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1화 〉 항복 그리고 고구려위원회(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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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옛 중국에 요구한 항복조건이 이렇게 무시무시했지만, 이때 옛 중국이 보유한 외환은 약 3조 3,000억 달러였고, 금 보유량은 2,000톤, 미국 국채 보유량은 1조 2,230억 달러에 달했으니 이를 합쳐도 대충 약 4조 6,230억 달러가 됐다.
그럼 배상금 총액의 반은 안 되어도 그 근사치는 되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약 5조여 달러도 큰돈은 큰돈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동북 3성과 내몽골, 허베이 성, 산둥 성, 신장웨이우얼, 티베트, 북경, 천진, 해남도, 홍콩 등등을 잃은 마당이었고, 그곳에 있던 모든 것도 잃은 마당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 피해복구를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 것이고, 당장 수억 명의 피난민을 먹여 살리는 일만 해도 보통 일은 아니었고, 그것이 다 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쟁배상금을 깎거나 미룰 수도 없었으니 항복조건 마지막 22항이 위 조항을 단 하나라도 어길 시 옛 중화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선전포고한 것으로 간주해 즉각 전쟁을 재개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항복조건 22항에 전쟁 재개라는 조항을 넣어놓음으로써 옛 중국은 항복조건을 다 지킬 수밖에는 없을 것이나 그건 두고 보면 알 일이었다.
어떻든 항복의식은 이렇게 끝이 났고, 그 즉시 옛 중국 주석 시진핑, 부주석 쉬치량 상장, 부주석 장여우샤 상장, 국방부장 웨이펑허 상장, 연합참모부 참모장 리쭤청 상장 등등 중국 지도부와 군부 인물 129명이 전쟁범죄자로 남북한이 공동으로 설치한 군사 법원에 기소됐다.
이들의 죄명은 크게 위구르와 티베트 민간인 살해, 감금, 고문, 상해, 폭행 등과 교전국의 정규병이 아닌 사람(민병대)이 무기를 들고 적대를 하게 한 죄 즉 남북한군에 대한 주민(민병대)의 적대 행위 등과 평화에 대한 죄 즉 한반도에 대한 침략 전쟁을 계획 준비하고 실행한 죄, 또는 이들 행위를 달성하기 위해서 공동계획이나 모의에 참가한 죄 등등으로 기소되었으니 살아나기는 힘들 것이 뻔했다.
왜냐하면, 남북한이 합의하여 시진핑 등을 단죄하기 위해 전쟁범죄자로 기소했고, 전범재판소도 그런 목적으로 설치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런 조처에는 유엔도 미국도 딴죽을 걸지 못했고, 걸지도 않았으니 이때의 남북한의 위상은 과거 중국의 위상을 웃도는 것이었다.
“자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술잔부터 먼저 비우시죠. 이 술은 중국의 항복을 받아내고 마시는 온전한 축하주니까 말입니다. 하하하!”
옛 중국의 항복의식이 끝나자마자 자금성 바로 서쪽 옆에 있는 과거 중국 왕조들의 원림이었다가 얼마 전까지는 옛 중국의 최고위 지도자들 집무실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등이 있던 중난하이(中南海), 그곳에서도 경복궁 근정전(勤政殿)이 아닌 시진핑 관저 근정전(勤政殿)에서 민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 집권 여당과 제1야당 대통령 후보들 그리고 내가 마주 앉았다.
이들 여야의 대통령 후보들도 당연히 옛 중국의 항복의식에 얼굴을 비쳐야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는지 이 행사에 빠지지 않았고, 행사가 끝나자마자 내가 이 중난하이 시진핑 관저 근정전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민재인 대통령께 부탁했다.
그렇게 이들을 만나 내가 이렇게 말하자 대한민국 여당의 대통령 후보 이세연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내 말을 받았다.
“하하하! 맞습니다. 이 술은 우리가 중국에 항복을 받고, 마시는 축하주입니다. 한민족 오천 년 역사에서 이렇게 중국의 항복을 받고 축하주를 마셨던 분들은 아마 몇 분 안 될 것입니다. 거기다가 이렇게 완전하게 중국의 항복을 받은 분은 우리 한민족 오천 년 역사에서 민재인 대통령님과 김정은 위원장님, 두 분이 최초일 것이고 말입니다.”
“그 말 설마 아부는 아니죠.”
“제가 김 위원장님께 아부해서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혹시 압니까. 무슨 이득이 있을지 말이오.”
“하하하. 그럼 달리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런데 황 후보께서는 표정이 영 안 좋은데, 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러나······.”
“없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러시오. 혹시 내가 빨갱이라서 표정이 그런 것이오?”
“그것이 아니라······.”
내 말에 얼굴이 새빨개지는 제1 야당 대통령 후보를 보노라니 참 기가 막혔다.
이 마당에 아직도 나를 빨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그 행동과 표정 등등에 말이다.
“그것이 아니면 뭐요?”
“그것이 아니라 고구려위원회······.”
“됐소. 그 문제는 이미 결론이 났으니 더 꺼내지도 마시오. 그리고 북남의 장병들이 힘을 합치고, 목숨을 나누고, 함께 피를 흘리면서 싸워 오늘날 중국의 항복을 받고, 이런 자리까지 만들었는데, 군대도 갔다 오지 않은 황 후보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나를 비롯해 우리 공화국의 장병들을 빨갱이라고 하면······.”
“그것이 아니라······.”
“그것이 아니면 뭐요. 그리고 나도 아직 빨갱이 타령이나 하는 황 후보를 상종 안 하고 싶었는데, 할 수 없이 만났으니 다시 한 번 더 내 말 잘 들으시오. 민재인 대통령과 내가 합의한 고구려위원회는 여기 북경에 들어설 것이고,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근정전이 바로 고구려위원회 초대 위원장인 민재인 대통령께서 근무하실 자리요. 그러니 그렇게 알고 뒤에 또다시 엉뚱한 소리 하지 마시오. 만약 엉뚱한 소리를 하기만 하면, 그 길로 북남관계는 예전처럼 파국으로 치닫고, 그 순간 중국은 때를 만났다는 듯 복수의 칼을 갈 것이고, 그럼 우리는 다시 중국에 지배를 받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소.”
“······.”
“대답을 안 해도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 책임은 모두 황 후보와 황 후보의 추종자들이 져야 할 것이오. 분명히 아시겠소?”
“······.”
내 말에 대한민국 제1야당 대통령 후보라는 자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이번에는 대답도 못 했다.
그러자 이세연 여당 대통령 후보가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듯 나에게 이렇게 물어왔다.
“그런데 김 위원장님, 우리 민재인 대통령님께서 고구려위원회 위원장을 맡으시면, 대한민국 대통령직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퇴임하시는 즉시 맡을 것이니 이세연 후보께서는 걱정하지 마시고, 다음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힘을 보태주세요.”
“그렇다면야 저는 적극 찬성입니다. 이상한 사람이 그 중요한 자리를 맡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말입니다.”
“그럼 다행이고. 황 후보도 이제 알았소.”
“이미 두 분이 다 결정해놓고 우리에게는 그냥 통고하는 자리인 것 같은데, 아무 실권도 없는 제가 반대한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이제야 대답하네. 그리고 황 후보가 반대해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소. 그러나 매사에 언행을 조심하시오. 이미 말했듯 그 언행에 따라서 북남이 오늘날처럼 평화롭게 공존 공생하느냐. 아니면 지난날처럼 총칼을 맞대느냐가 달렸으니까. 자, 그럼 대충 이야기가 끝난 것 같으니까 가시죠. 외빈들이 아주 많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요.”
대한민국 여당과 야당 대통령 후보를 만나서 이렇게 대충 내 뜻을 전하고, 자리를 정리하려는 찰나 민재인 대통령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김 위원장, 진짜 내가 그 자리 맡아야 하오.”
“이미 끝난 이야기. 그리고 당연한 소리를 또 하십니까. 아니, 정 그렇게 맡기 싫으시면 공화국의 오지용 부위원장을 그 자리에 앉힐까요. 그건 싫으시죠. 그러니 그냥 그 자리 맡으십시오. 다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실 것이 확실한 이세연 후보도 찬성한다니까요.”
자신이 다음 대통령이 된다고 하자 얼굴에 의미 모를 웃음을 머금은 이세연 대한민국 집권 여당 대통령 후보가 내 말을 거들고 나섰다.
그와는 반대로 이 말을 들은 야당 대통령 후보는 얼굴이 한없이 구겨졌다.
“대통령님, 김 위원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리고 남북한을 통틀어서 그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은 대통령님 말고는 없습니다. 그러니 맡으십시오. 혹 제가 다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면 물심양면으로 고구려위원회를 지원하겠으니 말입니다.”
“이거야 원, 내 퇴임하자마자 양산으로 내려가서 농사나 지으면서 사저 인근 통도사를 감싸고 있는 영축산과 영남 알프스 등산이나 다니려고 했건만.”
“북경 인근에도 좋은 산 많으니까 등산은 얼마든지 다녀도 됩니다.”
“김 위원장은 북경에 무슨 좋은 산이 있다고 그러시오.”
“좋은 산 많습니다. 많으니까 그렇게 산에 가고 싶으면 고구려위원회 위원장하면서 용경협부터 가보세요. 그리고 거기에 가면, 옛 중국 주석 강택민 아시죠. 그자가 1992년 5월 용경협 입구 건너편 산과 계곡에 붉은 글씨로 용경협 강택민(龍慶峽 江澤民)이라고 붉은 글씨로 암각해 놓은 그것부터 다른 것으로 바꾸어 버리거나 지워버리세요.”
“김 위원장이 그걸 어찌 아시오.”
“인터넷에 다 나옵니다. 그리고 산 좋아하시는 분이 그것도 모릅니까. 그러니 고구려위원회 위원장으로 가서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옛 중국놈들이 남겨놓은 그런 흔적부터 모조리 지워버리십시오. 아시겠죠.”
대한민국 여당 대통령 후보 이세연에 이어서 나까지 나서서 민재인 대통령을 일단 그 자리에 앉도록 달랬다.
그리고는 이 항복의식에 참석한 영국 총리, 인도 총리, 일본 총리, 러시아 총리, 베트남 총리, 미 국무부장관 등등 외빈을 만나러 옛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장으로 갔다.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본관과 같은 그곳은 이미 항복기념 만찬장으로 변해있었고, 각국의 총리와 그에 준하는 외빈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었으니 중국의 항복을 받은 남북한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총리, 결국 여기서 보는군요. 어떻든 반갑소.”
“우선 축하부터 드립니다. 오만한 중국의 콧대를 꺾어 놓으신 김정은 위원장님. 그리고 저도 정말 반갑고, 꼭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아부는 그만하고, 올해 일본이 우리 공화국에 지급할 청구권 금액 1,000억 달러는 모두 남조선에 줬소? 내 전쟁 때문에 미처 그것을 챙기지 못했는데 말이오.”
“이미 한국에 지급했으니까 그 돈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내년도 1,000억 달러도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전쟁배상금 약 2조 달러를 받으시면, 그 돈은 푼돈이 되겠습니다. 하하하!”
“총리와 부자 나라인 일본은 1,000억 달러가 푼돈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가난한 공화국에는 큰돈이니 내년 청구권 금액도 빈틈없이 내놓으시오. 그리고 요즘 소문에 의하면 해상자위대가 동중국해에서 설치고 다닌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