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7화 〉 항복 그리고 고구려위원회(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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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인 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긴 한숨을 토해낸 것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를 마친 직후였다.
그건 그렇고 어제만 하더라도 민재인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재출마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전국적으로 약 300만 명이 참가했다.
지난번 헌법을 개정하면서 권력구조를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으로 바꾸고, 현 대통령이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아니라 출마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았다.
그러니 억지를 부려서 출마해도 헌법이나 기타 법규에 저촉되지 않았으니 당선만 되면 됐다.
그리고 당선될 확률은 거의 100%였으니 아무 문제도 없었으나 민재인 대통령은 재출마를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그랬으니 이런 고민이 그를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하여튼 민재인 대통령이 남은 시간과 대통령선거 재출마를 고민하는 그때 일본은 동중국해에서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중국 주석 시진핑은 아직 항복하지 않고 있었고, 국무원 총리 리커창, 한정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류허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등과 국방부장 웨이펑허 상장, 연합참모부 참모장 리쭤청 상장, 중부 전구 이샤오광 사령원 등과 격론만을 벌이고 있었다.
그때 간쑤 성 북부 그러니까 북위 37도 북쪽이 모두 한국군에게 점령당했다는 소식이 그들에게 전해졌고, 영하회족자치구의 북위 37도 북쪽도 남북한군이 공격하고 있다는 추가 소식도 전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남북한 공군도 모자라서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남북한의 탄도탄과 순항 미사일이 다시 광둥 성과 푸젠 성 곳곳을 타격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주석, 이대로는 더 두고 볼 수 없으니 당장 항복하시오. 아니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어서!”
“총리, 지금 반역이라도 하려는 것입니까?”
“국방부장은 빠져. 그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가 재건해 복수할 수 있는 건더기도 모두 사라진다. 그러면 적어도 100년은 한국의 지배를 받아야 해.”
“그래도 항복은······.”
“지금 항복하면 적어도 30년, 짧게는 10년이면, 이 피에 맺힌 복수를 할 수 있다. 그러니 국방부장은 물론 연합참모장 당신도 선택해. 이대로 죽느냐. 아니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남기고 죽느냐. 당장 선택해!”
“······.”
중국 국무원 총리 리커창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자 시진핑은 물론 그의 편을 들던 국방부장 웨이펑허 상장과 연합참모부 참모장 리쭤청 상장도 일순 말문을 닫아버렸다.
그러자 리커창이 이렇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앞으로 24시간을 주겠으니 그 안에 결정하시오. 아니면 중화와 중국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물리력을 쓸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는 바이오.”
이 최후통첩에 중부 전구 이샤오광 사령원이 벌컥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경비병! 당장 총리를 체포하라! 그리고 이 반역자들도 모두 체포해!”
“이샤오광, 이 버러지만도 못한 놈. 부하들을 모조리 죽이고도 네놈이 사령원이라고 아직도 큰소리냐. 나 같으면 베이징을 잃는 순간 자결했겠다. 이놈!”
“뭐하는 거야. 당장 총리를 체포하지 않고!”
그때 이들 중국 지도부가 와서 몸을 숨기고 있는 충칭의 충칭 국제엑스포센터가 북한에서 쏜 노동미사일에 직격당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여타 충칭의 산업시설은 이미 폐허가 된 뒤였지만, 이 국제엑스포센터만은 건재했는데 이제 그것마저 불타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국 지도부가 있는 충칭 외곽의 벙커 인근에도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
“한웨이궈 대교, 중부 전구 이샤오광 사령원과 이 패전지장들부터 체포해라! 당장!”
“······.”
중부 전구 이샤오광 사령원에 이어서 리커창 국무원 총리도 이렇게 소리치자 이 벙커 경비를 책임지고 있던 한웨이궈 대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랬기에 누구도 체포하지 않았고, 그의 부하들이자 경비 병력도 서로 싸우는 지도부만 한심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총리와 이 반역자들부터 체포하라니까.”
“중부 전구 이샤오광 사령원과 이 패전지장들부터 체포해!”
중부 전구 이샤오광 사령원과 국무원 총리 리커창이 다시 이렇게 소리쳤지만, 한웨이궈 대교는 역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서로는 서로에게 더 삿대질하면서 비난했다.
그렇게 중국 지도부가 자중지란에 빠진 그때 그들이 있는 벙커 상단에 한발의 노동 미사일이 떨어졌다.
그러나 벙커는 그런 재래식 탄두로는 무너질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벙커 안의 중국 지도부와 중국군이 느끼는 공포는 점점 심해져 갔다.
“여기가 어디라고?”
“곡부요. 곡부지 말입니다.”
“아, 취푸(曲阜). 그럼 공자님 묘인 공림(孔林)이 여기 있겠네?”
“저쪽으로 약 4km만 가면 공자 무덤이 있다고······.”
“아 자식아. 공자 무덤이 뭐야. 공자님 묘인 공림이지!”
“소대장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까 진짜 헐이지 말입니다.”
“뭐라고?”
“공자 무덤을 굳이 공림이라고 하니까요.”
“또 말이 짧아진다.”
국군 21사단 65연대 3대대 12중대 1소대장 원은철도 기어이 산둥 성 취푸까지 진출했고, 대한민국 해병대 등은 이미 산둥 성 전체를 장악해 중국인을 소개한지 오래였다.
그러나 중국인을 아무리 소개해도 중국이 항복하지 않자 해병대는 기어이 장쑤 성 롄윈강(连云港市)으로 진격했고, 기타 부대는 쉬저우(徐州市), 쑤첸(宿迁市)으로 진격해 내려가고 있었다.
“무슨 말이 짧아진다고 또 그러십니까.”
“지금!”
“아니지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공자 무덤에나 가보시죠.”
“이 자식아. 공자 무덤이 아니라 공림!”
“예, 공자 무덤.”
“너 진짜 죽고 싶지. 짱깨들에게 안 죽었으니까 내가 대신 죽여줄까?”
“이거 가혹 행위이지 말입니다. 중대장님께 신고합니다. 중대장님!”
원은철이 자신이 타는 장갑차 조종수 말년 병장 김종기와 이러고 있는 사이 자신이 준 24시간이 지나자 중국 국무원 총리 리커창이 기어이 시진핑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석, 이제 산둥 성도 모자라서 장쑤 성으로 까지 남북한군이 진격했고, 이 충칭에도 남아난 산업시설과 공공시설 즉 철도, 도로, 교량, 공항 등이 없으니 속히 항복해야 하오.”
“······.”
“항복해야 하오.”
“······.”
“한웨이궈 대교, 당장 주석을 모셔라! 당장!”
그러나 한웨이궈 대교 등 경비병들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그 바람에 물리력으로 시진핑을 끌어내리지 못한 리커창은 다시 항복을 권유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주석, 해킹입니다. 해킹! 한국과 조선의 해커들이 이곳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어서 피해야 합니다.”
“막아! 어서 막아!”
“이미 늦었습니다. 빨리 피해야 합니다.”
“그놈들이 어떻게 여기를······.”
“베이징의 국방부와 국가안전부 등등에서 접속했으니······. 어, 메시지입니다. 2시간 이내에 항복하지 않으면, 공군을 동원해서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겠답니다.”
“한국놈들 전투기는 이곳까지 올 수 없어.”
“한국이 장악한 해남도 싼야에서 여기까지 고작 1,299km, 내몽골 바오터우에서는 1,261km이니 한국의 그 신형 F-1 삼족오 전투기는 충분히 오고도 남으며, 한국에는 공중급유기까지 있습니다.”
“주석, 항복조건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국이 보낸 항복조건입니다.”
자신들이 버리고 간 북경의 국방부와 국가안전부 등을 점령한 남북한의 정보기무사령부와 정찰총국에서 기어이 중국 전역의 핵 벙커를 찾아냈고, 그래서 이곳까지 찾아냈다는 것은 이제 문제가 아니었다.
2시간이라는 시간은 그냥 해본 소리고, 이미 이곳으로는 남북한군의 전투기가 벙커버스터를 줄줄이 달고 출격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럼 이제 진짜 항복이냐.
아니면 그냥 죽느냐.
그 문제만이 남은 것이다.
시진핑, 리커창 등 중국 지도부에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단 2시간, 이제 달리 갈 곳도 없어진 마당에 그들의 선택은 역시 그것이었다.
항복이냐.
죽느냐.
그래서 그때부터 다시 격론이 벌어졌고, 언성도 높아졌고, 나중에는 욕설과 협박까지 서슴없이 나왔으니 이미 위계질서는 깡그리 무시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시간 50분이 흐른 즈음 벙커 지붕에서 미약하나마 은은한 폭음이 연달아 울렸다.
“대대장님, 그런데 고작 KGGB 즉 500파운드(225kg) 유도항공폭탄으로 핵 벙커가 파괴되겠습니까?”
“그래서 GBU-28 벙커버스터까지 달고 온 것 아니냐.”
“그렇기는 하지만 GBU-28 벙커버스터로도 핵 벙커는 파괴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굳이 파괴할 필요까지 있을까. 그냥 겁만 줘서 알아서 항복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니까 말이야.”
“짱깨 새끼들 빨리빨리 항복이나 하지 도대체 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항복조건이 그렇게 무시무시하다는데, 쉽게 항복하겠어.”
“그렇지만, 싸울 군대도 싸울 무기도 없는데 항복 안 하고 버티는 것은······.”
“평생 대국이라는 자존심, 중화와 중국이라는 자존심으로 살아온 자들인데, 그걸 버리기가 죽기만큼 싫을 거야. 나는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
“자존심이 뭐 밥 먹여줍니까.”
“살다 보면 가끔은 밥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어. 그런데 아직 멀었어?”
대한민국 공군 20전투비행단 1대대장 예비역 중령 강영석과 조용호 예비역 대위의 대대는 내몽골 바오터우 공항에서 출격 명령을 받자마자 출격해 공중급유까지 받고 기어이 이곳 충칭 상공까지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는 좌표를 확인한 다음 달고 온 지하 약 30m, 콘크리트 6m를 뚫고 들어가서 폭발하는 GBU-28 벙커버스터를 차례대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진핑 등 중국 지도부가 숨어 있는 핵 벙커는 고강도도 아닌 초고강도 콘크리트 100m 두께였고, 그 위에 화강암층이 약 100m 더 버티고 있었기에 GBU-28 벙커버스터 20발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 대신 시진핑 등 중국 지도부에게 강영석 중령의 말처럼 충분히 겁을 주기에는 충분했고, 한웨이궈 대교 등 벙커 경비병과 운용요원들에게도 충분히 겁을 주고 있었다.