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을 잡아라(9)
특전사 1여단 1대대장 성민규가 이렇게 소리치지 않아도 그 대대원들도 열심히 흑표전차와 K-808 장갑차를 따라서 전진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보병이나 마찬가지인 특전대원들과 기동보병사단은 화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는 없었다.
그 바람에 특전대원들도 모두 전차나 장갑차 뒤에 붙어서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일본 자위대 패잔병과 민병들을 공격할 수밖에는 없었다.
“타타탕!”
일본 육상자위대 육상총대 수륙기동단 와타나베 이등육위도 가나가와현 이세하라시에서 패퇴해 이곳 일본 왕궁 후키아게 대궁어소로 왔다.
그리고는 말 그대로 목숨을 내놓고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흑표전차가 자신들을 깔아뭉개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돌진해오자 가진 모든 무장 즉 소총과 기관총, 유탄발사기, 수류탄 등으로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제대로 된 대전차 화기만 있었어도 한번 싸워볼 만했는데, 이들에게는 그런 것이 거의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84mm 무반동포가 다였지만, 그 사수가 화기를 발사하려고 몸을 일으키기만 하면 어디에선가 날아온 저격소총에 꼬꾸라지기 일쑤였으니 그건 한국군 저격수일
가능성이 100%였다.
그래서 20식 소총을 이렇게 난사하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흑표전차를 향해 달려들었으니 그의 두 손에는 어느 사이 수류탄 두 개가 쥐어져 있었다.
“햐. 드디어 나왔다. 우리를 향해서 맨몸으로 반자이 돌격해오는 놈이 말이다.”
“그런 한가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쏘십시오.”
“너나 빨리 쏴. 그리고 장 병장, 더 밀어붙여. 모조리 깔아뭉개버리게.”
“예, 중대장님. 그런데 놈들이 01식 경대전차유도탄이라도 쏘는 날에는 우리도 위험합니다.”
“유도탄 없다. 그리고 있으면 벌써 쐈다. 그러니 없다. 고작 84mm 무반동포 가진 놈들은 있지만, 그것 맞아 봐야 우린 끄덕였으니 그냥 밀어서 궤도로 깔아뭉개버리자. 돌격!”
“저놈이 돌격한다고 우리도 돌격합니까?”
“그래, 저놈들보다 우리가 더 깡다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돌격! 대한민국 만세! 3기동보병사단 만만세!”
국군 1군단 3기동보병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장 장문호가 이렇게 소리치는 순간 그의 전차는 정말로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는 수류탄 두 개를 쥐고 자신의 전차로 육탄 돌격해오는 와타나베 이등육위를 깔아뭉개기라도 할 듯 돌격했다.
그러나 그가 전차 약 10m 앞까지 달려왔을 때 장문호가 12.7mm 기관총을 발사했다.
“두두두!”
12.7mm 중기관총 탄환이 와타나베 이등육위의 의지를 무력화하면서 그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그러니 당연히 손에 쥔 수류탄도 땅으로 떨어졌고, 그런 수류탄 폭발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는 듯 흑표전차는 굳건하기만 했다.
“깔아뭉갠다면서요?”
“그래도 인생이 불쌍해서 먼저 보내줬다. 그리고 나 쥐포 싫어한다. 그것도 인간 쥐포는 더욱 싫다.”
“쥐포가 아니라 육포겠죠.”
“어떻든. 그런데 또 덤비는 놈은 없지?”
“일단은 없습니다.”
“자위대 놈들과 민병들의 방어진지는?”
“그건 많죠.”
“그럼 다 뭉개버리자. 진짜로.”
장문호와 그의 중대 다른 전차들은 그렇게 그야말로 무인지경을 달리듯 후키아게 대궁어소의 방어진지를 무력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흑표전차의 뒤를 따라온 K-808 장갑차들이 그래도 살아남은 일본의 해병대 수륙기동단원과 민병들을 사살하는 찰나 특전사 1여단 1대대장 성민규가 부하들을 이끌고 재빨리
후키아게 대궁어소로 뛰어 들어갔다.
“타타탕!”
이제는 일본 상왕이 된 아키히토와 미치코 상왕비가 있는 후키아게 대궁어소 안도 밖과 마찬가지로 그를 보호하려는 경호원 십여 명과 자위대 패잔병과 민병 십여 명이 더 있었다.
그러나 특전사 1여단 1대대원들의 소총과 기관총이 그들이 가진 권총과 소총보다 먼저 불을 뿜었고, 그렇게 약 5분간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 결과 경호원과 자위대원, 민병은 모두 사살됐고, 특전사 1여단 1대대원 한 명이 어깨 관통상을 입는 것으로 총격전은 끝났다.
“찾아라!”
특전사 1여단 1대대장 성민규가 이렇게 소리치자 그의 대대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아키히토 일본 상왕을 찾았고, 그도 후키아게 대궁어소의 가장 안쪽 문을 열어젖혔다.
그 찰나 누군가 일본도를 들고 뛰어나오면서 일본어로 이렇게 소리치면서 성민규를 반쪽으로 쪼개려고 했다.
“덴노 헤이카 반자이!”
그러나 그의 칼보다는 성민규의 권총이 더 빨랐고, 그렇게 가슴에 총탄 세 발을 얻어맞은 그는 그대로 꼬꾸라졌으니 그가 바로 일본 육상자위대 육상총대 수륙기동단장 우에하라
육장보였다.
후지카와 이등육좌 등 부하들에게 방어진지를 맡기고 자신은 아키히토를 보호하려고 곁에 있다가 성민규에게 일본도를 빼 들고 달려들었지만, 권총 세 발을 얻어맞고 오히려 나자빠지고
말았으니 딱 골수 우익인사의 최후다웠다.
“서 중사님, 저 일본 왕궁에서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총소리는 물론 전차 주포 발사음 등이 끝없이 들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특전사와 군단 애들 등은 일왕을 잡으려고 하고, 자위대 패잔병들과 민병들은 그것을 막으려고 하니 당연히 치열할 수밖에 더 있겠어.”
“일왕만 잡으면 이 전쟁이 우리의 승리로 끝날까요?”
“일왕에게 자위대 지휘권이 없으니 그건 어렵겠지만, 대다수 민병은 총리 이시바 때문이 아니라 일왕 때문에 총 들고나온 놈들이 많으니까 그놈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지 않을까.”
“그럼 일왕을 포로로 잡자마자 선전전을 대대적으로 펼쳐 온 일본인은 물론 민병들이 그 소식을 듣도록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러면 서 중사님이 말한 것처럼 일왕을 지키려고 민병이 된
놈들은 총을 버릴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이미 그런 계획은 다 서 있을 것이니 박 하사는 그런 것 신경을 쓰지 말고, 표적이나 찾아.”
“표적을 찾으려고 해도 없으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죠.”
“하긴 특전사 애들에 우리 군단 애들에 저 무인기와 공격헬기들까지 설치고 있으니 이 주위에 남아난 민병도 자위대원도 없겠지. 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
“이 근처는 어디나 똑같을 것이니 그냥 있죠. 닌자 정찰헬기까지 잡았으니 이 전쟁이 끝나면, 서 중사님과 제가 특진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으니까 말입니다.”
“말이 또 그렇게 되는 거야.”
“그럼요. 그리고 우리 이 전쟁에서 정말 열심히 싸웠고, 고로 전공도 쌓았으니 특진하는 것에 전혀 문제도 부끄러움도 없는 것이죠. 얼렁뚱땅 싸워서 특진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국군 1군단 저격대대 서한국 중사와 박인철 하사는 여전히 일본 왕궁이 보이는 곳에서 저격 대상을 찾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으나 말처럼 이제 그들이 있는 근처에는 자위대원도 민병도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들만이 아니라 그 근처에는 1군단 저격대대는 물론 대한민국 특전사령부 예하 7여단과 9여단, 11여단의 저격수들도 즐비했으니 더 표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박 하사는 얼렁뚱땅 싸운 애 중 특진한 애 봤어?”
“꼭 봤다고 하기보다는 그런 애들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어디서?”
“그냥 소문입니다.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아는 한 대한민국 군대에서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건 정말 모르는 것입니다.”
“없어. 그렇게 믿어. 그리고 그것이 정신건강에 좋아.”
서한국 중사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일본 왕궁 후키아게 대궁어소에서 권총에 맞아 죽은 일본 육상자위대 육상총대 수륙기동단장 우에하라 육장보처럼 일본도를 들고 뛰어나오면서 덴노 헤이카
반자이를 외치는 그런 황당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후키아게 대궁어소를 지키는 경호원 몇 명이 더 있었는지 1대대를 향해서 총격을 가하다가 역시 총탄에 벌집이 되어 쓰러지는 일은 일어났다.
그러자 더는 일본 상왕 아키히토와 미치코 상왕비를 보호하려고 나서는 자는 더 없었다.
“여깁니다. 여기 있습니다.”
일본 왕궁 후키아게 대궁어소 한쪽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미치코 상왕비와 상왕 아키히토와 몇 명의 남녀노소는 그렇게 특전사 1여단 1대대에 의해 포로로 잡혔다.
“이 자는 상왕 아키히토가 확실하고, 이 년도 상왕비 미치코가 맞는데, 이 연놈들은 누구지. 얼른 확인해봐!”
대대장 성민규 중령이 이렇게 부하에게 지시하는 찰나 후키아게 대궁어소 밖의 자위대 패잔병과 민병을 모두 소탕한 국군 1군단 3기동보병사단 1연대 1대대장 정영호 중령이 안으로
들어서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연놈들은 아마도 저 아키히토의 2남이자 현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와 그 마누라 키코일 겁니다. 그리고 저 애들은 후미히토의 장녀 마코, 차녀 카코, 장남 히사히토 일 것이고,
저 아줌마는 아키히토의 장녀이자 현 일왕의 여동생 구로다 사야코가 맞을 겁니다.”
“일왕의 가족이라고요?”
“그럴 것입니다. 모두 이렇게 한곳에 모여 있다가 한꺼번에 잡힌 것 같군요.”
“그럼 아주 손쉽게 현재 일본 왕과 그 마누라와 딸을 빼고는 왕족 대부분을 잡은 것이군요.”
“그러니 이제 그만 우리에게 넘기시죠.”
“우리가 잡은 포로입니다.”
“우리가 아니었으면 잡지 못했을 것이니 그런 말씀 마시고, 우리 연대장님이 오시기 전에 넘기시죠.”
“우리 여단장님이 오시기 전에 그런 무리한 요구는 그만하시오.”
대한민국 특전사령부 1여단 1대대장 성민규 중령과 국군 1군단 3기동보병사단 1연대 1대대장 정영호 중령이 이러는 사이 두 부대원은 포로들을 케이블타이로 묶고, 후키아게 대궁어소
내부를 더 철저하게 수색하기 시작했다.
***
일본의 상왕 아키히토가 포로로 잡히는 순간 오키 섬 사이고 항구는 한국 해군 특수전전단에 의해 장악됐고, 그 와중에 극렬하게 저항하던 일본인 12명이 사살되고, 20여 명이 포로로
잡혔다.
그러나 그것과는 상관없이 항구가 장악되자 한국 해군의 독도급 강습상륙함 독도함(LPH)과 고준봉급 상륙함 고준봉함(LST)이 바로 접안해 병력과 장비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K-151 소형전술차량부터 내려. 그리고 K-808 장갑차는 그 뒤!”
해군 특수전전단장 정기석이 이렇게 소리치지 않아도 곧바로 K-151 소형전술차량부터 내려졌고, 이미 상륙한 특수전전단 대원들이 그 차량에 나누어 타고 섬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섬 점령 작전이 벌어지는 찰나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1대가 창공으로 날아오르더니 곧 항구와 그 주변 시가지에 전단을 뿌리기 시작했는데, 전단의 내용은
간단했다.
‘이곳 오키는 더는 오키가 아니라 이제부터는 은기로 대한민국 경상북도의 고유영토로 편입한다. 고로 이곳에 거주하는 모든 일본인은 24시간 안에 이곳을 떠나 시마네현으로 이동한다.
만약 이를 어길 때는 강제 추방할 것이며, 그래도 불응하는 자는 대한민국 군법에 따라 다스린다.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 김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