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1화 〉 전운(戰雲)(1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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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 내내 빤질빤질했으나 싸울 때는 싸울 줄 알았고,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단 한 명의 소대원도 잃지 않은 그 예비역 중위 원은철의 웃음소리와는 달리 한숨을 푹푹 내쉬는 이들도 있었으니 바로 한중전쟁 전 경찰이 주관한 전국 해킹 대회에서 팀을 이뤄 1등을 차지한 서준석과 이종민이었다.
이들은 그 이후 병역 혜택을 주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근무하면서 옛 중국 해커들과 피를 말리는 싸움을 했고, 한중전쟁이 승리로 끝나자 순경으로 특채되었다가 곧 그 공적을 인정받아 경장으로 진급했다.
그리고 곧장 다시 경사로 특진했는데, 그런 그들이 지금은 일본 넷 우익과의 피 말리는 해킹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 대한민국 사이버 안전은 역시 정보기무사 사이버전 여단이 총책임을 졌고, 병력도 3,000명으로 증강된 상태였다.
또한, 합참 예하에 사이버전 대대 병력 300명, 국정원 사이버 전담팀 200명, 경찰청 300명, 한국인터넷진흥원 300명 등의 사이버 전담 요원들이 대한민국 사이버 안전을 지키고 있었다.
“야, 또 온다.”
“그러게. 저번에는 짱깨 초딩들이 설치더니 이번에는 쪽발이 초딩까지 설친다. 어휴!”
“하나만 뚫으면 영웅이 되니까 그렇지.”
“그건 그렇고 이번에도 우리가 이기겠지.”
“물론. 그러니 네가 일본의 이지스 어쇼어 방어망만 뚫어버려. 그럼 제법 도움이 될 거다.”
“그러는 너는 일본 통신망이나 마비시켜버려라. 그래야 이번에는 경위로 진급하지.”
“기다려봐라. 이 형님이 반드시 그렇게 해서 경위로 특진시켜줄 테니까.”
“큰소리는.”
“큰소리가 아니다. 그러니 이 형님의 활약을 잘 지켜봐라.”
“놀고 있네!”
일본 넷 우익들만이 아니라 전문 해커와 일본 정부와 정보기관, 자위대 해커들까지 아직 개전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하도 설치는 바람에 대한민국 사이버전 전담 요원들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으나 북한 사이버전 요원들은 이때 비교적 한가했다.
북한 사이버 전력은 정찰총국이 호위사령부로 배속되면서 대대적인 개편을 해 이때에는 호위총국 산하에 전자전여단을 두고, 병력은 5,000명으로 축소했으나 모두가 정예였다.
그리고 국무위원회 산하에 요원 1,000명으로 전자전 전담국을 두었고, 총참모부 예하에도 병력 1,000명으로 전자전 대대를 두고, 사이버전을 전담했다.
“서한국 중사,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약혼녀 생각합니다.”
“벌써 약혼했어?”
“약혼식은 안 했지만, 결혼하기로 둘이 약속했으니 약혼녀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은 되네. 그런데 진짜 결혼하기로 했어?”
“예, 그때 대대장님도 오셔야 합니다.”
“당연한 소리.”
“그런데 여기는 어디기에 고속도로에 F-1 삼족오 전투기들이 저렇게 서 있습니까?”
“여기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이고, 저긴 고속도로지만 유사시를 대비해서 만든 비상활주로야. 내가 고향이 부산이라서 여길 알지. 그런데 저기 비상활주로에서 해제되고, 전투기 계류장까지 다 철거했다던데, 다시 전투기를 계류하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오기는 다가온 모양이다.”
“여기서 일본까지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기타큐슈와 후쿠오카까지는 직선으로 250km 정도도 안 될 거야. 그러니 저 삼족오 전투기들이 여기에 전개했겠지. 하여튼 전쟁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오기는 온 것 같다.”
“그러니 우리가 북경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닙니까.”
국군 1군단 저격대대 서한국 중사는 하수정 중사와 수진, 서민재 대위의 배웅을 받으면서 북경에서 수송기에 올랐다.
그리고 울산 공항에 내렸고, 동해고속도로 부산 포항 간 도로가 아닌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부산으로 가다가 갑자기 고속도로에 나타난 F-1 삼족오 전투기들을 보고는 대대장 이여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건 그렇고 서한국은 북경을 떠나오기 전날 하수정과 같이 뜨거운 밤을 보내면서 서로 결혼하기로 약속했으니 이제는 그의 말처럼 서로 약혼자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수진과 서민재 대위의 관계는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았고, 서한국은 아직 한국군이 반면 서민재 대위는 고구려군이었으나 경비단에 있었기에 이 전쟁에는 참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했다.
어떻든 그렇게 서한국 중사는 또 한 번의 전쟁을 향해 부산으로 달리고 있었다.
***
2022년 8월 14일 밤 10시가 드디어 왔다.
이제 일본이 대답할 시간은 단 2시간 남았고, 그때를 기해 포항에서는 대한민국 해군 제5성분전단 53상륙전대 소속 독도급, 고준봉급, 천왕봉급 상륙함들도 모자라서 민간 화물선에 해병대 1여단이 장비를 적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그때 일본 총리 이시바는 다급한 마음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를 끝없이 시도하다가 기어이 연결된 통화에서 단 몇 마디만 들었을 뿐이었다.
“총리, 또 말하지만, 우리 미국 국민을 안전한 지역으로 철수하는 작전이지 일본을 포기하는 그런 것이 아니요. 그리고 하와이와 괌을 포함해서 귀국 일본의 영토인 오키나와로도 우리 국민을 철수하고 있으니 총리는 더 뭐라고 하지 마시오. 그러고 내 또 하는 말이지만, 웬만하면 한국이 제시한 그 조건들을 받아들이시오. 내 계속 그 조건을 들어주라고 했는데도 총리가 그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니까 한국이 저렇게 나오는 것이 아니요.”
“한국이 제시한 조건은 우리 일본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입니다. 대통령님.”
“또 그 소리. 그리고 일본이 과거 한국에 한 짓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약과 아니요.”
“우리 일본이 과거 한국에서 한 일에 대해서는 이미 일한기본조약(日韓基本條約)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됐고, 그 이후에도 여러 방법으로 이미 해결이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북한과는 청구권 협상으로 5년간 5,000억 달러를 주기로 하고, 첫 번째 1,000억 달러는 한중전쟁에서 쓰인 귀국 미국제 미사일과 폭탄 등 무기 대금으로 정산되고 있으니······.”
“총리, 그러니 안되는 것이오. 한일기본조약과 그 이후의 여러 조처로 일본군 성 노예 문제가 해결됐소? 독도 문제가 해결됐소? 청구권 문제가 완전무결하게 해결됐소? 약탈 문화재 문제가 해결됐소? 그래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이 진실하오? 또 일본 역사교육은 어떻소? 그러니 한국이 저렇게 이를 갈고 나오는 것이 아니요. 해서 말인데, 이번에는 일본이 지는 척하면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들을 들어주시오. 그래서 전쟁만은 막아야 할 것이 아니요.”
“대통령님, 저도 전쟁만은 무조건 막고 싶지만, 그 조건을 다 들어주는 것은 우리 일본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니만큼······.”
“됐소. 총리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더 할 말이 없소. 단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소. 우리 미국은 동맹국 간의 전쟁에는 엄정중립을 지킬 것이니 그리 아시오. 그러고 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자면, 아직도 안 늦었으니 한국 대통령과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통화나 한번 해보시오. 내 한국 이세연 대통령께 연락할 테니까.”
“그러시지 말고 대통령님께서 한국 이세연 대통령에게······.”
“총리, 이만 끊읍시다. 그리고 이세연 대통령과는 통화해보시오. 내 지금 연락할 테니까.”
주일미군은 모조리 하와이나 괌으로 이동했고, 그중 일부는 오키나와로도 갔으니 이제 일본 본토라는 본주, 규슈, 시코쿠, 홋카이도에 남은 미군은 아무도 없었다.
그랬으니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오키나와를 빼고 나머지 지역은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를 막아주어야 할 미국, 그중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렇게 통화를 끊어버리자 일본 총리 이시바는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일본이 비빌 언덕이라고는 미국뿐인데, 미국은 한중전쟁 전후로 이렇게나 변해버렸다.
도대체 한국에 무엇을 약속받았고, 일본보다 한국에서 얻을 것이 얼마나 더 많다고 이렇게나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엄연하고 냉정한 현실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일본 총리 이시바가 이렇게 현실을 자각하고 있을 때 그가 아닌 한국 대통령 이세연이 먼저 그에게 통화를 요청해왔으니 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부탁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일본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나 한번 해보라는 그런 부탁 말이다.
“총리, 그동안 잘 지냈소?”
대한민국 대통령 이세연의 너무나 당당한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로 묻는 안부에 일본 총리 이시바는 너무나 굴욕감이 들었으나 꾹 눌러 참아야 했다.
그런데 언제 한국이 이렇게나 당당했던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은 말로만 일본에 큰소리를 치는 존재였으나 한중전쟁을 승리로 이끌자마자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왔다.
그리고 여차하면 주먹까지 함께 내겠다는 심보를 노골적으로 피력했다.
그러나 지금은 참아야 했다.
만약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재하지 않았다면, 이런 통화 자체도 없이 곧장 한국의 주먹인 탄도미사일을 맞아야 했겠지만, 다행히 말이라도 그것이 마지막 말일지라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일본 총리 이시바는 굴욕적인 감정을 억누르면서 비교적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응대했다.
“예, 대통령님께서도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뭐. 잘 지낼 일이 있었겠소. 그건 그렇고 그래 우리가 제시한 7가지 조건은 숙고해보았소?”
“그것이······.”
“이제 2시간도 남지 않았소. 그런데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다는 말이오.”
“그 7가지 조건은 우리 일본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입니다. 그러니 조건을 좀 수정해 주십시오. 그럼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보겠습니다.”
“우리의 조건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다. 총리, 지난 1910년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인간 같지도 않은 왜놈들의 무단 식민통치를 받아들이고 싶어 받아들였겠소. 그러나 귀국이 총칼로 협박하는 바람에 36년이나 그 고통의 시간을 버티었소. 그때 귀국이 무슨 짓을 했는지 벌써 잊은 것은 아니죠.”
“지난 그 불행했던 역사는 1965년 일한기본조약(日韓基本條約)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됐고, 위안부 문제도 지난 2015년 12월 28일 우리 정부가 사죄를 표명하고,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10억 엔을 출연하는 대신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북한과는 청구권 협상으로 5년간 5,000억 달러를 주기로 하고, 첫 번째 1,000억 달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