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을 향해(12)
국군 1군단장 이철영 중장은 나고야 시내에서 일본의 90식과 10식 전차 등이 마치 시가전을 기다렸다는 듯 출현하자 육군 항공작전사령관 장필용에게 동원 가능한 모든 공격헬기를
동원하라고 독촉했다.
그리고는 군단 항공여단의 참매 소형무장 헬기와 각종 공격 무인기까지 총동원해서 그냥 싹 쓸어버리라고도 지시했다.
나고야는 물론 동경으로 가는 길에 꼭 지나쳐야 하는 일본 각 지역에 진지를 구축한 자위대와 민병 등의 방어망은 이미 공군 전투기들이 동원되어 초토화한 곳이 많았다.
바로 얼마 전만 하더라도 동경에서 직선거리로 약 60km도 떨어지지 않은 가나가와현 이세하라시와 가나가와현 에비나시의 방어망도 초토화했는데, 동경에서 직선거리로 무려 270km
정도 떨어진 나고야에서 느닷없이 10식 전차 등이 나타났다.
이건 한국군이 동원 가능한 정찰자산이 일본 자위대와 민병 등을 온전히 다 찾아내지 못하고 군데군데 놓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동경 입성 그리고 이후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는데,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떻든 이 바람에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의 AH-64 아파치 공격헬기 등이 우수수 나고야로 출격했고, 이어서는 공군의 EA-18G 그라울러 전자전 공격기와 F-1과 F-2 삼족오
전투기, F-15K 전투기까지 출동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 1기갑사단의 K-1 구난전차와 미클릭(MICLIC,Mine-Clearing Line Charge) 즉 지뢰 제거 선형폭약을 실은 트레일러를 달고 KM9ACE
장갑전투도저가 먼저 최전선으로 나섰다.
이건 1기갑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 1소대장 금영철의 전차처럼 급조폭발물이나 대전차지뢰를 건드려서 주저앉은 전차가 이때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나 중대장이다. K-1 구난전차와 장갑전투도저부터 보호해. 다들 알았나.”
“예, 중대장님.”
중대장 공강현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궤도가 끊어진 소대장 전차를 구난하려고 구난전차가 나타나고, 대전차지뢰나 급조폭발물을 처리하려고 전투장갑도저가 나타났다.
그러자 1소대 부소대장 방경호는 발견한 96식 장갑차를 날려버리고는 그들을 보호하면서 일본 자위대 전차나 장갑차를 다시 찾았다.
그러는 동안 K-1 구난전차는 1소대장 금영철과 그의 전차병들과 함께 궤도가 끊어진 전차를 더 안전한 장소로 끌고 간 다음 수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전투장갑도저는 1소대는 물론 1중대 나아가서는 1대대가 나고야 시내로 더 깊숙이 진격할 도로를 향해 미클릭(MICLIC,Mine-Clearing Line Charge) 즉
지뢰 제거 선형폭약을 발사했다.
그 도로가 바로 1소대장 금영철의 전차가 급조폭발물에 가장 먼저 당한 도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미클릭을 실은 전투장갑도저들도 나타나서는 각자 한 곳의 도로를 골라서 지뢰 제거 선형폭약을 발사했고, 다른 K-1 구난전차들은 그사이 급조폭발물과 지뢰를 건드려 멈춘
전차들을 구난했다.
“쿠콰쾅!”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나카가와구 도로 여기저기서 미클릭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 뒤를 따라 전차 주포 발사음과 기관총 발사음 등 여러 전장의 소음이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
민병으로 자원한 일본회의 소속 극우 인사 오가사와라는 110mm 대전차 유도탄을 무기로 받아 이 나고야시 나카가와구 쇼나이강 건너 골프연습장에 숨어서 미클릭이 폭발하는 장면을
보고는 지레 겁을 집어먹고는 고개를 처박았다.
그런데 미클릭이 폭발한 도로를 타고, 기다렸다는 듯 K-2 흑표전차들이 굉음을 내며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모자라서 그 흑표전차들은 조금만 이상해 보이는 건물을 향해서 12.7mm 기관총을 발사하고, 그도 아니면 주포를 발사해서 아예 날려버리는 바람에 다시 겁을 집어먹은
오가사와라는 또 머리를 처박았다.
“빠가야로! 그렇게 겁을 처먹어 머리나 박을 놈이 여긴 왜 왔어. 그러니 어서 저 흑표를 쏴. 쏘란 말이다.”
“······.”
“쏘란 말이다. 이 자식아!”
나고야 시의원을 지냈다는 역시 극우 인사 마사무네와 같이 있다가 그에게 이런 말을 들은 오가사와라는 겨우 고개를 들고 다가오는 흑표전차를 향해서 110mm 대전차 유도탄을
겨누었으나 여전히 겁을 먹었는지 손을 벌벌 떨기만 했다.
“······.”
“쏴! 이 새끼······.”
“슝!”
마사무네가 다시 질책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기는 바람에 그가 쏜 110mm 대전차 유도탄이 흑표전차를 향해 날아갔지만, 손을 벌벌 떨면서 발사한 그 유도탄이 제대로 맞을
일이 만무했다.
거기다가 유도탄은 전차의 측면이나 후면이 아니라 전면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으니 설사 맞는다고 하더라도 파괴될 일도 없었다.
“로켓!”
국군 1군단 1기갑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 2소대장 서문용이 이렇게 소리치면서 유도탄이 날아온 골프연습장을 향해 12.7mm 기관총을 난사하는 순간 그의 전차 주포도 그곳으로
포구를 돌렸다.
“쾅!”
그때 폭발음과 함께 오가사와라가 쏜 110mm 대전차 유도탄이 2소대장 서문용의 전차 전면장갑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지면을 강타하며 폭발했다.
그 바람에 전차가 일순 급정지를 해야 했으나 피해를 본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오가사와라와 마사무네는 아쉬워할 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꽁지 빠지게 도망쳐야 했다.
하나 2소대장 서문용의 전차 주포가 그 순간 불을 뿜는 바람에 그들은 몇 걸음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폭발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2소대 부소대장 이인호의 전차는 일본의 10식 전차를 발견하고 주포를 발사했고, 1중대의 다른 전차들도 미클릭이 폭발한 도로를 타고 나고야 시내로 한 발 더 진입해
들어갔다.
그런데 이들을 맞아 싸워야 하는 일본의 10식 전차 전차병들은 모두가 이번에 처음으로 전차를 모는 초보들인지 그도 아니면 어중이떠중이 민병들인지 제대로 흑표전차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보병들까지 죄다 민병들인지 한마디로 개판이었으니 이건 싸움이 아니라 학살이 벌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시가전이라는 상황에서도 일본 자위대와 민병들은 제대로 된 이득을 전혀 보지 못했다.
“나, 연대장이다. 곧 F-1과 F-2 삼족오 전투기와 EA-18G 그라울러 전자전 공격기에 더해서 F-15K 전투기까지 온다니 쇼나이 강을 건너간 단차들은 즉각 다시 강을
건너온다. 다시 한번 알린다. 곧 공군이 온다니 쇼나이 강을 건너 진격한 단차들은 모두 강을 다시 건너온다. 이상!”
2소대장 서문용과 부소대장 이인호는 물론 나고야시 나카가와구 쇼나이 강을 건너 진격한 전차들이 그 명령에 다시 후퇴하는 순간 정말 굉음과 함께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들부터
무더기로 날아왔다.
“소대장 전차 궤도 다 고쳤습니까?”
“그런 것 같다.”
“잘됐네요. 그 대신 공군 애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우리의 밥들이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쏴야 하는 쪽발이 전차와 장갑차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니까.”
“그렇겠죠?”
“그래, 이 빤질빤질한 말년병장 장 병장아!”
“전차장님, 저도 말뚝 박을까요? 한국군이 아니라 고구려군에서 말입니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해라. 그리고 군발이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니 진짜 고구려군으로 가야겠습니다.”
“마음대로 해라.”
1기갑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 1소대 부소대장 방경호와 사수 장수영이 한가롭게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나고야 시내로 진격하려던 1군단 1기갑사단은 다시 한번 더 공군에
공격권을 양보해야 했다.
그러나 나고야로 바로 입성하지 않고 계속 진격하는 부대들도 있었으니 바로 1군단 5기계화보병사단과 3기동보병사단이었다.
그들은 나고야를 우회해서 벌써 일본 기후현 나카쓰가와시(中津川市)에 가 있었다.
6기계화보병사단과 25기동보병사단은 그보다 더 동경 쪽으로 진격해서 이카이시산맥(赤石山脈)을 막 지나려 하고 있었고 말이다.
“여기가 어디라고?”
“이카이시 산맥 건너 일본 야마나시현 미나미 알프스시 입니다.”
“알프스시?”
“예, 알프스만큼 아름답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직접 보니까 별로인데 말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 말이다. 우리나라 영남 알프스보다 못한 것 같은데, 하여튼 쪽발이들답다.”
“영남 알프스는 가보셨습니까?”
“양산 통도사 뒷산 영축산 정상 억새밭에 가봤으니 영남알프스에 가본 것 아니냐?”
“통도사는 저도 가봤습니다.”
“통도사가 아니라 그 뒷산 영축산 정상에 펼쳐진 억새평원에 가야지. 그런데 쪽발이들은 또 안 나타나냐?”
국군 1군단 6기계화보병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 1소대 부소대장 강병철 중사가 자신이 전차장으로 있는 K-2 흑표전차의 사수 성기영 하사에게 이렇게 묻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총성이 울려 퍼졌다.
“또 민병입니다. 소대장님 전차를 공격해······.”
성기영 하사가 여기까지 이야기하다 말고 주포를 발사했는데, 인근 야산 풀숲에 완벽하게 몸을 숨기고 있던 일본 민병이 벌떡 일어나 자위대가 쓰는 84mm 무반동포를 발사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쾅!”
84mm 무반동포를 쏘지도 못한 민병이 흑표전차의 주포에 맞아 찢겨나가는 그 순간 야산 풀숲에 숨어있던 다른 민병 100여 명이 일시에 이 1중대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바로 이 1중대가 연대의 가장 선두로 진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이 미나미알프스시에서 동경 중심까지는 이제 11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일본 자위대나 민병 등의
처지에서는 반드시 막아야 하는 부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100여 명의 그것도 민병으로는 전차 중대이자 이 1중대가 속한 1전차대대를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1대대장 김용희가 다른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1중대는 좌측, 2중대는 우측, 3중대는 좌·우측으로 나누어 공격을 퍼부었고, 무장도 빈약한 민병들은 그 공격을
버티지 못했다.
“저 84mm 무반동포 쏘는 참호에 한 방 먹여!”
강병철 중사가 지적해주는 84mm 무반동포를 쏘는 참호를 겨냥하자마자 주포를 발사한 성기영 하사는 이어서 그 옆의 참호에도 대전차고폭탄을 먹였으니 민병들이 아무리 완벽하게 만든다고
만든 참호라도 터져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가 민병들의 대전차무기라고는 고작 84mm 무반동포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소총과 기관총에 유탄발사기, 수류탄 정도였으니 강병철 중사와 성기영 하사처럼 이 대대 병사들은 먼저
그 대전차무기부터 무력화시켰다.
그리고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로 조종하는 12.7mm 기관총으로 나머지 민병들을 처리하고, 여차하면 주포를 발사했으니 고작 100여 명의 무장도 빈약한 민병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군단이 운용하는 무인공격기 송골매-2와 송골매-3까지 나타나 천검 대전차미사일까지 발사했으니 더 말해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든 이렇게 100여 명의 민병을 처리한 국군 1군단 6기계화보병사단 1연대는 1대대를 앞세워 일본 야마나시현 미나미알프스시를 휩쓴 다음 동경을 바라고 길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