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3화 〉 유비무환(有備無患)(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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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고구려와 그렇게 국방과학연구소를 공동 운영하면, 그럼 그동안 모은 옛 중국의 군사 기술부터 우선 모두 내놔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렇게 연구·개발해서 생산한 전투기나 전차 등의 단가는 또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
그럼 북한에서 생산한 것보다 비싸지는 것은 아닌가.
하여튼 그런 별별 희한한 생각이 그 순간 다 드는데, 민재인 위원장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아니 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십니까?”
“김 위원장은 찬성이죠. 그러니 고구려국방과학연구소 설립에도 찬성했을 것이니까 말이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 3국이 무기를 공동 개발 생산하면, 우리 공화국에서 개발 생산하는 것보다는 각 무기의 단가가 그렇게 비싸지는 않겠죠?”
“생산원가에서 10%의 이윤만 생산 업체에 보장하도록 고구려 법에 명시한 것을 벌써 잊었소. 그러니 원가에서 10%만 더 내면 되오.”
“아, 맞다. 고구려위원회 법. 고구려에서 판매되는 모든 물품은 원가에서 10%만 이윤을 붙일 수 있다. 즉 원가가 100원이면, 110원에 팔고, 거기에 세금이 붙으면 세금 붙인 것만큼만 더 받는다. 만약 그 이상을 받으면, 가격 결정에 관여한 모두와 업체대표는 3년 이상의 징역형과 천문학적인 벌금을 매긴다. 그리고 원가를 속이거나 허위로 신고하면, 5년 이상의 징역형과 역시 천문학적인 벌금. 하하하! 알았습니다. 알았어. 그런데 우리가 가진 핵기술과 탄도탄, 방사포 등의 기술도 다 까야 합니까?”
“우리끼리는 비밀이 없어야 하니까 핵기술은 물론 탄도탄과 방사포 기술도 다 까고, 이번 한중전쟁에서 정찰총국을 시켜서 수집한 옛 중국의 모든 군사기술도 다 까시오. 그럼 한국도 삼족오 전투기 등의 가진 모든 기술을 다 까고, 그렇게 우리 3국의 기술자들이 모여 난상토론이든 뭐든 거쳐서 새로운 신형 무기를 만들어 내도록 우리는 지원만 해 줍시다. 단, 엄격한 보안은 생명이니 그건 남북한의 정보기무사령부와 정찰총국 등에 맡기면 되겠네.”
“까짓것 좋습니다. 일단 합의서부터 쓰죠. 뒤에 두말하지 않기로 하고 말이죠.”
그렇게 민재인 위원장과 나, 이세연 대통령은 남북한과 고구려의 국방과학연구소를 3국이 합동으로 통합 운영하기로 다시 한 번 더 합의하고, 이번에는 합의서까지 작성했으니 이도 일대 사건이었다.
말로만 무늬만 국방과학연구소를 통합하여 대충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서로가 가진 모든 기술을 다 까고, 진짜 통합하여 운영하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정도 신뢰는 있어야 뒤에 3국이 통일을 할 것이 아닌가.
어떻든 그렇게 합의서를 쓴 다음 민재인 위원장에게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 여기 있습니다. 됐죠!”
“됐소. 그런데 진짜 핵기술도 다 내놓을 생각이오?”
“남아일언 중천금. 그러니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 기술 즉 내가 준 그 기술도 반드시 내놓으십시오. 알겠죠.”
“그건 우리 이세연 대통령이 내놓을 것이오.”
“김 위원장님이 핵기술을 내놓는다면, 그 기술뿐만 아니라 다른 항공 기술 등도 다 내놓겠습니다. 어차피 삼족오는 김 위원장님 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니까요.”
“하하하. 이제야 말이 통하네요. 민재인 위원장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도저히 말이 안 통했는데 말입니다.”
“뭐라고요.”
“또 삐치십니까?”
“예전부터 삐지기는 누가 삐진다고 자꾸 그러시오.”
“안 삐졌으면 됐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아직도 끊임없이 주장하고, 요즘도 자주 영공과 영해를 침범한다던데, 그건 그대로 두고 보실 것입니까?”
한중전쟁이 끝나자마자 마치 승전국이라도 된 듯 설치는 이즈음 일본의 행동은 좀 지나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눈에 뵈는 게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정권 교체기였고, 고구려가 고구려위원회라는 조직을 바탕으로 남북한이 통일된 미래형의 국가로 막 자리를 잡으려는 마당이라서 그런지 그런 일본의 무모한 도발에 태클을 걸지 못하고 있었다.
그 바람에 일본이 설치는 꼴을 보자니 배알이 뒤틀려서 미칠 지경이었기에 이렇게 민재인 위원장에게 물은 것이다.
“두고 보기는 누가 저대로 두고 본다고 그러시오. 그리고 일이란 다 때가 있는 것이오. 잘 알면서 그러네.”
“잘 알지요. 알아요. 그래서 그때를 기다려서 결국은 옛 중국을 거꾸러뜨렸으니까요. 하면 이제 남은 것은 일본뿐이니 결단하시죠.”
“무슨 결단?”
“몰라서 물으십니까. 이세연 대통령에게는 저번에 말씀드렸는데.”
“아니 이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했기에?”
“무슨 말이겠습니까. 일본을 지도에서 지워버리자. 그냥 갈아 마셔버리자. 그런 말이죠. 그러니 이 천금보다 더 귀하고 좋은 기회에 일본을 아예 지도에서 지워버리죠.”
“김 위원장의 그 마음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아오. 그러나 내가 방금 이야기했듯 일이란 다 때가 있는 법이니까 좀 더 기다려 봅시다. 그리고 아직 주한미군과 주일미군도 다 철수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오.”
“아니 바이든 그 사람은 한국과 일본에서 미군을 다 철수해서 하와이와 남중국해와 티베트, 인도양 등으로 옮긴다고 해놓고는 왜 아직도 미적거리는 겁니까?”
“일본이 주일미군을 조금이라도 남겨달라고 바짓가랑이 붙잡고 통사정을 하니까.”
이때 주한 미 공군은 거의 철수를 완료해서 남중국해와 티베트로 갔고, 주한 미 육군은 절반 이상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남은 미군도 한 달 안에 다 한국을 떠나기로 되어있었으니 그들이 가면 한반도에 남는 외국군은 단 한 명도 없어지는 것으로 이도 역사적인 대사건이었고, 그만큼 한국의 국력이 향상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반면 주일 미 해병대는 모두 남중국해 등으로 빠져나갔으나 공군은 가데나 기지, 해군은 사세보 기지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었으니 그건 일본 정부의 간곡한 만류 때문이었다.
주한미군을 뺄 때는 한국이 간곡하게 만류해도 일언반구 말없이 빼는 중이었으나 일본이 만류한다고 해서 공군 가데나 기지와 해군 사세보 기지는 유지하고, 그에 주둔한 병력도 현재 잔류하고 있었으니 미국에 한국과 일본의 존재는 이때에도 다르게 인식되는 것이 분명했다.
하긴 예전부터 한국과 일본을 차별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빨리 주일미군을 빼라고 좀 더 미국을 압박하십시오.”
“그건 이세연 대통령이 할 겁니다. 주한미군은 철수하고, 주일미군은 왜 철수 안 하느냐고 협박하면서 말이오.”
“이 대통령님 민재인 위원장님 말 들었죠. 그러니 미국을 잘 압박해서 주일미군을 조속하게 철수시키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일본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작정이십니까?”
“당연한 말을 또 하십니다.”
“주일미군이 철수해도 과연 미국이 그 일을 용인할까요? 그래서 그러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님.”
“그러니 이세연 대통령님께서 주일미군 철수와 함께 미국이 엄정중립을 지키도록 한국이 가진 모든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야지요. 그럼 우리도 돕고, 고구려도 돕죠.”
“그래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세연 한국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는 의미를 나라고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미국이 일본에서 발을 빼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한민족 오천 년 역사에서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니까.
“김 위원장, 미국 문제는 일단 이세연 대통령에게 맡깁시다. 단, 우리 고구려와 북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하고 말이오.”
“물론입니다. 그리고 미국이 일본에서 한발 물러난다는 보증만 있으면 다시 핵무기 몇 기라도 미국에 넘겨줄 용의도 있습니다.”
“그러도록 만들어야지요.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미국을 회유, 설득하는 한편 남북한 양국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더 추가 생산 비축해 주시오. 그래야 유사시 일거에 쑥대밭을 만들 수 있으니까.”
“우리 공화국은 이미 그러고 있으니 한국만 미사일을 추가 생산하면 될 겁니다.”
“각종 미사일은 우리 대한민국도 추가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럼 잘됐네. 하면 미사일은 우리 북남이 맡고, 고구려는 우리 공화국과 한국 공군 출신 예비역 조종사나 더 모집해서 공군력이나 잘 기르고 계십시오. 이 대통령님, 안 그렇습니까?”
“각종 미사일에 더해서 육군과 해군을 남북한이 준비하면, 고구려는 당연히 공군력을 증강하는 것이 아무래도 도움이 될 것이니까······.”
고구려군 창설식은 그렇게 끝났으나 일본을 손봐줄 준비는 착착 진행됐으며, 민재인 위원장은 다시 휴가를 갔다.
나도 북경에서 곧장 평양으로 돌아갔지만, 민은정은 북경에 남아서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하수정 중사, 위원장 동지의 특별명령이니 잘해라.”
“명령이십니까? 아니면 친구로서 부탁이십니까? 민은정 중장님!”
“부탁이자 명령이야.”
“그렇다면 잘 알겠습니다.”
“어, 저기 온다.”
북한 인민군 2군단 본부에서 1군단 본부로 일사천리로 옮기면서 계급도 하사에서 중사로 승진한 하수정은 내 특명이라는 말에 꼼짝도 못 하고, 서한국과 소개팅을 하려고 북경 천안문 인근 호텔 커피숍에 민은정 그리고 수진과 함께 있었다.
이 호텔은 한중전쟁 중에는 모든 임직원이 철수하고 비었었는데, 용하게도 호텔은 유리창 몇 장 깨진 것과 옛 중국군과 민병대가 객실을 무단 이용한 것 등만 빼고는 비교적 멀쩡했다.
그리고 옛 중국인 소유가 아니라 미국 자본이 소유한 호텔이라는 이유로 고구려에 압류되지 않은 결과 옛 중국이 항복하자마자 옛 중국인 임직원 대신 미국과 외국계 임직원이 모두 돌아와서는 정리를 마치자마자 이렇게 북경에서 가장 먼저 문을 다시 연 호텔이 됐다.
그러나 아직 남북한 또는 고구려인을 정규 임직원으로 80% 이상 채용해야 한다는 고구려위원회 법 때문에 모든 시설이 운영되지는 않았으나 객실과 커피숍, 식당 등은 운영 중이었다.
어떻든 그런 호텔 커피숍으로 씩씩하게 걸어들어온 서한국이 민은정을 보더니 환하게 웃은 다음 이렇게 인사부터 했다.
“충성! 하사 서한국 민은정 소장 아니, 중장님께 인사드립니다.”
민은정을 본 서한국이 더는 환하게 웃을 수 없을 만큼 환하게 웃은 다음 거수경례까지 하면서 이렇게 인사하자 같이 있던 수진이 기가 막힌 표정으로 단박에 이렇게 물었다.
“너는 진짜 국군이냐? 인민군이냐? 정체가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