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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정은-276화 (276/470)

〈 276화 〉 유비무환(有備無患)(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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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전쟁의 전공을 인정받아서 이제 중사로 진급한 서한국과 그의 여자친구가 된 북한 인민군 하수정 중사를 집으로 초대한 수진이 저녁을 대접하는 자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러니 이때까지 둘은 소개팅 이후 아주 잘 만나고 있었고, 관계도 이렇게 발전해있었으나 둘 사이의 주도권은 하수정에게 기울어져 있기에 서한국은 그때부터 수진에게 빈말도 아니고 존댓말도 아닌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반말하지 않을게. 안 하면 되잖아.”

“그 말 진심이기를 믿어요. 그리고 강수진 수석님은 진짜 부자시군요?”

“다 우리 오빠가 남겨준 것이니까 제가 부자가 아니라······.”

“수정 씨. 이 이야기는 이 정도만 해요. 백호 형 이야기하면 나도 가슴이 아프니까. 그건 그렇고 밥해줘서 고마······. 하여튼 고맙다. 아니, 고마워.”

서한국이 다시 이렇게 반말도 아닌 존댓말도 아닌 이상한 말을 하자 수진이 이 말을 듣고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호호호! 살다 보니 네 입에서‘고마워’라는 말도 다 듣고, 저녁을 한 보람이 있다. 있어. 아, 그리고 수정 씨도 많이 먹어요. 솜씨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서 만든 것이니까.”

“솜씨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다 맛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너는 안 먹고 뭐 해.”

“먹는다. 그런데 일본과 한바탕 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아는 것 없어?”

“언젠가는······.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야. 그건 그렇고 집은 구했어?”

“지금 보러 다니는 중이에요. 그리고 공화국에서도 참전용사에게는 고구려로 이주할 수 있는 자격을 주어 저도 한국 씨와 함께 보러 다녀요.”

“그럼 둘이 결혼해서 살 집 한 채만 구하고, 집이나 토지 대신 상가를 하나 매입해요. 내가 봐둔 곳이 있는데, 둘이 원한다면 양보할게요.”

수진이 둘이 결혼하라고 하자 서한국은 좋아서 입이 벌어졌고, 하수정은 살포시 얼굴을 붉혔으니 그사이에 둘은 깊고도 깊은 정을 쌓은 것 같았으니 역시 청춘남녀에게 국경 따위는 필요 없었다.

“어딘데?”

“여기 중남해 인근이라 위치도 좋고, 유동인구와 관광객도 많은 목 좋은 곳이야. 그러니 관심이 있으면 빨리 말해.”

“네가 추천하는 곳이면 당연히 해야지. 콜! 그리고 돈 1억만 더 빌려줘.”

“돈 말고 다른 걸 줄게. 그 대신 네가 아니라 하수정 중사에게.”

“뭔데?”

“기다려 봐!”

수진이 이렇게 말하고, 춘천 친구 이수영 집 지하 금고에 넣어뒀다가 찾아온 내가 준 금괴 1kg짜리 3개 3kg을 가져와서는 하수정 중사 앞에 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건 두 사람이 결혼하기를 바라고 내가 미리 주는 예물이에요. 그러니 하나는 두 사람 목걸이, 반지, 팔찌, 귀걸이 등등 하여튼 금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예물을 맞추고, 두 개는 하수정 중사가 북한에서 가져온 것처럼 하고, 바꿔서 상가 매입해요. 대신 흔적 남지 않게 바꿔야 해요. 안 그러면 나중에 약간의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이 금 어디서 난 건데, 그런 겁을 줘. 혹시 뇌물로 받은 거야?”

“뇌물이 아니라 오빠가 남긴 거야. 그러니 소리 소문 안 나게 바꿔서 가게 매입해.”

“그렇다면 오케이 콜! 그리고 그런 일은 내가 잘하니까 나에게 맡겨. 그럼 우리 높으신 강 수석님에게는 절대 피해가 안 가도록 할 테니까.”

“믿는다.”

“물론이지. 나만 믿어.”

내가 준 금괴 3kg을 이렇게 처리해 버린 수진의 이 행동으로 말미암아 서한국과 하수정은 꼭 결혼해야 할 것만 같았으니 수진은 어쩌면 일거양득의 결과를 얻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두 사람을 불러서 저녁먹이고, 선물까지 준 수진이 다음날 출근하려고 고구려위원회 비서실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충성! 대위 서민재. 강수진 수석님께 인사드립니다.”

“당신은······.”

“접니다. 특전사 707특임단 서민재 중위. 아니지. 이제는 고구려위원회 경비단 1대대 1중대장 대위 서민재입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고구려위원회 외곽은 우리 경비단이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에요?”

“한중전쟁이 끝나고 특전사령부로 원대 복귀하고, 대위로 진급하고, 휴가 가서 부모님 만나고, 복귀해서 고구려군으로 이적하고, 이 경비단으로 배치되어 그동안 교육훈련을 받는 등 한다고 이제야 수석님 앞에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그래요. 어떻든 살아서 다시 보니까 좋긴 하네요.”

“그럼 수석님, 혹시 저녁에 시간 있으면, 저랑 차라도 한잔 아니면 영화라도······.”

“밥이나 먹고, 술이나 한잔해요.”

“어디서?”

그날 저녁 예의 그 북경 온누리 호텔, 고구려 법에 따라서 상호, 상표, 명칭 등 모든 곳에 외래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덕분에 이름을 온누리로 바꾼 그 호텔에서 수진과 서민재 중위가 아닌 대위가 다시 만났다.

“호텔 이름도 그렇고 온통 한글로만 차림표가 있으니 좀 어색하지만, 그래도 좀 있으면 적응되겠죠?”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 말고, 어떻게 싸웠어요?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잘 싸웠고, 덕분에 다친 곳 없이 무사하게 돌아왔습니다.”

“잘했어요. 아, 그리고 내 사촌 동생 서한국 알죠? 그 애는 중국군 70명을 저격하고, 무공훈장도 받았다는데, 서 대위는 뭐 받았어요?”

“저는 레이더 기지와 핵 시설 타격 등등을 인정받아서 이렇게 대위로 특진하고, 충무무공훈장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촌 동생인 서한국 하사가 진짜 그렇게나 많이 옛 중국군을 저격했습니까?”

“그랬답니다. 그래서 이제 중사로 특진까지 했으니 곧 다시 만나게 될 거에요. 그 애가 서 대위 왔다는 소리를 들으면, 이번에도 그냥 있을 애는 아니니까.”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납니다. 그때는 진짜······.”

“지금은 그때보다 더할지도 몰라요. 민은정 중장이 소개해준 북한군 중사와 사귀고 있어 요즘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뭐 먹을래요?”

“아, 민은정 중장님은 잘 계시죠. 뉴스에서 진급한 이야기를 보도하기에 그것은 봤는데, 그리고 저는 아무거나 먹겠습니다.”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하고 미모에 더 물이 올랐으니 서 대위도 보자마자 군화 거꾸로 갈아 신을지 몰라요.”

수진이 농담으로 한 이 말에 서민재가 펄쩍 뛰면서 절대 아니라고 하는 것으로 두 사람은 저녁을 먹고, 술도 한잔 마시는 것으로 재회의 기쁨과 반가움을 나누었다.

“그런데 한국군에서 고구려군으로 갈아탄 것은 나 때문인가요?”

“맞습니다. 수석님 곁에서 복무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장래를 생각하면, 고구려군이 한국군보다는 훨씬 더 발전 가능성이 있어 보였기에 선택한 것이기도 합니다.”

“잘했어요. 한국군보다는 고구려군에 있는 것이 훨씬 진급에도 유리할 것이에요. 비록 월급이 조금 적고, 군인 연금 대신에 고구려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하지만, 참전용사니까 주택 무상 제공해주고, 여기 물가도 한국보다는 훨씬 싸니까. 또 여기 북경이 서울보다 공기도 훨씬 깨끗한 것 같지 않나요?”

“예, 인근의 공장들이 전쟁 중에 거의 모두 파괴된 때문에 그럴 것으로 예상하지만, 진짜 공기는 서울보다 훨씬 깨끗한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요서도(遼西道) 전 지역에서 대규모로 나무 심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덕분도 조금은 있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공장들이 모두 파괴되고, 항복조건 12항이 옛 중국의 산서성과 하남성, 강소성과 안휘성, 절강성에 있는 공해유발 공장을 모두 폐쇄하고, 재설립을 금지한다. 또한, 현재 해당 지역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는 모두 가동을 영구히 중단하고, 재설립도 역시 금지한다. 13항은 황하 등 남북한의 영토가 된 산동성으로 흘러드는 모든 강의 수질을 남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맞추고, 한반도로 날아오는 공기의 질 역시 남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맞춘다. 14항은 옛 중국이 황폐화하고, 오염시킨 발해와 서해, 기타 바다의 정화 및 환경회복 비용으로 한국 돈 200조 원, 역시 황폐화한 내몽골 사막 지역의 녹화 비용 역시 한국 돈 200조 원을 내놓는다. 이 조항들이 잘 지켜지고 있고, 그들이 내놓은 녹화비용 200조 원으로 이 북경 인근은 물론 내몽골 사막 지역에서도 대규모로 나무 심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진짜 그 항복조건은 잘 넣은 것 같습니다. 혹시 그 항복조건에도 강 수석님이 관여했습니까?”

“그건······.”

서민재 대위가 말한 요서도(遼西道)란 요하의 서쪽 그러니까 옛 중국의 하북성 포함과 동경 110도와 120도 사이의 내몽골 지역을 고구려가 요서도로 개칭한 명칭이었다.

옛 중국의 요령, 길림, 흑룡강성과 동경 120도 동쪽의 내몽골은 요동도(遼東道), 천진과 북경은 합쳐서 북경특별시, 산동성과 강소성 북부는 한반도 서해 서쪽에 있다고 하여 해서도(海西道)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러니 고구려는 거대한 요서도와 요동도, 그리고 옛 신강위구르와 감숙성 북부 일부 지역 등을 아우르는 배달도, 해서도, 북경특별시로 일단 행정구역을 정했으나 북경특별시도 다른 이름으로 개명하려고 고구려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었다.

또한, 남북한과 고구려는 옛 발해(渤海)를 고구려해(高句麗海)로 이름을 바꾸었고, 황해라는 명칭은 아예 폐기하고, 서해 전역을 서해, 제주도 남쪽 바다를 동중국해가 아닌 남한국해, 해남도와 파라셀 제도 인근의 바다를 남중국해에서 남북해(南北海), 남중국해 전체는 동남아해(東南亞海)로 이름을 바꾸어 인근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그 이름을 통용해달라고 압박을 가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파라셀 제도는 그에 따라서 남북제도로 이름을 바꾸었으니 이것이 고구려가 들어선 이후의 변화라면 변화였고, 거기에다가 고구려의 영문 명칭도‘COREA’로 정함으로써 남북한의 영문 표기와도 차별성을 두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 고구려에서는 외국의 등록된 고유 상표가 아니면 외래어로 간판 하나 달 수 없었고, 물건 이름 하나 지을 수 없었으며, 하다못해 사람 이름도 반드시 한글 또는 한자어로 지어야만 했다.

그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자주 벌어졌으니 그중 하나가 한국의 수많은 가수가 고구려에서 공연이라도 하려면 외래어 이름을 한글로 바꾸어야 했고, 노래 제목과 가사 중 외래어도 우리말로 번역해서 불러야 했으니까 말이다.

어떻든 수진과 서민재 대위가 다시 만나 저녁과 함께 술을 마신 그 며칠 후에는 서한국의 강압에 못 이겨서 수진은 결국 그와 하수정 중사, 자신과 서민재 대위 이렇게 넷이서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야 말았다.

그리고 역시 저녁을 먹고, 함께 술을 마셨으나 분위기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바로 서한국이 은근히 서민재를 견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며칠 후 그들 넷은 또 만났으니 청춘남녀의 일은 여전히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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