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336화 (336/470)

동경을 향해(8)

남북한과 고구려 최초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고구려함의 강제 절단식을 끝내고 대련의 한적하고 조용한 한식당으로 이동하면서 같이 차에 탄 민은정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김정은이 되고 제법 많은 일을 했지만, 그래도 아직 북한이 남한과 고구려에 비하면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총비서 동지께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너라도 믿어주니 다행이다.”

“저만이 아니라 모든 인민이 믿습니다.”

“모든 인민은 모르겠으나 너라도 나를 믿어주길 바란다.”

민은정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롭게 단장 중인 대련 시내의 어느 한적한 한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나와 민재인 위원장, 그리고 이세연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때부터 일본에 관한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민은정 중장도 내가 아닌 내 동생 수진과 한적한 방을 잡아 둘이서 수다를 떨면서 식사를 했고, 다른 수행원들도 자기들끼리 모여서 식사하기 시작했다.

“지난번 민재인 위원장이 미국 대통령 바이든에게 일본이 1876년 2월 군사력을 동원해서 우리에게 불평등 조약인 강화도 조약을 맺게 하고, 그 이후 우리를 침략 1945년 8월

15일까지 지배했으니 우리도 일본이 우리를 지배한 그 69년 6월 개월간 일본을 지배해야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말고 우리는 딱 100년만 일본을 식민 지배하시죠.”

“일본을 100년간 식민지배하자.”

“예, 그래야 일본이라는 나라를 영원히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죠.”

“그럼 김 총비서는 일본을 아예 말살해 버리자는 말이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그 첫째로 언어부터 없애 버립시다. 그다음은 역사입니다. 그러니 일본을 점령하자마자 일본어와 일본 역사 교육은 폐지하고, 일주일 내내 오직 우리말과 우리 역사만

가르치는 겁니다. 그건 초중고대학까지 마찬가지이고, 일반인들이나 직장인도 하루 두 시간은 모아서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가르치는 겁니다. 그렇게 10년만 하면, 일본어는 서서히 잊힐

것이고, 20년이면 완전히 우리말과 역사가 자리 잡을 것이고, 30년이면 완전히 자리 잡는 것은 물론 기존 일본인들은 우리말과 역사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될 것입니다.”

“다른 것은 아예 가르치지 말고, 우리말과 우리 역사만 가르치자. 그러면 반발이 만만하지 않을 것이고, 국제사회도 그냥 있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놈들의 반발은 그놈들이 우리 조상님들에게 했듯이 총칼로 무자비하게 진압하면 되고, 국제사회는 누가 딴죽을 건다는 말입니까. 미국은 오키나와 본섬 할양해주면 입 닫을 것이고,

러시아는 따로 뭔가 주면 역시 입 닫을 것이고, 영국은 홍콩 줬으니 아예 입 닫고 있고, 고작해야 프랑스나 독일 등일 것인데, 그 애들이 떠들어봐야 누가 듣기나 하겠습니까. 그러니

그렇게 하죠.”

“그래도 다른 것은 일절 가르치지 않고, 우리말과 우리 역사만 가르쳐서 우리말과 역사만 알고 다른 것은 일절 모르게 하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겠소.”

“그런다고 다른 것을 모르겠습니까. 다 모르게 배우겠지만, 학교에서는 일절 가르치지 말자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너무 심하다고 계속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는 못이기는 척하면서

음악과 미술, 문학 정도는 더 가르치죠. 단 수학이나 과학 즉 이공계열 학문은 절대 가르치지 말아야 합니다.”

“일제가 우리 우리말과 우리글도 모자라서 우리 이름도 없애고, 우리 민족문화도 말살했듯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뜻으로 이해는 하겠으나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 하나 이공계 학문을 가르치지 말자는 것에는 나도 동의하오. 일본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려면 우리말과 우리 글을 가르치고, 역사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모든 과학적인 업적을 과거의 유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니까. 그래야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고, 일어서더라도 우리보다 과학 수준이 훨씬 뒤떨어진

삼등 국가가 될 것이니까 말이오.”

“하하하! 바로 그렇습니다.”

내 제안이 얼마나 멋진가 말이다.

100년 동안 일본을 식민지배하면서 우리말과 우리 역사만 가르쳐서 아예 일본이라는 나라를 말살해 버리려면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 정 마음에 걸리면, 음악과 미술, 문학 정도만 더 가르쳐 주고 말이다.

그런데 민재인 위원장도 내 마음과 비슷한지 절대 이공계 학문은 가르치지 말자니 이미 그렇게 결정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거기서 조금 욕심을 더 부리면 일본을 에도 막부 시절 그러니까 개항하기 이전의 농경 사회로 되돌려버렸으면, 하는 것이 내 진짜 소원이었다.

민재인 위원장과 나, 우리 두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이세연 대통령은 한동안 그렇게 듣고만 있더니 자기의 생각을 정리한 듯 이렇게 말하면서 끼어들었다.

“초중고대학에서도 이공계 학문을 가르치지 말자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우리보다 일본이 앞서나가지 못할 것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말과 우리글, 음악과 미술,

문학 정도에 도덕과 체육 정도는 더 가르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도덕과 체육, 그 정도라면 뭐······.”

“그럼 김 총비서는 찬성이고, 나도 뭐 그 정도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 지금 당장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이후에 그런 과목만 가르치는 것으로

하죠. 그러니 일단 우리말과 우리 역사만 가르치다가 국내외적으로 반발이 심해지면, 그때 가서 음악과 미술, 문학 정도 더 가르치다가 또 반발이 심해지면, 도덕과 체육 정도를 더

가르치자는 말입니다.”

“그것 좋네요. 그럼 학교 문제는 그렇게 정리하고, 일본을 100년간 식민지배하는 겁니다.”

“그러시죠. 단 그 이후에 일본을 독립시키더라도 완전히 우리 발아래 놓아두어야 합니다. 그건 다들 아시죠.”

“당연히 그래야죠. 그리고 한일전쟁이 끝나면, 초나라를 한 번 더 공격하죠.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어요. 예를 들어 항복 조건 2항은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를 연구, 생산, 보유, 배치하지 못하고, 레이저 무기, 레일건 등 신무기도 연구, 생산, 보유, 배치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사찰을 받는다. 3항은

탄도미사일의 연구, 생산, 보유, 배치를 금지한다. 그리고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소지가 있는 로켓의 연구, 생산, 발사, 보유를 금지하고, 기타 순항 미사일, 대공미사일, 대함미사일

등등 여타 모든 미사일의 사거리는 50km, 탄두 중량도 50kg 이하로 제한하며, 생산량과 보유, 배치 수량은 각 미사일 200발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허가를 받아

생산, 보유, 배치한다. 또한, 과학, 항법, 기상, 탐사, 통신, 군사 등 어떤 형태의 위성이든 연구, 생산, 발사, 보유도 금지한다. 단, 민간용 통신 위성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허가를 받아 임대하여 사용할 수 있다. 4항은 어떤 형태든 핵 추진 함정을 연구, 생산, 보유, 배치하지 못한다. 5항은 5세대 이상의 전투기와 폭격기,

무인기 기타 항공기를 연구, 생산, 보유, 배치하지 못한다. 6항은 5세대 이하 4세대 전투기와 항공기, 살상용 무인기의 총 보유 숫자를 300대 이하로 하고, 함정의 총 톤수는

10만 톤 이하로 하며, 잠수함은 일체 생산, 보유를 금지한다. 7항은 바로 일본 평화헌법 9조처럼 옛 중국은 국권 발동에 의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육해공군과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

일본 처리 방향이 어느 정도 결정되자 내가 나서서 한일전쟁을 끝내고 초나라를 다시 침공하자고 하면서 항복 조건을 나열했다.

아무래도 그때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8항은 7항에 따라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고, 국권 발동에 의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를 영구히 이를 포기하는 대신 외부의 침입에 대한 자위권은 가지고, 그

자위대 병력은 육해공 각 5만 명 이상을 초과할 수 없다. 그리고 총 자위대 병력은 15만 명 이상을 초과할 수 없고, 이를 웃도는 예비군, 훈련생도 등 어떤 형태의 무장 병력도

보유하지 못한다. 이런 내용인데, 한일전쟁이 끝나면 그 항복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고 딴죽을 걸어서 초나라를 한 번 더 공격해서 아예 모든 무기의 연구와 생산과 보유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자위대 보유도 영원히 금지해버리죠. 단, 약간의 무장경찰만 허락해주고요.”

“김 총비서는 일본만이 아니라 초나라까지 아예 우리 식민지로 만들자는 것이군. 안 그렇소?”

“그랬으면 좋겠으나 그것이 힘드니 자위대도 금지하고, 모든 무기의 연구와 생산과 보유도 금지하자는 것이죠. 그리고 무장 경찰에게 필요한 권총과 소총과 경기관총 정도는 우리가

만들어서 엄격하게 관리하게 한 다음 지급해주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일본에 이어서 초나라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관리·감독하기 힘들 겁니다.”

초나라는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소지가 있는 로켓의 연구, 생산, 발사, 보유를 금지하고, 기타 순항 미사일, 대공 미사일, 대함미사일 등등 여타 모든 미사일의 사거리는 50km,

탄두 중량도 50kg 이하로 제한하며, 생산량과 보유, 배치 수량은 각 미사일 200발로 제한, 과학, 항법, 기상, 탐사, 통신, 군사 등 어떤 형태의 위성이든 연구, 생산,

발사, 보유도 금지, 어떤 형태든 핵 추진 함정을 연구, 생산, 보유, 배치 금지, 5세대 이상의 전투기와 폭격기, 무인기 기타 항공기를 연구, 생산, 보유, 배치 금지, 5세대

이하 4세대 전투기와 항공기, 살상용 무인기의 총 보유 숫자를 300대 이하로 하고, 함정의 총 톤수는 10만 톤 이하로 하며, 잠수함은 일체 생산, 보유를 금지, 국권 발동에

의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를 영구히 이를 포기,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육해공군과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을 보유하지 못한다. 자위대 병력은 15만 명 이상을

초과할 수 없고, 이를 웃도는 예비군, 훈련생도 등 어떤 형태의 무장 병력도 보유하지 못한다.

여하튼 옛 중국 즉 초나라의 항복 조건은 이랬는데, 이 중에서 아예 모든 무기의 연구, 생산, 보유를 금지해버리고, 자위대도 없애 버리자는 것이 내 의견이었다.

그래야 100년이 지나도 일본처럼 초나라도 우리 발아래 둘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말이다.

“초나라 자위대를 없애고, 모든 무기의 연구, 생산, 보유를 금지하자는 것은 마음에 듭니다. 그렇게 하시죠.”

“자, 이 대통령님도 찬성했으니 이제 민 위원장님이 결정하시죠.”

“김 총비서와 이 대통령 두 분이 그렇게 원한다면, 나도 찬성해야죠. 그런데 어떻게 딴죽을 걸어서 또 전쟁을 일으킨다는 말이오. 아니, 이러다가 우리 모두 국제사회에서 전범으로

몰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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