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8화 〉 항복 그리고 고구려위원회(1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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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옛 중국 공산당 중앙당사에 자리를 잡은 고구려위원회는 이때 위원장으로 내정된 민재인 대통령과 몇몇 인물을 뺀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들어와서 자기 일을 시작한 이후였다.
남북한의 인물이 뒤섞인 관계로 일이란 것이 우선 손발을 맞추는 것부터였지만, 남북한에서 각각 법령으로 제정된 것 즉 고구려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령에 따라서 행해지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위원장이 아직 공석인 관계로 여러 곳에서 잡음이 발생했고, 북경에 학교, 병원, 은행, 시장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시설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관계로 다소 혼란도 발생하고 있었다.
“좋아. 좋아. 아, 그리고 백호자동차 설립은 어떻게 되고 있소?”
“아직 준비 중입니다. 위원장 동지.”
“준비만 하지 말고, 속히 심양에다가 세우시오. 중국놈들이 버리고 간 그곳 자동차 공장도 당장 인수하고 말이오.”
“즉각 추진하겠습니다.”
“그러시오. 그러면 정찰총국에서 그동안 모은 모든 자동차 관련 기술을 전부 줄 것이오. 특히 남조선보다 더 뛰어난 일부 중국 전기 차량에 관한 기술을 말이오.”
민은정에 이어서 김창선에게까지 이렇게 지시한 다음 역시 1조 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중전쟁 배상금 2,000조 원이 내 손에 있었기에 건설, 운수, 자동차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었고, 그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을 능가할 자신도 있었다.
특히 전기 자동차 기술은 옛 중국이 한국 기업들을 바짝 추격한 상태라고 봐야 했고, 어떤 것은 추월한 상태라고 봐야 했다.
물론 아직 한국보다 뒤떨어지는 기술은 있었지만 말이다.
어떻든 그 옛 중국 전기 차량 시장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베이징 자동차(BAIC)와 그 산하 프리미엄 전기 차량 브랜드 아크폭스(ARCFOX), 그리고 샤오펑(Xpeng)과 아이코닉(ICONIQ) 등 중국 전기 차량 선두 브랜드의 거의 모든 기술은 이때 정찰총국에서 이미 획득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니 이제 남북한군에 의해서 쫓겨나는 바람에 버려진 심양의 옛 중국 자동차 공장부터 인수하고, 북한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해서 전기 차량을 생산하면, 한국 자동차보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은 자명했다.
“잘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럼 김창선 위원은 나가서 일 보시오. 다들 한시가 급한 일들이니까.”
김창선은 이때에도 백호은행과 내 개인 자금 관리, 그리고 당중앙위원회 일도 모자라서 이제는 백호자동차에 관한 일도 해야 했다.
하여튼 그도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할 사람이었지만, 아직은 모든 것을 잘해주고 있었다.
어떻든 그가 집무실을 나가자마자 민은정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래 휴가는 좋았어?”
“예, 위원장 동지. 강수진 비서관과 그 사촌 동생 서한국 하사와 제법 즐겁게 놀다가 왔습니다. 모두 위원장 동지의 배려지만 말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있어?”
“물론입니다. 그리고 강수진 비서관의 사촌 동생 서한국 하사에게는 우리 2군단 본부에서 근무하는 제 친구 하수정 하사를 소개해 주기로도 했습니다.”
“진짜?”
“예,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2군단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북경에서 근무할 서한국 하사와 자주 만날 수 없을 것이니 그 하수정 하사를 북경에 주둔할 1군단 본부로 옮기도록 하겠으니 허락해 주십시오.”
“그렇게 해. 그리고 중사로 일 계급 특진도 시켜줄 테니까 반드시 소개해줘. 이건 내 특명이야. 특명. 그런데 그 애 사진 있어?”
“보시겠습니까.”
그렇게 민은정이 건네주는 휴대전화에 찍힌 하수정이란 그 애 사진을 보니 친구가 민은정 아니랄까 봐 제법 예쁘장하게 생겼기에 서한국에게 소개해주면 좋을 것 같았다.
녀석이 내 사촌 동생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애 예쁘네. 그러니 반드시 소개해 줘. 그런데 계급이 중사로 되겠어. 소위로 진급시켜줄까?”
“중사로도 충분합니다.”
“둘이 잘되면, 그럼 그때 가서 소위로 진급시켜 주는 것으로 하자. 그러니 민 중장이 둘이 잘되도록 많이 도와줘. 그건 그렇고 옛 중국에서 직접 노획한 자금은 모두 얼마야?”
“홍콩에서 거두어들인 것은 남조선 화폐로 총액 11조 2,300억 원, 동북 3성에서 거두어들인 것은 약 23조 원, 내몽골은 약 2조 원, 위구르는 약 8조 원, 감숙성과 영하회족자치구는 약 1조 원, 북경과 천진은 약 8조 2,000억 원, 하북성과 산동성은 약 4조 원, 해남도는 약 5조 원으로 총액은 62조 4,300억 원입니다. 이를 남조선과 반으로 나누어서 공화국이 가져온 것은 31조 2,150억 원입니다.”
“다 백호은행에 있어?”
“그렇습니다. 백호은행의 재정경리부와 국무위원회 명의의 계좌에 예치되어 있습니다.”
“직접 거두어들인 현금과 금은보석 등만으로도 우리 몫이 31조라니 역시 옛 중국은 부자였어. 부자 말이야.”
“우리가 피난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더 많은 전리품을 노획했고, 그랬으면 적어도 100조 원은 되었을 것인데, 그건 좀 아쉽습니다.”
홍콩 은행들에 예치된 옛 중국 정부 자금과 옛 중국인 자금, 남북한군이 장악한 옛 중국 영토 내의 각 은행과 그 지점, 현금지급기 등에서 회수한 현금, 피난민들이 가지고 있던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그리고 각 곳에서 거두어들인 금은보석 등을 남북한이 반반 나눈 금액이 이 31조 2,150억 원이었다.
그 와중에 나온 골동품과 문화재 등은 고구려위원회로 넘겼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직 옛 중국 영토에 남아 있는 현금과 금은보석이 아닌 현물도 많았기에 그것을 다 처분하면, 더 많은 북한 몫 배당금이 생길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어떻든 북한은 전쟁배상금 2,000조 원과 이 자금 31조 2,150억 원 때문에 쓸 돈이 갑자기 너무나 많아졌다.
더불어서 전사자와 부상자에게 지급된 보상금 약 68조 2,500억 원과 현역과 전역 장병에게 지급한 참전수당 등 때문에 백호은행까지 예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민은정, 욕심을 부리자고 하면 끝이 없어. 그러니 욕심은 일단 접고, 인민들에게 술과 고기라도 특별배급해서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한중전쟁 승리의 기쁨을 좀 더 즐기도록 하는 것은 어때?”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 위원장 동지.”
“그럼 재정경리부에 지시해서 전 인민에게 술과 고기를 넉넉하게 특별배급하라고 해.”
“즉각 재정경리부에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민은정에게 그렇게 지시하는 것으로 그 문제는 일단락하고, 북한군 개혁에 이어서 또 여러 가지 일도 처리하고 나니 갑자기 공허함이랄까 하여튼 그런 것이 밀려왔다.
지난 2019년 1월 8일 아침부터 시작되어 오늘 2022년 4월 29일까지 이어진 내 김정은 역할도 이만하면 성공적이 아니라 대성공이라고 해야 했으나 나는 나를 잃어버리고 만 것 같았다.
그러니 나는 강백호도 아니고 김정은도 아닌 오늘따라 유난히 회색인 저 하늘처럼 회색분자인 것만 같았다.
그래도 내가 할 일은 수없이 많았기에 마음을 추스르고 이번에는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김태성을 불러서는 이렇게 지시했다.
“공화국이 전쟁배상금으로 받은 것 중에서 미국 국채가 6,115억 달러나 있으니 미국에 가서 협상하시오. 공화국이 이제는 미국에 정상적으로 투자까지 하는 정상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말이오. 그러면 공화국이 그 미국 국채를 포함해 옛 중국에서 받은 전쟁배상금 2,000조 원 중에서 미화로 1조 달러 즉 남조선 돈으로는 약 1,000조 원을 공화국의 국부펀드로 만들어서 미국 등 전 세계에 투자할 것이니 그 일을 반드시 성사시키고 오시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소?”
“공화국을 미국에 정상적으로 투자하는 정상 국가로 만들라는 것 아닙니까? 위원장 동지.”
“그렇소. 그러면 공화국 국부펀드를 미국에 투자할 것이오.”
“1조 달러의 공화국 국부펀드를 반드시 미국에 투자하도록 만들어 놓고야 말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럼 즉시 미국으로 가서 반드시 그 일을 성사시킨 다음 돌아오시오.”
한중전쟁 전쟁배상금 2,000조 원은 북한 경제 규모에 비하면 너무나 큰 금액이었다.
그래서 그중 1,000조 원으로 북한 국부펀드를 만들어서 미국 등 전 세계 안전자산에 투자하려고 했다.
그럼 두고두고 북한은 수입이 생길 것이고, 이제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갈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중전쟁이 끝난 이후 미국이 더는 핵무기에 대해서 딴죽을 걸지 않았고, 제법 많은 유화적인 손짓을 해왔기에 이 기회에 핵무장을 한 강대한 정상국가가 되어야 했고, 그 디딤돌이 바로 미국 국채와 천문학적인 1,000조 원이라는 투자 자금이었다.
어떻든 내가 이런 일들을 하고 있을 때 민재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는데, 다음 대통령선거도 며칠 남지 않은 사람이 하여튼 별일을 다 하고 있었다.
“대통령님, KBC 최인영 기자입니다. 그러니까 방금 하신 말씀은 우리가 중국에서 받은 전쟁배상금으로 대한민국 국가채무를 전부 갚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중국이 아니라 옛 중국이고, 그렇소. 전염병 대응 등 다른 분야 예산 때문도 그랬지만, 그동안 국방 분야 예산 증액과 그것도 모자라서 국방 분야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는 바람에 국채를 제법 많이 발행했지 않소. 그러니 이제 그 국가채무 약 950조 원을 이번 기회에 모조리 갚을 생각이오.”
그동안 대한민국은 2019년부터 시작해서 신무기 도입을 위한 국방 분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국방 분야 예산은 대규모로 증액했다.
그리고 그 국방 분야 추가경정예산 때문에 국채만 하더라도 거의 170조 원 이상을 더 발행했고, 국방 분야 예산도 매년 거의 70조 원 이상을 투입한 덕분에 이때 국가채무는 무려 약 960조 원에 가까웠다.
그러나 옛 중국으로부터 전쟁배상금만 무려 2,000조 원을 받았고, 북한과 나누어 가진 옛 중국에서 직접 노획한 자금도 약 31조 원이 있었으니 이 기회에 국가채무를 전액 갚을 생각이었다.
물론 그건 민재인 대통령의 개인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부분을 KBC 최인영 기자가 파고들었다.
“다음 대통령과는 상의하고 내린 결정이십니까?”
“최 기자는 대통령선거가 아직 며칠이나 남았는데, 다음 대통령이 누구인지 벌써 아는 모양이오.”
“그건 아니지만······.”
“최 기자, 아직 아니 현 대한민국 대통령은 나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