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362화 (362/470)

일왕을 잡아라(10)

대한민국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뿌린 전단의 내용은 이렇게 간단했으나 그것을 주워본 오키 섬의 일본인들의 얼굴에는 사색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일전쟁이 벌어졌어도 이 오키 섬은 그 전쟁의 포화에서 빗겨나 있었는데, 이제 그런 시절은 끝났기 때문이다.

아니, 이제부터는 정든 고향과 집과 직장과 이웃과 섬을 떠나야 했고, 그럼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오키 섬 주민이 그러거나 말거나 해군 특수전전단장 정기석은 연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장비 빨리빨리 내리고, 모조리 쫓아내야 하니 쪽발이들은 이 항구로 몰아. 야, 3대대장, 그렇게 멀뚱거리지만 말고, 요 밑에 오키 공항을 장악하고 그쪽에 있는 쪽발이들도 모조리

이 항구로 몰아와. 알았어.”

“예, 전단장님.”

“야, 5대대장, 너는 여기 동쪽으로 난 47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역시 모든 쪽발이를 이 항구로 몰아온다. 알았나.”

“잘 알겠습니다. 전단장님.”

“그리고 나머지 부대는 1대대를 도와서 이 근처의 모든 쪽발이를 빨리빨리 항구로 모아. 곧 여객선이 들어올 시간이고, 북한 애들도 올 시간이 됐으니 서둘러.”

대한민국 해군 특수전전단 각 대대는 그렇게 바삐 움직이는 찰나 오키 섬에서 약 13km 정도 떨어진 나카노시마 섬을 필두로 해서 니시노마 섬, 지부리 섬, 마츠시마 섬으로는 북한

해군의 특수부대인 해상저격여단이 상륙했다.

그리고 그 옆의 니시노시마 섬으로는 내 직할 부대인 호위사령부 예하 경보병여단이 상륙했고, 그 밑 지부리 섬으로는 역시 호위사령부 예하 정찰여단이 한국 해군의 도움으로 상륙했다.

내 직할 부대인 호위사령부 예하에는 이때 항공육전여단과 저격여단 그리고 이 경보병여단과 정찰여단이 있었는데, 그중 이 2개의 여단을 한일전쟁에 투입한 것이니 이들에게 실전 경험과

함께 일본 여행을 보낸 것이라고 보면 됐다.

왜냐하면, 이곳 섬들에는 자위대 병력이 존재하지 않았고, 고작해야 경찰뿐이었으니까.

그리고 혹 주민이 민병으로 돌변해도 이들은 실전경험을 쌓는 것이니 그것은 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날래 날래, 소형전술차량부터 내리라우! 날래!”

호위사령부 예하 경보병여단장 서응국의 재촉에 한국 해군의 독도급 강습상륙함 마라도함(LPH)과 천왕봉급 상륙함 천왕봉함(LST)과 천자봉함, 일출봉함에서 K-151 소형전술차량이

각 섬의 여객선 부두에 줄줄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각각 섬의 악몽도 시작됐으나 이 오키 제도 아니 이제는 은기 제도 전체가 대한민국의 영토로 편입되는 순간이었다.

어떻든 남북한의 특수전 부대들이 오키 제도를 점령하는 시점 국군 1군단 5기계화보병사단 기갑수색대대 1중대 1소대 진필호 중사의 K-2 흑표전차는 일본 육상자위대 육상총대

제1공정단의 후지타 육장보와 후지카와 이등육좌, 와타나베 삼등육좌, 코바야시 일등육위 등을 날려버리고 기어이 후키아게 어소 바로 코앞까지 진격했다.

“이제 몇 놈 없다. 모조리 갈겨버려!”

“예, 그런데 총알이 별로 없습니다.”

“그럼 주포를 쏴!”

“코앞인데, 무슨 주포를 쏩니까.”

“그러면 그냥 깔아뭉개버려!”

진필호 중사는 잇달아 12.7mm 중기관총을 발사하면서 명태성 하사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그러나 그들의 뒤를 따라서 진격해온 1소대장 전차와 다른 소대 전차 2대가 더 있었고, 1중대 전차들도 있었기에 전차 궤도로 자위대 패잔병과 민병을 깔아뭉개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덴노 헤이카 반자이!”

일본 극우 인사 코바야시는 한일전쟁이 개전하자마자 민병으로 지원해 이곳 일본 왕궁 그것도 일왕이 있는 후키아게 어소에 있다가 한국군이 들이닥치자 기를 쓰고, 자신에게는 살아있는

신(神)인 일왕을 위해서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진필호 중사의 전차를 비롯해 한국군의 전차가 어소 코앞까지 다가와 기관총을 연사하자 기어이 최후의 선택을 했으니 그것이 바로 육탄 돌격, 즉 반자이 돌격이었다.

“또다시 우리를 향해 반자이 돌격해오는 놈이 있는 것을 보니 쪽발이들은 역시 쪽발이들이다. 이 상황에서 고작 한다는 짓이 반자이 돌격이니 말이다.”

“저놈들의 머릿속에는 그런 것만 들어 있는가 보죠.”

“나도 그것이 궁금하다. 솔직히 머리를 열어서 확인해보고 싶은데. 그나저나 저놈 쏴야겠지.”

“예, 그러니 빨리 쏘십시오.”

“하나둘 셋! 탕탕탕!”

목숨을 초개와 같이 내던지면서 자신에게는 살아있는 신(神)인 일왕에게 충성을 다하려는 코바야시를 향해 이렇게 말한 진필호 중사는 숫자 셋을 헤아린 다음 12.7mm 중기관총을

발사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극우 민병이 사살됐고, 그때는 1중대 거의 모든 전차가 후키아게 어소를 포위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으로까지 상황을 진전시켰다.

그러자 이 기갑수색대대의 대대장 김민호가 여타 중대에도 후키아게 어소를 포위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그렇게 기갑수색대대가 후키아게 어소를 포위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어소 밖에서 발악적으로 저항하던 자위대 패잔병과 민병은 모두 소탕됐다.

“됐다. 이제 일본 왕과 왕비를 잡아!”

국군 1군단 5기계화보병사단 기갑수색대대가 후키아게 어소를 완전히 포위하자 특전사 707 특임단장 이정민이 이렇게 소리쳤다.

그러자 기갑수색대대와 함께 싸우던 707 특임단원들이 후키아게 어소 여기저기로 쇄도해 들어갔다.

하고 그때마다 총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니 그 어소 안에도 제법 많은 자위대 패잔병과 민병 등이 숨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제기랄 우리가 자위대 놈들과 민병 놈들 다 처리했는데. 그것이 특전사 애들만 좋은 일 시킨 것 같다. 안 그래?”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야, 명 하사. 우리가 하차해서 일왕이나 잡을까?”

“참으십시오. 우린 땅개가 아니라 기갑입니다. 기갑!”

“그래도 욕 나온다.”

“그건 그렇고 아까 예감이 든다고 한 그 참호나 확인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혹시라도 높은 놈 있다가 우리가 쏜 주포에 맞아 죽었으면 그건 우리 전공 아닙니까.”

“맞다. 혹 자위대 장군이라도 죽어있으면, 그놈 사진도 우리가 붙이고 다니자. 킬 마크로.”

“그럼 나가볼까요?”

“잠시만 더 있다가 특전사 애들이 일왕 잡은 이후에 가보자. 소대장님에게는 내가 적당히 말해 놓을 테니까.”

국군 1군단 5기계화보병사단 기갑수색대대 1중대 1소대 진필호 중사와 명태성 하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때 특전사 707특임단 박승준 중사 SCAR-L 소총이 불을 뿜었다.

“탕탕탕!”

바로 후키아게 어소로 들어가다가 밖에서 저항하던 일본 자위대 패잔병과 민병들과는 다른 경호원으로 보이는 자가 뛰어나와 총격을 가하려는 찰나 바로 제압사격을 가한 것이다.

그의 사격에 그의 팀원들도 사격에 가세해 일왕의 경호원들과 특임단원들의 총격전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그 총격전 결과 경호원 등 12명이 사살됐고, 특임단원 중 다치거나 죽은 이는 나오지 않았다.

하나 다시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10여 명이 더 총격을 가해왔고, 그렇게 총격전이 다시 한번 더 펼쳐졌으며, 다른 장소에서도 총격전은 끝없이 벌어졌다.

그렇게 후키아게 어소 여기저기서 특전사 707 특임단과 일왕 경호원과 일부 자위대 패잔병들과의 마지막 총격전이 약 20분간 더 벌어진 다음에야 총소리는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때 특임단장 이정민 대령이 어소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단장님, 여깁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이정민 대령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니 전통 일본의 가옥 구조처럼 생긴 어느 방의 방문이 활짝 열려있고, 그곳엔 특임단원들이 각종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방안에 벌벌 떨고 앉아있는 현 일본 공주 아이코와 일왕 나루히토와 마사코 왕비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키려고 하는지 아니면 마지막 충성이라도 보이려고 하는지 경호원 3명이 권총을 들고 특임단원들을 겨누고 있었다.

거기에 웬 놈 하나는 일왕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결의에 찬 눈으로 특임단원들과 이정민 대령을 노려봤는데, 그 앞에는 일본도가 놓여 있었다.

“덴노 헤이카 반자이!”

“덴노 헤이카 반자이!”

“덴노 헤이가 반자이!”

일본도를 앞에 놓고 일왕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자가 그 와중에도‘덴노 헤이카 반자이’라고 소리치자 경호원들도 따라서 그렇게 소리치는 것을 들은 이정민 대령은 기가 막혔다.

그래서 싸늘하게 이렇게 말했다.

“총 버려. 아니면 죽는다. 총 버려! 그리고 네놈은 칼 버려. 아니면 너도 죽는다.”

“덴노 헤이카 반자이!”

“총칼 버려. 이 새끼들아!”

“덴노 헤이카 반자이!”

뭔가 상상을 초월한 행동은 더 없었다.

극우 일본인들이 할만한 행동, 즉 예측 가능한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이라는 것이 고작‘일왕 만세’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거기에 더해서 반자이 돌격, 더 보여줄 것이 있다면 그건 할복자살일 것이다.

어떻든 이번에도‘일왕 만세’를 외치는 자들은 총칼을 버리지도 않았고, 계속 그 소리를 외쳤다.

그리고 그들 경호원 3명과 또 한 명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를 잠시 더 쳐다본 이정민 대령이 결국에는 이렇게 소리쳤다.

“이놈들이 한 번만 더 일왕 만세를 외치면 모조리 사살해!”

***

대한민국 특전사 707 특임단이 일본 왕의 경호원 등과 대치하는 그 순간 국군 1군단 5기계화보병사단 기갑수색대대 1중대 1소대 진필호 중사는 소대장은 물론 중대장에게까지 이야기를

마치고는 명태성 하사에게 자신들이 박살을 낸 참호를 확인하라고 했다.

그리고 기어이 자신이 주포로 박살을 낸 참호로 다가간 명태성 하사는 널브러진 시체를 보고는 입맛이 싹 가시는 경험을 또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전쟁 경험이 충분했고 더 참혹한 시체들도 많이 봤기에 그렇게 호들갑은 떨지 않고 시체를 일일이 확인했다.

그리고는 기어이 자신이 쏜 주포에 맞아 찢겨나간 일본 육상자위대 육상총대 제1공정단장 후지타 육장보를 확인하고는 진필호 중사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자위대 육장보입니다. 육장보!”

“육장보면 우리 계급으로 하면 준장이나 소장이잖아.”

“예, 그렇습니다. 군복이 적힌 이름은 후지타고, 제1공정단 마크까지 단 것으로 봐서는 제1공정단장 같습니다.”

“신분증 찾아봐. 아니다. 내가 가마.”

진필호 중사가 전차에서 내려 후지타 육장보의 시체를 확인하는 찰나 일왕의 경호원 등과 대치하던 707 특임단은 이제 팀 단위가 아니라 거의 대대 병력으로 증강되어 겹겹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저격수 남성환과 조동래 중사와 민제영 상사는 경호원 3명의 미간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 단원들의 총구도 그 경호원 3명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 긴박한 상황과는 달리 707특임단장 이정민 대령이 다시 한번 더 이렇게 소리쳤다.

“셋을 세겠다. 그 안에 총칼을 버리지 않으면 사살한다.”

“덴노 헤이카······.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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