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입성(3)
명태성 하사가 아직 전투 중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진필호 중사는 개의치 않았으니 그건 다 그의 경험 때문이었다.
공군의 F-1 삼족오 전투기 편대도 모자라서 군단 1항공여단의 참매 소형무장 헬기 6대, 거기다가 A-1 흑룡 무인공격기까지 설치는 바람에 자기들 차지가 될 일본 자위대 전차가
없다는 그런 경험 말이다.
“야, 명 하사, 킬 마크 제대로 붙여놔야지 이 전쟁 끝나고 너는 중사로 나는 상사로 그리고 김 병장은 훈장이라도 받고 전역하지. 안 그러냐?”
“그럼 붙이십시오. 아주 잘 보이게.”
“걱정하지 마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떡하니 붙일 테니까. 그리고 시모노세키에서 잡은 90식 전차 2대와 10식 전차 3대는 물론 89식 장갑전투차 2대에 이번에 잡은 90식
전차 1대와 10식 전차 2대면, 우린 충분히 진급하고도 남는다. 그건 내가 장담한다.”
“당연히 진급해야죠.”
“그래, 당연히 진급해야지. 그런데 명 하사는 너는 고구려군으로 갈 마음 없냐?”
“아직은 없습니다. 그러는 전차장님은요?”
“나도 아직은 그럴 마음이 없는데, 미래를 생각하면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하긴 미래를 생각하면 고구려군이 좋긴 좋겠죠. 진급도 잘 되고 말입니다.”
“진급뿐이냐. 집도 줄 것이고, 우리가 가면 거의 창군 멤버가 되는 것이고, 그럼 전설로도 남을 수 있다.”
“전설까지는 아니라도 전사(戰史)에는 잘하면 남겠네요.”
“인마, 우린 이미 전설이야. 그러니 전설로 남아야지.”
이 말과 함께 진필호 중사는 아직 전투 중임에도 중대장이 이번 한일전쟁에 앞서 자신의 돈으로 만든 일본 기갑차량 스티커에서 90식 전차와 10식 전차 스티커를 떼어냈다.
그리고는 자랑스레 앞 시모노세키에서 격파한 전차와 장갑차 스티커 옆에 붙였으니 그것이 바로 킬 마크였다.
그리고 이 중대 중대원들이 운용하는 전차에는 거의 모두 킬 마크가 붙어있었으니 일본 육상자위대는 한중전쟁의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이들 중대원은 물론 기타 국군과 인민군 나아가서는
고구려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어떻든 일본 야마나시현 고슈시(甲州市)에서 국군 1군단 5기계화보병사단 앞에 나타난 10식 전차 100여 대는 이렇게 A-1 흑룡 무인공격기, F-1 삼족오 전투기, 참매 소형무장
헬기 등의 공격과 5기계화보병사단의 공격으로 1대도 살아남지 못하고 다 격파당했다.
그러니 국군 1군단의 동경 진격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고슈시만이 아니라 국군 2군단 2기갑사단이 진격하는 시즈오카현에서도 일본 자위대 전차들이 나타났으니 그건 바로 이곳이었다.
“내가 뭐라고 그랬어. 거기 반드시 쪽발이들이 있을 거라고 했지. 김 중령, 안 그래?”
“맞습니다. 사단장님의 그 혜안에 제가 탄복했습니다.”
“김 중령 너 인마, 그렇게 아부하지 않아도 이 한일전쟁 끝나면 대령으로 진급하는데, 아무 문제 없으니까 솔직히 말해봐. 내가 처음 육상자위대 후지학교로 1연대 보낼 때 속으로
욕했지. 공군이 이미 폭격한 곳에 뭐 하려고 다시 병력을 보내느냐면서. 욕 했지?”
“절대 아닙니다. 절대 욕하지 않았습니다.”
“아니기는 뭐 아냐. 네 얼굴에 다 표시 나는데.”
“절대 아닙니다. 사단장님. 믿어주십시오.”
“절대 못 믿겠지만, 어떻든 모조리 쓸어버려.”
“그건 맡겨주십시오.”
국군 2군단 2기갑사단은 나고야시, 시즈오카현을 지나 가나가와현 등을 거쳐 동경으로 진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즈오카현 고텐바시(御殿場市) 육상자위대 후지 학교를 앞에 둔 상황에서 사단장 현진호가 1연대를 그곳으로 보내 수색하라고 지시했다.
그때 사단의 거의 모든 참모는 이미 공군이 폭격을 끝낸 곳에 무엇을 하려고 병력을 보내느냐고 알게 모르게 불만을 터트렸으나 그곳에서 뜻밖에도 자위대 전차들이 출현하자 상황은 바로
반전됐다.
“똑바로 처리해라.”
“물론입니다. 싹 쓸어버리겠습니다.”
후지 학교 즉 일본 육상자위대의 장교 양성과 보병·포병·기갑의 전투기술을 교육하는 육상자위대 최고의 훈련기관으로 진입한 2기갑사단 1연대장 전남성은 90식은 물론 10식 전차
120여 대와 155mm 견인유탄포 FH70과 99식 자주유탄포, 96식 대전차 유도탄 발사차량 등이 튀어나오자 일단 상황부터 전파하고는 대응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들이 대응하기 전에 이미 그들의 상공을 날며 근접항공지원을 하던 A-1 흑룡 무인공격기 8대가 이미 자위대 전차들을 향해 천검 대전차미사일을 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추가로 급파된 2군단 2항공여단의 참매 소형무장 헬기 8대도 그곳으로 바람처럼 날아오고 있었다.
“쾅!”
국군 2군단 2기갑사단 1연대 1대대 2중대 3소대장 연남진의 K-2 흑표전차 주포에서 발사된 K-279 날개안정분리철갑탄에 일본 자위대의 90식 전차가 여지없이 파괴됐다.
“격파! 12시 방향 또 적 전차. 거리 1,970m, 쏴!”
3소대장 연남진만이 아니라 이 1대대의 K-2 흑표전차 44대는 각자 목표를 찾아 주포를 발사하고 있었다.
거기에 2대대의 흑표전차들 44대, 3대대의 흑표전차들까지 가세해서 연달아 주포를 발사했으니 총 132대의 1연대 흑표전차가 그렇게 불을 뿜었다.
거기다가 3대대의 기계화보병들까지 K-21 보병전투장갑차에서 내려 일본 자위대 전차들을 향해 현궁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니 상공에서는 A-1 흑룡 무인공격기의 공격, 그리고 이 1연대의 공격이 거세게 쏟아진 일본 육상자위대 후지 학교에서의 전차전은 그렇게 전개됐다.
그런데 곧 참매 소형무장 헬기 8대가 더 가세해서는 일본 육상자위대 전차 등을 사냥했다.
원래 이 후지 학교의 후지 교도단은 히가시후지(東富士) 훈련장에서 이른바 후지종합화력연습(富士總合火力演習)을 벌이기도 하는 부대다.
하나 한일전쟁 개전 이후 한국 공군의 폭격을 받아 건물 등은 폐허로 변했으나 이들 기갑 장비들은 완벽하게 인근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드디어 한국 육군이 진격해오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인근 고텐바시 코마카도(駒門) 주둔지에 주둔하는 육상자위대 동부방면대 1사단 제1전차대대 1중대 전차들은 이들과는 달리 기타큐슈 방어전에서 거의 파괴됐고, 그때 살아남아
도망친 전차와 자위대원들은 이어진 국군 5군단의 규슈 공격에 괴멸당했다.
“슝!”
국군 2군단 2기갑사단 1연대 3대대 1중대 1소대 장용옥은 한중전쟁에도 참전한 역전의 용사로 이른바 기계화보병이었기에 자위대 전차가 나타나자마자 K-21 보병전투장갑차에서
하차했다.
그리고는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10식 전차도 90식 전차도 아닌 96식 대전차 유도탄 발사차량을 겨냥해 현궁 대전차미사일을 날렸다.
그때 그가 타고 온 K-21 보병전투장갑차도 40mm 기관포를 연달아 발사해 이 96식 대전차 유도탄 발사차량과 이런 기갑전에는 어울리지 않는 155mm 견인유탄포 FH70을
노렸다.
“전방 12시 방향 한국 전차, 거리 2,500m 쏴!”
일본 육상자위대 후지 학교 소속의 카토 일등육위는 한일전쟁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에서 자위대원들을 교육하던 교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교관이 아니라 직접 10식 전차를 몰고 한국군 K-2 흑표전차와 싸워야 하는 신세였다.
“쾅!”
그렇게 그의 전차에서 발사된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이 2,500m 거리를 날아가서 목표의 전면장갑을 강타했지만, K-2 흑표전차는 멀쩡하기만 했다.
“아즈미, 격파되지 않았다. 당장 한 발 더 쏴!”
“이 거리에서 저 흑표의 전면장갑을 뚫는 것은 무리입니다.”
“잔말 말고 쏴!”
“무리입니다.”
“그래도 쏴. 쏘란 말이다.”
2,500m 거리에서 흑표전차의 전면장갑을 맞춘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더 가까이 접근하려고 매복지점에서 움직였다가는 한국군 전차가 아니라 상공에 날고 있는 무인공격기와 소형무장 헬기에 먼저 발각되어 사냥당할 것 같은 불안감에 카토 일등육위가
이렇게 명령했지만, 그때는 이미 이 전차를 노리는 한국군이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빨리 이 전차를 향해 공격한 것은 A-1 흑룡 무인공격기의 천검 대전차미사일이었다.
그리고 불시에 전면장갑을 두들겨 맞은 국군 2군단 2기갑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장 엄길수의 K-2 흑표전차도 반격 탄을 날리는 동시에 연막차장을 쳤다.
“두두두두!”
그런데 그때였다.
이런 소리와 함께 사단장 현진호가 있는 2기갑사단 본부 상공을 엄호하던 AH-64 아파치 공격헬기 6대가 나타나서는 그중 1대가 이 카토 일등육위의 10식 전차를 향해 30mm
기관포를 발사했다.
그 순간 A-1 흑룡 무인공격기가 발사한 천검 대전차미사일과 함께 1중대장 엄길수의 흑표전차가 발사한 K-279 날개안정분리철갑탄까지 카토 일등육위의 10식 전차를 덮쳤다.
“쾅! 쾅!”
이런 연속 폭음과 함께 연막차장을 친 1중대장 엄길수의 전차를 향해 사격도 가하지 못한 카토 일등육위의 10식 전차는 그렇게 날아갔다.
“전방 11시 방향, 적 전차, 거리 2,000m 쏴!”
그때 국군 2군단 2기갑사단 1연대 1대대 2중대 3소대장 연남진의 K-2 흑표전차 주포에서 발사된 K-279 날개안정분리철갑탄에 또 1대의 10식 전차가 박살이 나는 찰나 가진
천검 대전차미사일을 모조리 소진한 A-1 흑룡 무인공격기와 참매 소형무장 헬기는 전장에서 물러났다.
그러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AH-64 아파치 공격헬기 6대였다.
그러나 그때까지 살아남은 일본 자위대 전차는 몇 대 되지 않았고, 155mm 견인유탄포 FH70과 99식 자주유탄포, 96식 대전차 유도탄 발사차량도 몇 대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소대장님, 이런 전차전에 저런 99식 자주유탄포인지 뭔지 하는 것을 끌고 나와서 직사로 우리를 잡으려는 저 미친 자주포부터 먼저 잡으면 안 됩니까?”
“좋아. 연막차장치고, 좌로 빠져 조금만 더 접근한다.”
연남진의 전차가 연막차장을 치고, 좌측으로 빠져 99식 자주유탄포로 다가가는 찰나 이 자주유탄포를 운용하는 이케다 이등육위는 포구를 수평으로 하고 한국군의 흑표전차를 노리고
있었다.
155mm 견인유탄포 FH70과 자신이 운용하는 99식 자주유탄포들은 모두 직사로 흑표전차를 잡기 위해서 이곳에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1발의 현궁 대전차미사일이 이 99식 자주유탄포를 덮쳤으니 이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나 연대장이다. 이제 몇 대 남지 않았으니 속히 모조리 발라버려!”
2기갑사단 1연대장 나태호의 이런 명령이 각 단차에 전파된 것도 그때였다.
그리고 그의 명령처럼 이제 남은 일본 육상자위대 전차 등은 정말 몇 대 되지 않았으니 육상자위대가 아무리 발악해도 역전의 용사들인 한국군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2군단의 동경을 향한 진격을 예상보다 많이 늦추지도 못하는 실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