊었다. 안 잊었어.”
“그럼 잠이나 좀 주무시라요. 한국군이 동경으로 진격해온 길이라서 그런지 자위대 패잔병도 보이지 않고, 민병들도 없으니까 말입네다.”
“지금 남조선군 편드는 거네?”
“편은 누가 편들었다고 그러십네까. 그리고 자위대 패잔병도 민병도 없어 이렇게 편하게 가는 것이 그럼 한국군 덕분이지 소대장님 덕분입네까.”
“이게 편드는 것이지 뭐가 편드는 것이네.”
“마음대로 생각하시라요.”
“진짜 편드네.”
“아. 진짜 마음대로 생각하시라요.”
한중전쟁에도 참전해 아옹다옹하면서도 진짜 잘 싸운 북한 인민군 8군단 예하 42기동보병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 1소대 김정기 중사와 모정호 중위는 이때 군단장 박수일의 특명으로
동경에서 도요타 본사가 있는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로 가고 있었다.
이들만이 아니라 42기동보병사단 모든 부대가 도요타 자동차가 가진 모든 기술과 기술자들을 획득하고, 잡으러 달려가고 있었으니 이것은 다 민은정 중장에게서 비롯된 일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일본의 자동차 기술을 가지기로 했으니 본질에서는 그 남북한과 고구려의 합의가 이 일을 불러온 것이었다.
“민병입네다. 두두두두!”
김정기 중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들이 탄 차륜형 준마장갑차 차장이 이 외침과 함께 14.5mm 기관총을 무차별 난사했다.
거기에 이 소대 다른 3대의 차륜형 준마장갑차도 그 사격에 가세해 도로에 매복했다가 이들 장갑차를 노리고 84mm 무반동포를 쏘려던 민병 2명을 그야말로 찢어버렸다.
그러고 나자 모정호 중위가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김정기 중사, 남조선군이 자위대 패잔병과 민병들 참 정리 잘했다. 그래서 민병 놈들이 아직도 저렇게 살아서 우리에게 무반동포를 쏘려고 하네.”
“소대장님의 그런 억지스러운 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이 전쟁 끝나자마자 고구려군으로 가야 할 것 같습네다.”
“뭐라고?”
“이 전쟁 끝나자마자 소대장님 꼴 보기 싫어서 고구려군으로 가겠다고 말입네다. 못 알아 들었습네까?”
“진심으로 하는 소리네.”
“그럼 진심이지 거짓이겠습네까. 그러니 혼자서 잘 해보시라요.”
“정 고구려군으로 가겠다면, 나도 따라가겠으니까 그리 알아.”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십네까.”
“뭐가 말이 안 돼.”
“그럼 그게 말입네까.”
“그럼 말이지 방귀야.”
“막걸리입네다.”
“뭐?”
북한 인민군 8군단 예하 42기동보병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 1소대 김정기 중사와 모정호 중위가 다시 아옹다옹할 때 그 8군단장 박수일의 부관 이명수가 황급히 그를 찾았다.
박수일은 그때 여전히 귀가 간지러운지 귀를 긁고 있다가 이명수가 부리나케 달려와 하는 말에 긁고 있던 귀를 활짝 열어야 했다.
“군단장 동지, 일왕과 상왕이 항복하고 있습니다.”
“진짜?”
“이걸 보십시오.”
“어디!”
부관 이명수가 건넨 휴대전화를 받은 박수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화면을 응시하자 과연 일왕 나루히토와 상왕 아키히토가 나란히 앉아서 항복문서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늘(2022년 9월 5일 월요일 22시) 나와 천황은 공동으로 남북한과 고구려에 정식으로······. 항······. 항······. 항복하노니 자위대원들과 민병들은 지금부터
모두 무기를 내려놓고, 남북한과 고구려군에 항복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특전사령관 강대호가 장담한 1시간이 아니라 장장 몇 시간이나 더 흘러 그가 건네준 항복문서를 그대로 읽기만 하는데도 일본 상왕 아키히토의 목소리는 중간마다 끊기고 떨리고
울분이 가득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미 대세는 기울었고, 그 대세를 만회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이상에야 이 길이 그나마 일본 국민을 덜 희생시키는 길이자 자신의 가족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았다.
“총리대신 이하 방위대신 그리고 통합막료장 등 모든 대신도 나의 이 항복 방송을 들으면 부질없고, 불필요하고, 국민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무모한 저항을 포기하고 속히 항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오늘날 일본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이유는 다 우리가 우리의 과거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고 뉘우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모두가 우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음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지 못하고 오늘날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말았으니 이는······.다시 한번 더 총리대신 이하 방위대신, 통합막료장, 자위대원과
민병에게 고하니 즉각 남북한과 고구려군에 항복하라. 그리고‘이로써 마침내 우리 민족은 멸망에 치닫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인류의 문명마저 무너질 위험에 놓였다. 짐이 어떻게
해서든 수많은 제국의 백성을 보호하고 황실의 신령께 사죄하며, 제국 정부로 하여금 공동 성명에 응하게 한 연유가 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