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339화 (339/470)

동경을 향해(11)

한일전쟁 개전과 동시에 승기를 잡도록 해준 것이 남북한의 각종 미사일과 방사포, 로켓 등이었다면, 일본 항공자위대와 해상자위대를 사실상 괴멸시키고, 육상자위대에 괴멸적인 타격을

가한 것은 남북한과 고구려의 공군이었다.

그런 남북한과 고구려 공군이 한국군 합참의장 김진규의 명령에 끊임없이 출격해 육군이 진격하는데, 조금의 걸림돌이라도 있으면 그야말로 무자비한 폭탄 세례를 안겨주고 있었다.

그렇게 무자비한 남북한과 고구려 공군의 폭격을 방패 삼아 남북한과 고구려 육군도 서서히 동경으로 다가가고 있었으나 이를 막아야 할 일본 육상자위대에서 남은 전력은 그야말로 패잔병,

그들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심각한 얼굴로 보고받던 일본 총리 이시바의 표정이 보고를 받으면 받을수록 더 심각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래도 들리는 소식이라고는 패전, 패전뿐이었고, 남북한과 고구려 공군의 공습과 육군의 진격 소식뿐이었다.

그런데 방위대신 마사요시가 남북한과 고구려 공군에 학살당하는 육상자위대 말고 해상자위대 잠수함들에 대해서 이런 보고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총리, 동경 앞바다에서 결사 항전하려던 해상자위대의 모든 함정은 격침됐고, 잠수함 5척 중에서 2척은 연락이 끊겨서 이제 남은 것은 3척뿐입니다. 그리고 연락이 끊긴 그 2척은

아마 한국 해군의 해상초계기에 격침됐을 것이 확실합니다.”

“······.”

“듣고 계십니까?”

“듣고 있소. 그런데 방위대신, 이제 진짜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결사 항전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이제 싸울 인원도 싸울 무기도 없으니······.”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이오.”

“한국이 제안한 그 7가지 조건 중에서 몇 가지만 들어주는 것으로 하고, 휴전을 제안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한국이 바보도 아니고 이 마당에 그런 조건으로 왜 휴전하겠소. 그러니 다른 방법은?”

“그렇다면 결사적으로 항전하는 것뿐입니다.”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봐야지. 까짓것 죽기밖에 더하겠소.”

“그냥 죽는 것보다는 어떻게 죽느냐가 더 중요한 시점입니다. 총리.”

“아니요. 아냐. 지금은 죽는 것보다는 살아남은 것이 더 어려운 시점인 것 같소.”

“살아남는 것이 더 어려운 시점이라니요?”

“나나 방위대신이나 한국에 치욕적인 항복을 하고, 옛 중국 주석 시진핑과 그 일당처럼 전범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그렇게 처형되느니 깨끗하게 죽는 것이 낫다는 말이오.”

“하긴 그런 치욕을 당한 이후에 처형되는 것보다는 결사적으로 항전하다가 전사하는 것이 더 영광일 것 같습니다.”

“그렇소. 그러니 방위대신은 지금부터 결사적으로 항전하시오. 최후까지.”

일본 총리 이시바와 방위대신 마사요시가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 이미 동경 앞바다에서 한국 해군의 해상초계기들에 발각되어 격침당한 일본 해상자위대 오야시오급 잠수함 SS-595

나루시오함과 SS-597 다케시오함 이외에 소류급 SS-509 세이류함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좌현 전타! 소노부이 발사!”

“좌현 전타! 소노부이 발사!”

“적 어뢰 속지 않습니다. 거리 150m까지 다가왔습니다.”

“다시 소노부이 발사. 그리고 모두 충돌에 대비하라!”

한국 해군 원자력추진잠수함 단군왕검함에 포착되어 쫓기던 세이류함은 그렇게 필사의 노력을 다했으나 곧 범상어 중어뢰에 의해 동경 앞바다에서 격침당한 3번째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이

됐다.

이 소류급 SS-509 세이류함이 격침당하자 이제 남은 일본 해상자위대 소류급 잠수함 SS-510 쇼류함과 SS-511 오류함 단 2척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동경 앞바다 해저에 배를 깔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전락했고, 쇼류함의 함장 나가토미는 항복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으니 전력 외로

쳐야 했다.

“11시 방향, 적 장갑차 거리 1,590m. 쏴!”

이때 국군 1군단 1기갑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 1소대는 사단의 선봉으로 벌써 나고야 시내에 입성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일본 육상자위대 96식 장갑차가 건물 사이에서 튀어나오자 1소대장 금영철이 탄 흑표전차가 그 즉시 120mm 55구경장 활강포로 장갑차를 날려버렸다.

하나 96식 장갑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12방향 이번에는 90식 전차, 거리 1,600m 쏴!”

소대장 금영철이 명령이 사수에게 전달되는 찰나 그 일본 육상자위대의 90식 전차는 벌써 1중대의 다른 K-2 흑표전차에 의해 피격을 당했다.

“내 밥 채간 놈 누구야?”

“인마, 중대장이다. 그리고 자위대 전차는 널렸다는 대대장님의 통보를 받았으니까 다른 놈 찾아. 알았냐.”

“아, 예, 그럼 저는 이만.”

중대장 공강현의 말에 1소대장 금영철은 이렇게 대꾸한 다음 다른 일본 자위대 전차를 찾았으나 보이는 표적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중대의 다른 전차들이 연신 주포를 발사하는 것이 보이자 조종수에게 앞에 보이는 2층 건물 옆 도로로 우회하라고 지시했다.

“쿵!”

그렇게 2층 건물 옆 도로로 막 우회하는 찰나 전차 궤도 밑에서 이런 소리가 터지고, 전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대전차지뢰 아니면 급조폭발물을 건드린 것 같았다.

“뭐야? 아니, 다들 무사해?”

“이상 없습니다.”

“저도 이상 없습니다.”

“그럼 대전차지뢰는 아닌 모양이네. 급조폭발물인가. 어떻든 움직여봐!”

“어, 소대장님. 궤도가······.”

“끊어졌어?”

“그런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전장 한복판, 그것도 중대장의 말에 의하면 일본 자위대 전차가 널린 곳에서 궤도가 끊어진 전차에 타고 있다는 것은 죽여달라고 서서 기다리는 것과 진배없었기에 금영철은 순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그때 소대 부소대장 방경호가 탄 전차가 옆으로 와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소대장님, 궤도 나갔습니다. 대전차지뢰가 아니라 급조폭발물 같은데 불행 중 다행입니다. 얼른 하차해서 앞 2층 건물로 대피하십시오.”

“젠장!”

금영철이 전차에서 막 탈출하는 그때 이 중대 중대장 공강현은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일본 자위대 전차와 장갑차 등에 관한 정보를 보면서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본에 상륙해 그동안 제대로 된 전차전이라고 부를 전투도 그렇다고 육상자위대와의 화끈한 전투도 치르지 않고 이곳 나고야까지 왔다.

그러니 조금만 더 진격하면 동경이었다.

그런데 공군 전투기와 무인공격기, 공격헬기에 의해 모조리 격파된 줄 알았던 일본의 90식과 10식 전차 등이 느닷없이 나타났다.

이러면 지난 한중전쟁에 이어서 진짜 제대로 된 전차전을 한 번이라도 치르고 동경에 입성할 수 있을 것 같아 중대 통신망을 개방하고는 큰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 중대장이다. 드디어 쪽발이들의 90식과 10식 전차들이 나타났다. 그동안 어디 숨어있었는지 공군 전투기도 무인공격기도 아파치도 해치우지 못한 것들이니 이제는 당연히 우리

차례다. 그러니 또 출격했다는 무인공격기 흑룡과 아파치 공격헬기들이 오기 전에 마음껏 사냥한다. 다들 알았나.”

“예, 중대장님.”

한중전쟁 당시 중국군과의 전차전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중위에서 대위로 승진해 이제 중대장으로 한일전쟁을 맞이한 공강현은 이렇게 중대에 명령 아닌 명령을 내리면서도 신이 난 것

같았다.

잘하면 또 한 번의 전차전으로 말미암아 대위에서 소령으로 승진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어떻든 나고야에서 갑자기 나타난 일본 자위대의 90식과 96식 장갑차, 89식 장갑차 등은 각 전투에서 겨우 살아남은 것이었고, 10식 전차는 한일전쟁 전운이 고조되는 시점 생산에

돌입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들 전차는 그동안 남북한과 고구려 공군 등에 발각되지 않은 것들과 발각되지 않으려고 이 나고야 시내 각 곳에 숨어있던 것이었다.

하나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는 바람에 곧바로 한국군의 각종 정찰자산에 발각됐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A-1 흑룡 무인공격기와 AH-64 아파치 공격헬기들이 긴급 출동한 상태였다.

“13시 방향, 적 전차, 거리 1,890m 쏴!”

“확인 발사!”

“쾅!”

중대장 공강현이 탄 전차가 아닌 1소대 부소대장 방경호가 탄 전차가 다시 일본의 90식 전차를 발견하고는 K-279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발사해서 그대로 옆구리를 관통해버렸다.

“격파!”

“좋아! 또 다른 놈 찾아 지옥으로 보낸다.”

소대장 금영철이 궤도가 끊어진 전차에서 나와 앞 2층 건물로 대피하자 부소대장 방경호가 또 다른 소대 전차 2대와 함께 그 2층 건물을 보호하면서 일본 자위대의 다른 전차를 찾기

시작했다.

이 국군 1군단 1기갑사단은 여전히 1개 대대 전차가 44대 편제로 이 소대의 전차는 총 4대, 중대는 14대였고, 대대는 44대였다.

“어, 11시 방향 또 한 놈 나온다. 10식, 거리 1,590m 확인되면 즉각 발사 아니, 잠깐만.”

“확인, 쏩니다.”

“잠시만 기다려. 놈이 턱에 걸려서 돌고 있으니 측면이 노출되는 때 쏴!”

“어, 그러네요. 그런데 저 새끼 전차를 왜 저런 식으로 모는 거죠?”

“초짜다. 그것도 왕초짜. 그러니 저런 턱은 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모르고 무조건 타고 넘으려고 하는 거다. 그리고 저것 때문에 놈은 골로 가는 것이고. 이제 돌았다. 쏴!”

방경호의 전차에서 다시 한번 K-279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이 발사되어 자위대의 10식 전차 옆구리를 그대로 관통해버렸다.

그런데 이 10식 전차를 모는 다케다는 일본회의 소속 극우 인사로 이번에 민병으로 참전했다가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10식 전차 조종수로 배치받았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이 나고야까지 전차를 몰고 왔고, 이 시가지 방어전에 투입됐다.

그러나 주택 담장의 턱을 무턱대고 타 넘어가려다가 전차가 걸려서 후진 후 우회전하다가 그대로 옆구리를 관통당했다.

하나 그만이 아니었다.

이 나고야에 배치된 10식 전차를 모는 거의 모두가 그와 같은 민병이거나 아니면 이번에 전차를 처음 배정받은 예비자위관들이었으니 어찌 그 전차가 제대로 싸우겠는가.

어떻든 일본은 그만큼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져있다고 봐야 했으니 최신예 10식 전차조차 능숙하게 다룰 자위대원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전차병 출신의

즉응예비자위관들은 소집에 응하지 않았거나 벌써 도망쳐 버린 이후였기 때문이다.

“또 있다. 그 옆!”

“확인했습니다.”

“쾅!”

방경호의 전차가 또다시 K-279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발사해 또 1대의 10식 전차를 날려버렸고, 이 소대의 다른 전차와 중대의 다른 전차들도 어렵지 않게 10식 전차, 90식

전차를 날려버리고 있었다.

“전차장님 또 쪽발이 전차 없습니까?”

“찾고 있다.”

“빨리 찾아주십시오. 그래야 이번에 전공 제대로 세우죠.”

“너는 눈이 없냐?”

“당연히 저도 찾고 있죠.”

“어, 찾았다. 그런데 전차가 아니라 장갑차다. 96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