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4화 〉 전운(戰雲)(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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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장관 김태호가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청와대에 다녀온 것을 합참의장 김진규, 해군과 공군부의장 안성환과 이대식 그리고 해병대 사령관 강민철, 특전사령관 강대호, 미사일사령부 사령관 이종수 등은 모두 알았다.
그런데 자신들을 모은 그가 드디어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졌다고 하자 그들 중에서 성격이 가장 급한 공군부의장 이대식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직설적으로 이렇게 물었다.
“그럼 일본 공격입니까?”
“하면 무슨 명령이 떨어졌겠는가.”
“그렇다면 언제 공격합니까?”
“공격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무작정 날짜만을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만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 놓으면 된다. 이미 한번 해 봤으니 다들 잘 알 것 아닌가. 그리고 그 전에 의장, 장수태왕급과 안창호급, 손원일급 잠수함에 출동 명령을 내려 부산과 일본 간 해역에 우리 해군 함정이 마음껏 다닐 수 있는 해상안전통로를 개척하라고 해. 또한, 장보고급에는 우리 영해에 들어와 있을지도 모르는 일본 잠수함이 있다면 즉각 사냥하라고 지시하고.”
“예, 장관님. 즉시 명령하겠습니다. 한데 상륙전까지 하는 겁니까?”
“해상자위대만 쓸어버리면, 당연히 우리 해병대와 북한 인민군 해상저격여단 등을 먼저 상륙시키고, 이어서는 육군까지 가야 확실하게 일본의 항복을 받아낼 것 아닌가.”
“그전에 우리 특전사령부가 먼저 일본으로 침투해야 합니다. 장관님.”
“미사일 공격과 공중전이 끝나자마자 특전사가 침투하여 우베, 기타큐슈, 후쿠오카 공항부터 장악하는 것은 당연하니 특전사령관은 그렇게 나대지 말고, 고구려가 이번에 새로 도입한 러시아제 수송기를 이용해서 고구려군과 함께 강하훈련이나 빨리해봐.”
“우리 특전사는 어떤 수송기에서도 뛰어내릴 수 있으니 굳이 다른 훈련도 필요 없습니다. 장관님.”
고구려 공군이 러시아에서 도입한 수송기는 An-74C(COREA)라고 명명한 기체였다.
이 기체는 연료탑재량을 늘리고, 23mm GSh-23L 쌍열기관포를 동체 오른쪽 아래 건포드에 기본 장비하고, 추가로 주익 파일론에 폭탄과 로켓탄을 장착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완전무장 병력 50명을 태우고, 최고속도는 시속 700km, 항속거리는 5,000km에 이르는 기종이었다.
고구려 공군이 이 러시아제 수송기를 10대나 도입한 이유는 바로 한중전쟁에서 러시아가 엄정중립을 지켜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으나 러시아는 한중전쟁에 개입할 의사가 처음부터 없었다.
중국의 팽창으로 말미암아 어쩌면 가장 큰 위협을 느낀 곳이 러시아였으나 겉으로는 동맹이라는 이유로 군사훈련도 같이하고, 협력사업도 같이하면서 미국에 맞섰으나 막상 한중전쟁이 터지자 나 몰라라 하면서 중립을 지켰다.
물론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악화로 한중전쟁에 개입할 수도 없었으나 그 덕분에 한중전쟁이 끝나자마자 고구려는 러시아 수송기만이 아니라 기타 여러 가지 것도 수입했고, 북한과 한국은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이용을 더 활성화했다.
더불어서 경제협력도 더욱 강화했으니 러시아는 결국 손해를 보는 장사는 하지 않은 것이 됐다.
“우리 특전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특전사다. 알았나. 그리고 특전사령관을 보니까 지금은 고구려 안보실장으로 간 전 해병대 공경호 사령관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우리 특전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특전사.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건······.”
“의장, 그 이유를 나 대신에 좀 설명해줘. 그리고 미사일 사령관은 모든 준비를 다시 한 번 더 점검해봐. 그래야 명령이 떨어지면 즉각 일본의 이지스 어쇼어부터 무력화해야 하니까.”
“예, 장관님.”
“일본 잠수함은 누가 감시하나?”
“제가 합니다. 장관님.”
“지금 구레 기지에 정박하고 있는 잠수함이 몇 척이지?”
“5척입니다.”
“그럼 나머지는 출항했다는 말. 의장, 아까 명령한 것처럼 그놈들이 우리 영해에 들어왔는지부터 확인한 다음 모조리 찾아서 격침해. 그것부터 시작한다. 다들 잘 알았나!”
대한민국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이렇게 한일전쟁을 기정사실로 하고 준비에 들어가자 이를 연락받은 북한 총참모부와 고구려 국방국도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자 남북한과 고구려 3국의 외교부에서는 일본으로의 자국민 출국을 일절 금지하고, 일본에 머무는 자국민과 자국 기업 등등의 전면 철수를 서두르기 시작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일본을 언제 공격하느냐 그것뿐이었다.
어떻든 대한민국과 북한 그리고 고구려가 이렇게 전쟁준비에 돌입했는데도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이세연 대통령에게서 얻은 3일의 시간이 다 되어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본 총리 이시바와 각료들은 모여서 대책만 논의하고 있었다.
“중부항공방면대 지휘관 전부와 항공자위대 사령관을 한국으로 보낼 수는 없고, 다케시마가 한국의 고유 영토임을 온 천하에 공포할 수도 없으니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다들 말해보시오.”
“총리, F-35 도입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미국에 특사를 파견했으나 미국이 우리에게 전투기를 더 판매하지는 않을 것 같소. 이미 한국 이세연 대통령과 고구려 민재인 위원장, 북한 김정은 총비서까지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고, 한국과 고구려의 특사도 미국을 방문해서 우리 일본 편을 들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모양이오. 거기다가 초나라(옛 중국)와 베트남, 영국, 러시아까지 우리 일본 편을 들지 말라고 하는 모양이니 아마 어려울 것 같소.”
“영국까지요?”
“그래. 남북한이 홍콩을 가져다주었으니 영국이 뭔들 못하겠나. 그래서인지 옛 중국 정부와 중국 관리들이 홍콩에 투자한 자금과 홍콩에서 쫓겨난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던 자금까지 다 회수해서 한국 돈으로 약 11조 2,300억 원을 한국에 준 것도 모자라서 이번에 다시 찾아낸 돈 약 2조 8천억 원까지 한국에 더 준다는군.”
“하면 F-35 도입은 물 건너간 것 같고, 이지스함도 하루아침에 만들어내지 못하고, 기타 함정도 잠수함도 전투기도 하루아침에 만들어내지 못하니 방법은 육상자위대 전력을 강화하는 한편 10식 전차를 최대한 많이 생산해서 한국군의 본토 상륙을 막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방위대신까지 전쟁을 기정사실로 하는 건가?”
“지금 상황이 그렇게 흐를 것으로 예상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지금 상황이 전쟁으로 흐른다는 말이지.”
방위대신 마사요시와 총리 이시바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데, 통합막료장 다모가미가 불쑥 끼어들어서 이렇게 말한 것은 그 순간이었다.
“총리, 전쟁은 방위대신이 아니라 이미 한국이 기정사실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저 오만한 한국놈들의 콧대를 완전히 꺾어놓아야만 합니다.”
“통합막료장은 정신병자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한국이 3일의 여유를 줬고, 그 3일째 되는 날이 내일이다. 내일. 그런데 뭐 이 기회에 한국의 콧대를 꺾어. 뭐로? 뭐로 꺾을 것인데?”
“우리에게는 우국충정에 불타는 1억 2,700만의 국민이 있습니다. 총리.”
“네놈은 진짜 미친놈이다. 당장 그 자리에서 잘라버리고 싶은데, 전쟁을 앞두고 장수를······. 하여튼 그래서 목을 붙여 놓는 것이니 정신 차리고, 자위대를 점검하고, 한국군의 침공에나 대비해. 당장!”
총리 이시바가 이렇게 소리치자 통합막료장 다모가미와 함께 정한론을 주장하는 나카무라는 물론 외무상 에사키, 부총리 니시가와까지 인상을 구겼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와는 달리 방위대신 마사요시는 이렇게 자기주장을 피력했다.
“총리,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우리의 전력을 향상하는 것이 우선이니 이미 말씀드렸듯 우리가 즉각 생산할 수 있는 10식 전차와 여타 육상자위대 무기들을 생산하시죠. 그러면 한국이 침공하기 전에 10식 전차와 장갑전투차, 자주유탄포, 지대공유도탄, 대전차유도탄 등등이 생산되어 나올지도 모릅니다. 하다못해 20식 소총이라도 생산되어 나오면 지금보다야 더 좋지 않겠습니까.”
“우리에게 그럴 시간이 있을까?”
“아직은 모르는 일이 아닙니까. 그러니 우리가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각종 무기를 생산하라고 특별지시를 하십시오. 또한, 자위대원들 특히 육상자위대원들을 더 모집하시고요.”
일본도 이렇게 전쟁을 기정사실로 하고 준비에 들어가자 가장 답답해진 것은 미국이었다.
한중전쟁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소극적인 개입만으로 티베트와 남중국해를 얻는 것에 만족했다.
그런데 이제는 소극적으로도 개입할 수 없을 지경이었으니 바로 한·일이 모두 동맹국인 데다가 영국, 옛 중국, 베트남은 물론 이스라엘과 러시아까지 개입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해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미국이 그런 압박에 굴복할 리는 없었지만, 영국과 이스라엘의 반대는 많이 거슬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정책을 다소 수정했어도 자신이 집권하는 동안 미국이 예전의 그 강대함을 되찾기를 바랐고, 그래서 한중전쟁에는 완전중립을 지키려다가 소극적으로 개입했다.
그리고 그 결과도 만족할만했으니 바로 엄청난 전쟁비용을 지급해도 별로 얻는 것이 없었던 다른 전쟁과는 달리 한중전쟁에서는 한국에 판 무기대금만으로도 티베트와 남중국해에서 쓴 전쟁비용을 훨씬 웃돌고도 남아도 아주 많이 남는 장사를 했다.
더불어서 그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남중국해도 손에 넣었고, 자원의 보고라는 티베트도 손에 넣었으며, 위대한 미국의 자리를 노리던 중국도 주저앉혔다.
그렇게 다 좋았는데,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이 곧 전쟁으로 비화할 것만 같아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짜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골머리도 아팠다.
그러나 그런 그를 고구려위원회 민재인 위원장이 더 괴롭혔으니 벌써 3번이나 통화를 요청해 그때마다 일본에 대한 엄정중립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4번째 통화가 연결되어 두 사람은 다시 통화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바이든 대통령이오.”
“그렇소만 또 무슨 일입니까? 이번에도 일본과의 문제에는 끼어들지 말라는 그것입니까?”
“바로 그렇소. 한중전쟁에는 그만큼 끼어들라고 해도 하지 않던 분이 일본과의 일에는 왜 그렇게 끼어들려고 하십니까. 그리고 막말로 한중전쟁에 더 적극적으로 끼어들었으면, 지금 광동은 미국 영토가 되었을 것 아닙니까.”
“지나간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진짜 꼭 일본과의 전쟁이라도 불사해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