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을 잡아라(2)
국군 1군단 30기계화보병사단 1연대 1대대 2중대 1소대 민태호 중사의 명령에 사수 한고성 병장이 K-2 흑표전차의 주포를 발사해 막 건물 사이에서 나오던 일본 자위대의 10식
전차를 날려버렸다.
“12방향 적 전차, 거리 1,290m. 쏴!”
이 30기계화보병사단은 이때 일본 왕궁에서 약 4.5km 정도 떨어진 동경 시부야구 아오야마 가쿠인대학 앞 아오야마 거리를 쾌속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일본 자위대 10식 전차가
나타나자 이렇게 발포한 것이다.
“명중입니다. 또 없습니까?”
“일단 없다.”
“진짜 또 느끼는 것이지만, 쪽발이 중에서 진짜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인마, 그러기에 우리가 여태까지 이렇게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해. 안 그럼 죽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 뭐 다행이지만 말입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해. 그리고 우리 대신에 자위대 주력 전차들을 모조리 박살을 낸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에게도 감사하고.”
“저야 항상 전투기 조종사는 물론 아파치 모는 조종사들까지 다 존경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전과를 올릴 거리는 좀 있어야 하는 데 말입니다. 그래야 전차장님은 상사로 진급하고, 저는
고구려군으로 가서 하사로 임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아닙니까.”
“너 정말로 제대하자마자 고구려군으로 갈 거야?”
“병사는 당장 고구려군으로 갈 수 없으니 제대하고 가야지 말입니다. 그리고 이대로 우리의 승리로 한일전쟁이 끝나 제대하면 바로 실업자 되는데, 달리 또 어쩌겠습니까. 군에 말뚝을
박아야지. 한국군이 아니라 고구려군에 말입니다.”
“인마, 고구려 군대가 무슨 실업자 구제해주는 곳이야.”
한고성 병장처럼, 한국군 병사 중 고구려군으로의 전출을 희망하는 이들은 제법 많았으나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못한 상태 즉 제대하기 이전에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니 한고성이 고구려군이 되려면 제대하고, 고구려군에 지원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전차장님, 제가 한국군 부사관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고구려군으로 간다고 하니까 섭섭해서 그러시죠?”
“너 같이 빤질빤질한 놈이 하사 계급장 달고 쫄다구로 오면 골치 아플 것 같으니까 그냥 고구려군으로 가라 가.”
“그렇게 말 빙빙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내 쫄다구로 와라. 그러십시오.”
“그래, 인마. 그러니 이 전쟁 끝나고 제대하자마자 부사관으로 지원해서 같이 전차나 몰자.”
“저도 그러고 싶지만, 한국군은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전차장님도 저와 함께 고구려군으로 가시죠. 그럼 당장 상사로 진급할 것이 아닙니까.”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러고 싶은데, 우리 마누라가 한국 떠나 고구려로 가는 것을 극구 반대한다.”
“여자들은 다 그렇죠.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을 떠나 낯선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런 것 말입니다. 그러나 한국군에는 미래가 없고, 고구려군은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니 지금이 아니면 그 기회를 잡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니 사모님 설득해서 같이 가시죠.”
“설득이 안 된다. 안돼.”
“장차 고구려가 북한을 흡수하고, 이어서는 한국까지 흡수 통일하면 그때 한국군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니 사모님 잘 설득해 보십시오.”
“너는 진짜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해? 고구려가 북한을 흡수하고, 우리 한국까지 흡수할 것이라고 말이야.”
머지않아 북한이 고구려에 흡수될 것이라는 소문은 이때 남북한에 어느 정도 떠돌았다.
그럼 다음은 당연히 한국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남북한과 고구려 삼국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통일 국가를 이룰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그러니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만약 한국이나 북한 주도로 통일된다고 가정해보십시오. 그럼 지난 70여 년의 대립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마, 힘들 것입니다. 지금도 빨갱이를 처단하자고 하는 한국 사람들 제법 많고, 북한에도 미제의 앞잡이 민족 반역자를 처단하자고 하는 사람들 제법 많을 것이니
말입니다. 더불어서 한국전쟁과 이후 여러 차례의 국지 도발 사건 등등에서 희생된 분들도 서로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또한, 지난 세월 쌓인 남북한의 적폐들은 또
어떻고요. 그거 다 청산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러니 남북한이 아니라 고구려 주도로 통일되는 것이 그 모든 잡음과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길입니다.”
“남북한 어느 한쪽이 주도하는 통일이라면, 통일 이후 어느 정도 불협화음과 잡음은 발생하겠지. 하나 내 말처럼 고구려가 주도하는 통일이라면, 남북한의 나쁜 것들은 모두 다 버리고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니 잡음은 조금 더 없어지겠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저야 함께 고구려군으로 가시죠.”
“마누라가 설득될지 모르겠다.”
“전차장님의 앞날을 위해서는 반드시 설득시켜야 합니다.”
“될까. 나는 의문이다. 이놈의 여자들 특히 우리 마누라 포함해서 아줌마들은 조금이라도 불편할 걸 참지 못해서 말이야. 그러니 맨날 아파트 노래를 부르다가 이제 아파트 하나
장만하니 도저히 떠날 생각을 안 한다. 거기다가 집값이 내렸다고 더 팔 생각이 없으니 휴! 한숨만 나온다.”
“대한민국 국민 중 고구려로 이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니 아파트값 더 떨어지면 떨어지지 다시 오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으로 돈 벌던 시대는 끝났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사모님 잘 설득해 보십시오.”
일본 왕궁으로 내달리면서 또 그런 와중에 전투까지 하면서도 이런 이야기도 나누는 국군 1군단 30기계화보병사단 1연대 1대대 2중대 1소대 민태호 중사와 한고성 병장은 여유로웠다.
그러나 곧 전속력으로 일본 왕궁으로 달리라는 사단장의 명령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들은 더 여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다.
이 30기계화보병사단처럼 그 시간 일본 왕궁으로 전속력으로 내달리는 부대가 또 있었으니 바로 같은 국군 1군단 소속인 5기계화보병사단이었고, 그중 선두는 기갑수색대대였다.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이 세상 끝까지 달려라 하니!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흑표! 이 세상 끝까지 아니 저 일본 왕궁까지 달려라!”
“그건 또 무슨 노랩니까? 전에는 사단가를 부르더니 오늘은 또 이상한 노래를 부르시고 말입니다.”
“명 하사 너, 진짜 이 노래 몰라?”
“어디서 들어는 본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와‘달려라 하니’를 모르다니 이것이 세대 차이인가.”
“전차장님이랑 저랑 몇 살 차이가 난다고 세대 차이입니까.”
“그런데 달려라 하니를 몰라.”
“모릅니다. 그런데 아직 일본 왕궁은 멀었습니까?”
“저 옆에 보이는 공원이 신주쿠 교엔(新宿御苑)이라는 곳이고, 일본 왕궁까지는 약 3.3km 남았으니 더 빨리 달려. 그래서 특전사 애들 대신 우리가 일본 왕을 사로잡자. 그래야
킬 마크 대신 일본 왕 사진을 붙이고 다니지. 안 그래?”
“일본 왕 사진 붙이고 다니면 다른 애들이 이상한 오해 합니다. 오해요.”
“그 옆에 우리가 잡았다는 현수막도 붙이고 다니면 된다.”
“뭐라고요?”
“일본 왕 사진 옆에다가 우리가 잡았다고 현수막 붙이고 다니면 된다. 그러니 달려라! 달려!”
국군 1군단 5기계화보병사단 기갑수색대대 1중대 1소대 부소대장 진필호 중사가 이렇게 말하자 사수 명태성 하사가 기가 막힌 듯 입을 닫고 말았다.
지금도 전차에 일본 자위대 89식 장갑전투차 킬 마크 2개, 90식 전차 킬 마크 3개와 10식 전차 킬 마크 6개를 붙이고 다니는데 말이다.
어떻든 그들은 지금 동경 시부야구 센다가야 역을 막 지나 이제 우측에 보이는 동경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을 지나고 있었다.
“민병입니다.”
“나도 봤다. 먼저 전차장용 기관총 발사할 테니 고폭탄 한 방 날려!”
“예, 장전!”
동경 국립경기장 옆에 숨어 있던 민병 10여 명이 불시에 일어나 소총과 기관총으로 공격하려는 것을 먼저 확인한 명태성 하사의 외침에 진필호 중사는 이렇게 명령하고는 바로 전차장용
12.7mm 기관총을 발사했다.
“타타탕!”
“장전했으면 쏴!”
“예, 발사. 쾅!”
민병 10여 명이 숨어 있던 화단이 그 순간 흑표전차의 고폭탄에 맞아 날아가는 찰나 진필호 중사가 발사한 기관총탄이 또 한 번 민병을 휩쓸었다.
그러자 그가 다시 소리쳤다.
“저 화단으로 돌격!”
“돌격!”
대전차미사일도 대전차 로켓도 없이 소총과 기관총만으로 흑표전차를 공격하려던 일본 극우 인사 기시다는 그 순간 안색이 노래졌다.
그와 마찬가지로 민병 10여 명 중에서 아직 살아남은 다른 3명도 같은 표정이었다.
“빠가야로. 고작 소총과 기관총으로 전차를 공격하니 이런 꼴을 당하는 것 아냐. 자위대 문턱에라도 다녀왔어야 뭘 알지.”
“그러는 너는 자위대 문턱에라도 다녀왔냐. 너나 나나 여기 있는 모두가 총이라고는 이번에 처음 잡아보는 처지는 똑같아!”
“뭐라고!”
기시다가 발끈하여 이렇게 말한 이와사다에게 소리를 치자 또 한 명의 극우 인사 사사키가 나서서 이렇게 소리쳤다.
“조센진 전차가 다가오는데, 지금 뭐하는 짓이야!”
“그러는 너는 뾰족한 수가 있냐?”
“일단 도망가자. 이대로 있으면 바로 죽어! 그리고 그건 개죽임이다.”
“고작 한다는 말이 도망치자는 거냐. 처음에 공격할 때 너도 찬성하더니 이제는 도망치자고?”
“그럼 기시다 네놈만 남아서 싸워. 이와사다, 우리는 가자!”
“이 빌어먹을 새끼들! 그래, 네놈들만 도망쳐라. 도망쳐!”
발끈한 기시다가 몸을 숨기고 있던 곳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오는 흑표전차를 향해 소총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진필호 중사가 발사한 12.7mm 전차장용 중기관총 탄환이 그의 몸을
뚫고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명태성 하사가 다시 발사한 고폭탄에 그와 함께 있던 이와사다와 사사키 등이 그대로 절명하는 것으로 동경 국립경기장에서 더는 이들을 국군 1군단 5기계화보병사단 기갑수색대대를
공격하는 민병은 없었다.
그러자 진필호 중사가 이렇게 말했다.
“명 하사, 저 민병 놈들의 킬 마크는 뭐로 붙이면 좋겠냐?”
“뭐라고요.”
“민병 놈들 죽인 것도 킬 마크 만들어서 붙여야지 우리의 전공이 제대로 알려질 것 아니냐.”
“안 그래도 다 알아줍니다. 그리고 이 전쟁 끝나자마자 상사로 진급할 겁니다.”
“명 하사, 너는 중사로 진급하고?”
“당연하죠. 그동안 세운 우리의 전공이 얼마인데요.”
“그래, 내 말이 그 말이다. 우리의 전공 말이다. 그걸 적극 알려야 한다니까.”
“안 그래도 알아준다니까요.”
“누가?”
“소대장님, 중대장님, 대대장님이 다 기록하고 있습니다.”
“빼 먹을 수도 있으니까 킬 마크 붙여야 한다니까.”
“그럼 마음대로 하십시오. 마음대로.”
국군 1군단 5기계화보병사단 기갑수색대대 1중대 1소대 부소대장 진필호 중사와 명태성 하사는 이런 말씨름을 하면서도 다시 일본 왕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