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4화 〉 유비무환(有備無患)(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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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는 눈길도 한번 안주고, 오늘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하수정 하사는 번개처럼 위아래를 한번 훔쳐본 서한국이 민은정에게는 이렇게 인사하자 수진이 기가 막혀서 물었다.
그러나 서한국은 당당하기만 했고, 그 얼굴에는 가득 미소가 머물러있었으니 어지간히 민은정이 아니라 하수정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그 잠깐 훔쳐본 사이에도 말이다.
그리고 보면 남자가 여자를 보고 예쁘다고 판단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뭐면 어때.”
“뭐라고?”
“뭐면 어떠냐고. 그리고 민은정 중장님 진급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호호호! 고마워. 동생. 그리고 그동안 잘 지냈지?”
“물론이죠. 민은정 중장님도 잘 지내셨죠.”
서한국이 이렇게 인사하면서 사실상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하수정이 순간 외톨이가 된 것 같고, 수진 자신도 찬밥이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러면서 끼어들었다.
“민 중장, 얘가 이렇다. 그러니 이해해. 그건 그렇고 나도 다시 한 번 더 중장 승진은 축하해.”
“고마워. 그리고 강수진 비서관도 이제는 내가 쳐다보지도 못할 차관급 수석비서관님으로 승진한 것을 축하합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급이 안 맞아서 상대를 못 하겠는데, 그건 어쩌지.”
“이거 왜 이러세요. 호위사령부 중장님이시자 국무위원장 비서실 특별비서님께서. 그리고 특별비서님의 직급도 따지고 보면 차관급이죠. 아마도.”
“야, 강수진! 지금이 그런 것 따질 때야.”
수진과 민은정이 서로의 승진을 다시 한 번 더 축하하고, 직급을 따지자 이번에는 서한국이 버럭 화를 내면서 이렇게 끼어들었다.
그러자 그녀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고, 하수정 중사는 조금 굳은 표정으로 세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하여튼 그렇게 각자 승진 축하 인사를 하고 또 하고, 각자 음료를 주문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민은정도 수진도 서한국도 아닌 뜻밖에도 하수정 중사였다.
“서한국 하사, 남조선에서는 원래 누나에게 그렇게 반말합니까?”
“······.”
“강수진 수석비서관님이 누나 아닙니까. 그런데 그렇게 반말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얘가 철이 없어서 그러니 하수정 중사가 이해해요.”
“아닙니다. 강 수석님. 저는 단지 서한국 하사가 너무 버릇이 없는 것 같아서 말씀드린 겁니다.”
“차차 철이 들면 괜찮아지겠죠.”
“야, 강수진, 내가 무슨······. 아니, 내가 무슨 철이 없다고 그딴 소리야.”
서한국과 하수정의 소개팅 자리 분위기가 갑자기 좀 이상하게 변해버리자 이제는 민은정이 연달아 웃음을 터트리면서 세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렇게 이상한 소개팅 자리가 한동안 이어지자 뭔가 불리함을 느꼈는지 서한국이 분위기를 바꾸려고 민은정에게 이렇게 물었다.
“민은정 중장님, 인민군 8군단 81경보병여단의 이영기 특무상사와 방유종 중사가 압록강 공방전에서부터 북경 포위 작전까지 저와 함께 싸웠는데, 혹시 연락하면서 지낼 수 있겠습니까?”
“8군단 81경보병여단의 이영기 특무상사와 방유종 중사라. 동생이 이렇게 부탁하는데, 내가 한번 알아볼게. 그런데 우리 하수정 중사는 마음에 들어?”
“예,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하수정 중사님은 제가 싫은가 봅니다.”
“동생이 싫은 것이 아니라 누나에게 반말하는 것이 싫은 것 같은데.”
“진짜요?”
“그건 나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하수정 중사에게 직접 물어보고, 81경보병여단의 이영기 특무상사와 방유종 중사 내가 한번 알아보고, 위원장 동지께 건의해서 일 계급 특진까지 시켜줄게. 그리고 원한다면 가족과 함께 여기 북경에 살면서 인민군 1군단에서 근무하도록 해줄게. 그럼 나머지는 누나 강수진 수석비서관님이 다 알아서 동생과 자주 만날 수 있는 조처를 해줄 것이니까 동생은 여기 우리 하수정 중사랑만 잘해. 그리고 누나와 나는 이만 빠져줄 테니까. 알았지.”
“감사합니다. 민 중장님.”
“뭐가? 이영기 특무상사와 방유종 중사 일이. 아니면 누나와 내가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 아니면 하수정 중사 소개해주는 것이.”
“당연히 이영기 특무상사와 방유종 중사 일입니다.”
“그 말 진심이기를 빌면서 누나와 나는 갈 테니까 그다음 말은 안 해도 알지.”
민은정과 수진이 그렇게 자리를 비켜주자 그때부터 서한국은 온갖 말로 하수정 중사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다.
한국 여자들과는 다른 묘한 매력에 얼굴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예뻤고, 키도 북한 여자치고는 큰 166cm 정도는 될 것 같은 늘씬한 체형까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민은정에게 영혼이라도 팔 것 같더니 금방 하수정에게 꼬리를 치는 서한국을 보니 남자는 다 도둑놈이 맞는 것 같았다.
어떻든 둘이 그렇게 처음 만났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까지 한 그 날이 가고,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흘러 대한민국 해군에서는 한국형 방공구축함 10번함, 11번함, 12번함, 13번함, 14번함과 대구급 호위함 5척, 윤영하급 고속정 5척 등이 건조되어 시험운항에 들어갔고, F-1 삼족오 전투기 40대를 배치받아 창설된 해군 전투비행전대가 기어이 해남도 삼아 공항에 터를 잡았다.
***
친구 하수정을 서한국에게 소개해준 민은정이 수진과 함께 북경에서 며칠 휴가를 보낸 다음 돌아왔지만,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러니 민은정이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기에 듣기만 했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서한국과 하수정이 잘됐으면 하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다.
예전 내가 강백호였을 때 그 녀석이 내게 무척이나 잘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했기 때문이었다.
어떻든 그렇게 또 며칠이 흐르고 한국에서 총 480대의 전-1 삼족오 전투기가 북한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기어이 북한 공군 제4전투기사단까지 창설했다.
그리고는 민은정을 불러서는 이렇게 지시했다.
“이번에 전-1 삼족오 전투기들이 들어와서 제4전투기사단까지 창설했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한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민 중장이 남조선에 특사로 가서 이세연 대통령에게 전-1 삼족오가 아니라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 120대만 달라고 해봐. 그래야 공화국 공군 제7전투기사단까지 만들지. 그것도 스텔스 전투기로 말이야.”
“그런 중차대한 일에 제가 특사로요.”
“그래, 특사로 가. 친서를 줄 테니까.”
“그런데 과연 전-1 삼족오도 아닌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 120대를 남조선 이세연 대통령이 공화국에 주겠습니까?”
“그러니까 민 중장이 특사로 가보라는 거야. 과연 주는지 안 주는지 한번 알아보게 말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런 복합적인 의미라면 가겠습니다.”
내가 특사로 보내는 진짜 이유를 그제야 알고는 민은정이 이렇게 말하기에 빙그레 웃은 다음 다른 것을 물었다.
“좋아. 그리고 화성 6호와 7호는 잘 생산하고 있겠지?”
“위원장 동지가 명령을 내린 이후 하루 각 50기 합쳐서 100기의 화성 6호와 7호 미사일을 생산해서 일본과 가장 가까운 강원도 고성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금성 5호와 6호 대함미사일은?”
“금성 5호와 6호 대함미사일도 연일 생산을 독려하고 있고, 그중 금성 6호 대함미사일은 신형 미사일 고속정에 탑재하여 시험발사까지 마쳤습니다. 위원장 동지.”
“시험발사 결과는?”
“결과는 10발을 쏴서 8발이 명중했습니다.”
“그 정도면 되었으니 금성 6호 대함미사일을 실은 신형 미사일 고속정 100척을 준비해놓고, 지상 발사형 미사일은 최소 200기, 금성 5호 대함미사일 역시 모든 해군 함정에 탑재하고, 지상 발사형 200기도 따로 준비해 놓아.”
한중전쟁을 거치면서 사거리 450km인 북한의 대함미사일 금성 5호는 그 위력을 증명했고, 사거리 700km인 금성 6호 대함미사일은 완전하지 못하여 그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으나 이제 개선과 개량이 끝나 80%의 명중률을 가진 미사일로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지상 발사형과 미사일 고속정에 탑재하는 두 가지 형태로 실전에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금성 5호 대함미사일은 지금 준비된 모든 해군 함정에 배치하고, 지상 발사형은 200기, 금성 6호 대함미사일을 실은 신형 미사일 고속정 100척, 지상 발사형 미사일은 최소 200기, 위원장 동지. 이 지시사항이 맞습니까?”
“그래, 그러니 각 부서에 내 지시가 아닌 명령이라고 전달하고, 자금은 충분히 지원해줘. 한국 돈 10조 원 이상이라도 상관없으니까 말이야.”
“당장 명령을 전달하고, 자금도 넉넉하게 지원하라고 하겠습니다.”
“좋아. 그렇게 해. 그런데 서한국과 그 친구는 어떻게 될 것 같아?”
“잘 될 것 같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런데 제가 말씀드린 81경보병여단의 이영기 특무상사와 방유종 중사 건은······.”
“둘 다 가족과 함께 북경으로 가라고 했으니까 곧 북경에서 근무할 것이야. 그러니 그건 걱정하지 말고, 그 둘이나 잘 되게 도와주고, 강수진 비서관이랑은 예전처럼 잘 지내고. 알았지.”
“물론입니다. 그럼 저는 위원장 동지의 지시사항만 전달하고 남조선으로 바로 가겠습니다.”
민은정은 그렇게 내 명령을 받아 다시 한국에 특사로 갔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남북협력과 공조가 과연 얼마까지 가능할지 그 일의 성사 여부가 민은정의 이 방한으로 판가름이 날 것이다.
그리고 기어이 이세연 대통령과 마주앉은 민은정이 친서를 건넨 다음 이렇게 말했다.
“친서의 내용을 요약해서 먼저 말씀드리자면, 일본의 도발이 잦아지므로 우리 공화국은 그에 대응하려고 금성 5호와 6호 대함미사일을 각 해군 함정과 미사일 고속정에 탑재하고, 지상 발사형으로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서 탄도미사일 화성 6호와 7호도 생산을 늘려 비축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 북남이 힘을 모아서 한중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듯이 이번에는 일본을 지도에서 지워버리자. 그리고 그 목적으로 공화국에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 120대를 팔아 달라. 그럴 것입니다.”
“아니 민은정 중장, 친서를 미리 읽어보았소?”
“아니지만, 그럴 것입니다.”
“과연, 과연 김정은 위원장께서 민은정 중장을 아끼고 곁에 두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소. 그리고 민재인 위원장님도 강수진 수석을 옆에 두는 이유도 이제야 알겠고. 그런데 나에게는 민은정 중장이나 강수진 수석 같은 유능한 참모가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오.”
“한국에 유능한 인재가 수없이 많은데, 그런 말씀을 하시면······.”
“인재야 많겠지만, 내가 믿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건 그렇고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 120대라. 드리겠소. 그러나 원가로는 못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