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288화 (288/470)

〈 288화 〉 전운(戰雲)(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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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직설적으로 이렇게 묻자 일본 총리 이시바는 순간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얼굴을 있는 대로 구겨야만 했다.

중국과의 전쟁에서 이긴 한국만이 아니라 북한과 이제는 고구려까지 모두 욱일승천하는 기세라면 자국 일본은 지는 해라는 것을 절대로 인정할 수가 없었고, 이 세상 모두가 한국을 인정하더라도 일본만은 절대로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도 숨겨야 했으므로 말이다.

그러나 곧바로 신색을 바로 하고, 그런 마음과는 달리 말은 이렇게 해야 했으니 그것이 진정한 일본인다운 처세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진짜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러시오. 한국은 이미 귀국 일본의 국력을 능가했소. 그런데 오직 귀국 일본만이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소. 한국에 패한 옛 중국마저도 지금은 마치 한국의 식민지처럼 고분고분한데, 일본만 그러지 않고 있다는 말이오. 즉 일본은 아직도 한국을 무시하고, 깔보고, 차별하면서 마치 2등 국가 취급하고 있다는 말이오. 안 그렇소?”

“대통령님,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니기는 뭐가 아니요. 내 이즈음 역사 공부를 하다 보니 일본이 한국보다 강대국이 된 것도 다 우리 미국과 수교를 하고 개방을 한 1853년 이후부터이더구먼.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보다는 한국이 강대국이었고, 총리가 좀 전에 말한 것처럼 고대 일본은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에 의해 세워진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오. 만약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지금 일본은 저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처럼 저개발국가로······. 그리고 일본 왕실과 백제와의 관계도 흥미롭던데, 왜 일본은 한국을 그렇게나 무시하고, 깔보고, 차별하면서 2등 국가 취급하는 것인지 모르겠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백제와의 관계는······.”

“됐소. 총리의 그 말이 모든 것을 의미하니까.”

“제 말이 무엇을 의미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일본은 절대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 그것 말이오. 그것이 과거에 대한 열등감일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일본은 과거 한국이 베푼 은혜를 원수로 갚았고, 아직도 그러고 있으니 한국인들이 저렇게나 눈에 불을 켜고 그 복수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겠지.”

“우리 일본이 한국이 베푼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그것은······.”

“한국이 베푼 은혜를 1592년 조선을 침략하는 것으로 원수로 갚았고, 1910년에는 기어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고,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도 하지 않고 있지 않소.”

“······.”

“총리가 대답하지 못하니 내 마지막으로 제안하겠소. 한국이 제시한 그 7가지 조건을 모두 수용하시오. 그것만이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알겠소?”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마치 최후통첩처럼 이렇게 말하고, 일본 총리 이시바와의 통화를 끝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 이후 참모들을 모은 바이든이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으니 말이다.

“자, 이제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각자 의견을 개진해보시오.”

“먼저 대통령님의 결단은 섰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나는 약 90% 결정했소.”

“그것이 주일미군 철수입니까?”

“그것까지는 밝힐 수 없으니 먼저 의견을 개진해보시오.”

“그럼 저는 주일······.”

백악관에서 그런 토론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본 오사카에 사는 재일교포 3세인 아버지 전우관과 재일교포 4세인 아들 전경수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 우리도 갑시다. 저 혐한 시위대가 이제는 사람까지 폭행하고 있으니 언제 우리 차례가 될지 모릅니다. 그러니 한국으로 가든지 고구려로 가든지 갑시다. 가요.”

“정말이냐?”

“예, 가요. 곧 한국이 공격하면, 저놈들이 우릴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맞다. 가자. 한국이 아니라 고구려로 가자. 집도 주고, 직장도 구해주고, 생활비도 지원해 준다니까.”

“알았어요. 짐 간단하게 살게요.”

일본 국내는 이때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뿐만 아니라 극우와 혐한 시위대, 반한 시위대, 전쟁 반대 시위대까지 극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렇게 일본 정국이 시위로 몸살을 앓는 와중에 한국인과 재일교포들이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고, 그에 위협을 느낀 교민들은 고구려나 한국으로의 이주를 이렇게 본격적으로 서둘렀다.

그리고 그런 교민 수송을 위해서 군 수송기는 물론 한국과 고구려 국적 항공사의 전세기가 대량으로 동원됐고, 남북한과 고구려 외교부 명의로 이들의 안전한 철수를 촉구하는 성명서까지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

그런데 일본을 탈출하는 이들은 이들만이 아니라 외국인도 다수였고, 그중에서 가장 많은 이들은 미국인들이었다.

그 바람에 미국 정부도 군 수송기와 전세기까지 동원하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니까 기어이 피난민 수송을 목적으로 일본에 남아있던 유일한 주일미군인 7함대 함정까지 동원했다.

“총리, 미군이. 미군이······.”

“미군이 왜?”

“미군이 모든 함정을 동원해서 자국민을 철수시킨답니다.”

“그럼 우리 일본을 떠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미군까지 우리 일본을 떠나면······.”

관방장관 히로시에게 이런 소식을 들은 일본 총리 이사바는 당장 미국 대통령 바이든과의 통화를 원했지만, 바로 통화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어렵사리 연결된 통화에서도 이런 말만 들어야 했다.

“총리, 우리 미국 국민을 안전한 곳으로 철수하는 작전일 뿐이지 결코 일본을 떠나는 것이 아니요.”

“그것이 떠나는 것이지 뭐가 떠나지 않는 것입니까?”

“그럼 우리 국민을 전쟁의 위협 속에 내버려두라는 말이오.”

“그건 아니지만, 미국 국민은 우리 일본이 전세기를 동원해서라도 안전하게 괌이나 하와이로 보내주겠으니 미군은······.”

“일본이 그렇게 못 해주었기에 우리가 7함대까지 동원한 것이 아니요. 그러니 더 두말하지 마시오.”

“그렇다면 대통령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제발 F-22 전투기라도 팔아주십시오.”

“총리, 나도 또 말하지만, 일본도 우리 동맹국, 한국도 우리 동맹국이오. 그러니 그럴 수는 없소. 그리고 또 말하지만, 그 7가지 조건을 들어주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최선이오. 그러니 속히 그 조건들을 수용하시오. 일본이 과거 한국에 한 짓에 비하면, 그 7가지 조건은 양반인데 말이오.”

“그 7가지 조건을 들어주는 것은 우리 일본이 자주국임을 포기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려야 합니까.”

“그럼 몇 가지 조건만이라도 들어주라고, 나도 몇 번이나 말했소.”

미국 대통령 바이든과 일본 총리 이시바는 그렇게 다시 통화를 이어가면서 같은 말만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의 바이든은 90%가 아니라 이미 100%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는 것이 달라진 것이었지만, 이시바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그것이······.”

“총리, 그러리라 믿겠소. 그리고 내가 좀 바빠서 그러는데 이만 끊읍시다.”

“대통령님, 제발 7함대는 철수하지 말아 주십시오. 미국 국민은 우리 전세기로 다 하와이로 보내드리겠으니 말입니다.”

“일본이 그렇게 해주지 못했기에 우리가 함정까지 동원하는 것이라고 이미 말했지 않소. 그러니 그런 소리 할 시간에 한국 이세연 대통령에게 전화해 그 7가지 조건을 수용한다고 하시오.”

“또 말씀드리지만, 그것은······.”

“그럼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대통령님이 한국의 도발을 막아주십시오. 미·일 동맹에 의거 대통령님이 한국의 도발을 억제해주십시오. 지금은 그 방법뿐입니다.”

“F-22 전투기가 아니라?”

“그렇습니다. F-22 전투기를 우리 자위대가 인수해서 전력화하려면, 시간이 너무 걸리므로 지금은 대통령님이 나서주시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아니면 주일미군을 사세보가 아니라 요코스카는 물론이고, 동경, 구레 등에도 추가로 배치해주십시오.”

“너무 늦었소. 그리고 나는 바빠서 이만 전화 끊겠소.”

일본 총리 이시바가 미국 대통령 바이든에게 이렇게 퇴짜를 맞은 그 다음 날 오후 일본주재 미국 대사관마저 철수를 시작했다.

결국,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이니 한일전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점점 다가왔다.

그리고 미국 대사관이 철수를 시작하자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 브라질, 호주, 캐나다는 물론 이거니와 일본에 대사관이나 영사관 등을 둔 거의 모든 나라의 대사관과 영사관 등도 일본 철수를 서둘렀다.

그러나 이때 일본의 각 공항과 항만은 일본을 탈출하려는 외국인과 일본인들로 여전히 아수라장이었고, 일본 경찰에 자위대 병력까지 동원되어 질서유지에 주력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이렇게 일본 엑소더스(Exodus) 즉 대탈출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대마도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우리도 본토로 도망가야 하는 것 아냐?”

“맞아. 전쟁이 나면 한국이 여길 그냥 둘 리가 없지. 중국 동북 3성도 자기들 옛 영토라고 점령해서 기어이 자기들 영토로 만들었는데, 이 대마도를 그냥 두겠어.”

“그러니까 말이야.”

“진짜 갈까?”

“한국 군인들에게 쫓겨나느니 지금 당장 정리하고 가는 것이 나을 것 같기는 해.”

“그럼 가자. 곧 우리 일본에는 없고, 한국과 북한에는 있는 탄도미사일이 날아올지도 모르니까.”

“그래, 가자. 앉아서 죽느니.”

대마도 거주 일본인 중 눈치가 빠른 이들이 이렇게 서둘러서 재산을 정리하고, 비교적 전쟁에서 안전할 것 같은 본토 북부나 오키나와 또는 홋카이도 그도 아니면 외국으로 도망갔다.

이것도 역시 한중전쟁의 교훈이었고, 이들 대마도인들 만이 아니라 부산과 맞닿은 시모노세키, 기타큐슈, 후쿠오카 등의 일본인들도 제법 많이 그렇게 다른 지역이나 외국으로 미리 피난을 떠났다.

일본이 이런 전쟁의 공포에 사로잡혀있었지만, 한국과 북한과 고구려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비록 계엄령이 내려지고, 김해, 울산, 포항, 대구, 울진, 강릉, 제주 등의 공항이 폐쇄되기는 했지만,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일본과의 전쟁에는 아주 쉽게 승리하리라는 자신감이 가득 차서 그렇게 걱정하는 이들도 별로 없었으니 이도 다 한중전쟁 승리가 가져다준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또한, 연일 방송에서 한일전쟁 예상 결과를 방송했는데, 진다는 예상은 단 하나도 없었고, 전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는 내용뿐이었기에 그리 걱정하는 국민은 더 없었다.

“날래 날래 타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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